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루아는 무표정하게 문을 열었다. 눈빛은 극도로 경계심이 가득했다.현관 너머로 벌어진 연극을 그녀는 안에서 전부 지켜보고 있었다.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동시에 깊은 무력감도 밀려왔다.결국 자신이 이 집안의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경찰조차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경찰이 말했다.“아버님이 걱정돼서 찾아오신 모양인데, 굳이 신고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요.”정루아는 입을 꾹 다물고 생각에 잠겼다.“사람을 저렇게 떼거리로 몰고 오는데, 저를 해코지하려는 줄 알았죠.”“그게 무슨 헛소리야! 다 널 걱정하고 지켜주려고 데려온 사람들인데. 루아야, 그만 고집 피우고 아빠 좀 들어가게 해줘. 통 연락도 안 닿고, 아빠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른다.”정석주는 천연덕스럽게 연기를 이어갔다.정루아의 시선이 경찰을 향했다.“전 이 사람을 집안에 들이고 싶지 않아요.”“정루아!”정석주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어졌다.하지만 집안싸움에 경찰이 개입하기란 한계가 있었다.결국 하나같이 곤란한 기색을 비치며 먼저 자리를 떴다.정루아는 다시 문을 닫으려 했지만, 눈치 빠른 경호원이 재빨리 문짝을 움켜쥐며 그녀를 제지했다.그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고, 눈동자에는 짙은 경계심이 서려 있었다.“이게 뭐 하는 짓이에요!”정석주는 서늘한 눈빛으로 쏘아보며 말했다.“남을 다치게 해놓고, 유치장에서 하룻밤 묵었다고 다 해결된 줄 아느냐? 정루아, 넌 아직 언니한테 사과도 안 했어.”정루아는 이를 악물었다.그럼 그렇지, 부모가 자신을 찾아올 때면 항상 정시연 문제뿐이었다.밀려오는 피로감에 그녀가 지친 듯 내뱉었다.“우리 유전자 검사나 한번 해봐요.”“아직도 헛소리야!”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정석주는 뒤에 있던 경호원에게 손을 뻗었다.“채찍 가져와!”그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온 모양이었다.정루아는 연신 뒷걸음질 쳤다.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고, 목소리는 씁쓸함이 묻어났다.“내 몸에 손대지 마요! 소시연 밀친 적 없으니까.”“아직도 말대꾸냐? 언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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