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동생을 택한 너에게, 나는 네 라이벌을 택했다: Chapter 61 - Chapter 70

100 Chapters

제61화

준모는 채이를 위해 이미 손이 닿는 모든 부분을 정리해 두었다. 하나같이 세심했고, 빈틈도 없었다.“준모 씨도 다 저를 생각해서 해 주신 거라는 건 알아요. 그래도 이 프로젝트들은 사실 제가 직접 해낼 수 있는 일이에요. 저는 누구의 도움에도 기대고 싶지 않아요.”채이는 일을 할 때만큼은 더욱 그랬다. 누군가가 옆에서 도와주면, 자꾸만 자신이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하는 사람처럼 느껴졌다.비록 지금 회사는 사라졌지만, 채이 손에 남아 있는 프로젝트들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채이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확신도 갖고 있었다.[저는 주 비서에게 채이 씨에게 맞는 협력사를 찾아보라고만 했습니다. 결국 성사시키는 건 채이 씨 몫이에요. 저는 거기까지 개입할 생각 없습니다.]준모는 결코 선을 넘지 않았다. 채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 같았다.일에 관해서라면 준모는 정말 필요한 순간에만 손을 댔다. 나머지 시간에는 굳이 앞에 나서지 않았다.그 말을 듣고 나서야 채이는 조금 마음이 놓였다.“감사해요.”[채이 씨는 제 약혼자잖아요. 앞으로는 저한테 그렇게까지 예의를 차리지 않으셔도 됩니다.]준모는 채이가 번번이 고맙다는 말을 꺼내는 게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다음부터는 안 그럴게요.”채이가 조용히 말했다.두 사람은 몇 마디를 더 주고받은 뒤 통화를 마쳤다....일주일 뒤.준모가 채이에게 추천해 준 회사들은 하나같이 채이와 잘 맞는 곳들이었다. 성장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 보였다.채이는 며칠 동안 호텔에 머물면서 그 회사들의 자료를 하나씩 정리했다. 그러고는 차례차례 각 회사 대표들과 일정을 맞춰 만남을 잡았다.오늘도 저녁 약속이 있었다. 이번에는 설희를 꼭 데리고 나가기로 했다. 그런 일을 한 번 겪고 나자, 채이도 이번에는 경각심을 놓지 않았다.게다가 설희는 앞으로 이 프로젝트를 함께 맡아갈 핵심 인력이기도 했다. 지금부터 프로젝트 상황을 더 많이 파악해 두는 편이 좋았다.밖으로 나오니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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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조철구의 눈에는 독기 어린 원망이 가득했다. 채이를 향한 증오가 뼛속까지 스며든 듯했다.조철구는 지금도 알지 못했다. 대체 누가 채이 편에 서서 하룻밤 사이 자기 인생을 바닥까지 끌어내렸는지.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알았다. 채이 뒤에 선 사람이 결코 만만한 배경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그런데도 조철구는 도저히 이 분을 삼킬 수 없었다. 자신이 반평생을 바쳐 쌓아 올린 걸, 고작 여자 하나 때문에 모조리 잃었다는 생각이 미칠 듯이 치밀어 올랐다.“오지 마세요!”“아무도 없어요? 여기 좀 와 주세요!”설희는 채이를 끌어안듯 품에 감싸고 필사적으로 막아섰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때 주변에는 지나다니는 사람 하나 보이지 않았다.눈앞에서 날뛰는 조철구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오싹할 정도였다.“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조철구는 마치 우리에서 풀려난 짐승처럼 핏발선 눈으로 두 사람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더니 설희를 향해 거칠게 발을 뻗었고, 설희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설희야!”채이는 본능적으로 설희 쪽으로 다가가려 했다. 그런데 그보다 먼저 조철구가 채이의 옷깃을 거칠게 잡아당겼다. 