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Chapter 61 - Chapter 70

100 Chapters

제61화

정루아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장옥경은 그녀에게 잘해주었지만 동시에 구태윤의 어머니이기도 했다. 그들이 이혼하려 한다면 장옥경은 당연히 제 아들을 먼저 생각할 터였다. 여자의 직감은 언제나 정확한 법이라 장옥경은 구태윤이 정시연과 얽히는 것을 절대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큰아들이 죽으니 이제는 작은아들이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정루아는 장옥경의 생각을 알고 있었기에 마음이 괴로웠다. 왜 하필 자신을 이용해 그들을 갈라놓으려 하는 것일까. 정루아가 막 입을 열려던 찰나, 장옥경은 다시 그녀의 손을 맞잡으며 부드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루아야, 나 좀 도와주렴. 적당한 사람만 찾으면 태윤이와 이혼하게 해줄게. 네가 원하는 건 뭐든 다 들어주마.”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묘한 기분이었다. 그녀는 애써 감정을 추스르며 말했다.“만약 태윤 씨가 싫다고 하면요?”장옥경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대답했다.“네가 태윤이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티만 내면 태윤이 마음도 더는 네게 머물지 않을 거야. 그럼 다른 여자들도 눈에 들어오겠지.”“어머님은 태윤 씨가 아니잖아요. 태윤 씨 생각을 어떻게 다 아세요.”정루아는 다시 손을 빼냈다.“이혼하자는 말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에요. 이번에 겨우 성공하나 싶었는데 갑자기 저희를 불러들여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내거시다니요.”“저한테 이러시면 안 돼요.”정루아는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루아야, 꼭 내가 더 모진 소리를 해야겠니? 구씨 가문과 등져서 네게 좋을 게 뭐가 있겠어?”장옥경의 씁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어젯밤 일은 이미 사람들한테 다 퍼졌어. 지금 너희가 이혼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전부 네가 하준이를 해쳤다고 생각할 거야.”장옥경은 여전히 평온하고 온화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입에서 나오는 말은 정루아를 소름 끼치게 했다.“너 동성에서 발붙이고 살기 쉽지 않을 거야. 전직 성우였다면서? 얼마 전에도 면접 보러 갔었지? 그런데 배역을 뺏겼다며?”장옥경은
Read more

제62화

장옥경은 도망치듯 멀어지는 정루아의 뒷모습을 무표정하게 바라보다가 서재로 향했다. 문을 두어 번 두드리고는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어젯밤 일은 반드시 명명백백히 밝혀야 해요.” 그녀는 서재에 있던 부자를 바라보며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사람을 억울하게 몰아세우는 짓은 해서는 안 될 일이죠.”구태윤이 물었다. “어머니, 루아랑 무슨 얘기 나누셨어요?”장옥경의 눈동자가 잠시 흔들리더니 대답했다. “당분간은 이혼하지 않기로 합의했다.”순간 구태윤의 매혹적인 눈이 반짝였다. “정말이에요?”장옥경이 덧붙였다. “말했잖니. 당분간이라고. 앞으로 다시 이혼 얘기가 나올지 안 나올지는 너 하기에 달렸어.”구태윤은 다가가 장옥경을 가볍게 안았다. “어머니, 역시 어머니밖에 없어요.”말을 마친 그는 곧바로 자리를 떴다. 어젯밤 방문한 하객 명단은 이미 손에 넣은 상태였다. 구하준과 나이가 비슷한 아이들이 있는 집안을 하나하나 직접 찾아가 볼 생각이었다.장옥경은 옷매무새를 무심하게 가다듬으며 투덜거렸다. “다 큰 놈이 어찌 이리 진중하지 못할까.”구성무는 장옥경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루아에게 대체 뭐라고 한 거야?”장옥경은 서재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가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태윤이와 루아는 어울리지 않아요. 갈라설 거라면 갈라서야죠. 하지만 이혼하기 전에 태윤에게 적합한 정략결혼 상대를 찾아줘야 해요. 태윤이가 시연이랑 애매하게 얽히는 꼴은 절대로 못 봐요.”구성무는 미간을 찌푸렸다. “태윤이가 알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결국 승낙하게 될 거예요.” 장옥경의 말투는 확신에 차 있었다. “루아가 직접 제 남편의 미래 아내를 고르고 있는데 둘이 끝까지 갈 수 있겠어요?”구성무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장옥경을 바라보다 한참 뒤에야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애초에 결혼을 허락하는 게 아니었는데. 에휴...”집으로 돌아온 정루아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현관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이연희를 발견했다. 그녀는 눈꺼풀을
Read more

