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Chapter 511 - Chapter 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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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1화

“사실 아버지도 희라를 계속 시험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희라가 정말 무언가를 꾸미고 있더라도 아버지 능력을 아는 아이이니 별다른 일은 벌이지 못할 겁니다.”“희라도 자기 처지를 잘 알고 있으니 함부로 움직이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구희라가 평소 구기빈의 보호를 많이 받은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생각이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구희도 역시 그 점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구호민은 구희도의 말을 들으며 구희라의 성격과 지금까지의 행동을 하나씩 되짚었다. 따져 보니 구희도의 분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구호민은 무심코 구희도를 바라봤다. “우선 네 형의 행방부터 알아봐. 강이주의 말대로 절벽에서 떨어져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상태인지 확인해.”구희도가 고개를 끄덕였다.구호민이 말을 이었다. “준비도 철저히 해 둬. 일부 일정은 앞당길 때가 됐다.”의미심장한 시선을 보낸 구호민은 해야 할 일을 모두 미리 준비해 두라는 뜻을 눈빛으로 전달했다.구호민은 둘째 아들 구희도에게 처음부터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구호민이 보기에 구씨 집안을 물려받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은 오직 장남 구기빈뿐이었다.어릴 때부터 온갖 방법으로 구기빈을 가르치고 길들인 것도 가장 적합하고 완벽한 후계자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였다.구기빈은 첫 번째 선택이었고,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최우선 후보였다.구희도는 어디까지나 차선책에 불과했다.그래서 어릴 때부터 멀리 보내 놓고도 구기빈을 길들인 것과 같은 기준으로 구희도를 키우게 했다.하지만 구기빈이 이제 실패작이 됐으니, 구호민은 이제 남은 둘째 아들 구희도에게 기대를 걸 수밖에 없었다.둘째만큼은 장남처럼 자신을 실망시키지 않기를 바랐다.구호민의 날카로운 눈빛은 구희도의 속까지 꿰뚫어 보는 듯했다.그 시선 한 번에 구희도는 곧바로 공손히 일어섰다. 눈을 내리깔아 스쳐 지나간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을 감췄다.구희도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아버지를 실망하시게 하지 않겠습니다.”구희도는 구호민을 실망시킬 엄두조차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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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2화

밖으로 나온 강이주는 먼저 임설에게 전화를 걸었다.차에 올라탄 뒤에 구기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쪽에서 곧 사람을 보내 구기빈의 실종이 진짜인지 확인하려 들 거야!]오늘 RG그룹을 찾은 가장 큰 목적은 구기빈의 소식을 전하는 것이었다.구씨 집안 쪽 상황은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걱정할 만큼 위험한 일도 아니었다.오늘 자신의 연기가 구호민을 움직이기에 부족하더라도 구희라가 안에서 손발을 맞춰 줄 터였다.마침 구희라를 떠올리자 메시지가 도착했다.[아빠가 너한테 골칫거리를 좀 만들어 주라고 했는데 거절했어. 너는 어떻게 됐어? 우리 오빠는... 괜찮아?]사실 구희라는 전부터 여러 가지를 의심하고 있었다.자기 오빠처럼 신중한 사람이 아무런 대비 없이 납치될 리 없다고 생각했다.처음에는 구희라도 분명 오빠의 안부를 크게 걱정했다.그러나 마음을 가라앉힌 뒤에는 상황을 완전히 이해했다.