채이의 목이 단단히 조여 들면서,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조철구는 쌓여 있던 분노와 원망을 채이에게 쏟아붓듯 주먹질과 발길질을 퍼부었다.채이는 바닥에 쓰러진 채 제대로 몸을 피할 틈조차 없었다.조철구는 채이의 옷자락을 거칠게 붙잡아 뜯었다. 손에 들어간 힘이 갈수록 더 강해졌고, 그 모습은 오히려 흥분한 것처럼 보였다.“오늘은 드디어 기회가 생긴 거지, 안 그래?”대낮 한복판인데도 조철구는 눈치조차 보지 않았다.채이의 옷이 거의 찢겨 나가려던 바로 그때였다. 어디선가 날아든 주먹 하나가 조철구의 얼굴에 그대로 꽂혔다.이어서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 세 사람이 달려들어서 조철구를 바닥에 눌러 제압했다. 세 사람은 조철구를 가차 없이 몰아붙였다.채이가 겨우 눈꺼풀을 들어 올리자 낯익은 옆얼굴이 들어왔다.준모였다.채이는 잠시 동안 멍하니 그 얼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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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금방 가겠습니다.”준모는 전화를 끊고 나서 장순주에게 몇 가지를 당부했다.“채이 씨 잘 부탁드립니다.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저한테 전화주세요.”그 말을 남긴 준모는 서둘러 집을 나섰다.처음 와 보는 준모의 집이었다. 채이는 아직 모든 게 어색했다. 채이는 몸을 조금 움직여 침대에 기대듯 누웠다.얼마 지나지 않아 장순주가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 채이는 다시 몸을 일으켰다.“이건 제가 고향에서 가져온 연고예요. 보니까 다치셨던데 이 약이 상처에 아주 잘 들어요. 오늘 발라 두면 내일쯤엔 훨씬 괜찮아질 거예요. 흉터도 거의 안 남고요.”“이렇게 예쁜 얼굴에 흉터라도 남으면 얼마나 속상하겠어요. 제가 발라 드릴게요.”사람 좋은 인상의 장순주는 말투도 다정했고, 손길도 조심스러웠다.그렇지 않았다면 준모가 오랫동안 곁에 두지 않았을 것이다.“이모님, 제가 직접 바를게요. 이모님도 좀 쉬세요.”채이는 아직 누군가의 손길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게 조금 어색했다.“괜찮아요. 제가 해 드릴게요. 집에 처음 오셨으니까 아직은 낯설 수 있죠. 나중에는 익숙해지실 거예요. 필요한 거 있으시면 뭐든 말씀만 하세요.”“제가 배 대표님 곁에서 일한 지도 거의 십 년이 다 돼 가거든요. 대표님이 저한테 참 잘해 주셨어요. 그러니까 저한테는 너무 어렵게 안 하셔도 됩니다.”장순주가 부드럽게 말했다.채이는 살짝 웃었다. 그러고는 주변을 한번 둘러본 뒤,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 물었다.“이모님, 배 대표님은 원래 집에 사람을 자주 데려 오시는 편인가요?”장순주는 미소를 지었다.“작은 사모님은 대표님이 집으로 처음 모시고 온 여자분이에요. 제가 괜히 드리는 말이 아니에요. 그리고 제가 대표님 눈빛을 오래 봐서 아는데, 대표님은 작은 사모님한테 정말 마음을 많이 쓰고 계세요. 아주 많이 아끼시고요.”“제가 대표님을 알게 된 뒤로, 그동안 배 대표님 곁에 다가오려는 아가씨들은 정말 많았어요. 그런데 대표님은 어느 누구한테도 작은 사모님께 하시는 것처럼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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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설희는 이야기를 하다 말고 어느새 호기심까지 드러내고 있었다.“나중에 알게 될 거야.”채이는 끝내 정확한 대답은 하지 않은 채 그렇게 말하고 통화를 끊었다.저녁때가 되자, 장순주가 식사가 준비됐다고 하면서 채이를 아래층으로 불렀다.식당에 내려간 채이는 식탁 위를 보고 잠시 눈을 깜빡였다. 열 가지가 넘는 음식이 가득 차려져 있었는데, 하나같이 다 채이가 좋아하는 메뉴였다.“배 대표님은 안 오세요?”채이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이렇게 많은 음식을 혼자 다 먹을 수는 없었다. 괜히 너무 낭비처럼 느껴졌다.