All Chapters of 동생을 택한 너에게, 나는 네 라이벌을 택했다: Chapter 71 - Chapter 80

100 Chapters

제71화

그래서 태빈은 이곳에 와서 사업상 인맥을 좀 넓혀 보고, 괜찮은 프로젝트가 있는지도 살펴볼 생각이었다.그런데 뜻밖에도 채이가 준모의 팔에 팔짱을 낀 채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난 지금 싱글이야. 내가 누구랑 함께하든 무슨 상관인데? 뭐가 켕긴다는 거지?”채이는 입가에 싸늘한 웃음을 걸쳤다. 눈빛에는 비웃음이 서려 있었다.“진채이, 그런 식으로 고고한 척하지 마. 방금 네 옆에 있던 사람이 누군지 알아? 배준모야!”“정말 자신이 배준모한테 어울린다고 생각해? 게다가 배준모한테는 약혼녀가 있잖아. 곧 약혼식을 올린다는 말도 있는데, 네가 남의 사이를 깨는 사람이라도 되겠다는 거야?”태빈은 당당하다는 듯이 단호하게 말했다. 눈에는 멸시가 어려 있었다.하지만 태빈은 끝내 알지 못했다. 곧 약혼한다는 준모의 그 약혼녀가 바로 채이라는 사실을.“남의 관계를 깨뜨리는 사람은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부류야. 왜 그런 사람이 되려는 거야?”채이의 눈매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그러니 배준모한테서 떨어져. 미리 말해 두는데, 배준모는 위험한 사람이야. 오늘 너랑 배준모가 이렇게 같이 있는 걸 배준모 약혼녀가 알게 되면 어떻게 될지, 너도 모르진 않겠지!”태빈이 성을 내며 몰아붙였다.이유는 알 수 없었다. 채이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기만 하면 태빈은 걷잡을 수 없이 화가 치밀었다. 가슴속에서 타오르기 시작한 분노는 좀처럼 잦아들 기미가 없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태빈은 그대로 달려가 두 사람 앞에 서서 채이에게 따져 묻고 싶었다. 하지만 채이 곁에 있는 사람이 준모라는 걸 알아본 순간, 태빈은 간신히 그 충동을 눌렀다.‘내가 잘못 본 건가 싶었지. 그런데 진채이를 어떻게 못 알아봐.’아무리 화가 나도 준모는 달랐다. 태빈이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상대였다.“이 일은 내 일이야. 너랑 상관없어. 그럴 시간에 본인 일이나 신경 써.”채이는 차갑게 말을 던진 뒤, 팔을 세게 빼내려고 했다. 태빈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Read more

제72화

태빈은 분을 이기지 못한 채 거칠게 내뱉었다. 입에 담기 힘든 말들도 아무렇지 않게 쏟아냈다.태빈은 아무리 생각해도 믿기지 않았다. 채이가 준모와 함께 있다니, 그것도 두 사람이 나란히 이 술자리에 참석하다니.그 사실은 태빈을 몹시 거칠게 뒤흔들었다. 그렇다고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채이를 데리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충고는 고마워.”채이는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웃었다. 마지막으로 담담한 미소 하나만 남긴 뒤, 그대로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몇 걸음쯤 걸어간 뒤에야 채이는 멈칫했다. 멀지 않은 곳에 준모가 홀로 서서 이쪽을 보고 있었다.채이는 조금 헝클어진 머리를 손으로 쓸어 넘겼다. ‘설마, 아까 부태빈이랑 나눈 얘기를 다 들은 건 아니겠지.’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그런데 준모의 서늘한 표정에서는 아무것도 읽히지 않았다. 기분이 어떤지조차 짐작하기 어려웠다.“아까는... 일부러 준모 씨 이름을 말한 게 아니에요. 혹시 다 들으셨어요? 부태빈이 계속 붙잡고 안 놔줘서요.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까 봐, 그래서 그렇게 말한 거예요.”채이는 어색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준모가 자신을 이해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제 이름이 그렇게 계속 쓸모가 있다면, 채이 씨가 앞으로도 얼마든지 쓰셔도 돼요.”준모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어차피 머지않아 채이가 자신의 약혼녀라는 사실을 모두에게 알릴 생각이었다.사실 준모는 조금 전 두 사람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진 걸 분명히 봤다. 그럼에도 다가가지 않은 건, 채이가 태빈이라는 문제를 스스로 정리할 수 있는지 보고 싶어서였다.역시 준모를 실망시키지는 않았다.준모가 언제까지나 채이 곁을 지킬 수 있는 건 아니다. 채이에게도 혼자 견뎌야 하는 때가 반드시 올 것이다.그래서 준모는 채이가 좀 더 스스로 설 수 있기를 바랐다. 쉽게 흔들리지 않고, 두려움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기를 바랐다.채이는 뜻밖이라는 듯 준모를 바라봤다.준모는 채이의 손목을 가만히 들어
Read more

