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그런 재수 없는 말까지는, 구기빈도 강이주 앞에서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그제야 강이주의 머리가 조금씩 돌아가기 시작했다.“이상하네요. 제가 포도 알레르기 있는 걸 어떻게 알아요?”강이주는 방금 자기 귀가 잘못된 게 아니었는지 다시 떠올렸다.분명했다.구기빈은 아까 분명 강이주가 포도 알레르기가 있다고 말했다.‘도대체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구기빈은 여전히 비웃는 듯한 기색을 지우지 않았다.“아무리 그래도 어릴 때부터 같이 컸는데, 강이주 씨의 일 제가 모를 거라고 생각했어요?”그 말을 듣는 순간, 강이주는 퍼뜩 정신이 들었다.그랬다.강이주는 심원후와만 소꿉친구였던 게 아니었다.엄밀히 말하면 어릴 적에는 심원후, 강이주, 구기빈 셋이 함께 자랐다.구기빈은 어릴 때부터 잘 웃지 않았다.늘 또래보다 훨씬 어른스러웠고, 말수가 적은 데다 표정도 별로 없는 아이였다.강이주는 그런 구기빈을 대하는 것이 조금 어려웠다.그녀는 구기빈의 굳은 표정으로 말없이 바라보고만 있어도 괜히 주눅이 들었다.그래서 자연스럽게 강이주는 온화하고 부드러운 심원후 쪽에 더 가까워졌다.원래부터 심원후와 구기빈은 서로 잘 맞지 않았다.거기에 심원후의 영향을 받으면서 강이주와 구기빈의 사이도 점점 더 멀어졌다.강중그룹이 거의 무너질 뻔했던 해에도 강서규는 한 번 구씨 가문에 손을 내밀었던 적이 있었다.하지만 그때 구씨 가문은 정이라곤 없었다.강서규를 냉정하게 돌려세웠고, 말끝마다 비웃음을 섞었다.거기서 끝난 것도 아니었다.당시 구씨 가문의 RG그룹은 강중그룹이 흔들리는 틈을 타, 그 혼란을 이용해 강중그룹을 인수하려고까지 했다.만약 그때 심씨 가문이 보증을 서 주지 않았다면, 강중그룹은 진작 구씨 가문 손에 일부라도 넘어갔을지 모른다.그 일 역시 훗날 강이주와 구기빈의 사이가 더욱 불편해진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지금 구기빈의 입에서 어린 시절 이야기가 나오자, 강이주는 눈을 내리깔았다.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구기빈은 여전히 차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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