납치 계획 자체는 실재했고, 아버지 구호민이 꾸민 일일 가능성이 높았다.구호민이 왜 그런 짓을 벌였는지는 굳이 짐작하고 싶지 않았다.구희라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평범한 사람과 전혀 다르다는 걸 알았다. 좋게 말할 여지도 없이 정상인의 사고를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인 구호민은 언제나 두려움의 대상이었다.납치 계획이 실제였다고 해서 구기빈이 정말 붙잡혔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구희라가 강이주와 손잡고 RG그룹에 들어오려 한 데에도 이유가 있었다.우선 구희도가 돌아왔다.구희라는 어릴 때 작은오빠를 진심으로 좋아했다.구호민이 구희라를 벌하려 할 때마다 구희도는 구희라의 앞을 막아서며 동생을 지켰다.그럴 때마다 구희도가 더 심한 벌을 받았지만, 구희라는 오빠에게 늘 고마운 마음을 품었다.두 남매가 언제부터 멀어졌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아마 구희도가 멀리 보내진 뒤 몇 년에 한 번도 돌아오기 어려워졌을 때부터일 것이다.오랜 세월은 익숙했던 사람마저 낯설게 만들었다.아무리 남매간의 깊은 정이라도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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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3화

강이주는 그 말을 듣고 잠시 침묵했다.한참 뒤에야 구희라에게 말했다. “강중그룹은 걱정하지 마. 때가 오면 강중그룹은 그때 버리면 돼. 전에 말했듯이 업종을 바꿔 새로 시작하면 그만이야. 나는 아직 젊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시간이 있으니까 겁나지 않아.”몇 차례 큰 위기를 겪으며 강중그룹은 이미 깊은 타격을 입었다. 어떻게든 살아남더라도 예전의 규모와 지위를 되찾기는 어려웠다.강이주는 그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구희라와 이런 연극을 벌이기로 했을 때부터 필요하다면 강중그룹을 포기할 각오까지 해 두었다.강중그룹에서 분리할 수 있는 사업은 이미 완전히 떼어 냈다. 분리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도 임설에게 적지 않은 자금을 맡겨 적절한 보상에 쓸 수 있도록 했다.직원들의 생계를 지키기 위해 일정 기간 출근하지 않아도 급여를 지급하는 방안까지 준비했다.앞으로의 방향을 정하면 새 법인을 세우고, 다시 함께하고 싶어 하는 직원들을 다시 채용할 계획이었다.이 계획은 강서규와도 진지하게 상의했다.강서규는 이야기를 들은 뒤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다 자신은 이미 나이가 들었고 죽을 고비까지 겪고 나니 회사에 대한 욕심도 사라졌다며, 강이주가 정말 결정했다면 자신과 장숙연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고 뜻대로 하라고 말했다.강이주는 조건 없이 자신을 지지해 주는 부모에게 깊이 감사했다.통화 너머의 구희라는 강이주의 말을 들으며 가슴이 먹먹해진 듯 복잡한 감정에 잠겼다.강이주가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너도 회사에서 조심해. 며칠 동안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오빠가 돌아온 다음에 움직여.”주선하까지 RG그룹에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구호민이 두 사람 사이에서 무언가를 알아챌까 걱정됐다.주선하는 아직 대학생이었다. 아무리 구희라를 지키고 싶어도 실재하는 위험 앞에서는 힘이 부족할 수 있었다.노련하고 교활한 구호민을 구희라와 주선하 둘만으로 상대하기는 쉽지 않았다.구희라가 가볍게 웃었다. [알았어. 조심할게.]구희라는 더 길게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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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4화