제73화

하지만 준모는 달랐다.마치 두 사람이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처럼 느껴졌다.“저... 물어보고 싶은 게 하나 있어요.”채이는 한참 망설이다가 끝내 입을 열었다.준모는 눈을 들어 채이를 바라봤다. 그러고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말해봐요.”“준모 씨는 왜 저한테 이렇게 잘해주세요?”말을 꺼내고 나서야 채이는 괜히 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채이 스스로도 민망해서 어쩔 줄 몰랐다.준모는 잠시 말을 잇지 않았다. 헤아리기 어려운 눈빛이 채이의 얼굴 위를 한동안 머물다가, 이내 다른 곳으로 옮겨 갔다.“채이 씨는 제 약혼녀니까요.”준모는 그렇게 답했다.역시 채이는 자신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듯했다. 그러니 이런 질문까지 하게 된 것이리라.그렇다고 해서 준모가 채이를 탓할 생각은 없었다. 워낙 오래전 일이기도 했고, 그때의 채이는 아직 많이 어렸다.사람의 마음은 서두른다고 해서 바로 닿는 게 아니었다. 천천히 쌓아 가야 했다. 준모는 언젠가 채이가 자신을 사랑하게 되리라고 믿고 있었다.‘괜찮아. 기억하지 못해도 상관없어. 앞으로 다시 쌓아 가면 되니까.’“아...”채이는 불편한 이 이야기를 더 이어 가고 싶지 않아서 서둘러 말을 돌렸다.“시간도 늦었고, 제 손도 별일 아니에요. 우리 이제 쉬어요. 저 오늘 좀 피곤해요.”채이는 이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더 이상 이런 어색한 이야기를 계속하고 싶지 않았다.“좋아요.”준모는 늘 채이의 뜻을 먼저 받아들였다. 채이가 불편해하고 있다는 것도 이미 알아차리고 있었다.준모는 한 번도 채이를 난처하게 만들고 싶어 한 적이 없었다. 채이가 원하면, 준모는 그대로 따랐다....다음 날 아침.채이는 눈을 뜨자마자 오빠 도성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채이야, 네 일도 이제 어느 정도 정리된 것 같고, 며칠 동안 계속 준모 집에 있었잖아. 내가 보기엔 너희 둘도 잘 지내는 것 같더라. 이제 나랑 같이 가서 엄마 아빠도 뵙자.][내가 두 분께 채이 꼭 데리고 가겠다고
Read more

