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บทที่ 51 - บทที่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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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화

구기빈은 미간을 좁혔다.“그래서 아까 올라가서 심원후랑 결국 이야기가 안 된 거군요?”구기빈은 강이주가 또 한 번 참고 물러섰을 거라고 생각했다.심원후 앞에서라면 강이주가 늘 자신을 숙이고 들어가던 때가 있었다.하지만 이번에 강이주는 고개를 저었다.“언제까지나 심원후 뜻대로 끌려다닐 수는 없어요. 이번 일은 거기서 벗어나기 위한 첫걸음이에요.”그러니까 강이주가 병원에서 다시 회사로 간 이유는, 더는 자신을 눌러가며 버티기 위해서가 아니었다.오히려 완전히 심원후와 사이가 틀어질 각오를 하고 올라간 쪽에 가까웠다.그 말을 들은 구기빈은 입가에 번지는 웃음을 간신히 눌렀다.강이주의 설명대로라면, 이 거래는 자기에게 확실히 손해인 셈이었다.강이주는 곁눈질로 구기빈의 입가를 살짝 봤다.이 정도면 자기 설명이 충분히 먹힌 듯했다.‘적어도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는 모양이네.’구기빈은 다시 물었다.“그래도 장한민 대표에게 넘기면... 나중에 일이 꼬였을 때 강이주 씨를 찾아와 책임을 묻지 않겠어요?”구기빈은 조심스럽게 짚어 줬다.장한민 역시 쉽게 다룰 만한 사람은 아니었다.그 말에 강이주는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답했다.“장한민 대표도 본질적으로 심원후랑 다를 바 없잖아요. 예전에 저한테 무례하게 군 적도 있고...”“게다가 원래 거래라는 게 다 위험 부담이 있죠. 장한민 대표가 들어오기 전에 제대로 확인 안 한 거면, 그건 제 책임이 아니잖아요.”강이주도 그 부분까지 이미 생각해 본 상태였다.당연히 그에 맞는 대비도 해 두었다.어차피 서로 계산 끝에 성사되는 거래였다.이후 결과가 어떻게 흘러가든, 강이주가 끝까지 책임질 이유는 없었다.정말 문제가 생긴다면 그건 장한민의 판단 착오일 것이다.‘내가 등을 떠민 것도 아닌데, 왜 그 뒤까지 내가 책임져야 하지.’구기빈은 조금 전까지도 강이주가 손해를 볼까 내심 걸렸다.하지만 지금 강이주가 하는 말을 듣고 나니,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안심됐다.적어도 강이주가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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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전화를 걸자마자 바로 끊겼다.구기빈은 다시 한번 전화를 걸었다.결과는 똑같았다.다시 번호를 누르려던 그때, 핸드폰에 메시지 하나가 들어왔다.[오빠, 나 지금 회의 들어가 있어. 무슨 일이든 회의 끝나고 얘기하면 안 돼?]메시지를 읽은 구기빈은 미간을 좁혔다.도무지 곧이곧대로 믿기지 않았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구희라는 강이주와 통화하고 있었다.‘그런데 그새 회의에 들어갔다고?’‘그 말을 믿으라고?’속으로는 의심이 일었지만, 구기빈은 더는 전화를 걸지 않았다.대신 곧바로 짧은 문자를 작성해 보냈다.[내일 강이주 씨랑 장한민 대표 만나는 장소 정해지면 나한테 알려라.]문자를 보낸 뒤, 구기빈은 바로 500만 원을 구희라에게 송금했다.구희라가 메시지를 봤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다.한참이 지나도 답장은 오지 않았다.구기빈은 검사 결과지를 들고 먼저 병실로 돌아갔다.그 사이 병실 안에 남아 있던 강이주는 구기빈이 나간 뒤부터 중심가 쪽에 있는 업무용 빌딩 매물을 계속 살펴보고 있었다.몇 군데는 위치가 제법 괜찮아 보였다.강이주는 곁에 놓여 있던 진료 기록지를 뒤집어 들고, 주소와 연락처를 하나씩 적어 내려갔다.퇴원하면 시간을 내서 직접 가 보고 결정할 생각이었다.‘직접 눈으로 봐야 감이 오지. 사진만 보고 정할 일은 아니니까.’