제63화

정루아는 휴대폰을 꽉 쥐었다. 얼굴에는 의미심장한 미소가 번졌다.이것은 장옥경이 보여준 성의였다. 정루아가 그들의 조건을 수락하자마자 빼앗겼던 일자리가 돌아온 것이다. 정말이지 말한 대로 지키는 사람이었다.정루아는 심호흡을 한 뒤 미소 띠며 말했다. “좋아요. 내일 뵙죠.”“네. 기다리겠습니다.” 담당자는 전화를 끊었다.정루아는 얼굴을 거칠게 닦아냈다. 기회가 제 발로 굴러들어 왔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당연히 그녀가 가져야 할 것이었다. 본래 그 배역은 그녀의 몫이었으니까.이연희는 정루아가 전화 한 통에 울음을 그치자 의아한 듯 물었다. “루아야, 무슨 일이야?”정루아는 입꼬리를 올리며 답했다. “전에 뺏겼던 일, 다시 돌아왔어.”“와!” 이연희는 비명을 지르며 정루아를 덥석 안았다. “대박! 못된 년이 염치없게 뺏어가더니 실력이 형편없어서 잘렸나 보네! 쓰레기 같은 놈이 뒤를 봐주면 뭐 해? 실력이 안 되는데! 남의 걸 탐내니까 그렇지. 퉤!”이연희는 기세를 몰아 정시연을 시원하게 욕해 주었다.“잘한다. 더 해줘.”“...”한편, 정시연은 배역에 적합하지 않아 계약 진행을 중단하겠다는 통보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믿을 수 없었다. 전화를 끊자마자 곧바로 다른 곳으로 전화를 걸었다.성우 에이전시 대표 지강의 번호였다. 정시연은 다짜고짜 따져 물었다. “태윤 씨 쪽 사람이 말했을 텐데요? 배역은 내가 맡기로 했다고. 그런데 왜 바뀐 거죠?”지강은 헛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큰 사모님께서 직접 내리신 명령입니다. 저 같은 작은 회사 사장이 구명 그룹 회장 사모님 명을 어떻게 거역하겠습니까.”장옥경? 그녀가 왜 갑자기 끼어든단 말인가.정시연은 휴대폰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눈빛이 음산하게 가라앉았다. 그녀는 감정을 억누르며 말했다. “알겠어요.”전화를 끊은 그녀의 안색은 극도로 나빠졌다.“엄마.”그때 구하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시연은 살벌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침대 곁으로 다가가 구하준의 얼굴을 어루만졌
Read more