제74화

채이는 놀란 눈으로 도성과 준모를 번갈아 바라봤다.‘배준모도 같이 간다고?’“자, 얼른 타. 방금 엄마한테 전화 왔는데, 아빠가 오늘 직접 주방에 들어가서 채이 네가 좋아하는 반찬들로 한 상 차려 놓으셨대. 두 분 다 하루 종일 기다리셨어. 더 늦추지 말고 출발하자.”도성이 먼저 차에 오른 뒤, 채이와 준모도 함께 차에 올랐다.차를 타고 가는 내내 채이는 치맛자락을 손에 꼭 쥔 채 창밖만 바라봤다.이유를 딱 잘라 설명할 수는 없었다. 준모가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채이는 자꾸 몸이 굳어졌다. 며칠 동안 짧게나마 같이 지냈고, 그 사이에 계속 준모의 집에 머물기도 했다.그래도 이렇게 갑자기 준모와 함께 부모님을 뵈러 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자꾸 흔들렸다.원래라면 기쁘고, 기다려 온 일일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마냥 들뜨지만은 않았다.그럼에도 채이는 준모를 믿었다. 애초에 준모는 부모님이 정해 준 결혼 상대였다. 부모님도 분명 준모를 좋아하실 거라고 채이는 생각했다.차 안에서 내내 준모는 도성과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시선은 몇 번이고 채이 쪽으로 향했다. 채이가 괜찮은지 살피면서, 조용히 눈길을 두었다가 다시 거두곤 했다.그렇게 달리는 사이에 채이는 어느새 잠이 들어 버렸고,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차는 이미 집 앞에 멈춰 서 있었다.채이는 익숙한 집을 바라보면서 한동안 움직이지도 못했다. 가슴 한쪽이 세게 조여 왔다.너무도 익숙한 곳이었다. 그런데 채이는 이곳에 여러 해 동안 돌아오지 못했다. 이 집에는 채이가 밤낮으로 그리워하던 사람들이 있었다.차가 들어오는 소리를 들은 채이의 부모님이 서둘러 집 밖으로 나왔다. 두 사람은 딸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물을 참지 못했다.채이도 다르지 않았다. 사실 어젯밤부터 채이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 두고 있었다. 부모님을 더 속상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어떻게든 버텨 보자고 스스로 다짐했다. 절대로 울지 말자고 몇 번이고 마음먹었다.그런데 막상 두 사람을 마주하자, 채
Read more

제75화

진해강은 준모를 반갑게 맞으며 연신 살갑게 말을 건넸다.준모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모두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갔다. 채이는 주위를 한 번 둘러봤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집 안은 예전 그대로였다.게다가 집 안은 여전히 김유미의 손길이 닿아 있었다. 어디 하나 흐트러진 곳 없이 깔끔했고, 정돈된 분위기마저 예전과 다르지 않았다.“채이야, 네 방 한번 가 봐. 이렇게 오래 집에서 안 지냈어도 엄마가 계속 청소해 뒀어. 안에 있는 것도 하나도 안 바꿨어.”“언젠가 우리 딸이 돌아오면, 바로 들어가서 지낼 수 있게 해 주고 싶었거든.”사실 김유미는 지난 몇 년 동안 줄곧 기다리고 있었다. 언젠가 딸이 집이 그리워지는 날, 말 없이 문을 열고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때가 오면 김유미는 반드시 채이를 다시 받아 줄 생각이었다.다만 채이는 한 번도 돌아오지 않았다.부부도 서운하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그래도 채이는 하나뿐인 딸이었다. 이제 채이가 이렇게 돌아왔으니, 지난 일들도 이쯤에서 모두 흘려보내야 한다고 마음먹었다.채이는 더는 참지 못하고 서둘러 2층으로 올라갔다. 자기 방이 너무 보고 싶었다.준모도 채이의 뒤를 따라 함께 올라왔다. 준모의 시선이 방 안 이곳저곳을 조용히 훑었다. 차분하고 서늘한 인상 아래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 다정함이 스며 있었다.“여기가 채이가 어릴 때부터 지내던 방이야, 준이야.”“이건 어릴 때 받은 상장들이고, 저 장 안에는 채이가 좋아하던 인형들이 다 있어. 어렸을 때 채이가 인형마다 이름도 하나하나 붙여 줬던 거 아직도 기억나.”“저쪽은 채이가 어릴 때 입던 공주풍 원피스들하고 좋아하던 옷들이고, 그것 말고도 채이가 평소에 좋아하던 장난감도 다 있어.”“이런 건 어릴 때부터 하나도 버릴 수가 없더라. 나중에 채이가 커서 돌아오면, 보면서 추억을 떠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정겹고 따뜻한 자기 방을 바라보자, 채이의 눈가가 다시 젖어 들었다.김유미는 원래도 섬세하고 다
Read more

