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Chapter 61 - Chapter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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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화

이제 와서 제 앞에 나타나 저런 말을 하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심원후는 손에 들고 있던 과도를 내려놓고 고개를 들었다.강이주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물었다.“지금까지 와서도 계속 나랑 기싸움할 거야?”심원후는 끝까지 강이주가 자기한테 화가 나서 버티는 거라고만 생각했다.이 정도면 자기가 먼저 손을 내민 셈인데, 강이주가 적당히 받아 주면 될 일이었다.그런데도 왜 이렇게 끝까지 버티고, 선을 넘듯 맞서 드는 건지 심원후는 이해할 수 없었다.어쩌면 자기가 예전에 무리하게 요구하는 강이주의 말을 너무 많이 들어준 탓에, 강이주가 자기 앞에서 이렇게까지 밀어붙이는 버릇이 생긴 건 아닐까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내가 너무 받아 준 건가?’강이주는 그 말이 어처구니없었다.강이주는 등을 곧게 세운 채 심원후를 마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설마 네가 아직도 내가 일부러 튕기고, 일부러 널 골탕 먹이려고 이러는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심원후 성격상, 정말로 그렇게 믿고 있을 가능성이 충분했다.그리고 이어진 심원후의 말은 강이주의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그대로 보여 줬다.심원후는 눈썹을 살짝 치켜세우며 되물었다.“아니야? 인정할 건 인정할게. 요즘 내가 잘못한 거 있어. 내가 너한테 소홀했던 것도 맞고, 너를 서운하게 한 일도 많았던 거 알아. 내가 잘못했어. 앞으로는 안 그럴게.”심원후는 마치 충분히 양보하고 있다는 듯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너도 네가 제일 아끼는 걸 가지고 자꾸 나 압박하지 마. 그 게임이 네 마음 다 들어간 작업인 거 나도 알아. 너도 그걸 쉽게 버릴 사람 아닌 거 알고.”원래 다 알고 있었구나.강이주는 그 말을 듣는 내내 입꼬리에 싸늘한 비웃음을 걸었다.심원후는 알고 있었다.강이주가 그 게임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마음을 쏟았는지.그런데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오히려 그걸 알고 있으니까 더 쉽게 붙잡고 흔들었다.강이주가 그 게임을 포기하지 못할 거라는 걸 확신하고, 그 마음을 계속 협상의 카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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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심원후는 처음엔 생각했다.자기가 먼저 한발 물러서서 강이주를 달래 주면, 강이주는 예전처럼 금세 마음을 풀 거라고.조금만 다정하게 굴어도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던 예전처럼, 이번에도 그렇게 넘어갈 줄 알았다.그런데 심원후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강이주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오히려 차갑게 벽을 세운 채 심원후를 상대조차 하지 않았다.그 태도는 심원후의 마음 속에 눌려 있던 화를 더 크게 부추겼다.심원후는 굳은 표정으로 눈앞의 강이주를 바라봤다.“됐어. 네가 지금 아파서 예민한 거라고 생각할게. 이 정도는 내가 그냥 넘긴다.”결국 심원후는 또다시 강이주를 위한 핑계를 만들어 줬다.이쯤에서 적당히 덮고 지나가면 되는 일이라고, 스스로 그렇게 정리했다.대단한 일도 아니라고 생각하려 했다.하지만 강이주는 여전히 등을 돌린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심원후는 목구멍에 걸린 응어리 같은 게 좀처럼 내려가지 않았다.