구기빈과 통화를 마친 강이주는 말 없이 생각에 잠겼다.차가 회사 앞에 멈췄다.강이주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심원후를 발견했다.눈앞에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런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잊을 뻔했다.심원후와 더 이상 얽히고 싶지 않았다.“이주야.”강이주가 못 본 척 지나가려는데 심원후가 곁눈질로 발견했다.심원후가 이름을 불렀다.강이주는 걸음을 멈췄지만 뒤돌아서지는 않았다.심원후는 절뚝거리며 강이주 앞으로 다가왔다.그날 밤 구기빈의 뜻을 받은 심순남에게 맞아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하게 됐다.심원후는 그 일을 오래도록 마음에 아로새겼다. 구기빈을 향한 증오는 극에 달했다.이제 피하기에는 늦었다. 회사로 들어가려면 심원후가 서 있는 곳을 지나야 했다.심원후도 이미 강이주 앞까지 다가온 상태였다.임설이 나서서 심원후를 막으려 했다.심원후는 임설을 안중에도 두지 않은 채 강이주의 등을 바라봤다. “얘기 좀 하자.”강이주는 그 말을 듣고 몸을 돌려 마주 봤다.심원후가 곧바로 먼저 입을 열었다. “강중그룹 얘기야.”지금 강이주가 자신과 이야기할 만한 주제는 회사 문제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강이주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나는 너랑 할 얘기 없어. 우리 회사에 자금이 부족한 틈을 타 너희 쪽이 덤벼들었다고 해도, 지금 너희 집안 형편으로 강중그룹을 통째로 삼키기는 쉽지 않을 텐데?”심명그룹 역시 앞서 구기빈의 집중적인 압박을 받아 힘을 많이 잃었다.강이주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심원후의 표정이 미세하게 변했다. “맞아. 그래도 우리 집안에 너를 더 곤란하게 만들 방법이 없다는 뜻은 아니야. 우리 아버지 수법이 어떤지는 너도 알잖아.”심원후가 경고하듯 말했다. “전에는 구기빈이 뒤를 봐주니까 심명그룹을 우습게 여길 수 있었지. 지금은?”“구기빈은 실종돼 행방도 모르고, 자기 목숨조차 지키기 어려운 처지에 빠졌어. 너까지 챙길 여유가 어디 있겠어.”현실을 똑바로 보라는 뜻이었다.구기빈의 소식이 완전히 끊긴 지금은 예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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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5화

심원후는 계속 말을 이었다. “오늘 너한테 비웃음이나 들으려고 온 게 아니야. 너에게 거래를 하나 제안하려고 왔어.”마침내 강이주를 찾아온 이유를 밝혔다.강이주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거래?”자신과 심원후 사이에 아직 주고받을 만한 것이 남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심원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구기빈의 보호도 사라졌고 회사도 이 지경이 됐잖아. 내가 말하지 않아도 누가 뒤에서 너를 노리는지 알고 있겠지.”“그래?” 강이주가 웃으며 되물었다. “너 혼자 정의로운 척하지 마. 마치 너희 집안은 아무 짓도 안 한 것처럼 말하네.”눈앞의 뻔뻔한 남자에게 그 사실만큼은 분명히 일깨워 줄 필요가 있었다.강중그룹이 지금의 위기에 몰린 데에는 심명그룹의 책임도 컸다. 절대 무관하거나 결백하지 않았다.심원후는 거듭되는 반박에 할 말을 잃고 치미는 화를 속으로 삼켰다.강이주는 입꼬리를 올려 비웃었다.이내 시선을 거두고 심원후를 지나쳐 회사로 들어가려 했다.“잠깐만.” 심원후가 떠나는 강이주를 붙잡으려고 손을 뻗었다.강이주는 닿기도 전에 손을 거칠게 쳐 내며 낮게 소리쳤다. “나한테 손대지 마.”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에는 깊은 혐오가 묻어났다.심원후의 손길은 불쾌하고 역겨워 견딜 수가 없었다.강이주가 자기 손을 가차 없이 쳐 내자 심원후의 눈에도 짜증이 짙어졌다.심원후는 곧 얼굴을 굳혔다. “좋아. 좋게 말하려 했는데 네가 들을 생각이 없는 모양이네. 구씨 집안은 지금 너를 노리고 있어. 너 혼자서는 회사를 지킬 수 없어.”숨을 깊게 들이마신 심원후의 말투에 다시 강이주를 걱정하는 마음이 묻어났다.강이주가 코웃음을 쳤다.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심원후는 잠깐 말이 막혔다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 “그래, 나랑 상관없지. 내가 미련하게 너를 못 놓고 있는 거야. 나는 네가 다치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아. 회사가 사라지면 구씨 집안은 너까지 가만두지 않을 거야.”“너는 구호민을 이길 수 없어.” 심원후가 현재 상황을 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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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6화

