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루아가 원작 영상을 보며 캐릭터의 감정 변화를 분석하고 있을 때, 책상 위에 과일 음료 한 잔이 툭 놓였다. 고개를 들자 눈에 들어온 건 정루아가 그토록 혐오하는 정시연의 얼굴이었다.정루아는 싸늘하게 물었다. “무슨 일이야?”정시연은 생긋 웃으며 말했다. “내가 산 건데 너 마시라고. 이제 우리 동료잖아. 화목하게 지내야지.”말을 마친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태윤 씨도 참 그렇지? 갑자기 나한테 일을 맡기다니... 이럴 줄은 정말 몰랐어. 루아야, 너 절대 오해하면 안 돼.”정루아는 차가운 시선으로 정시연을 응시했다. “오해받기 싫으면 네가 거절하면 되잖아. 이득은 다 챙겨놓고 착한 척이라니. 가증스럽지 않니?”그러자 정시연은 억울하다는 듯 눈을 깜빡였다. “난 거절했어. 그런데 태윤 씨가 워낙 완강하게 밀어붙이는데 나더러 어떡하라는 거야?”“허!”정루아는 콧방귀를 꼈다. 지금 구태윤이 자기한테 얼마나 잘해주는지 자랑이라도 하겠다는 건가?정시연은 정루아를 보며 말을 이었다. “루아야, 절대 화내지 마. 태윤 씨가 나한테 잘해주는 건 순전히 하준이 때문이야. 갓 태어난 하준이를 바라보던 태윤 씨의 다정한 눈빛을 난 아직도 잊지 못해. 마치 자기 아이를 보는 것 같았거든.”그 순간, 정루아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머릿속에는 구태윤이 출산을 지켜보던 그 사진들이 떠올랐다. 분노가 폭발 직전의 화산처럼 치솟았고 감정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다.정루아는 깊게 심호흡을 하며 내뱉었다. “네가 그렇게 능력이 좋으면 태윤 씨를 꼬드겨서 나랑 이혼하게 만들지 그래? 그럼 둘이 아주 순조롭게 합칠 수 있을 텐데.”“오해라니까.” 정시연은 한숨을 쉬었다. “나랑 태윤 씨는 결백해. 태윤 씨는 널 사랑하고 있어.”“꺼져.”정루아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냈다. 하지만 정시연은 물러날 기색 없이 계속해서 지껄여댔다. “루아야, 태윤 씨가 나를 네 옆에 둔 이유를 나도 알아. 일상에서 부대끼면서 우리 사이가 회복되길 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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