심원후는 다시 병상 옆 의자에 앉았다.‘말 안 하고 버티면 끝이라고 생각하나 보지? 이대로 끝까지 갈 수는 없어.’심원후는 속으로 이를 악물었다.‘어디 한번 해 봐. 누가 더 오래 버티나 보자.’그렇게 심원후는 억눌린 감정을 품은 채 강이주 침대 곁을 지켰다.그 기척을 느낀 강이주는 마음이 바짝 조여 왔다.강이주는 지금 심원후가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가, 자신을 정말 걱정해서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오히려 자기의 냉담한 태도에 자극받아 오기가 생긴 쪽에 가까워 보였다.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조금 뒤 구기빈이 병실로 돌아왔을 때, 심원후와 마주치기라도 하면 어쩌지?’그 장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지끈거렸다.‘하필 그 타이밍에 마주치기라도 하면 진짜 골치 아픈데.’강이주는 몇 번이나 몸을 일으켜 심원후를 내쫓고 싶었다.타이밍 다 놓치고 사람 마음 떠나고 나서 뒤늦게 후회하면 뭐 하나.진작 잘했어야지.강이주는 이런 식의 뒤늦은 관심이 불편했다.그것도 마음이 하나로 정리되지 않은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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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심원후가 강이주를 향해 말했다.“나 잠깐 볼일 좀 보고 올게. 좀 있다 다시 와서 네 옆에 있을게.”길게 마음속에서 실랑이를 벌인 끝에, 심원후는 결국 또 백초아 쪽을 택했다.그리고 그 결말은 강이주가 충분히 예상한 일이었다.‘결국 또 저쪽이지.’심원후는 자기가 나가겠다고 하면, 강이주가 적어도 뭐라도 한마디할 줄 알았다.붙잡든, 비꼬든, 아니면 차갑게라도 반응할 줄 알았다.그런데 강이주는 침대에 누운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그 모습에 심원후 속은 더 뒤집혔다.심원후는 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시선을 거뒀고, 화가 잔뜩 난 채 몸을 돌려 병실을 나갔다.병실 안이 완전히 조용해지고 나서야 강이주는 이불을 확 걷어냈다.답답한 숨을 한꺼번에 몰아쉬었다.조금 전까지는 숨이 턱 막힐 지경이었다.강이주는 문 쪽을 한번 흘겨본 뒤 싸늘하게 웃었다.이제야 속이 좀 트인 기분이었다.‘드디어 갔네.’한편 심원후는 속에 화를 잔뜩 품은 채 병실을 나왔다.그 상태로 복도를 걷다가, 마침 검사 결과지를 손에 든 구기빈과 정면으로 마주쳤다.구기빈도 심원후를 발견했다.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걸음을 멈췄다.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반가움이라곤 한 톨도 없었다.먼저 입을 연 건 심원후였다.“여기서 뭐 해?”심원후의 눈에는 의심과 탐색이 동시에 스쳤다.구기빈이 병원에 나타난 이유가 도무지 쉽게 납득되지 않았다.설마 강이주를 보러 온 건가 하는 생각이 불쑥 떠올랐다.하지만 그 생각은 떠오르자마자 먼저 잘라 냈다.평소 강이주와 구기빈 사이엔 접점이랄 것도 거의 없었다.게다가 강이주는 심원후의 영향으로, 원래부터 구기빈을 탐탁지 않게 여겨 왔다.두 사람이 마주쳐도 제대로 말을 섞은 적조차 없었다.그러니 구기빈이 강이주 때문에 여기 왔을 리 없다고, 심원후는 재빨리 결론 내렸다.‘말도 안 돼.’구기빈은 싸늘한 시선으로 심원후를 보며 입을 열었다.“왜, 병원이 심 대표 거야? 바닷가에 살지도 않으면서 왜 이렇게 오지랖이 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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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심원후가 제대로 받아치지도 못한 채 꿀 먹은 벙어리처럼 굳어 버린 모습을 보자, 구기빈의 팽팽하던 표정도 아주 조금은 풀렸다.구기빈은 심원후를 보는 첫눈에 이미 알아챘다.이 남자가 병원에 온 이유는 강이주 때문이라는 걸.무슨 이유로 찾아왔든, 좋은 마음으로 온 건 아닐 거라고 구기빈은 생각했다.그렇다면 굳이 체면을 봐줄 이유도 없었다.