제76화

“이번에 돌아오면 한동안 집에서 지내면서 부모님 곁에 좀 있으려고 해요. 회사에 처리하셔야 할 일이 있으면 먼저 올라가세요. 제가 돌아가게 되면 그때 말할게요.”채이는 그제야 그 일을 떠올렸다.애초에 준모는 채이가 한동안 집에 머물 거라는 걸 알고 함께 내려온 것이었다.준모도 이미 회사 일은 전부 정리해 둔 상태였고, 이곳에 남아서 채이 곁을 지킬 생각도 하고 있었다.“내 일은 신경 쓰지 말아요. 언제 돌아가고 싶을지 말만 해주면 돼요.”준모가 차분하게 대답했다.두 사람은 채이의 방에 잠시 더 앉아 있었다. 그러다 아래층에서 부모님이 내려와 밥을 먹으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가족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식탁에 둘러앉았다. 채이는 어머니 옆에 앉았고, 오빠 도성과 준모는 아버지 곁에서 술을 조금씩 곁들였다.이런 모습은 채이의 머릿속을 수도 없이 맴돌던 장면이었다. 꿈속에서도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오빠와 함께 밥을 먹는 모습을 수없이 봤는데, 그 바람이 오늘에서야 이루어졌다.채이는 젓가락을 쥔 채 한동안 식탁만 바라보았다.‘이렇게 다시 다 같이 밥을 먹게 될 줄은 몰랐어.’가슴 한쪽이 조용히 뜨거워졌다.“준이야, 너희 오늘 온 거 할머니도 아시니? 며칠 전에 내가 너희 집에 갔더니 너희 할머니가 계속 네 얘기하시더라. 너 보고 싶다고, 너희 둘이 돌아오면 꼭 얼른 들러서 얼굴 보고 가라고 하셨어.”김유미가 식사 도중 그 이야기를 꺼냈다. 두 집은 원래 가까운 곳에 있어서 왕래하기 편했다.다만 준모는 줄곧 타지에서 일하고 있었고, 평소에도 바쁜 탓에 집에 자주 오지 못했다. 그래도 어릴 때부터 할머니 정부자와 각별하게 지냈기 때문에, 정부자는 늘 준모를 많이 그리워했다.“밥 다 먹고 나면 너희 둘이 선물이라도 좀 사서 어르신 뵈러 다녀와. 많이 보고 싶어 하시더라.”“네, 알겠습니다. 이따가 채이 데리고 집에 다녀오겠습니다.”준모가 자연스럽게 대답했다.‘배준모의 집에도 가야 한다고?’생각보다 너무 빠른 전개였다.
Read more

제77화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할머니. 사실 오늘 여기 오기 전에는 조금 긴장했어요. 그런데 할머니를 뵙고 나니까 저도 할머니가 참 좋아졌어요.”채이는 정부자에게도 설명하기 어려운 친근함을 느꼈다. 무엇보다 정부자는 정말 다정하고 인자한 사람이었다.“그래, 그래야지. 우리 손주며느리인데. 준모 혼사는 내가 늘 제일 마음을 쓰던 일이었어. 채이 널 만나기 전까지는 준모가 여자친구를 한 번도 사귀지 않았거든. 내가 맞선 자리도 여럿 알아봤는데, 그때마다 준모가 전부 싫다고 했지.”정부자는 채이의 손을 토닥이며 말을 이었다.“나는 얘가 이대로 평생 혼자 사는 줄 알았거든. 그런데 너를 만났으니, 이 녀석도 사람 보는 눈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구나.”정부자의 목소리에는 기쁨이 가득 배어 있었다.“이제 너희도 곧 약혼할 테니 내가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오늘 저녁은 여기서 먹고 가. 내가 사람들 시켜서 맛있는 거 많이 준비하게 할 테니까. 너는 너무 말랐어. 몸보신 좀 제대로 해야지. 얼른 나한테 증손주도 안겨주고.”정부자의 마음은 몹시도 급해 보였다. 머릿속에는 오직 증손주 생각뿐인 듯했다.그만큼 정부자가 준모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도, 채이를 진심으로 아껴 준다는 것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사실 채이는 배씨 가문 본가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심적 부담이 컸다. 그런데 할머니가 이렇게 살갑고 편하게 대해 주자 마음이 훨씬 놓였다.‘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따뜻한 분이시네.’그때.“어머, 집에 손님이 왔나 보네?”“준모도 왔어? 정말 귀한 손님 다 됐구나.”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바깥에서 어딘가 비꼬는 듯한 중년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채이는 시선을 문 쪽으로 옮겼다. 그러자 진한 화장을 한 중년 여자가 밖에서 들어오는 게 보였다.준모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분위기는 곧장 싸늘하게 가라앉았다.“이쪽은 준모 약혼녀인 채이야.”“채이야, 이 사람은 준모 큰어머니다.”정부자가 서로를 소개해 주었다.채이는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Read more