제64화

오후, 정루아와 이연희가 쇼핑을 마치고 돌아오니 집 앞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벽에 기대어 서 있는 남자는 슈트를 대충 걸치고 넥타이도 매지 않은 차림이었다. 흰 셔츠의 단추까지 두 개쯤 풀려 있어 전반적으로 다 내려놓고 체념한 듯한 분위기를 풍겼다.“나쁜 쓰레기 새끼, 네가 여긴 왜 왔어?” 이연희는 그를 보자마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입을 열어 욕설을 퍼부었다.구태윤은 이연희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그녀 뒤에 서 있는 정루아를 똑바로 응시했다.“병원에 좀 가자.” 정루아는 차갑게 웃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왜? 가서 네 조카한테 무릎 꿇고 사과라도 하라고?”구태윤을 마주할 때면 정루아는 온몸의 가시를 세우는 것 같았다. 그가 다가오기만 하면 무차별적인 공격성을 드러냈다.구태윤의 잘생긴 눈썹이 움찔하며 찌푸려졌다. 그는 몸을 일으켜 다가오더니 정루아의 손을 움켜쥐었다.“네가 남한테 무릎 꿇고 사과하는 게 아니라 남들이 너한테 무릎 꿇고 사과하게 하려는 거야.”구태윤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가 아직 내려가지 않았던 터라 문은 금방 열렸다. 정루아는 손을 빼내려 했지만 그는 더 세게 움켜쥐며 그녀를 엘리베이터 안으로 이끌었다.이연희도 따라 들어왔다.구태윤은 차가운 시선으로 그녀를 훑었다. “네가 상관할 일 아니야. 꺼져.”그러자 이연희는 턱을 치켜들며 대꾸했다. “어떻게 우리 루아한테 무릎 꿇고 사과하게 만드는지 내 눈으로 똑똑히 봐야겠어. 못 하기만 해봐! 넌 요만 한 놈이야!”그녀는 새끼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비하하는 의미가 너무나도 명백했다.구태윤은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 이연희를 무시했다. 그는 그저 정루아의 손을 잡은 채 한순간도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정루아가 계속 발버둥 치자 그는 뒤돌아 그녀를 보며 말했다.“너도 동의했잖아?”그 말에 정루아는 움직임을 멈췄다. 표정은 일그러졌고 촉촉한 눈망울에는 비웃음이 더욱 짙게 서렸다.“그래. 말 안 해줬으면 잊을 뻔했네.”정루아는 장옥경의 요구
Read more

제65화

이때, 임혜숙이 태블릿을 켜서 영상을 확인했다. 영상 속 아이들은 정루아가 발로 차는 것을 본 적이 없으며 구하준이 스스로 발을 헛디뎌 굴러떨어진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구태윤의 품에 안겨 있는 구하준은 조각처럼 예쁜 얼굴에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아이는 무의식적으로 구태윤의 옷자락을 움켜쥐더니 커다란 눈으로 주위를 한 번 살피고는 입을 뗐다.“모르겠어요.”구태윤은 눈썹을 찌푸렸다. “정말 모르겠어?”구하준의 눈에서 눈물이 툭 떨어졌다. “저 진짜 모르겠어요.”그러자 정시연이 한 걸음 다가서며 말했다. “태윤 씨, 애가 아직 어리잖아요. 그렇게 높은 곳에서 떨어졌으니 얼마나 무서웠겠어요. 너무 몰아세우지 마세요.”말을 마친 그녀는 구태윤의 품에서 구하준을 안아 올렸다. 태블릿을 훑어본 그녀가 곧이어 말을 이었다.“사람들이 우리 루아가 한 게 아니라고 증명해 줬으니 그럼 당연히 루아 잘못이 아니겠죠. 어젯밤엔 내가 너무 경황이 없어서 오해했네요. 사과할게요.”정시연은 정루아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루아야, 미안해. 언니가 너를 오해해서 정말 미안하다.”“작은아빠.”구하준은 정시연의 품에서 벗어나려 애쓰며 구태윤을 향해 손을 뻗었다.하지만 정시연은 단호하게 말했다. “하준아, 착하지? 작은아빠 귀찮게 해드리면 안 돼. 우리 이제부터 작은아빠랑 자주 만나면 안 되는 거야. 알았지?”구하준의 울음소리가 더 커졌다. “싫어요! 작은아빠, 작은아빠한테 갈래요!”정시연은 아이를 때리는 시늉을 하며 나무랐다. “너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니? 너 때문에 작은아빠랑 숙모가 이혼하게 생겼는데 우리가 더 방해하면 안 되지. 이제 엄마랑만 있자.”구하준은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안쓰러웠던 임혜숙이 나서서 말했다. “시연아, 애를 때리면 어떡하니. 아직 몸도 안 좋은데. 이리 와. 할머니한테 오렴.”임혜숙은 구하준을 건네받아 품에 안고 달래기 시작했다. 하지만 구하준은 계속해서 구태윤을 바라보며 작은아빠를 찾으며 보챘다.구태윤
Read more

