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Chapter 41 - Chapter 50

100 Chapters

제41화

강이주는 이 문제의 선택권을 그대로 심원후에게 넘겨 버렸다.지금 강이주가 보고 싶은 건 하나뿐이었다.이 남자가 어디까지 자기 본심을 드러낼지, 그 태도를 똑똑히 확인하고 싶었다.과연 이 게임 때문에, 자기가 계속 참고 또 참아야 할 가치가 있는지.백초아는 강이주를 사납게 노려봤다.심원후 앞에서 자기 말을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그대로 옮길 줄은 정말 생각도 못 했다.사실 백초아도 확신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심원후가 무조건 자기편을 들어줄 거라고, 그렇게까지 장담할 수는 없었다.지금까지 백초아는 심원후 앞에서 늘 얌전하고, 말 잘 듣고, 배려심 있는 사람으로 남아 있었다.그러니 심원후를 등에 업고 저런 말을 했다는 식으로 비칠 만한 상황 자체가 원래는 나오면 안 됐다.‘혹시라도 원후가 나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떡하지?’그 걱정이 뒤늦게 고개를 들었다.전부 강이주 때문이었다.강이주는 정말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었다.백초아가 짠 흐름대로 움직여 주질 않았다.백초아는 원래 강이주가 이 게임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잘 알고 있었다.거기에 앞서 단체 대화방에서 강이주가 했던 말들만 봐도, 분명 신경 쓰는 지점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아침에도 강이주가 먼저 나서서 분위기를 수습하려 했던 걸 떠올리면 더 그랬다.강이주는 결국 게임을 위해서라면 아무리 억울해도 참고 넘길 거라고, 백초아는 그렇게 믿었다.그런데도 전화기 너머의 심원후는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강이주는 심원후의 옅은 숨소리만 들었다.강이주는 재촉하지 않았다.그저 조용히 기다렸다.시간이 좀 지난 후, 마침내 심원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지금 갈게.]그 말을 듣자마자 강이주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강이주는 곁눈으로 백초아를 한 번 훑어본 뒤 시선을 거뒀다.그리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차분히 앉아 심원후를 기다렸다.심명그룹에서 회사까지는 보통 40분이 넘게 걸렸다.그런데 심원후는 채 이십 분도 되지 않아 도착했다.서둘러 달려온 기색이 역력한 모습으로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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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그런 말을 했다고?”심원후는 강이주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입으로는 묻는 형식이었지만, 이미 백초아 말이 사실이라고 믿고 있는 눈치였다.강이주는 그런 반응이 조금도 놀랍지 않았다.오늘 같은 날, 이렇게 판이 깔려 있는데 백초아가 그냥 넘길 리 없었다.그동안 백초아한테 당한 일이 어디 한두 번이었던가.이제는 새삼스럽지도 않았다.강이주는 담담하게 심원후의 시선을 마주했다.“회의실에 CCTV 있어요. 심 대표님이 직접 확인하면 되겠네요.”강이주의 말이 끝나자마자, 백초아 표정이 미세하게 흔들렸다.백초아는 재빨리 주변을 둘러봤다.회의실 사방에 설치된 카메라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속이 덜컥 내려앉았다.‘내가 왜 그걸 놓쳤지?’머릿속이 순식간에 복잡해졌다.심원후가 영상을 확인하면 안 됐다.그러면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기가 어떤 태도로 굴었는지가 그대로 드러날 터였다.아까 회의실 안에서 보였던 그 기세등등한 모습이 심원후 눈앞에 고스란히 펼쳐지면 곤란했다.그건 심원후가 아는 백초아의 모습이 아니었다.백초아가 속으로 조급해하는 사이, 심원후가 미간을 좁히며 강이주의 말을 잘라 버렸다.“됐어. 난 초아 말 믿어.”