“대표님께서 작은 사모님 먼저 식사하시라고 하셨어요. 언제 들어오실지 확실하지 않으니 기다리지 않으셔도 된다고 하셨고요.”장순주는 할 말을 전한 뒤, 자기가 곁에 있으면 채이가 더 불편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지 조용히 자리를 비켜 주었다.낯선 집, 낯선 식탁에 낯선 분위기. 채이는 어쩐지 어떻게 행동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준모의 집에서는 불안감보다 안정감이 먼저 밀려왔다. 설명하기 어려운 편안함이 있었다.그때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배준모가 돌아온 걸까?’채이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들어 입구 쪽을 바라봤다.그런데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준모가 아니었다.한 여자가 바깥에서 걸어 들어왔다. 눈처럼 흰 피부에, 검은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짙은 갈색의 굵은 웨이브 머리가 어깨 아래로 흘러내렸고, 몸매도 아름다웠다. 분위기에는 자연스러운 품격과 여유가 묻어 있었다.채이는 잠깐 멈칫했다.‘아니... 이모님은 분명 다른 여자를 집에 데려온 적 없다고 하셨는데...’“이모님!”여자는 들어서자마자 밝은 목소리로 장순주를 불렀다.“네, 오셨어요.”장순주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급히 현관 쪽으로 나갔다.그러고는 허리를 숙여 여자가 신을 실내화를 꺼내 놓았다.“큰 사모님, 안으로 들어오세요.”장순주는 여자를 안쪽으로 안내했다.채이는 식당 쪽에 서 있다가 바깥에서 인기척이 들리자 반사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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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채이는 한 번도 준모에게 뭔가를 바라거나 기대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준모는 이미 넘칠 만큼 잘해 주고 있었다. 게다가 결정적인 때마다 늘 자기 곁에 나타나 주었다.그건 태빈이 예전에 한 번도 채이에게 주지 않았던 것이었다.“그럼 됐어. 준모가 채이 씨랑 같이 밥 못 먹는다면 내가 같이 먹어 주면 되지. 내 앞에서는 그렇게까지 긴장할 필요 없어.”“내가 채이 씨 어렸을 때 본 적도 있거든. 그때는 채이 씨가 너무 어려서 기억이 없을 수도 있겠다.”“그동안 채이 씨가 부모님 곁에 없었잖아. 채이 씨 어머니가 나한테 딸 얘기를 자주 하셨어. 많이 보고 싶어 하시더라고.”“이제 채이 씨가 우리 준모하고 곧 약혼도 하게 될 테니까, 너무 늦기 전에 돌아가서 어머니도 만나고 그래.”그 말을 듣고 채이는 알았다. 준모의 어머니도 채이의 사정을 이미 알고 있었다.게다가 준모 집안과 채이 집안은 원래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집안 사이였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알고 있는 것도 이상할 일은 아니었다.“말씀 감사합니다. 잘 알겠습니다.”“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도 말해. 준모가 채이 씨 힘들게 하면 내가 반드시 채이 씨 편 들어줄 테니까. 그런데 내 아들이 어떤 애인지는 내가 잘 알지.”“겉으로는 차갑고 무뚝뚝해 보여도, 원래 굉장히 세심한 애야. 주변 사람도 잘 챙기고.”“그리고 준모가 너하고 약혼하겠다고 한 건, 그만큼 너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뜻이야. 걔는 마음이 없는 사람하고는 절대 억지로 엮이지 않거든.”“지금까지는 서로 잘 몰랐을 수도 있지. 그래도 함께 지내다 보면 맞춰 가게 될 거야. 나는 너희 둘이 분명 잘 지낼 거라고 믿어.”환하게 웃으며 말하면서, 강혜원의 눈길은 줄곧 채이에게 머물러 있었다.‘정말 그럴까?’채이는 자기가 준모를 어떤 마음으로 보고 있는지 아직도 분명히 알지 못했다. 왜 자신이 준모와 약혼하게 되었는지조차,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아직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느낌이었다.