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희는 이야기를 하다 말고 어느새 호기심까지 드러내고 있었다.“나중에 알게 될 거야.”채이는 끝내 정확한 대답은 하지 않은 채 그렇게 말하고 통화를 끊었다.저녁때가 되자, 장순주가 식사가 준비됐다고 하면서 채이를 아래층으로 불렀다.식당에 내려간 채이는 식탁 위를 보고 잠시 눈을 깜빡였다. 열 가지가 넘는 음식이 가득 차려져 있었는데, 하나같이 다 채이가 좋아하는 메뉴였다.“배 대표님은 안 오세요?”채이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이렇게 많은 음식을 혼자 다 먹을 수는 없었다. 괜히 너무 낭비처럼 느껴졌다.“대표님께서 작은 사모님 먼저 식사하시라고 하셨어요. 언제 들어오실지 확실하지 않으니 기다리지 않으셔도 된다고 하셨고요.”장순주는 할 말을 전한 뒤, 자기가 곁에 있으면 채이가 더 불편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지 조용히 자리를 비켜 주었다.낯선 집, 낯선 식탁에 낯선 분위기. 채이는 어쩐지 어떻게 행동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준모의 집에서는 불안감보다 안정감이 먼저 밀려왔다. 설명하기 어려운 편안함이 있었다.그때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배준모가 돌아온 걸까?’채이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들어 입구 쪽을 바라봤다.그런데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준모가 아니었다.한 여자가 바깥에서 걸어 들어왔다. 눈처럼 흰 피부에, 검은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짙은 갈색의 굵은 웨이브 머리가 어깨 아래로 흘러내렸고, 몸매도 아름다웠다. 분위기에는 자연스러운 품격과 여유가 묻어 있었다.채이는 잠깐 멈칫했다.‘아니... 이모님은 분명 다른 여자를 집에 데려온 적 없다고 하셨는데...’“이모님!”여자는 들어서자마자 밝은 목소리로 장순주를 불렀다.“네, 오셨어요.”장순주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급히 현관 쪽으로 나갔다.그러고는 허리를 숙여 여자가 신을 실내화를 꺼내 놓았다.“큰 사모님, 안으로 들어오세요.”장순주는 여자를 안쪽으로 안내했다.채이는 식당 쪽에 서 있다가 바깥에서 인기척이 들리자 반사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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