원래부터 사이가 좋을 수 없는 두 사람이었다.마주치기만 하면 불꽃이 튀는 관계였고, 그런 만큼 구기빈의 빈정거림도 조금의 사정도 없이 날카로웠다.다만 심원후가 생각보다 더 형편없는 사람이라는 게 문제였다.예전이나 지금이나 심원후는 구기빈 앞에서는 힘을 제대로 못 썼다.강이주 본인조차 모르고 있는 사실이지만, 심원후는 구기빈과 맞붙을 때마다 늘 밀렸다.구기빈에게서 한 번도 제대로 우위를 점한 적이 없었다.그게 바로 심원후가 구기빈을 이가 갈릴 정도로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구기빈 앞에서는 늘 눌렸고, 번번이 밀렸다.‘이 정도면 상대도 안 되는데.’구기빈은 더 이상 심원후에게 신경 쓸 마음이 없었다.그렇다고 곧장 병실로 돌아가 강이주를 보러 간 것도 아니었다.구기빈은 방금 나온 검사 결과지를 들고 주치의를 찾아 진료실로 향했다.강이주는 알레르기 증상 때문에 병원에 온 김에 종합 건강 검진까지 같이 진행한 상태였다.검사 결과는 순서대로 조금씩 나오고 있었고, 몇몇 항목은 며칠 더 지나야 결과를 받을 수 있었다.구기빈은 일단 나온 자료부터 의사와 함께 확인해 볼 생각이었다.그래서 구기빈은 심원후가 한 번 나갔다가 다시 돌아온 것까지는 미처 알지 못했다.한편 심원후는 병원 주차장까지 내려갔다가도 자꾸 마음에 걸렸다.생각하면 할수록 뭔가 이상했다.결국 심원후는 홧김에 나왔던 길을 되짚어 다시 한번 강이주의 병실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병실 안에 강이주 혼자 있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심원후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역시 자기가 괜한 생각을 했던 거였다.구기빈이 병원에서 강이주를 챙기고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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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강이주가 일부러 농담하듯 말했지만, 구기빈은 그 말 속에 깔린 기류를 놓치지 않았다.구기빈은 입꼬리를 옅게 올리며 말했다.“좋게 끝난 건 아닌가 보군.”그럴 만도 했다.심원후가 아까 복도에서 자기에게 그렇게 날을 세운 것도, 결국 강이주 앞에서 뜻대로 안 풀리자 화풀이했을 가능성이 컸다.강이주한테서 받은 짜증을 엉뚱하게 자기한테 푼 셈이었다.구기빈은 속으로 심원후를 한 번 더 깔봤다.‘볼품없긴.’강이주는 그저 구기빈을 한번 올려다봤을 뿐, 굳이 대답하지는 않았다.구기빈과 심원후가 마주쳤을 때 무슨 말을 주고받았는지, 강이주는 알고 싶지 않았다.애초에 자기 관심사도 아니었다.구기빈은 더 캐묻지 않았다.손에 들고 있던 검사 결과지를 강이주에게 내밀었다.“검사 결과 나왔어요.”강이주가 종이를 받아 들자, 구기빈이 바로 말을 이었다.“의사 말로는 빈혈이 좀 있다고 했어요. 저혈당성 어지럼증 올 수 있으니까 신경 써야 한다고요.”그 말을 하면서 구기빈은 조금 전, 결과지를 들고 설명하던 담당의의 표정을 떠올렸다.의사는 강이주 몸 상태가 전반적으로 아슬아슬한 경계에 걸쳐 있다고 했다.평소 눌러 둔 감정이 너무 많고, 그게 고스란히 몸 상태로 드러나고 있다고 했다.이대로 계속 버티기만 하고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면, 앞으로도 잔병치레가 하나둘 더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지금 가장 중요한 건 강이주가 최대한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 그리고 안에 쌓인 감정을 천천히라도 밖으로 흘려보내게 하는 일이라고 했다.그 얘기를 듣는 내내 구기빈은 표정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구기빈 역시 예상하지 못했다.강이주 몸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을 줄은.‘이 정도로 나빠졌을 줄은 몰랐는데.’정작 당사자인 강이주는 구기빈이 전하는 말을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자기 몸 상태가 저 정도일 거라고는 강이주 자신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강중그룹에 일이 터진 뒤로, 강이주 마음은 줄곧 짓눌린 상태였다.