그래도 이미 두 사람이 함께하기로 한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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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왜 이제야 내 전화를 받아? 우리 사이가 대체 왜 이렇게까지 얘기도 못 할 정도가 됐다는 거야? 이렇게 며칠이나 지났으면 너도 이제 좀 진정됐을 거 아니야?][내가 ‘시야’에 자리 예약해 뒀어. 오늘 오후 5시에, 거기서 기다릴게. 이제는 우리 둘 사이 얘기를 제대로 해야 할 것 같아. 네가 오기만 하면 지난 일은 더 이상 따지지 않을게.]태빈의 목소리는 한결 누그러져 있었다. 듣기만 하면 꽤 진심처럼 느껴질 만큼 부드러웠다.‘시야’는 채이와 태빈이 처음 데이트했던 호텔이었다. 그날 태빈은 채이를 위해 엄청 큰 장미 꽃다발과 목걸이를 준비했었다.태빈이 직접 고른 그 목걸이는 꽤 예뻤다. 채이는 지금까지도 그것을 버리지 못한 채 가지고 있었다.“우리 사이에 무슨 할 말이 더 있어? 이제는 아무 관계도 아니야. 앞으로 다시는 나한테 찾아오지 마.”말을 마친 채이는 그대로 전화를 끊어 버릴 생각이었다. 더는 태빈의 목소리조차 듣고 싶지 않았다.태빈은 바로 목소리를 높였다.[진채이, 내가 보기 싫은 건 알겠어. 그래도 끝은 좋게 정리할 수 있는 거 아니야? 너는 왜 꼭 나를 여기까지 망가뜨려야 했어? 회사가 지금 어떤 꼴인지 너도 잘 알잖아. 너 왜 이렇게까지 독해졌어!]“바람피운 것도 너고, 먼저 매정하게 군 것도 너야. 나는 그저 너한테 똑같이 돌려줬을 뿐인데, 그게 그렇게 화가 나?”채이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물었다.두 사람은 서로에게 물러설 여지를 전혀 남겨 두지 않았다. 그러니 이제 와서 누구를 탓할 수도 없었다.태빈이 처음부터 그런 짓만 하지 않았어도, 채이도 일을 이렇게까지 몰아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기껏해야 회사 자산을 각자 정리하고 갈라서는 쪽으로 끝냈을지도 몰랐다.그런데 태빈은 채이의 특허를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했고, 시은의 졸업작품까지 채이의 아이디어를 도용해서 만들려고 했다. 그런 일을 당하고도 채이가 태빈을 용서할 리 없었다.[고작 특허 하나 가지고 왜 그렇게까지 굴어? 시은이가 좀 쓰면 어때서.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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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채이는 잠깐 망설였다.그리고 마음속으로 계속 생각을 굴리고 있던 그때, 현관문이 열렸다.준모의 어머니였다.“이모님, 얼른 와서 이것 좀 같이 들어주세요!”강혜원은 양손에 가득 짐을 들고 들어왔다. 장순주는 그 모습을 보자마자 서둘러 달려가 짐을 받아 들었다.채이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곧장 다가갔고, 함께 짐을 안쪽으로 옮겼다.강혜원은 수많은 쇼핑백과 선물 상자 사이에서 가장 작은 상자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곧바로 포장을 열었다.안에는 진주 목걸이가 들어 있었다.“채이 씨, 어제는 채이 씨가 여기 있는 줄 몰라서 아무것도 준비를 못 했어. 그래서 오늘 나가서 채이 씨에게 주려고 골라 왔어.”“보자마자 채이 씨 분위기랑 잘 어울리겠다 싶더라. 이건 첫인사 선물이야. 내가 직접 해줄게.”준모의 어머니가 채이를 꽤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건, 굳이 더 묻지 않아도 느껴졌다. 그렇지 않았다면 직접 나가서 이런 물건까지 고르지는 않았을 것이다.사실 채이는 이런 선물을 크게 바라는 사람은 아니었다. 더구나 강혜원이 자기를 이렇게까지 챙겨 줄 거라고는 미처 생각도 못 했다.“감사합니다.”채이는 얼른 몸을 조금 숙여 강혜원이 목걸이를 채워 주기 편하게 해 주었다.강혜원은 채이 목에 진주 목걸이를 걸어 준 뒤 한참 동안 들여다보았다. 그러고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예쁘다. 정말 잘 어울려. 