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기빈은 강이주가 적어 둔 곳들 가운데 몇 군데를 손가락으로 짚었다.그러고는 각각의 위치가 가진 조건과 임대료 수준을 차분하게 짚어 나갔다.“이쪽은 주변 인프라는 괜찮지만 임대료가 지나치게 높아요. 초기 비용 부담이 클 거예요.”구기빈은 다른 주소들로 시선을 옮겼다.“그리고 이 몇 군데는... 하나는 심명그룹 쪽과 너무 가깝고, 다른 곳들은 지금 강이주 씨가 다니는 회사 근처예요.”“강이주 씨도 알고 있겠지만, 이제 심원후와는 더 얽히고 싶지 않잖아요.”강이주는 구기빈이 마지막으로 짚은 곳들을 바라봤다.정말 구기빈 말대로였다.처음 그 매물들을 봤을 때 강이주가 가장 먼저 떠올린 것도, 심명그룹 인근이거나 지금 회사 주변이라는 점이었다.심원후와 관계가 이만큼 틀어진 지금, 그런 위치는 강이주에게 결코 우선순위가 될 수 없었다.그래서 강이주도 그 주소들을 목록 가장 뒤쪽으로 밀어 둔 상태였다.앞쪽에 적어 둔 후보들을 먼저 둘러본 뒤, 거기서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하면 그때 가서 마지막 선택지로 다시 보자는 생각이었다.정말 다른 방법이 없을 때만, 그런 예비 후보들 중에서 하나를 고를 생각이었다.그런데 지금 구기빈이 하나하나 짚어 주는 말을 듣고 있자니, 강이주는 머리가 지끈거렸다.구기빈 말대로라면 지금 적어 둔 후보들 대부분을 아예 지워야 했다.그렇다면 다시 처음부터 자리를 물색해야 했다.‘이러면 도로 원점인데...’강이주의 기운 빠진 표정을 놓치지 않은 구기빈이, 강이주를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제 쪽에 괜찮은 자리가 하나 있긴 해요.”“어디예요?”강이주는 놀란 눈으로 구기빈을 바라봤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어디서부터 다시 찾아야 하나 막막했는데, 구기빈 말 한마디에 실낱같은 희망이 생겼다.그 말에 구기빈은 가볍게 목을 가다듬었다.“제일빌딩 안에 독립 공간 하나가 비어 있어요. Z88이라고, 그 구역 전체가 지금 비어 있어요.”제일빌딩.그 말을 들은 강이주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구기빈을 마주 봤다.“RG그룹 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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