제78화

“여기서 억지 부리지 마라. 오늘은 준모 여자친구가 처음 집에 온 날이야. 꼭 지금 이 자리에서 그런 말을 해야겠니?”“이 집에 오고 싶으면 오고, 오기 싫으면 오지 마. 너를 반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정부자는 크게 분노한 상태였다. 몸까지 살짝 떨릴 만큼 화가 치밀어 올라서, 서지효에게도 전혀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원래부터 서지효는 이 집안 사람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한자리에 모이기만 하면 자주 언성을 높이며 부딪쳤다.다툼의 이유는 결국 하나였다. 정부자의 유산 문제였다.준모는 정부자가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었고, 정부자가 가장 믿고 맡길 수 있다고 여기는 사람이기도 했다. 배씨 가문의 재산을 결국 믿을 만한 사람에게 넘겨야만 정부자도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그래서 정부자의 첫 번째 선택은 준모였다.아직 이 일이 완전히 공표된 것은 아니었지만, 이미 열에 아홉은 정해진 일이었다. 그렇지만 큰어머니 서지효와 그녀의 못 미더운 아들은 속으로 불만이 대단했다. 자기들이야말로 장남이고 장손이라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이다.그 일 이후로 양쪽의 사이는 줄곧 좋지 않았다. 그리고 서지효는 단 한 번도 진심으로 준모를 인정한 적이 없었다.“어머님은 어떻게 그렇게까지 한쪽만 두둔하실 수가 있으세요? 애초에 제가 일부러 와서 판을 깬 것도 아니잖아요. 어머님이랑 여기 식구들이 늘 저희 가족을 사람 취급도 안 하셨으니까 그런 거죠.”서지효는 억울하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어머님이 그렇게 아끼는 손자가 저런 여자를 데려왔어요. 어머님 요즘 몸이 안 좋으셔서 밖에도 잘 못 나가시니까 모르시겠지만, 바깥에서 저 두 사람 이야기를 어떻게 하는지 아세요?”서지효의 시선이 채이 쪽으로 향했다.“밖에서 떠도는 말들이 우리 배씨 가문 체면에 얼마나 큰 타격을 주는지 아세요? 배씨 가문에 어떻게 저렇게 행실이 안 좋은 여자가 들어올 수가 있냐는 말이 쏟아지고 있어요!”정부자의 태도가 준모 편이라는 걸 알아차린 서지효는 더 기세를 올리면서 시비를 걸었다. 채이
Read more