불안에 휩싸여 있던 백초아는 심원후의 그 한마디로 단숨에 안정을 찾았다.방금까지 흔들리던 마음에 다시 힘이 들어갔다.반면 강이주는 그저 입꼬리만 가볍게 올렸다.“마음대로 하세요.”말투에는 힘이 빠져 있었다. 좋든 싫든 이젠 별로 상관없다는 듯한 기색이었다.심원후는 잠시 묘한 기분을 느꼈다. 원래 같으면 자기가 이렇게까지 백초아를 감싸는 모습을 보이면, 강이주는 분명 화를 내고 따졌을 것이다.예전에는 늘 백초아 문제만 얽히면 예민하게 반응했으니까.그런데 지금 강이주는 지나치게 차분했다.그 고요함이 오히려 심원후를 더 불편하게 만들었다.하지만 강이주는 이제 심원후 속내를 더 캐고 싶지 않았다.강이주는 심원후를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심 대표님이 초기 자금 댄 건 알아요. 그래서 백 팀장님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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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그때까지도 애써 심원후를 이해해 보려 했던 동료들은, 이제 더는 무리해서 심원후의 편을 들 이유를 찾지 않았다.여기까지 오자 누구나 다 알 수 있었다.이미 상황은 분명했고, 사람들 마음속 저울은 서서히 한쪽으로 기울고 있었다.강이주의 시선은 차갑게 가라앉았다.“끝까지 백초아 씨랑 같이 이 판을 망치고 싶다면, 말리진 않을게요. 그건 심 대표님의 자유니까요. 제가 상관할 일도 아니고.”강이주는 잠시 말을 끊었다.그리고 싸늘한 눈으로 심원후와 백초아를 차례로 훑었다.“하지만 이 게임은 저랑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가 같이 만든 결과물이에요. 누구든, 누구 이름을 앞세우든, 그걸 이대로 망가뜨리는 건 못 봐요.”강이주의 목소리는 흔들림이 없었다.“게임이 끝내 출시되지 못하더라도 제가 그렇게 애써서 만들어 낸 내 작품을 다른 사람 손에 망가진 채로 넘기진 않을 거예요.”심원후가 멍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지금 그게 무슨 말이야?”심원후는 왠지 알 것 같았다.강이주가 다음으로 무슨 말을 할지.그리고 그 말이, 자기가 가장 듣고 싶지 않은 쪽일 거라는 것도.강이주는 단호하게 말했다.“제 말은, 이 게임 차라리 세상 밖에 못 나와도 상관없다는 뜻이에요. 그렇다고 해서 엉뚱한 속셈 가진 사람들한테 내 작품을 망치게 둘 생각은 없잖아요. 심원후 대표님, 투자 빼세요. 제 게임도 출시하지 않겠습니다.”강이주는 그동안 수도 없이 물러섰다.그런데 돌아온 건 심원후의 더 심한 압박뿐이었다.심원후는 강이주가 어떻게든 게임을 출시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 마음을 붙잡고, 계속 강이주를 몰아붙였다.투자를 빼겠다고 윽박질러도 참았다.백초아를 팀에 들이밀어도 참았다.그런데 이제는 다 같이 버텨 온 사람들 마음도, 그 오랜 시간과 노력도 무시한 채 백초아가 마음껏 휘젓도록 내버려두고 있었다.거기까지 와서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강이주는 그제야 깨달았다.자기가 왜 아직도 심원후에게 아주 조금이나마 기대를 남겨 두었는지.이제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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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죄송해요. 이 게임에 다들 얼마나 많은 시간과 마음을 쏟았는지 제가 누구보다 잘 알아요. 그런데 이런 때에 제가 먼저 멈추겠다고 한 건, 결국 제가 여러분 기대를 저버린 거예요.”강이주는 사람들을 향해 허리를 깊이 숙였다.아직 상황을 다 받아들이지 못한 듯 멍한 사람들은, 강이주의 행동을 보자마자 깜짝 놀라 다급히 말렸다.“대표님,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그러니까요. 누가 뭐래도 이 게임에 제일 많이 쏟아부은 사람은 대표님이잖아요.”“대표님이 제일 힘드시겠죠. 저희도 그건 다 알아요.”“맞아요. 대표님이 이 게임 얼마나 아끼는지 다 봤는데요. 진짜 이런 선 넘는 일 아니었으면 대표님이 어떻게 포기하셨겠어요.”“출시 안 하면 안 하는 거죠. 대표님이 이렇게까지 참고 또 참으면서 자존심 접어야 하는 거면, 차라리 안 하는 게 맞아요.”