제66화

“너!” 정석주의 얼굴색이 몹시 험악해졌다.이때 이연희가 입을 열었다. “정시연이 계속 도발한 게 뻔한데 왜 결국 매 맞고 욕먹는 건 우리 루아뿐이에요? 아저씨, 정말 편애가 심하시네요.”정석주는 음침한 눈빛으로 이연희를 쏘아보았다. “네가 낄 자리가 아니다.”이연희는 목을 움츠리며 중얼거렸다. “옳은 소리도 못 해요? 진짜 너무하시네요.”“...”정석주는 화가 치밀어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정석주는 정루아를 바라보았다. “그래. 어젯밤은 내가 잘못했다. 때리지 말아야 했는데. 이제 됐니? 또 뭐가 불만이야?”정루아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얼굴도 아프고 마음도 아파서 보상이 필요해요.”정석주는 굳은 얼굴로 말했다. “주마. 보상해 주면 될 거 아니야!”“20억 원.”정석주의 입에서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보상 금액이 나왔다.정석주는 손을 휘저으며 덧붙였다. “이걸로 끝이다. 앞으로 다시는 입 밖에도 꺼내지 마라. 그리고 오해였던 걸로 밝혀졌으니 이혼 이야기도 없던 걸로 해. 인연을 맺는 게 어디 쉬운 일인 줄 알아? 다들 자중하고 얌전히 있어.”말을 마친 정석주는 어두운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 버렸다.“이린.”구태윤이 문밖을 향해 불렀다.키가 큰 경호원 한 명이 즉시 들어오더니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던 도우미를 밖으로 끌고 나갔다.병실 안에는 이제 구하준의 가느다란 흐느낌 소리만 남았다.구하준은 여전히 구태윤을 부르며 안아달라고 보챘다.구태윤은 어쩔 수 없이 구하준을 받아 안으며 말했다. “사내자식이 왜 자꾸 울어?”구하준은 그의 옷자락을 꽉 쥐었다. “작은아빠가 안 보이면 무섭고 힘들단 말이에요.”“그럴 알 없어.”구태윤의 목소리가 조금 부드러워졌다. “네 엄마 말 듣지 마. 내가 자주 보러 갈게.”구하준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큰 눈을 깜빡였다. “정말요?”구태윤이 답했다. “내가 언제 너 속인 적 있어?”“모르는 사람이 보면 친아들인 줄 알겠네.” 이연희가 다시 한마디 거들
Read more

제67화

정루아는 덤덤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미워하고 말고 할 게 뭐 있어요. 20억 원도 입금됐는데, 돈 마다할 생각 없어요.”임혜숙은 복잡한 눈빛으로 정루아를 바라보았다. “그럼 오늘 저녁에 집에 와서 밥 먹을래? 안 온 지 꽤 됐잖니.”“아니요.” 정루아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가봤자 서로 화만 날 텐데, 안 가는 게 나아요.”임혜숙은 미간을 찌푸렸다. “루아야, 이런 게 다 미워한다는 표현 아니니?”정루아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 입을 뗐다. “정씨 가문의 친딸로서 이렇게 불공평한 대우를 받아왔는데 제가 원망조차 안 하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임혜숙은 말문이 막혔다.정루아는 시선을 돌려 먼 곳을 응시했다. 눈동자가 조금 깊어지며 무심하게 덧붙였다. “그냥 겉으로만이라도 평화롭게 지내요. 너무 많은 걸 바라지 마세요. 그러다가 서로 실망만 할 테니까.”말을 마친 정루아는 뒤돌아 차에 올라탔다.임혜숙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복잡미묘한 눈빛으로 멀어지는 정루아를 바라볼 뿐이었다.정루아는 더 이상 뒤를 돌아보지 않고 이연희에게 말했다. “가자.”차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멀어지자 이연희는 정루아를 살피며 물었다.“루아야, 너 괜찮아?”정루아는 아무렇지 않은 듯 미소 지었다. “벌써 익숙해졌어.”부모님이 정시연만 편애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부터 정루아는 더 이상 큰 기대를 품지 않기로 했다.이연희는 그런 그녀가 안쓰러워 손을 꽉 잡아주었다. “오늘은 기쁜 날이잖아. 일도 다시 구했고 20억 원도 생겼고! 너 점점 부자 되네. 우리 제대로 축하하자.”정루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떻게 축하할까?”이연희는 활짝 웃으며 제안했다. “맛있게 먹고 마시고 그다음엔 미남 모델 여덟 명쯤 부르는 거야!”“콜!”두 사람은 즐겁게 식사를 마친 뒤 발 마사지 숍으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정루아가 말했다. “제일 잘생긴 관리사로 부탁해요.”사장은 싱글벙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요! 먼저 방에
Read more