‘내가 후회한다고?’강이주는 그 말을 속으로 되뇌며 입가의 웃음을 짙게 만들었다.적어도 이번 일만큼은 자신이 내린 선택이 옳다고 굳게 믿었다.후회할 리 없었다.심원후가 무슨 말을 하든 강이주의 마음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입술을 꾹 다문 강이주는 굳은 표정으로 심원후를 바라봤다.그 눈빛 한 번만으로도 심원후는 자신을 향한 강이주의 냉담함과 원망을 알아차렸다.심원후의 가슴이 세게 조여 왔다.강이주의 등을 바라보며 정말 강이주를 위해 하는 말이라고, 한 번만 자신을 믿어 볼 수 없겠느냐고 간절히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답은 분명했다. 강이주는 믿지 않을 것이다.심원후와 완전히 틀어진 뒤 강이주의 삶은 더 이상 심원후를 중심으로 돌지 않았다.지금의 강이주는 자유롭고 행복했다. 사랑도 미움도 숨기지 않았고, 어떤 일도 피하지 않았다.그저 심원후가 하는 말을 더 듣고 싶지 않았다.이유는 그것뿐이었다.생각을 정리한 강이주는 다시 감정을 가라앉혔다.등을 돌린 자세 그대로 비웃듯 받아쳤다. “나한테 쓸데없는 소리 할 시간이 있으면, 구씨 집안과 어떻게 손잡고 나를 상대할지나 잘 생각해.”그 말을 끝으로 강이주는 정말 자리를 떠났다.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로 올라갔다.통유리창 앞에 선 강이주는 팔짱을 낀 채 바깥 풍경을 바라봤다. 머릿속에는 심원후의 말이 계속 맴돌았다.임설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 강이주는 생각에서 빠져나왔다.강이주가 임설을 바라봤다. “어떻게 됐어?”조금 전 올라오는 길에 임설에게 심원후와 심명그룹의 최근 상황을 조사하라고 지시해 둔 참이었다.임설은 자신이 확인한 내용을 모두 전했다. “백초아 씨는 배 속 아이 때문에 예정보다 일찍 양수 검사를 받았는데 아들이래요. 심순남 회장과 심원후 대표가 그 아이를 앞세워 심현목 어르신께 경영권을 넘기라고 압박했고, 어르신은 그 자리에서 피를 토하셨다고 해요.”“아직 중환자실에 계시고 상태도 좋지 않대요. 게다가 심원후 대표 결혼식에는 백초아 씨가 나타나지 않아서 하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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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7화

잔뜩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 임설을 본 강이주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만 인상 펴. 입이 잔뜩 삐죽 나왔잖아. 그런 인간들 때문에 화내다 네 몸 상하면 너만 손해야.”강이주는 가끔 임설의 이런 모습이 정말 귀엽다고 느꼈다.임설은 한 번 어떤 사람이나 일을 좋아하면 좀처럼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반대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점을 설명하고 눈앞에 펼쳐 보여도 쉽게 좋아지지 않았다.억지로 좋은 척 연기할 생각조차 없었다.강이주는 그런 임설의 솔직한 성격이 은근히 사랑스러웠다.심씨 집안 사람들을 생각하며 화내던 임설은 강이주의 말에 기분이 금세 풀렸다.표정을 가다듬은 임설이 강이주를 바라봤다.“그럼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해요?”심씨 집안과 구씨 집안이 동시에 회사를 노리는 상황은 임설이 보기에도 지나치게 가혹했다.두 집안이 힘을 합쳐 한 회사만 집중적으로 공격하면서도 남들의 비난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모양이었다.물론 기업 사이 경쟁은 결국 실력 싸움이고, 먼저 차지하는 쪽이 승자가 된다.그렇다 해도 심씨 집안과 구씨 집안이 강씨 집안을 쉽게 놓아주지 않을 거라는 사실만큼은 확실했다.임설은 강이주가 이미 대응책을 세워 뒀으리라고 생각했다.