“맞아요. 무슨 일이 있어도 저희는 대표님 편이에요. 누가 눈앞에 있는 사람도 제대로 못 알아본다고 해서, 저희까지 같이 눈먼 건 아니잖아요.”“...”직원들이 쏟아내는 말은 거의 대놓고 심원후를 겨냥하고 있었다.이름만 직접 안 불렀을 뿐이지, 심원후가 사람 보는 눈도 없고 마음도 삐뚤어졌다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원래도 굳어 있던 심원후의 표정은 그 말을 들을수록 더 어두워졌다.그런데 강이주는 그 말들을 들으며, 마음 한켠으로 조용한 온기가 스며드는 걸 느꼈다.이 게임에 들인 노력은 자기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여기 있는 모두가 자기에게 주어진 몫 이상의 시간과 힘을 쏟아부었다.그리고 누구보다 이 게임의 출시를 기다려 왔다.지금 여기서 멈춘다는 건, 결국 다들 애써 쌓아 올린 결과가 한순간에 허사가 된다는 뜻이었다.그러니 강이주도 속이 쓰리지 않을 리 없었다.‘괜찮을 리가 없지.’가슴이 저릿했다.그래도 더는 심원후에게 맞춰 가며 참을 수는 없었다.이미 결정을 내렸다.그 이상 물러날 생각도 없었다.강이주는 사람들을 바라봤다.그 눈에는 진한 고마움과 신뢰가 담겨 있었다.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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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이제 강이주는 더 이상 예전처럼 매달리지 않았다.억지로 심원후 곁을 맴돌지도 않았고, 태도도 확실히 싸늘해졌다.그제야 심원후는 처음으로 위기감을 느꼈다.자기가 더는 강이주를 마음대로 쥐고 흔들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강이주도 심원후가 흔들린다는 것을 알아차렸다.하지만 지금의 강이주는 그런 감정에 더는 아무 관심도 없었다.“심 대표님, 나 이 게임 안 해.”강이주의 목소리는 단호했다.그 단단한 말투가 심원후를 다시 조급하게 만들었다.심원후는 강이주를 보며 무언가 말을 꺼내려 했다.그런데 옆에 있던 백초아가 먼저 말을 가로챘다.백초아는 여전히 억울한 표정을 한 채,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이주 씨, 이렇게까지 나올 필요 있나요? 이런 식으로 원후랑 감정싸움 하시는 건 너무 감정적이세요.”백초아는 잠시 숨을 골랐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방금 이주 씨도 말했잖아요. 이 게임은 회사 사람들 모두의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 결과물이라고요. 그런데 이주 씨 혼자 안 내겠다고 정해 버리면, 그건 너무 이기적인 거 아닌가요?”마치 무언가 더 떠올랐다는 듯, 백초아는 곧장 말을 덧붙였다.“그리고 이 게임에 원후도 그동안 돈 많이 넣었잖아요. 그렇게 투자받아 놓고 이제 와서 포기하겠다고 하면, 그동안 들어간 비용은 다 어떻게 하시려고요?”백초아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회사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날카롭게 꽂혔다.조금 전에도 모두가 분명히 자기 입장을 밝혔다.강이주를 이해하고, 강이주 결정을 지지한다고.그런데 백초아가 뭐라고 이런 자리에서 강이주를 몰아붙인단 말인가?‘자기가 뭔데?’분위기는 단숨에 차가워졌다.누군가 비웃듯 중얼거렸다.“기가 막히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곧 다른 사람들의 말도 이어졌다.“그러니까요. 본인이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나 봐요.”“누가 억지로 끼어들어서 아는 척만 안 했어도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겠죠.”“뭐가 맞고 틀린지는 우리도 다 알아요. 누가 말 몇 마디 보탠다고 휘둘릴 만큼 바보도 아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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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심원후는 백초아를 데리고 사무실로 돌아온 뒤에도 표정이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아까 회의실에서 강이주가 쏟아낸 말들이 아직도 심원후의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생각하면 할수록 심원후의 마음은 더 깊게 가라앉았다.