구기빈이 병실로 돌아왔을 때, 강이주는 침대에 걸터앉아 고개를 숙인 채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구기빈은 발소리를 죽이고 강이주 곁으로 다가갔다.그러고 나서야 종이에 적힌 주소들과 연락처가 눈에 들어왔다.“사무실 자리 알아보고 있어요?”구기빈은 종이에 적힌 장소들을 훑었다.몇 군데는 RG그룹 본사 건물과도 그리 멀지 않았다.대체로 ‘제일빌딩’ 근처에 몰려 있었다.강이주는 갑작스레 들린 목소리에 움찔했다.“왔네요.”강이주의 반응을 본 구기빈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뭘 그렇게 놀래요?”그러고는 다시 시선을 종이쪽으로 돌리며 물었다.“이런 건 왜 적고 있어요?”화제를 다시 끌어온 구기빈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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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구기빈은 강이주가 적어 둔 곳들 가운데 몇 군데를 손가락으로 짚었다.그러고는 각각의 위치가 가진 조건과 임대료 수준을 차분하게 짚어 나갔다.“이쪽은 주변 인프라는 괜찮지만 임대료가 지나치게 높아요. 초기 비용 부담이 클 거예요.”구기빈은 다른 주소들로 시선을 옮겼다.“그리고 이 몇 군데는... 하나는 심명그룹 쪽과 너무 가깝고, 다른 곳들은 지금 강이주 씨가 다니는 회사 근처예요.”“강이주 씨도 알고 있겠지만, 이제 심원후와는 더 얽히고 싶지 않잖아요.”강이주는 구기빈이 마지막으로 짚은 곳들을 바라봤다.정말 구기빈 말대로였다.처음 그 매물들을 봤을 때 강이주가 가장 먼저 떠올린 것도, 심명그룹 인근이거나 지금 회사 주변이라는 점이었다.심원후와 관계가 이만큼 틀어진 지금, 그런 위치는 강이주에게 결코 우선순위가 될 수 없었다.그래서 강이주도 그 주소들을 목록 가장 뒤쪽으로 밀어 둔 상태였다.앞쪽에 적어 둔 후보들을 먼저 둘러본 뒤, 거기서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하면 그때 가서 마지막 선택지로 다시 보자는 생각이었다.정말 다른 방법이 없을 때만, 그런 예비 후보들 중에서 하나를 고를 생각이었다.그런데 지금 구기빈이 하나하나 짚어 주는 말을 듣고 있자니, 강이주는 머리가 지끈거렸다.구기빈 말대로라면 지금 적어 둔 후보들 대부분을 아예 지워야 했다.그렇다면 다시 처음부터 자리를 물색해야 했다.‘이러면 도로 원점인데...’강이주의 기운 빠진 표정을 놓치지 않은 구기빈이, 강이주를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제 쪽에 괜찮은 자리가 하나 있긴 해요.”“어디예요?”강이주는 놀란 눈으로 구기빈을 바라봤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어디서부터 다시 찾아야 하나 막막했는데, 구기빈 말 한마디에 실낱같은 희망이 생겼다.그 말에 구기빈은 가볍게 목을 가다듬었다.“제일빌딩 안에 독립 공간 하나가 비어 있어요. Z88이라고, 그 구역 전체가 지금 비어 있어요.”제일빌딩.그 말을 들은 강이주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구기빈을 마주 봤다.“RG그룹 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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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강이주가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구기빈의 표정도 한층 더 무거워졌다.“강이주 씨.”강이주는 고개를 들어 눈앞의 남자를 바라봤다.마침 구기빈도 강이주를 보고 있었다.구기빈은 천천히 말을 꺼냈다.“제 생각엔, 우리 사이에서 몇 가지는 제대로 털어놓고 이야기할 필요가 있어요.”결혼 이야기는 먼저 꺼낸 쪽이 구기빈이었다.비록 계약 결혼이라고 해도, 적어도 그럴듯한 겉모습은 갖춰야 했다.구기빈의 분위기가 평소보다 훨씬 진지하다는 걸 느낀 강이주는 등을 곧게 폈다.“말해보세요.”강이주도 알고 있었다.아마 조금 전 자신이 선을 확실히 긋듯 말한 태도가 구기빈의 심기를 건드렸을 가능성이 컸다.