오랫동안 곁에서 일해 온 만큼 강이주의 성격과 방식을 잘 알고 있었다.지금 질문한 것도 여러 상황을 따져 본 끝에 움직일 시점이 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강이주가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냈다. “나는 먼 곳에서 돌아온 뒤 계속 몸이 좋지 않았어. 그러다 발신인을 알 수 없는 피 묻은 택배 상자를 받고 크게 놀라 쓰러졌고, 응급실로 실려 간 거야.”“사랑하는 사람의 보호도 잃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하는 가련한 환자가 돼 버린 거지. 누구도 만날 수 없고 회사 일에도 손댈 수 없어.”“그러니 네가 자리를 지키면서 달려드는 사람들을 막아 줘야겠어.”임설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이마를 짚고 탄식했다. “세상에, 제가 지금 여기서 바로 쓰러져도 될까요? 아니면 차라리 가벼운 사고라도 하나 내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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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8화

얼마 지나지 않아 강이주가 회사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는 소식이 구호민 쪽에 들어갔다.마침 구호민 일가는 한자리에 모여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반찬을 집던 구희라의 손이 잠깐 멈췄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돌아왔다.“입원했다고?” 구호민은 믿지 않는다는 듯 비웃었다.구희도는 말없이 식사를 계속했다.구호민의 비서가 확인한 내용을 그대로 보고했다. “택배 하나를 받았는데 그 안에 큰도련님께서 늘 지니던 물건이 들어 있었다고 합니다. 목격자가 많았는데, 강 대표가 상자를 끌어안은 채 피를 토하고 의식을 잃어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합니다.”“병원에서는 심한 스트레스와 우울 증세로 몸 상태가 악화됐다고 합니다. 상황이 좋지 않아 정신과 치료도 병행해야 한다고 했습니다.”병원 측에서 전달한 강이주의 상태는 그와 같았다.당분간 병원에 머물며 안정을 취해야 했다.구호민은 비서의 보고를 들으며 가볍게 고개만 끄덕였다.처음에는 구기빈에게 정말 사고가 났는지 의심했다.하지만 이제는 거의 확신할 수 있었다.구호민이 보낸 사람들도 현장을 확인했고, 구기빈이 실제로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는 결론을 내렸다.게다가 강이주가 구기빈의 물건 하나를 보고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면 연기라고 보기 어려웠다.구호민은 속으로 판단을 굳혔다.비서는 구호민의 표정을 살피며 말을 이었다. “오늘은 심명그룹의 심원후 대표가 강이주 대표를 찾아가기도 했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강 대표가 크게 화를 냈다고 합니다.”그 말을 듣자 구희라가 바로 관심을 보였다.구희라가 비웃었다. “그 쓰레기가 무슨 낯으로 강이주 앞에 나타난 거야?”심원후를 언급하는 구희라의 표정에는 숨김없는 조롱이 가득했다.구희라는 원래부터 심원후를 좋게 보지 않았다.구호민이 비서를 바라봤다. “심원후가 강이주를 왜 찾아갔지?”수저를 내려놓은 구호민의 표정에 불쾌감이 떠올랐다.비서는 구호민의 눈치를 보며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그 모습을 본 구희도가 입을 열었다. “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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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9화