제68화

솔직히 말해서 이 마사지 숍의 어떤 남자 관리사도 눈앞의 이 남자와는 비할 바가 못 되었다.구태윤의 이목구비는 또렷했고 가늘고 긴 눈에는 어둠이 깔려 있었다. 대충 쓸어 넘긴 짧은 머리는 자유분방한 아름다움을 자아냈고 훤칠한 키와 긴 다리,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귀한 기품은 그야말로 독보적인 외모였다.이연희는 자기도 모르게 정루아에게 속삭였다. “진짜 비교가 안 되네.” 정루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구태윤을 바라보았다. “나 미행했어?”“농담도 잘하시네요!”이때 구태윤의 뒤를 따르던 장유성이 다가와 능글맞게 웃으며 끼어들었다. “제가 루아 씨 오시는 거 보고 태윤이한테 바로 알렸죠. 두 분 금슬이 그렇게 좋으신데 발 마사지 같은 걸 어떻게 남한테 맡겨요? 태윤이 기술도 분명 끝내줄걸요. 그렇지?”장유성은 팔꿈치로 구태윤을 툭 쳤다.이연희는 콧방귀를 뀌었다. “발 마사지를 할 줄 안다고요? 웃기시네.”장유성은 그녀를 쓱 쳐다보았다. ‘왜 가는 데마다 끼어드는 거야?'장유성의 눈동자가 번뜩이더니 그대로 다가가 이연희의 발목을 낚아챘다. “태윤이만 할 줄 아는 게 아니라 나도 할 줄 알거든요. 오늘 밤 내가 제대로 보여줄 테니까 두고 봐요. 뭐 대단히 어려운 줄 아나.”“뭐 하는 거예요? 놔요!” 이연희가 비명을 질렀지만 장유성은 그녀의 발목을 잡고 그대로 뜨거운 물 속에 쑤셔 넣었다.장유성은 그녀가 움직이지 못하게 꾹 누르며 싱글벙글 웃었다. “어때요? 물 온도 딱 좋죠? 영광인 줄 알아요. 나 살면서 남의 발을 닦아준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연희 씨가 처음이니까.”이연희는 장유성을 걷어차고 싶었지만 그의 손아귀 힘이 너무 세서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장유성은 고개를 돌려 이번엔 이연희의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했다.“미녀 손님, 압은 적당하신가요?”“...”다른 한쪽.구태윤은 양복 상의를 옆으로 던져두고 몇 걸음 다가와 정루아를 압박했다. “몸이 안 좋아? 마사지 받으러 오게? 내가 해주는 건 어때?”정루아는 굳은 얼굴로
Read more