‘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백초아도 그런 심원후의 기류를 알아챘다.가슴 한쪽이 자꾸만 불안하게 내려앉았다.오늘 벌어진 일의 시작이 자신 때문이라는 걸, 백초아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처음엔 심원후가 무슨 일이 있어도 자기편에 서 줄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조금 전 회의실에서 보인 심원후의 태도를 보자 백초아는 더는 심원후의 마음을 쉽게 확신하지 못하게 만들었다.백초아는 심원후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얼굴을 올려다봤다.입술을 깨문 채, 무슨 말을 먼저 꺼내야 할지 머릿속으로 몇 번이고 문장을 고쳐 세웠다.‘뭐라고 해야 하지? 어떻게 말해야 원후가 날 밀어내지 않을까?’“원후야.”백초아는 손을 내밀어 심원후의 옷소매를 살며시 잡아당기며, 작은 목소리로 웅얼거렸다.“나... 내가 일 망친 거지?”심원후가 대답하기도 전에 백초아의 눈가가 금세 젖었다.“다 내 잘못이야. 내가 이주 씨한테 가서 사과할게. 내가 다 설명할게. 그러니까 내 말은... 이주 씨가 너한테 화내지 않게 할게.”백초아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걱정하지 마. 내가 이주 씨 앞에 무릎이라도 꿇고 빌어서 너희 사이 꼭 다시 돌려놓을게. 전부 나 때문이잖아. 나 때문에 너랑 이주 씨 사이가 벌어진 거잖아. 나 같은 애는 진짜 죽어 마땅해.”그 말을 내뱉는 내내 백초아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괴로운 사람처럼 제 머리를 쥐어뜯고 때렸다.그 모습을 본 심원후는, 설령 입에 올리려던 타박이 있었더라도 더는 이어 갈 수 없었다.심원후가 다급히 앞으로 다가서려는 때였다.백초아가 갑자기 심원후를 밀쳐 내더니, 흐느끼며 책상 쪽으로 몸을 내던졌다.다행히 심원후가 재빨리 반응했다.심원후는 백초아를 곧바로 끌어당겨 제 품에 가뒀고, 놓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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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그래서 심원후는 가장 먼저 강이주를 찾아갔다.사람들의 감정을 달래 줄 사람은 강이주뿐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게임을 위해서라면 강이주가 자기 뜻을 따라 줄 거라고 심원후는 믿었다.그리고 강이주는 실제로 그렇게 했다.심원후 역시 회사 직원들과 원만하게 지내고 싶었다.그래서 백초아가 회식 이야기를 꺼냈을 때도 심원후는 별다른 반대 없이 받아들였다.여기까지 왔으면 이제 문제없이 넘어갈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누가 알았겠는가?백초아가 고작 몇 마디 의견을 보탠 일로 상황이 이 지경까지 꼬여 버릴 줄은...심원후는 이 게임이 강이주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다.조금 전 회의실에서 심원후와 강이주가 날을 세운 채 맞붙었을 때도, 두 사람 모두 말의 수위를 가늠하지 못한 채 감정부터 앞섰다.‘일단 초아부터 안정시키고, 그다음에 이주를 찾아가 이야기하자.’심원후는 그렇게 마음을 정리했다.한편 백초아는 심원후의 입에서 더 이상 게임 후속 일에는 관여하지 말라는 말이 나오자, 금세 약한 척하던 기색을 안으로 거뒀다.백초아는 눈을 내리깔았다.양옆으로 늘어뜨린 두 손끝은 조금씩 말려 들어가 주먹 모양이 됐다.심원후는 입으로는 자기 탓이 아니라고 했지만, 행동으로는 결국 강이주 쪽에 섰다.심원후는 이 게임에 계속 투자할 생각이었다.‘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원후가 예전처럼 단단하게 내 편을 들어주지 않네.’그 사실은 백초아의 마음속에 조용한 위기감을 불러왔다.그래도 백초아도 애초에 오늘 일로 강이주의 게임이 여기서 끝나리라고 기대한 건 아니었다.