누가 봐도 구기빈은 불편해 보였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강이주에게도 물러설 수 없는 기준이 없는 건 아니었다.‘그래도 내가 지킬 건 지켜야 해.’물론 구기빈은 강이주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지 못했다.구기빈은 강이주를 한 번 바라보다가, 조금 전 자기 태도가 너무 딱딱했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듯 어색한 기색을 비쳤다.그러고는 낮게 물었다.“혼인신고 얘기, 제가 몇 번이나 확인했는데... 정말 다 생각해 본 거예요?”사실 강이주가 처음 구기빈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부터 구기빈은 이미 알고 있었다.심원후가 또다시 백초아 때문에 강이주와의 약속을 저버렸다는 걸.이전 두 번과 똑같았다.강이주는 구청 문이 닫힐 때까지 기다렸지만, 심원후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그래서 구기빈도 일부러 강이주에게 자신이 일주일 뒤에나 돌아온다고 말했었다.강이주가 정말 이 결정을 끝까지 붙들고 갈 사람인지, 그 시간을 주고 싶었다.그동안 강이주는 여러 번 분명하게 말했다.지금까지 충분히 생각했고, 반드시 구기빈과 혼인신고를 하겠다고.하지만 과연 정말 그만큼 깊이 생각한 걸까?구기빈은 아직도 그 확신이 서지 않았다.강이주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구기빈을 바라봤다.강이주는 늘 구기빈이 이상하다고 느꼈다.결혼하자고 먼저 제안한 것도 구기빈이었다.자신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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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바로 그때, 강이주의 마음이 완전히 흔들렸다.구기빈은 강이주에게 얼마든지 자기 말을 반박할 틈을 줬다.하지만 강이주는 끝내 입을 열지 못했다.구기빈은 눈길 한 번 떼지 않고 강이주를 바라보며 말했다.“강이주 씨. 손에 쥔 인맥과 자원을 적절하게 써서 자신이 원하는 이익을 가져오는 것... 그게 결국 살아남는 방식이에요.”지금 강중그룹 사정이 어떤지, 그건 구기빈보다 강이주가 더 잘 알았다.강이주가 정말 심명그룹과 완전히 등을 돌리기로 한다면, 강중그룹 쪽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더구나 구기빈은 이미 알고 있었다.강이주가 지금 심명그룹과 관련된 일들을 하나씩 정리하고 있다는 사실을.그 정도 규모의 정리가 들어가면, 이미 위태로운 강중그룹에는 절대 그 충격은 작지 않을 것이다.그런데도 그때까지 강이주가 자기 기준과 원칙만 붙들고 버티려 든다면, 결국 강중그룹을 더 깊은 수렁으로 밀어 넣는 꼴이 될 수도 있었다.구기빈의 말은 강이주에게 그대로 정수리를 내리치는 한 방처럼 꽂혔다.이건 단순한 충고가 아니었다.어쩌면 구기빈이 강이주에게 건네는 첫 번째 비즈니스 레슨인지도 몰랐다.손에 쓸 수 있는 자원과 사람이 있는데도, 괜한 자존심과 스스로 만들어 낸 고집 때문에 그걸 외면하는 것.그건 결코 대단한 일이 아니었다.오히려 어리석은 선택에 가까웠다.‘나는 지금까지 그걸 원칙이라고 믿고 있었던 건가?’강이주는 구기빈의 말을 곱씹었다.그 말을 하나하나 뜯어 생각하는 사이에 머릿속이 환하게 트이는 기분이 들었다.강이주는 퍼뜩 고개를 들어 여전히 단정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구기빈을 마주 봤다.“구기빈 씨 말이 맞아요. 제가 당신이랑 손잡기로 했으면, 그렇게 많이 생각할 필요가 없겠죠.”강이주는 숨을 고른 뒤 또렷하게 말을 이었다.“약한 쪽은 밀려나는 세상에서 살아남는 게 먼저잖아요. 제가 너무 좁게 본 것 같아요.”강이주는 정말로 모든 관계를 정리한 뒤 강중그룹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강중그룹이 거의 무너질 뻔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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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구기빈과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눈 뒤, 강이주의 기분은 눈에 띄게 한결 가벼워졌다.