구희라는 웃으며 구희도를 바라봤다. “작은오빠는 연애해 본 적이 없어서 몰라. 특히 나처럼 나쁜 사람에게 상처받아 본 사람은 그런 부류를 더 싫어하거든. 내가 심원후를 싫어한 것도 하루이틀이 아니야.”“예전부터 계속 싫었어. 그런 남자를 이주만 오래도록 붙잡고 놓지 못했지. 나는 처음부터 눈에 차지도 않았어.”심원후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구희라의 표정과 말에는 깊은 불쾌감과 경멸이 묻어났다.구희도는 구희라를 위아래로 천천히 살폈다.잠시 뒤에야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시선을 거뒀다.상석에 앉은 구호민은 처음부터 끝까지 차가운 표정을 유지했지만, 주변을 짓누르는 분위기만으로도 구희라의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방금 구희라의 말은 구호민이 억누르고 있던 화를 제대로 건드렸다.구호민은 심명그룹을 단 한 번도 중요하게 여긴 적이 없었다.도움을 준 것도 심순남과 심원후의 손을 빌려 강이주를 괴롭히기 위한 것이 목적이었다.그러나 심순남과 심원후는 현재 처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자신들에게 정말 대단한 힘이 생겼다고 착각하는 듯했다.구희라는 아버지의 표정을 살피며 태연한 척 입을 열었다. “심씨 집안 사람들은 지금 우리 집안에 매달려 있으면서도 자기들이 얼마나 보잘것없는지 모르는 모양이네.”“누가 위고 누가 아래인지조차 모르는 바보들 때문에 아빠가 이렇게 화낼 필요는 없어요.”구희라는 구호민을 바라보며 솔직하게 덧붙였다. “마침 저도 심원후를 싫어하니까, 아빠가 기분 나쁘면 심씨 집안 사람들을 그냥 버리면 되잖아요.”“계속 속을 썩이는 사람들을 옆에 두고 기분을 망칠 바에는 미련 없이 관계를 끊는 게 훨씬 낫죠.”구희라의 뜻은 분명했다. 심순남과 심원후를 다시는 J시에서 힘을 쓰거나 눈앞에 나타나지 못하게 만들자는 말이었다.구희도는 미간을 찌푸리며 동의하지 않았다. “그저 작은 벌레일 뿐이야. 마음만 먹으면 쉽게 없앨 수 있으니 아버지도 크게 신경 쓰지 않으실 거다.”구희라는 부드럽게 웃었다. “작은오빠 말도 맞아. 우리 아빠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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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0화

병실에서 강이주는 침대에 앉아 핸드폰 화면을 넘기면서 보고 있었다.모든 상황은 예상한 대로 흘러갔다.쓰러져 병원에 실려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그 소식을 구씨 집안에 넘겼다.구희라도 조금 전에 관련 내용을 메시지로 보내왔다.강이주는 임설을 바라봤다. “내가 병원으로 옮겨질 때 누가 지켜봤는지 확인해. 특히 사무실 밖에 있던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구희라가 보낸 사진에는 강이주가 임설 앞에서 쓰러진 바로 그 모습이 찍혀 있었다.구호민이 심어 둔 사람이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는 뜻이었다.그렇지 않다면 강이주를 쉼 없이 감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임설은 한 시간도 되지 않아 감시자를 찾아냈다.얼마 전 다른 부서에서 올라온 신입 비서 이가은이었다.이가은은 평소 임설 곁에서 눈에 띄지 않는 자잘한 업무를 처리했다.임설이 보조 비서를 채용한 것도 강이주의 지시에 따른 일이었다.임설은 늘 강이주를 따라다니며 너무 바쁘게 일했고, 퇴근 시간이 지나도 야근하는 날이 많았다.그래서 강이주는 사내 직원 중 한 명을 임설의 보조 비서로 뽑아 일부 업무를 나눠 맡기라고 했다.다만 새로 올라온 직원이었기에 임설은 처음부터 완전히 믿지 않고, 이가은에게 중요하지 않은 업무만 맡기며 지켜봤다.결과적으로 그때 경계를 늦추지 않은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임설은 미안한 얼굴로 강이주를 바라봤다. “이가은 씨는 바로 해고할게요. 죄송해요. 제가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어요.”목소리에는 죄책감이 가득했다.자신이 사람을 뽑을 때 더 신중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경계한 덕분에 더 큰 피해로 이어지지 않은 건 다행이었다.강이주는 임설을 보며 다정하게 웃었다. “그럴 필요 없어. 그대로 둬. 너도 부담 가질 것 없어. 원래 네 잘못이 아니야.”강이주가 위로해도 임설의 마음은 쉽게 편해지지 않았다.자신이 잘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조금만 더 꼼꼼했다면 더 잘할 수 있었다고 여겼다.강이주가 다시 물었다. “심씨 집안 쪽에는? 소문은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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