제69화

구태윤은 넓고 긴 손으로 정루아의 발을 쥐고 부드럽게 주무르기 시작했다. 시큰하면서도 얼얼한 감각이 가볍게 퍼졌지만 그 존재감만큼은 강렬했다.“싫어.”정루아는 차가운 얼굴로 거절했다.구태윤의 짙은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는 정루아를 빤히 응시하며 물었다. “그럼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정루아는 시선을 돌려버렸다. 어둑한 조명 아래 그녀의 옆모습은 더욱 부드럽고 아름다워 보였지만 태도만큼은 한층 더 고집스러웠다.“말 꺼내지 마. 우린 지금처럼 서로 간섭 안 하고 지내는 게 딱 좋으니까.”당장 이혼은 하지 않더라도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은 그녀에겐 불가능한 일이었다.“윽!”갑자기 발에서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정루아는 숨을 들이켜며 구태윤을 노려보았다. “일부러 그러는 거야?”구태윤은 그윽하게 대꾸했다. “네 몸 상태가 안 좋아서 아픈 거야.”정루아는 발버둥을 쳤다. “놔! 다른 관리사로 바꿔줘. 마사지할 줄도 모르잖아.”아파 죽을 지경이었다.“루아야, 아픈 게 정상이야!”바로 그때, 옆 침대의 이연희가 입을 열었다. 그녀는 다 안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나쁜 놈이 다른 건 몰라도 손아귀 힘 하나는 좋네. 적어도 네 발은 반응이라도 오잖아? 나는 무슨 간지럼 태우는 줄 알았어. 자장가인 줄 알고 잠들 뻔했다니까.”“...”장유성은 눈을 크게 뜨더니 손가락에 힘을 꽉 주었다. “지금 내가 간지럼 태운다고 했어요?”이연희는 한숨을 내쉬었다. “밥 안 먹고 왔어요?”“...”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장유성은 이를 악물고 이연희의 발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이번엔 어때요?”이연희는 눈을 감았다. “뭐, 그럭저럭 봐줄 만하네요.”“...”장유성은 주변을 둘러보더니 도구 하나를 집어 들었다.“악!”이연희가 비명을 지르며 마사지 침대에서 튀어 오를 듯 몸을 비틀었다.“지금 뭐로 누른 거예요!”장유성이 대꾸했다. “이번엔 힘이 좀 들어가요?”이연희가 도망치려 했지만 장유성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
Read more

제70화

정루아는 구태윤의 손을 피하며 방금 했던 질문을 되풀이했다. “누구를 블랙리스트에 올린다는 거야?”구태윤이 그녀를 응시했다. 입가에 머물던 옅은 미소가 걷혔다. “시간이 늦었어.”정루아는 아예 그를 외면한 채 사장을 쳐다보았다. “나를 블랙리스트에 올린 건가요?”사장은 차마 정루아와 눈을 맞추지 못했다. 그 회피하는 기색만 봐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뻔히 보였다.“허!”정루아는 팔짱을 낀 채 비웃었다.“동성에 발 마사지하는 집이 여기뿐인 줄 알아요?”그녀는 그대로 몸을 돌려 걸어 나갔다.옆에 서 있던 이연희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부릅떴다. “야, 나쁜 놈아! 너 어떻게 그렇게 개차반이니? 너랑 네 형수님은 서로 물고 빨고 하는 건 괜찮고 우리 루아가 마사지 받으며 힐링하는 건 안 된다고?”구태윤의 까만 눈에 순식간에 한기가 서렸다. “내가 언제 물고 빨았다는 거지? 직접 보기라도 했어?”이연희는 코웃음을 쳤다. “볼 필요가 있어? 이미 소문이 파다한데. 제발 사람답게 좀 굴어라. 네 형수님이 그렇게 좋으면 가서 살 것이지 왜 루아 앞길을 막고 난리야!”구태윤은 낮게 중얼거렸다.“보지도 못했으면서 함부로 지껄이는 거야? 지난번 일로 교훈을 얻지 못한 모양이네.”“너!”이연희의 안색이 순식간에 굳어졌다.그녀는 구태윤을 매섭게 쏘아붙였다. “그래, 너 잘났다! 아주 대단해! 근데 네 마누라는 너 필요 없대!”말을 마친 이연희 역시 고개를 돌려 가버렸다.옆에서 지켜보던 장유성은 참지 못하고 한마디했다. “진짜 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 나도 너한테 욕은 못 하는데!”구태윤은 차갑게 그를 훑었다. “왜? 너도 나한테 욕하고 싶냐?”“아니, 아니!” 장유성은 급히 손을 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오해야. 난 절대 그럴 생각 없어.”구태윤은 냉담하게 시선을 거두고 밖으로 향했다.밖으로 나왔을 때, 정루아의 모습은 이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가슴 한구석에서 답답한 기운이 치밀어 올랐다.그때 휴대폰 벨 소리
Read more
PREV
1
...
5678910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