마음속을 짓누르던 답답함도 조금은 걷힌 듯했다.하지만 강이주는 알지 못했다.자신과는 달리, 심원후는 강이주와 계속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에 이미 감정이 폭발 직전까지 몰려 있다는 걸.병원에서 의사에게 백초아가 알레르기 증상을 보였다는 말을 들은 심원후는, 그제야 머릿속으로 강이주를 떠올렸다.강이주 역시 포도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이 문득 생각난 것이다.하지만 정작 그 사실을 심원후는 너무도 쉽게 잊고 있었다.점심때도 심원후는 아무렇지 않게 강이주에게 와인을 권했었다.그리고 이제 와서야 떠올랐다.회의실에 있던 내내 강이주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는 걸.목덜미를 타고 번져 있던 붉은 자국 역시,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보기만 해도 아찔할 정도였다.‘설마... 그때 이미 많이 힘들었던 건가?’심원후는 강이주에게 전화를 걸어 상태를 확인해 보고 싶었다.하지만 전화는 끝내 연결되지 않았다.몇 번을 걸어도 마찬가지였다.심원후는 차갑게 굳은 표정으로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강이주... 오늘 점심 이후 병원 다녀온 기록 있는지 확인해.”강이주 정도로 알레르기 반응이 심했다면, 분명 병원에는 갔을 거라고 심원후는 생각했다.바로 뒤쪽에서는 백초아가 그 말을 또렷하게 듣고 있었다.백초아의 눈빛에 잠깐 불만과 원망이 스쳤다.하지만 백초아는 곧바로 표정을 다듬었다.“원후야.”백초아는 감정을 정리한 뒤 천천히 심원후 곁으로 다가갔다.심원후는 전화를 끊고, 창백한 낯빛의 백초아를 바라봤다.“어디 더 불편한 데는 없어?”백초아는 가녀리게 웃어 보였다.“이제 괜찮아. 이주 씨 걱정되면 가봐. 미안해. 다 나 때문에 일이 이렇게 커졌잖아.”말을 잇는 백초아의 눈가가 붉게 젖었다.눈빛에는 미안함이 가득 서려 있었다.그 모습을 본 심원후는 금세 마음이 약해졌다.“네 잘못 아니야. 나랑 이주는 그냥 대화가 부족했던 거야. 지금은 화가 나 있으니까 내가 밤에 가서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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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백초아가 떠난 뒤, 심원후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그 일을 겪고 나서야 심원후는 드물게 자신을 돌아봤고, 성격도 예전보다는 조금씩 누그러지고 있었다.그런데 지금 백초아가 먼저 지난날 이야기를 꺼내자, 심원후의 가슴 한편으로 짙은 죄책감이 밀려왔다.‘그때 내가 초아를 너무 힘들게 했지.’심원후는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초아야, 내가 집까지 데려다줄게.”아무리 말을 덧붙여도, 이미 남겨 둔 상처를 지울 수는 없었다.심원후 역시 그 지난 시간을 더 오래 헤집고 싶지는 않았다.백초아는 그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응. 데려다줘서 고마워.”시선이 마주쳤을 때부터 백초아는 이미 알았다.이번에도 자기 선택이 맞았다는 걸.예전 이야기를 꺼내면, 심원후는 결국 자신에게 미안함과 연민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역시 이 사람은 과거 얘기에 약해.’심원후가 약을 받아 오려고 줄을 서 있는 사이에 백초아는 재빨리 핸드폰을 꺼냈다.심원후의 뒷모습을 한 장 찍은 뒤, 예전에 저장해 둔 사진 한 장을 더 골라 함께 SNS에 올렸다.백초아는 심원후를 다시 찾아온 뒤부터 자기 계정에 둘의 일상을 조금씩 기록해 왔다.달달한 분위기의 게시물은 꽤 많은 관심을 끌었고, 지금은 팔로워의 숫자도 적지 않았다.게시물이 올라가자마자 댓글이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헉, 드디어 올라왔다. 