이제부터 이거 자주 하고 다녀.”그러고는 다시 다른 쇼핑백 두 개를 꺼냈다.“이건 채이 씨 옷이야. 내가 원래 딸이 하나 있었으면 같이 백화점도 다니고 그랬을 텐데. 준모는 워낙 재미없는 애라 같이 다녀 봐야 아무 소용이 없어.”“그래서 오늘 백화점 돌다가 예쁜 옷들이 보이길래 채이 씨가 생각나서 사 왔어.”그 많은 짐이 전부 채이를 위한 것이었다.얼떨떨한 기분으로 쇼핑백을 바라보면서, 채이의 마음 한구석에서 따뜻한 온기가 천천히 번져 갔다.“이렇게까지 마음 써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다음에 쇼핑하러 가실 때는 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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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큰 사모님도 며칠 전에 다녀가셨어요. 작은 사모님 선물도 따로 챙겨 오셨고요. 두 분 분위기도 아주 좋으셨어요. 큰 사모님이 작은 사모님을 무척 마음에 들어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준모는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 그것까지는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그는 곧장 채이 방으로 향했다.노크하고 들어가자, 채이는 준모를 보며 잠깐 멈칫했다.“오셨네요.”“네. 제 어머니가 다녀가셨다고 들었습니다.”준모의 얼굴은 평소처럼 차분했다.“준모 씨 어머님은 정말 좋으신 분이셨어요. 저한테도 잘해 주셨고요.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돼요.”채이는 괜히 준모가 신경 쓸까 봐 먼저 설명을 덧붙였다.“그리고... 준모 씨가 추천해준 회사들 있잖아요. 제가 며칠 동안 차례대로 연락해 봤는데, 다들 제 특허에 꽤 관심을 보이셨어요. 아마 이번 주 안으로 하나씩 만나게 될 것 같아요.”채이는 괜히 말을 이어 갔다. 준모와 마주 보고 있으면 묘하게 몸이 굳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일부러라도 다른 화제를 찾게 됐다.아직 두 사람은 너무 낯설었다. 마치 서로 잘 모르는 채 하나로 묶여 버린 사람들 같았다. 그래서 더 어색하게 느껴지는지도 몰랐다.그래도 채이는 시간이 지나면 이런 불편함도 조금씩 옅어질 거라고 믿고 있었다.시선을 들어 채이를 바라보면서, 준모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제가...”채이가 뭔가를 더 말하려던 그때, 준모의 핸드폰이 울렸다.채이는 저도 모르게 말을 멈췄다.준모는 전화를 받았다.[준모 오빠, 빨리 와 줘. 나 아까 발을 잘못 디뎌서 접질렀는데, 지금 집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겠어. 너무 아파...]수화기 너머에서는 가냘픈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울먹이는 기색까지 섞여 있었다.준모의 표정은 곧바로 가라앉았다. 평온하던 목소리에도 다급함이 묻어났다.“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있어. 바로 갈게.”준모는 전화를 끊고 채이 쪽으로 몸을 돌렸다.“잠깐 나가 봐야 할 일이 생겼어요. 채이 씨는 먼저 쉬세요. 저를 기다릴 필요 없어요.”채이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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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태빈은 갈수록 유치해지고 있었다. 그런 저급한 수법까지 꺼내 들 줄은 채이도 몰랐다. 하지만 태빈이 아무리 뒤에서 채이를 깎아내리려 해도, 채이는 자기 일에서만큼은 조금도 흔들릴 생각이 없었다. 채이는 자신의 실력에도 확신이 있었다.[그래도 부태빈이 너무한 거 아니에요? 먼저 바람피운 건 그쪽인데, 자기가 그렇게 많은 잘못을 해 놓고 왜 뒤에서 상무님 욕을 하고 다니는 거죠?]설희는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너무 흥분하지 마. 그렇게 움직이면 결국 손해 보는 쪽은 부태빈이야.”채이는 마치 별일 아니라는 듯 담담했다. 