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태윤의 미간이 서서히 펴지며 목소리도 한결 누그러졌다.“하준아, 왜?”“작은아빠, 집에 안 와요?”녀석은 앳된 목소리로 뜸을 들이며 말했다.“작은아빠 보고 싶어요.”하지만 구태윤은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오늘 밤은 안 돼. 시간이 늦었는데 너도 일찍 자야지. 할머니랑 엄마 말씀 잘 듣고.”“하지만 작은아빠가 보고 싶은걸요...”구하준이 고집을 부렸다.“작은아빠가 와서 같이 있어 주면 안 돼요?”“안 돼.”구태윤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거절했다.“거긴 증조할머니랑 할머니, 엄마도 다 계시잖아. 난 지금 작은어머니랑 같이 있어야 해서 안 돼.”구하준이 묵묵부답했다.잠시 후, 수화기 너머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장옥경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이어졌다.“하준이가 널 엄청 찾는데 어쩌겠어. 집을 며칠째 비웠으니 얼굴 보고 싶어 하는 게 당연하지.”구태윤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엄마, 진짜 하준이가 날 찾아서 그러는 거예요? 손주 보기 귀찮아서 나한테 떠넘기려는 거 아니고?”“이 자식이 아주 입만 열면!”장옥경이 욱하며 성을 냈다.“내 친손주인데, 뭐가 귀찮아!”“그럼 왜 애한테 엄마 휴대폰까지 쥐여주면서 전화하게 한 거죠?”구태윤이 코웃음을 쳤다.“엄마, 아빠가 보고 싶으면 그냥 솔직하게 찾아간다고 하시지 그래요.”“이 망할 자식이!”장옥경이 욕설을 퍼부었다.“제 마누라 하나 단속 못 해서 도망치게 생긴 판국에, 어디서 엄마한테 감 놔라 배 놔라야?”말이 끝나기 무섭게 전화가 뚝 끊겼다.구태윤은 침묵으로 일관했다.그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이내 휴대폰을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고개를 든 순간, 실망으로 물든 정루아의 눈동자와 마주쳤다.잠시 후, 가라앉은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했다.“난 절대 어디 안 가.”...정루아는 간이침대에 몸을 웅크린 채 까무룩 잠이 들었다.그 곁을 지키던 구태윤은 의자에 앉아 의심 어린 눈길로 그녀를 훑어내렸다.단지 너무 지친 탓에 정루아는 미처 눈치채지 못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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