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걸 백초아 자신도 잘 알았다.백초아가 굳이 이렇게까지 밀어붙인 이유는 단순했다.강이주의 눈에 거슬리게 만들고, 속을 뒤집어 놓고 싶을 뿐이었다.이제 목적은 어느 정도 이뤘다.‘조급해하지 말자. 시간은 아직 많아.’‘앞으로도 얼마든지 강이주를 불편하게 할 방법은 있어.’그 생각을 마친 백초아는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 나 다 네 말 들을게. 원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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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심원후가 백초아를 데리고 떠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강이주도 회사에 남아 있지 않고 움직였다.강이주는 도하늘에게 백초아와 더 이상 정면으로 부딪치지 말라고 단단히 일러 둔 뒤 회사 건물을 나섰다.건물 앞에는 구기빈의 차가 여전히 처음 세워 둔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강이주는 구기빈이 정말로 계속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다.그 사실에 강이주의 마음 한구석이 묘하게 흔들렸다.‘정말 계속 기다리고 있었네.’강이주가 구기빈 쪽으로 걸어가려던 때였다.구기빈은 이미 차문을 열고 내려와 있었다.그는 천천히 강이주 앞까지 걸어와 물었다.“정리 다 됐어요?”“네.”강이주가 작게 대답했다.구기빈은 강이주를 가만히 살폈다.어쩐지 눈앞의 강이주가 썩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심원후와 일이 크게 틀어져서 이러는 건가?’구기빈은 가볍게 목을 가다듬은 뒤 입을 열었다.“가자. 병원으로 돌아가야 해요.”알레르기 때문에 이미 링거는 맞았지만, 그래도 병원에 다시 들러 상태를 지켜볼 필요는 있었다.구기빈은 강이주의 목덜미와 목선 부근에 아직도 넓게 남아 있는 붉은 자국을 보고 시선을 가라앉혔다.강이주는 구기빈이 아직도 자신을 보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는 옷깃을 여몄다.목에 남은 알레르기 흔적을 가리려는 움직임이었다.“아직도 많이 심해 보여요?”강이주의 물음에 구기빈은 아무렇지 않은 듯 답했다.“괜찮은 편이에요.”말을 마친 구기빈은 강이주에게 차에 타라는 뜻으로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강이주는 차에 올라탄 뒤 내내 입을 열지 않았다.굳이 먼저 말을 꺼낼 생각이 없어 보였다.구기빈도 그런 강이주의 기분을 알아챘다.구기빈은 곁눈질로만 강이주를 살피며, 강이주가 스스로 마음을 정리할 시간을 충분히 내주었다.그렇게 두 사람은 가는 내내 말없이 같은 공간을 나눴다.차가 병원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 강이주의 휴대전화가 울렸다.강이주는 화면에 뜬 번호를 확인한 뒤 전화를 받았다.전화기 너머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주야, 한빛미디어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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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이제야 겨우 강이주가 심원후 같은 인간을 털어 내기로 했으니, 구희라는 당장이라도 하늘에 불꽃놀이 폭죽을 터뜨리고 싶을 만큼 신이 났다.친구의 거침없는 욕설을 듣고도 강이주는 그저 웃기만 했다.강이주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구희라가 심원후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신나게 씹어 대는 말을 조용히 받아 주었다.구희라가 한참을 쏟아 내다가 마침내 지친 듯 숨을 고르자, 그제야 강이주가 나직하게 말했다.“고생 많네.”[뭘 이런 걸로. 그럼 내일 저녁으로 잡을게. 나 오후쯤엔 돌아가거든.]구희라가 가볍게 답했다.구희라는 오늘 마침 옆 도시에 출장 중이어서, J시로 돌아오는 건 내일이나 될 것이다.