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정루아의 눈동자가 서서히 싸늘해지더니, 이내 비웃음이 그 자리를 채웠다.“본인이 한번 들어봐요. 그게 사람이 할 소리인지.”임혜숙의 얼굴이 또다시 흉하게 일그러졌다.“루아야, 난 네 엄마야. 어떻게 엄마한테 그런 말을 하니?”정루아는 피곤한 듯 눈을 감아버렸다.“구태윤 데려와요. 내 조건 하나만 들어주면, 엄마가 하라는 대로 할게요.”임혜숙은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의아한 눈빛으로 그녀를 살폈다.“...진짜야?”“대답은 구태윤이 조건을 받아들이느냐에 달렸어요. 그럼 나도 동의할 테니까.”정루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임혜숙은 복잡미묘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더니 뒤돌아서 취조실을 나갔다.문이 닫히고 사방이 고요해졌다.공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가 가라앉는 소리조차 들릴 것 같은 지독한 적막이었다.순간, 정적이 찾아왔다.정루아의 눈빛이 서서히 초점을 잃었다. 심장이 통째로 뜯겨 나간 듯, 지독한 통증이 가슴을 헤집었다.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며 애써 평정심을 찾았다.또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문가에서 다시금 기척이 들렸다.천천히 고개를 들자, 길고 곧은 실루엣이 걸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천장의 조명이 눈이 시릴 만큼 강렬한 빛을 뿜어냈다.높은 눈썹뼈 아래로 짙은 속눈썹이 그늘을 드리운 남자의 얼굴은 수려하면서도 날카로웠고, 싸늘한 표정은 소름 끼칠 정도로 낯설었다.“구태윤, 나랑 이혼해. 안 그러면 이런 일, 앞으로 또 일어날 거야.”정루아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응시했다.그녀는 이제야 확실히 깨달았다. 정시연이 매번 같은 수작으로 자신을 상대하려 든다면, 차라리 그 장단에 맞춰 줄 생각이었다.여기서 나가는 순간, 정시연을 볼 때마다 사정없이 짓밟을 것이다.측은지심에 마지못해 자신의 조건을 받아들일 때까지.그녀가 원하는 건 단지 하나였다. 그저 이혼하고 싶을 뿐.지금 이 상황은 지난번 구하준이 계단에서 굴러떨어졌을 때와 소름 끼치도록 흡사했다.하지만 이번만큼은 그 누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