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주가 일부러 농담하듯 말했지만, 구기빈은 그 말 속에 깔린 기류를 놓치지 않았다.구기빈은 입꼬리를 옅게 올리며 말했다.“좋게 끝난 건 아닌가 보군.”그럴 만도 했다.심원후가 아까 복도에서 자기에게 그렇게 날을 세운 것도, 결국 강이주 앞에서 뜻대로 안 풀리자 화풀이했을 가능성이 컸다.강이주한테서 받은 짜증을 엉뚱하게 자기한테 푼 셈이었다.구기빈은 속으로 심원후를 한 번 더 깔봤다.‘볼품없긴.’강이주는 그저 구기빈을 한번 올려다봤을 뿐, 굳이 대답하지는 않았다.구기빈과 심원후가 마주쳤을 때 무슨 말을 주고받았는지, 강이주는 알고 싶지 않았다.애초에 자기 관심사도 아니었다.구기빈은 더 캐묻지 않았다.손에 들고 있던 검사 결과지를 강이주에게 내밀었다.“검사 결과 나왔어요.”강이주가 종이를 받아 들자, 구기빈이 바로 말을 이었다.“의사 말로는 빈혈이 좀 있다고 했어요. 저혈당성 어지럼증 올 수 있으니까 신경 써야 한다고요.”그 말을 하면서 구기빈은 조금 전, 결과지를 들고 설명하던 담당의의 표정을 떠올렸다.의사는 강이주 몸 상태가 전반적으로 아슬아슬한 경계에 걸쳐 있다고 했다.평소 눌러 둔 감정이 너무 많고, 그게 고스란히 몸 상태로 드러나고 있다고 했다.이대로 계속 버티기만 하고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면, 앞으로도 잔병치레가 하나둘 더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지금 가장 중요한 건 강이주가 최대한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 그리고 안에 쌓인 감정을 천천히라도 밖으로 흘려보내게 하는 일이라고 했다.그 얘기를 듣는 내내 구기빈은 표정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구기빈 역시 예상하지 못했다.강이주 몸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을 줄은.‘이 정도로 나빠졌을 줄은 몰랐는데.’정작 당사자인 강이주는 구기빈이 전하는 말을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자기 몸 상태가 저 정도일 거라고는 강이주 자신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강중그룹에 일이 터진 뒤로, 강이주 마음은 줄곧 짓눌린 상태였다.기댈 곳은 없고, 결국 자기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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