기댈 곳은 없고, 결국 자기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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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구기빈은 강이주를 한 번 바라본 뒤, 이내 말했다.“다른 건 딱히 큰 문제는 없어요.”그 말을 들은 강이주는 그제야 길게 숨을 내쉬었다. 가슴 한편을 짓누르던 답답함이 조금은 걷혀 나가는 기분이었다.구기빈이 다시 입을 열었다.“언제쯤 다시 일 시작할 생각이에요?”강이주는 바로 구기빈이 말하는 대상이 자신이 세우려는 게임회사라는 걸 알아차렸다.강이주는 구기빈을 향해 옅게 미소 지었다.“괜찮아요. 급하지 않아요.”“그래요.” 구기빈이 차분히 답했다. “건물 전체가 다 인테리어까지 끝난 상태예요. 필요한 설비만 한번 체크해 봐요. 그러면 배 비서 쪽에 말해서 준비할게요. 그때 팀만 데리고 바로 들어오면 돼요.”강이주는 적잖이 놀랐다.“이렇게 빨라요?”강이주는 정말로 구기빈의 일 처리 속도가 이 정도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구기빈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이럴 때는 흐름을 놓치면 안 되잖아요. 필요한 게 있으면 부담 갖지 말고 배 비서한테 말해요. 배 비서 쪽에서 바로바로 맞춰 줄 거예요.”구기빈은 잠시 말을 고른 뒤, 다시 이어서 말했다.“제 생각에는 강이주 씨 쪽도 심씨 가문이랑 정리하는 일이 거의 마지막에 다다른 것 같아요. 미리 출구 전략을 마련해야죠. 이기는 쪽은 결국 준비해 둔 사람이니까요.”배진호는 구기빈의 수석비서였다.듣기로는 배진호와 구기빈은 대학 동기였고, 두 사람은 함께 유학까지 다녀왔다고 했다.학업을 마치고 돌아온 뒤, 배진호는 구기빈과 함께 RG그룹에 들어갔다.구기빈이 RG그룹을 맡게 된 뒤로, 배진호는 줄곧 구기빈의 곁을 지키며 온갖 업무를 정리하고 처리해 왔다.배진호는 구기빈이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었다.RG그룹 안에서 구기빈을 제외하면, 배진호는 유일하게 구기빈을 대신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배진호는 단 한 번도 구기빈을 실망하게 한 적이 없었다.강이주는 구기빈이 자신더러 회사와 관련해 남은 일들을 처리할 때 배진호와 연락하라고 하는 게, 너무 아까운 인재를 사소한 일에 쓰는 것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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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구희라는 강이주를 와락 끌어안은 채 좀처럼 놓아주지 않았다. 그리고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인 채 강이주의 어깨와 품에 몸을 비비는 모습에는 서운함이 묻어 있었고, 말끝마다 응석을 부렸다.강이주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팔을 들어 구희라를 마주 안았다. 이렇게 말랑하고 사랑스럽게 매달리는 구희라 앞에서는 도무지 힘을 쓸 수가 없었다.‘진짜... 희라한테는 이기질 못하겠네.’옆에 서 있던 구기빈은 진작 구희라에게 밀려 한쪽으로 비켜나 있었다.자기 여동생이 이렇게까지 자신을 없는 사람 취급하는 태도에 대해, 구기빈은 아주 엄중한 도의적 비판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그래도 구희라를 바라보는 구기빈의 눈에는 여전히 동생을 향한 다정함이 어려 있었다.강이주는 숨이 턱 막힐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구희라가 어찌나 힘껏 껴안고 있는지, 이대로 가면 정말 질식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강이주는 품 안의 친구를 살며시 밀어내며 물었다.“어떻게 왔어?”“오빠가 나한테 연락했어. 오라고.” 구희라는 핸드폰을 흔들어 보였다.말을 마친 구희라는 도둑고양이처럼 능청스러운 웃음을 띤 채 구기빈을 힐끗 바라봤다.“그치, 오빠?”구희라는 눈썹을 까딱이며 짓궂게 표정을 지었다.