태빈 같은 사람에게는 더 이상 마음 쓸 가치조차 없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채이는 이제 그런 하찮은 사람에게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자기 일을 더 단단하게 챙기는 편이 나았다....일주일 뒤.준모는 그날 집을 나간 뒤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채이는 그 뒤로 한 번도 준모를 마주치지 못했다.채이도 가끔 그런 생각을 했다. 혹시 그날 전화했던 여자를 계속 돌보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그렇지만 곧바로 스스로 마음을 다잡았다.‘설령 그렇다고 해도,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우리는 아직 약혼도 하지 않았잖아.’‘배준모가 누구를 만나든 그건 자유지.’“작은 사모님, 이건 대표님께서 보내신 드레스예요. 조금 전에 연락이 왔는데, 오늘 저녁에 연회가 하나 있고 작은 사모님도 같이 가셨으면 한다고 하셨어요.”“저녁 7시쯤 차가 올 겁니다. 대표님하고 같이 가시면 된다고 하셨어요.”‘연회?’채이는 눈썹을 살짝 모았다. 채이는 원래 그런 자리에는 거의 나가지 않았다.예전에도 태빈은 크고 작은 모임에 채이를 데려 가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채이는 늘 거절했다.그 시절 채이는 이런 사교 자리가 별 의미도 없고, 시간만 잡아먹는다고 여겼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이상하게 거절할 수가 없었다.“알겠습니다.”채이는 드물게 선뜻 받아들였다.장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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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 입을 열기 시작했다. 누구나 궁금해하는 기색이었다. 왜 하필 준모와 채이가 함께 이 자리에 나타났는지, 다들 그 이유를 알고 싶어 했다.채이는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 채 준모 옆에 섰다. 준모에게는 사람을 압도하는 기세가 있었지만, 그 옆에 선 채이도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당당했고 흔들림도 없었다.“배 대표님, 오랜만입니다. 오늘은 대표님도 나오셨네요. 마침 괜찮은 프로젝트가 하나 있는데, 혹시 관심 있으신가요?”“배 대표님, 좋은 저녁입니다.”“배 대표님.”“...”두 사람이 연회장 한가운데로 들어서자,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잔을 들고 다가오는 사람들 태도는 하나같이 공손했다.“이쪽은 제 약혼자 진채이 씨입니다. 현재 몇 가지 특허를 진행 중이고요. 앞으로 여러 분과 협업하게 될 기회도 있을 겁니다. 잘 부탁드립니다.”준모의 말이 끝나자 채이는 눈을 살짝 깜빡였다. 준모는 단순히 채이를 자신의 여자로 소개한 데서 그치지 않았다. 채이가 쥐고 있는 특허 이야기까지 자연스럽게 꺼내며 사람들 앞에 길을 열어 주고 있었다.그건 채이를 위한 행동이 분명했다.채이 가슴 한쪽에 설명하기 어려운 따뜻함이 번지면서 왠지 마음이 울컥했다.“그럼요, 당연하죠. 배 대표님께서 직접 말씀하시는데 그 정도는 저희도 최선을 다해야죠.”“사모님, 여기 제 명함입니다. 내일 편하신 시간에 연락 주셔도 되고요. 특허 자료도 보내 주시면 검토해 보겠습니다. 방향만 맞으면 우선적으로 보겠습니다.”“저희 회사도 요즘 새 프로젝트를 몇 개 검토 중이라 아직 여지가 있습니다. 내일 비서를 통해 연락을 드리겠습니다.”“...”이 사람들에게는 준모와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런 기회를 놓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어 보였다.“감사합니다.”채이는 미소를 머금은 채 인사했다.“저희는 괜찮습니다. 배 대표님 일이면 저희 일이나 다름없죠.”“맞아요. 나중에 일하면서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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