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태윤의 미간이 좁혀졌다.“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정시연은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며 고집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은혜 갚는 셈 치고 내 이름으로 회사 차려준 건 태윤 씨잖아요. 그런데 루아가 투자를 반대한다고 해서 진짜로 손을 떼는 게 어디 있어요? 루아 심기 거스르지 않으려고 기꺼이 물러났더니, 왜 사람을 이 지경으로 몰아세우냐고요!”그리고 서러움이 북받친 듯 다시 울기 시작했다.품에 안긴 구하준이 고사리손으로 그녀를 토닥였다.“엄마, 울지 마...”구태윤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정원 그룹은 투자를 철회하겠지만, 내 개인 자금은 유지할 거예요. 회사가 망하는 것도 아니고, 왜 이렇게 유난입니까?”정시연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루아가 부모님까지 꼬드겨서 돈을 빼게 했는데, 태윤 씨라고 뭐 별수가 있겠어요? 대체 루아한테 무슨 오해를 샀길래 저를 이렇게 미워하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하늘에 맹세하건대, 내 마음속엔 당신 형인 구승태 밖에 없어요. 만약 그 사람을 배신했다면 당장 천벌을 받아 죽어도 좋아요.”마치 자신이 피해자인 양 정루아의 악행을 낱낱이 고발했다.그녀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결연한 목소리로 말했다.“더 비참해지기 전에 떠나게 해줘요. 하준이 데리고 당신들 눈에 안 띄는 곳으로 갈 테니까.”말을 마치고는 운전기사를 향해 소리쳤다.“당장 출발해요, 공항으로 가주세요.”하지만 기사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애초에 앞을 가로막고 있는 차가 비켜주질 않는데 도대체 어떻게 출발하란 말인가.그때, 구태윤이 성큼성큼 걸어왔다.정시연은 바짝 긴장하며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지금 뭐 하는 짓이에요!”그는 뒷좌석 문을 벌컥 열더니 구하준을 끌어내렸다.“엄마, 엄마!”구하준이 버둥거리며 정시연을 향해 손을 뻗었다.구태윤은 아이를 안은 채 한층 가라앉은 목소리로 엄포를 놓았다.“구하준, 당장 울음 그쳐.”녀석은 흠칫 놀라더니 두려움에 떨며 그를 올려다보았다.구태윤이 정시연을 돌아보았다.“떠나고 싶으면 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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