구희라의 말에 강이주도 자연스럽게 구기빈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구기빈은 무심한 낯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응.”구희라는 얼마 전에 구기빈에게서 가져간 500만 원을 챙긴 데서 끝나지 않고, 뒤이어 1500만 원까지 더 뜯어냈다.오늘 하루 손에 들어온 돈만 도합 2000만 원이었다.그래서 구기빈이 병실로 와서 강이주 옆에 있어 주고, 말동무도 되어 달라고 했을 때, 구희라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2000만 원이나 받았는데 이 정도는 해야지.’강이주는 다시 한번 놀랐다.요즘 들어 워낙 많은 일이 한꺼번에 터졌다. 특히 강이주와 심원후 사이에서 벌어진 일들은 더욱 그랬다. 친구인 구희라도 틈틈이 연락은 해 왔지만,그래도 강이주는 알고 있었다.구희라는 한동안 출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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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구희라는 화가 난 눈으로 강이주를 노려봤다.“너도 말은 잘하지. 네 입으로도 그랬잖아. 게임 때문에 그랬다고. 근데 지금은? 결국 똑같이 손 놓은 거잖아. 그러니까, 아무리 공들인 일이 목숨만큼 중요해도, 더...”거기까지 말한 뒤, 구희라는 남은 말을 삼켰다.어차피 좋은 말은 아니었다.구희라는 두 손을 허리에 얹은 채 씩씩거렸다.“그때 내가 투자할 수 있다고 했잖아. 근데 네가 끝까지 싫다고 했지. 됐어. 심원후가 그렇게 비겁하게 나온 이상, 그 게임 안 가져도 아쉬울 거 하나 없어.”구희라는 차갑게 웃었다.지금 심원후가 자기 앞에 서 있기만 했다면, 구희라는 망설이지 않고 달려가 일단 뺨부터 올려붙였을 것이다.그만큼 구희라가 심원후에게 쌓아 둔 불만은 이미 끝까지 차오른 상태였다.예전에는 강이주 체면 때문에 구희라도 굳이 이렇다 저렇다 말을 아꼈다. 괜한 말로 강이주를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그런데 이제 강이주가 먼저 완전히 끊어 내겠다고 마음먹은 이상, 구희라가 더 이상 눈치 보며 심원후에 대한 유감을 숨길 이유는 없었다.구희라는 강이주 앞에서 심원후를 향한 분노와 억울함을 조금도 숨기지 않고 쏟아 냈다.욕도 하나같이 겹치는 게 없이 다양했다. 한마디 한마디가 앞보다 더 매서웠다.나중에는 구희라가 감정이 북받친 나머지 주먹까지 휘두르며, 다음에 심원후를 마주치기만 하면 반드시 자기 성격이 어떤지 똑똑히 보여 주겠다고 큰소리를 쳤다.이렇게까지 격앙된 친구를 앞에 두고도, 강이주는 말리지 않았다. 그저 구희라가 마음에 쌓인 걸 다 털어 낼 수 있게 가만히 두었다.오히려 강이주가 먼저 물컵을 건네기까지 했다.구희라는 15분 가까이 쉬지 않고 심원후를 욕하고 나자 조금 진정된 기색을 보였다.곁눈질로 눈웃음을 머금은 강이주를 발견한 구희라는 콧방귀를 뀌듯 ‘흥’ 하고 소리를 냈다.“웃어? 지금 웃음이 나와? 그래도 이제야 네가 좀 정신이 든 것 같으니까 하는 말인데, 이번에는 진짜 끝까지 버텨. 그 쓰레기가 몇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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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강이주는 구희라가 요즘 기업 케이스 하나를 맡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도 구희라한테는 그리 벅찬 사건이 아니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 말을 들은 구희라는 자신만만하게 가슴을 툭 쳤다.“완벽하게 끝냈지. 보너스도 꽤 크게 잡혔어. 보너스 들어오면 네 애기인 내가 너한테 한턱 크게 쏠게.”강이주는 핸드폰을 들고 빠르게 주문을 넣으며 대꾸했다.“그럼 나 기대하고 있을게.”구희라는 손으로 ‘오케이’ 표시를 만들어 보였다.이내 구희라는 강이주를 위아래로 한 번 훑어보더니 말을 이었다.“아, 맞다. 나 오늘부터 사흘 쉬어. 그동안 내가 네 옆에 있어 줄게. 마침 네 쪽에서 심명그룹이랑 정리할 사안도 있다며. 그거 나한테 보여 줘.”강이주가 먼저 도와 달라고 말한 적은 없었지만, 구희라는 이미 그 일을 자기 몫처럼 마음에 올려두고 있었다.