오늘도 달달해서 부럽다!][또 커플 일상이다. 너무 부럽잖아...][아픈 거예요? 몸조리 잘해요. 그래도 남자친구가 옆에 있으니까 든든하겠다.]백초아는 쏟아지는 부러움과 축복이 담긴 반응을 보며, 가라앉아 있던 기분이 조금씩 풀리는 걸 느꼈다.몇몇 댓글에는 일부러 수줍은 투로 답글까지 남겼다.그제야 백초아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핸드폰을 내려놓았다.마침 심원후도 약을 받아 돌아왔다.백초아는 심원후 옆에 바싹 붙어 함께 병원을 나섰다.심원후는 백초아를 집까지 데려다줬다.하지만 집 안으로 들어와 쉬었다 가라는 백초아의 말은 듣지 않았다.백초아의 집에서 나온 심원후는 곧장 옆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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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심원후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병실 안에는 강이주 혼자 있었다.구기빈은 처리해야 할 일이 생겨 잠시 자리를 비운 상태였고, 덕분에 심원후와 구기빈은 마주치지 않았다.강이주는 침대 머리에 기대 반쯤 몸을 누인 채 핸드폰으로 짧은 드라마 클립을 보고 있었다.중간중간 웃긴 장면이 나올 때마다 강이주의 입가에 작게 웃음이 번졌다.병실 문 앞에 선 심원후는 그런 강이주의 모습을 보자 저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췄다.한동안 그 자리에 선 채 가만히 바라봤다.강이주가 저렇게 환하게 웃는 얼굴을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였는지, 심원후는 바로 떠올릴 수조차 없었다.오랜만에 보는 강이주의 웃음에 심원후는 잠깐 넋을 놓고 말았다.‘이주가... 저렇게 웃기도 했지.’그때 강이주가 뭔가 느낀 듯 고개를 들었다.문가에 서 있는 심원후를 발견한 강이주의 입가가 그대로 굳었다.‘심원후?’‘쟤가 여기엔 왜 와?’강이주는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심원후를 바라봤다.미간도 살짝 좁아졌다.“여긴 왜 왔어?”조금 전 심원후가 걸어온 전화들이 바로 떠올랐다.자기 앞에 선 여자가 너무 차갑게 굴자, 심원후는 가슴이 턱 막히는 기분을 느꼈다.“너 보러 왔어. 알레르기 그렇게 심하게 올라왔는데 왜 나한테 말 안 했어?”심원후는 병원으로 오기 전, 이미 비서에게 강이주의 진료 기록을 자기 핸드폰으로 받았다.그 기록을 보는 내내 심원후의 속은 타들어 갔다.강이주는 알레르기 반응으로 심한 쇼크가 왔고, 의식을 잃은 채 병원으로 실려 왔다.조치가 5분만 늦었어도 생명이 위험했을 거라는 말까지 적혀 있었다.결과를 확인한 뒤부터 심원후는 계속 가슴 한가운데가 묵직하게 조여 왔다.와인을 마시게 한 건 다름 아닌 자기였다.무엇보다 심원후는 강이주가 포도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그 사실이 심원후를 더 괴롭게 했다.자책과 죄책감이 덩굴처럼 몸을 죄어 오는 기분이었다.‘전부 내 탓이잖아.’강이주는 조금 놀랐다.심원후가 먼저 병원까지 찾아와 자신을 본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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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말끝으로 갈수록 심원후의 목소리에는 불만이 묻어났다.강이주가 자기에게 아무리 화가 났다고 해도, 그렇다고 몸까지 함부로 굴려서는 안 된다고 심원후는 진심으로 생각했다.그 와인도 자기가 마시라고 밀어붙였으니 마시긴 했겠지만, 강이주가 포도 알레르기 있다고 한마디만 했으면 됐을 일이었다.설마 그 말을 들었는데도 자기가 끝까지 억지로 들이밀었겠냐는 생각이 들었다.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심원후는 점점 더 답답해졌다.가끔 심원후는 강이주의 그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무슨 일이든 혼자 버티려 하고, 끝까지 센 척하면서 다 떠안는 그 고집 말이다.