앞서 강이주가 집을 팔 때도, 매수자 연결은 구희라가 도맡아 도와준 적이 있었다.강이주는 웃으며 짧게 답했다.“응, 좋아.”마침 구희라 쪽에서 동료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고, 구희라는 아쉬운 기색도 없이 통화를 정리했다.그렇게 전화가 끝난 뒤, 강이주는 구기빈이 여전히 곁눈질로 자신을 보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먼저 침묵을 깬 건 구기빈이었다.“희라예요?”사실 구기빈은 자기 여동생과 강이주 사이가 각별하다는 걸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그 어린 동생은 구기빈 앞에서 강이주 이야기를 한두 번 한 게 아니었다.물론 심원후라는 인간을 욕하는 것도 빠뜨리지 않았다.그럴 때마다 구기빈은 굳이 끼어들지 않고 조용히 듣기만 했다.방금 들린 목소리 역시 구희라라는 걸 구기빈은 바로 알아들었다.구기빈의 물음에 강이주는 숨기지 않았다.“네. 부탁할 일이 좀 있어서요.”무슨 부탁인지는 강이주가 굳이 구기빈 앞에서 더 풀어 놓지 않았다.강이주에게는 어디까지나 자기 개인의 일이었다.하지만 구기빈은 이미 통화 내용을 거의 다 들은 상태였다.구기빈은 강이주를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희라에게 가지고 있는 회사 지분을 처분할 곳을 알아봐 달라고 했어요?”강이주는 구기빈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았다.“다 들으셨잖아요.”이미 다 들어 놓고 굳이 다시 확인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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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강이주는 과연 장한민이 어느 정도까지 큰 값을 부를지는 확신하지 못했다.그래도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했다.장한민은 반드시 자기 손에 있는 회사 지분에 손을 뻗을 거라는 점이었다.다른 이유는 필요 없었다.심원후를 불편하게 만들 기회를 장한민이 놓칠 리 없으니까.강이주의 입장에선 심원후와의 연결고리를 끊어 낼 수 있고, 거기에 적지 않은 돈까지 손에 쥘 수 있었다.이만하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강이주는 이 거래를 거절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생각했다.‘끊을 것도 끊고, 챙길 것도 챙길 수 있는데 굳이 피할 이유가 없지.’그때 구기빈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저도 심원후와는 사이가 좋지 않아요. 그런데 제게 넘기실 생각은 안 했어요? 지금은 아무래도 저와 강이주 씨 사이가 더 가까운 편이지 않아요?”강이주는 잠시 눈을 깜빡였다.뜻밖의 말이었다.듣고 보니... 아주 말이 안 되는 소리는 아니었다.강이주는 자신이 가진 회사 지분을 정리하기로 결심했을 때, 구기빈을 가장 먼저 떠올리지는 않았다.요즘 들어 두 사람은 꾸준히 연락을 이어 오고 있었다.그런데 왜 구기빈은 생각하지 않았을까?강이주는 눈을 내리깐 채 조용히 스스로에게 물었다.‘왜지? 왜 한 번도 이 사람 쪽으로는 생각이 안 갔지?’그런데 막상 이유를 붙잡으려 하니 선뜻 설명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강이주가 한동안 답을 내놓지 않자, 구기빈의 눈매에 서린 기분이 미세하게 가라앉았다.구기빈은 한층 눌린 목소리로 말했다.“역시 저는 강이주 씨에게 우선순위가 아니군요. 결국 제가 부족했던 겁니다.”말끝에는 누가 들어도 서운함이 묻어 있었다.그 말에 강이주는 놀란 눈으로 구기빈을 바라봤다.믿기 어렵다는 기색이 그대로 드러났다.“아니에요. 그런 뜻 아니에요. 그런 식으로 말씀하지 마세요.”강이주는 급히 말을 이었다.“구씨 가문의 장남이 뭐가 부족하다는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왜 이 사람은 얘기를 저런 방향으로 받아들이는 걸까?다만 냉정하게 따지면, 구기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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