제79화

“그만하세요.”줄곧 입을 다물고 있던 준모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날카로운 시선이 서지효를 향해 곧장 옮겨갔다.“지금부터는 큰어머님 아드님과 관련된 어떤 비용도 회사에서 더는 처리하지 않겠습니다. 그 말 그대로 전해주세요. 나중에 제가 미리 말씀드리지 않았다고 원망하지 마시고요.”준모의 목소리는 나직했지만 한기가 가득 서린 단호함이 담겨 있었다.“지금 회사의 실질적인 책임자는 접니다. 제가 맡고 있는 프로젝트도 전부 제가 직접 관리하고 있고요. 큰어머님 쪽에서 회사 일을 총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니 제가 매정하다고 하셔도 어쩔 수 없습니다.”말을 마친 준모는 채이의 손을 잡았다.“할머니, 채이 씨가 오늘 차를 오래 타서 많이 피곤할 거예요. 이제 채이 씨 데리고 가서 좀 쉬게 할게요. 다음에 다시 찾아뵐게요.”준모는 더 머뭇거리지 않았다. 채이의 손을 꼭 붙잡고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준모의 낯빛은 몹시 무거워져 있었다.“할머니, 저희 먼저 가 볼게요. 몸조심하시고, 절대 화내지 마세요.”채이는 정부자에게 인사를 건넸다.채이도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이 곧 약혼을 앞두고 있다고 해도, 지금의 채이는 여전히 배씨 가문 입장에서는 외부인에 가까웠다. 배씨 집안 문제에 함부로 끼어들 수는 없었다.그래서 가능한 한 빨리 자리를 뜨는 게 가장 나은 선택이었다. 더 머무르면 채이만 난처해질 게 분명했다.두 사람은 그 집을 나온 뒤 곧바로 다른 집으로 들어갔다.아마 이곳도 준모의 집인 듯했다. 내부의 인테리어 분위기가 이전에 본 곳과 무척 비슷했다.“오늘은 시간이 너무 늦었어요. 일단 여기서 하룻밤 쉬고, 내일 채이 씨 집으로 데려다 줄게요.”준모가 조용히 달래듯 말했다.채이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네.”“오늘 집안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 건 정말 미안합니다. 저도 큰어머니가 오늘 오실 줄도 몰랐고, 그렇게까지 일을 만들 줄도 예상 못 했어요. 하지만 그 일은 제가 정리하겠습니다.”준모는 미안한 기색으로 채이를 바라보
Read more

제80화

채이는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미 시간이 이렇게 늦었는데, 자기 때문에 준모가 시간을 더 빼앗기게 되는 건 원하지 않았다.게다가 준모는 원래도 일이 많은 사람이었다. 배씨 가문의 실질적인 중심에 서 있는 만큼, 하루에도 처리해야 할 일이 수없이 많을 게 분명했다.“오늘은 급하게 잡힌 회의에서 조금 문제가 생겨서 정리하고 있어요. 내일은 이렇게까지 늦지 않을 거예요.”준모는 당연히 채이 때문에 일이 밀렸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그 말에 채이는 마음이 한결 놓였다. 괜히 자신 때문에 그런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안심이 됐다.“먼저 들어가서 자요. 저 기다릴 필요 없어요.”준모가 담담하게 말했다.채이도 알고 있었다. 여기 있어 봐야 자신이 도와줄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차라리 얌전히 돌아가 쉬는 편이 준모에게도 방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그렇게 밤이 지나고, 어느새 다음 날이 되었다.준모의 기사가 채이를 집까지 배웅해 주었다. 채이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준모가 집을 나간 뒤였다. 급히 처리해야 할 중요한 일이 생겨 먼저 나갔다고 했다.준모는 채이에게 메시지도 남겨 두었다. 손에 잡힌 일들을 마무리한 뒤에 집으로 와서 채이와 함께 있겠다는 내용이었다.집으로 돌아오자, 채이의 어머니는 채이가 좋아하는 과일을 한가득 준비해 두고 기다리고 있었다.“딸, 어제 준모네 집에서 있었던 일은 나도 다 들었어. 그 집 큰어머니라는 사람은 원래 그래. 누구한테나 말이 곱지 않고, 집안 재산에도 늘 욕심을 내는 사람이야.”김유미는 채이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준모가 너무 잘난 게 문제라면 문제지. 그 집의 어르신이 유일하게 믿는 손자가 준모잖아. 그러니까 그 집 재산도 결국 준모한테 넘기려고 하시는 거고.”“하지만 그런 문제까지 네가 같이 짊어질 필요는 없어. 준모 그 아이는 내가 봐도 그 일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어.”김유미는 이 일을 듣고 나서도 마음이 무거웠다. 무엇보다 딸이 처음으로 그 집에 갔는데, 그런 일을 겪었다
Read more
PREV
1
...
5678910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