강이주는 원래 구희라까지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구희라 역시 늘 바쁘게 사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그런데 구희라가 먼저 나서서 말을 꺼내자, 강이주는 잠깐 망설이다가 끝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부탁 좀 할게.”구희라는 애교 섞인 눈으로 강이주를 흘겨봤다.“너랑 나 사이에 아직도 그렇게 말해야 해?”그러고는 금세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내 말은, 심원후는 지금 옆에 여자 끼고 잘만 지내잖아. 너도 절대 밀리면 안 돼. 그러니까 내일 장한민 만나고 나면 내가 너 데리고 ‘Fittro’에 가 줄게. 내가 쏜다. 드디어 쓰레기 차버린 기념으로.”‘Fittro?’강이주는 반사적으로 거절부터 하려 했다.애초에 강이주는 그 술집 특유의 분위기를 썩 좋아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Fittro가 구기빈 명의로 돌아가는 곳이라는 사실이었다.아직 구희라는 강이주가 곧 구기빈과 혼인신고를 하게 될 거라는 걸 모르고 있었다.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구희라가 너무도 아무렇지 않게 강이주를 자기 오빠 술집에 데려가겠다고 하니, 강이주는 어쩐지 마음이 편치 않았다.‘이게 맞나? 너무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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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헉.”구희라는 갑자기 들려온 구기빈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랐다.구희라는 고개를 홱 돌려 구기빈을 노려봤다.“오빠, 걸어 다닐 때 소리도 안 내냐? 그리고 나랑 내 제일 친한 친구 얘기하는 거 엿들은 거잖아. 진짜 너무한 거 아냐?”구희라는 제 가슴을 손으로 몇 번 쓸어내렸다.정말 깜짝 놀랐다.구기빈은 어깨를 으쓱하며 구희라를 향해 말했다.“잠깐만. 뭘 엿들었다는 거야? 네 오빠를 무슨 이상한 변태처럼 말하지는 마.”구기빈은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리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네가 그렇게 큰 소리로 떠드는데, 지나가던 사람도 궁금해서 한 번쯤 멈춰 섰겠다. 그걸 나한테 뭐라고 하면 어떡해?”구기빈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구희라는 강이주 뒤에 놓여 있던 베개를 집어 들어 그대로 구기빈에게 던졌다.구희라는 벌떡 일어나 구기빈이 몸을 틀어 피하는 틈을 타 곧장 앞으로 달려갔다. 그러고는 폴짝 뛰어올라 구기빈 목을 끌어안듯 팔을 감았다.“구도둑, 내 손맛 좀 봐라!”구기빈은 구희라가 제 몸에 매달리도록 내버려둔 채, 등 쪽으로 세게 한 대 얻어맞는 감각을 고스란히 느꼈다.이 못된 애가 진짜 세게 친 건가 싶었다.등이 화끈거릴 정도로 아팠지만, 구기빈은 그저 구희라를 제 몸에서 떼어 낸 뒤 손가락으로 구희라 이마를 꾹 눌렀다. 구희라는 발톱을 세운 고양이처럼 손발을 버둥거리며 다시 달려들려 했지만, 구기빈 손끝 하나에 막혀 도무지 가까이 가지 못했다.결국 구희라는 볼만 잔뜩 부풀린 채 구기빈에게 바락바락 뭐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강이주는 병상에 앉아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그만 넋을 놓고 말았다.강이주는 구기빈이 차갑고 무심한 얼굴 말고 다른 기색을 드러내는 모습을 거의 처음 보는 것 같았다.지금 눈앞에 펼쳐진 건 그저 평범한 남매가 투닥거리며 장난치는 모습일 뿐이었는데, 강이주에게는 그 장면이 유난히 새롭게 다가왔다.아마도 구기빈이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여서일 것이다.그 생각이 들자 강이주는 저도 모르게 손으로 입가를 가린 채 살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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