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루아는 물을 한 잔 떠오다가 돌아오는 길에 장옥경의 말을 듣자 눈살을 찌푸렸다.“어머님, 하실 말씀이 뭔데요?”장옥경은 그녀를 힐끗 보더니 입을 열었다.“루아야, 나가서 과일 좀 준비해 오거라.”즉, 자리를 비우라는 소리였다.이혼에 관한 이야기일 게 뻔했다.하지만 정루아는 자리를 뜨는 대신 차분한 얼굴로 받아쳤다.“저랑 구태윤 일이라면 아예 꺼내지도 마세요. 이미 외할머니한테 다 말씀드렸고, 할머니도 제 이혼 찬성하셨으니까요.”장옥경이 흠칫 놀랐다. 이내 의아한 눈빛으로 송문애를 바라보았다.연세가 있으신 어르신이라면 당연히 반대할 줄 알았다.함께 보낸 세월이 얼만데, 이혼이 애들 장난도 아니고 어디 그리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인가.송문애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난 루아 외할머니 되는 사람이에요. 우리 아이가 무슨 결정을 하든 무조건 내 손녀 편에서 지지할 겁니다.”장옥경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렇지만 아들의 경고가 떠올라 저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사돈어른, 솔직히 말씀드려 저도 그 얘기하러 왔어요. 두 사람 갈라서는 건 아무리 봐도 너무 아까워요. 애초에 같이 있으려고 얼마나 생고생했는데... 이제 와서 이혼이라니, 그동안 공들인 게 다 도로 아미타불 되지 않겠어요?”송문애가 담담히 받아쳤다.“당시는 서로 사랑해서 그만큼 애를 썼던 거고, 지금은 마음이 식었으니 헤어지는 거겠죠. 도로 아미타불이 될 게 뭐 있습니까. 세상일이라는 게 앞으로 나아가야지, 옛날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노릇이잖아요.”장옥경은 할 말이 없었다.정루아는 처음엔 온몸이 팽팽하게 굳어 있었지만, 외할머니의 말을 듣자 서서히 긴장을 풀었다.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가족이 온전히 제 편이 되어준다는 것, 그 사실만으로도 무엇보다 큰 위로가 되었다.정루아는 즉시 화제를 돌렸다.“어머님, 저녁 드시고 가실래요?”“됐어.”장옥경은 고개를 내저었다.“하준이가 집에 있어서 나도 얼른 들어가 봐야 해.”요즘 들어 함께 지내는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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