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옥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복잡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그 사람은 제 형수님이에요!”구태윤은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잘생긴 얼굴에는 보기 드물게 분노가 서려 있었다.“루아가 오해하는 것도 모자라서 엄마도 저를 오해하는 거예요?”장옥경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태윤아, 네 마음에 다른 생각은 없어도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잖아. 계속 마주치다 보면 혹시라도...”“그럴 일 없어요.”구태윤은 차가운 얼굴로 그녀의 말을 끊었다.“형수님은 형을 정말 사랑해요. 두 사람이 얼마나 사랑했는지 제가 다 봤어요. 그러니까 절대 그런 일은 없어요.”그 말을 들은 장옥경은 표정이 차갑게 가라앉았다.“결국, 정시연을 내보낼 생각은 없다는 거네?”구태윤은 눈썹을 한껏 찌푸렸다.그는 고개를 숙인 채 한참을 침묵하다가 말했다.“생각해 볼게요.”장옥경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잘 생각해. 네가 다 생각 끝낼 때쯤이면 네 아내는 이미 떠나 있을 거야.”그 말을 남기고, 그녀는 계단을 올라갔다.구태윤은 소파 팔걸이에 한 손을 올리고 미간을 힘껏 눌렀다.눈썹 사이에는 짙은 피로와 짜증이 서려 있었다....전날 대처가 빨랐던 덕분에, 정루아는 다음 날 아침 감기에 걸리지 않았다.목소리는 여전히 맑고 고왔다.그녀는 꿀물을 한 잔 마신 뒤 아침을 먹고 회사로 향했다.차가 고장 나 정비소에 맡기는 바람에 그동안은 콜택시를 이용하기로 했다.회사에 도착해 보니 정시연이 자리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정루아는 미간을 찌푸렸다.‘장옥경과 구태윤의 협상이 실패한 걸까?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정시연과 한 공간에서 일해야 하는 건가? 정말 재수 없네...’다행히 종일 바빴다.어제는 대본과 원본 영상을 대략 훑어봤고, 오늘은 정호가 회의를 소집해 본격적인 더빙 작업을 시작했다.녹음실에서 종일 시간을 보냈다. 나올 때, 정호는 어떤 부분을 수정하고 보완해야 하는지 그녀에게 설명했다.정루아는 집중해서 듣느라 앞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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