‘왜 꼭 혼자 다 감당하려고 드는 거야.’강이주는 다시 비꼬듯 입을 열었다.“네 말대로면 내가 전화만 했어도 네가 달려왔을 것처럼 들리네. 심원후, 못 지킬 약속을 쉽게 하지 마. 나 이제 너한테 그런 거 기대도 안 해.”“누가 못 지킨대. 나는 당연히...”심원후는 거의 반사적으로 강이주 말을 끊으며 반박하려 했다.하지만 말을 채 끝내지도 못하고 그대로 목이 막혔다.심원후의 머릿속에 지난 일들이 줄줄이 떠올랐기 때문이다.예전에 강이주가 한밤중에 고열로 끙끙 앓다가 심원후에게 전화했던 적이 있었다.집으로 와서 병원에 데려다 달라고 했었다.그런데 그때 마침 백초아가 자살 소동을 벌였고, 심원후는 백초아 곁을 지켰다.심원후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강이주에게 혼자 병원에 가라고 했다.죽는 것도 아니지 않냐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또 한 번은 강이주가 교통사고를 당한 적도 있었다.그때는 보호자 서명이 필요했다.강이주는 당시 어머니와 연락이 닿지 않아 심원후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그 무렵 심원후는 기분이 가라앉은 백초아를 데리고 바깥으로 나가 바람을 쐬고 있었다.그 뒤로도 비슷한 일은 반복됐다.백초아가 부르면 심원후는 늘 그쪽으로 향했고, 하필 그럴 때마다 강이주 쪽에서도 공교롭게 이런저런 일이 생겼다.심원후는 그 모든 상황을 강이주가 일부러 벌이는 일이라고 받아들였다.관심을 끌려고, 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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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강이주의 말에 심원후는 미간을 좁혔다.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기색이 그대로 드러났다.심원후는 눈을 들어 강이주를 가만히 살피며 말했다.“내가 무슨 뜻으로 말한 건지 너도 알잖아. 꼭 그렇게 말마다 가시 세울 필요 있어?”솔직히 말해, 지금 강이주가 자기에게 보이는 날 선 태도는 심원후를 꽤 불편하게 만들었다.예전의 강이주는 분명 이렇지 않았다.하지만 강이주는 그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시선을 거뒀다.그 무심한 반응이 오히려 심원후를 더 초조하게 만들었다.“말 좀 해. 왜 자꾸 입 다물고 있어.”예전 같았으면 강이주는 벌써 몇 마디 받아쳤을 것이다.그런데 오늘은 이상할 만큼 잠잠했다.그 조용함이 심원후에게는 더 낯설었다.더 거슬리기도 했다.강이주는 눈을 흘기고 싶은 마음을 겨우 누르며 퉁명스럽게 답했다.“환자한테 무슨 말을 더 하라는 건데?”강이주는 갑자기 이상하게 구는 심원후를 더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이제 두 사람 사이에 남은 건 말다툼밖에 없다는 생각뿐이었다.심원후는 창백한 강이주의 낯을 보고 속으로 짜증 섞인 자책을 삼켰다.‘뭐 하는 거지, 나?’병원으로 오는 내내 심원후는 스스로에게 몇 번이고 되새겼다.강이주가 아픈 상태이니, 아무리 화가 나도 절대 강이주에게 쏟아내지 말자고.그런데 막상 강이주 앞에 서자, 강이주의 단호하고 차가운 태도에 심원후는 또다시 그 다짐을 잊을 뻔했다.심원후는 속에서 끓어오르는 감정을 억지로 눌렀다.그리고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됐어. 네가 편한 대로 해.”말끝에는 어쩔 수 없이 받아 준다는 듯한 체념이 묻어 있었다.마치 강이주의 고집을 자기가 너그럽게 받아 주고 있다는 식이었다.강이주는 그 말투가 못마땅했지만, 굳이 다시 받아칠 기운도 나지 않았다.그저 심원후를 한번 힐끗 보며 물었다.“아직도 할 말 남았어?”그 말 속에 담긴 내쫓는 기색을 심원후도 알아들었다.심원후는 표정을 굳힌 채 입술만 꾹 다물었다.강이주의 물음에는 대답하지 않았다.심원후 손에 들린 사과는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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