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Chapter 501 - Chapter 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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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1화

강이주가 겨우 밥 반 공기를 비우자, 더는 못 먹겠다는 듯 잔뜩 굳은 표정의 구기빈이 그녀를 가련하게 바라봤다. “정말 더 못 먹겠어.”아직 시차 적응이 끝나지 않은 탓인지 온몸이 축 늘어져 기운을 낼 수가 없었다.머릿속까지 멍했던 강이주는 구기빈의 기분이 상해 있다는 사실조차 알아채지 못했다.게다가 구기빈이 언짢아진 이유는 다름 아닌 강이주에게 있었다.구기빈은 굳은 표정으로 강이주를 안아 들고 다시 2층 안방으로 올라갔다.강이주를 긴 소파에 내려놓은 구기빈이 뚫어지게 바라봤다. “실종됐다는 소문, 당신이 사람 시켜서 J시에 흘린 거야?”배진호의 보고를 받은 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런 말을 흘릴 사람은 강이주뿐이었다.비행기가 착륙하자마자 그 소식을 밖으로 전할 수 있었던 사람은 강이주밖에 없었다.강이주는 아까부터 구기빈의 태도가 차가운 게 조금 이상하다고만 생각했다.그러다 질문을 듣고 집요한 시선까지 마주하자 공연히 찔리는 기분이 들었다.강이주는 슬며시 웃으며 대답했다. “맞아. 인정해. 아니, 애초에 부정한 적도 없잖아. 당신이 안 물어봤을 뿐이지.”구기빈이 처음부터 묻지도 않았다는 생각이 들자 강이주는 억울하다는 듯 항변했다.구기빈의 표정이 한층 더 못마땅해졌다. “왜 그랬어?”강이주가 그런 일을 벌인 이유를 알고 싶었다.강이주는 사뭇 진지하게 대답했다. “연극을 시작했으면 끝까지 제대로 해야지. 당연히 구씨 집안 사람들 보라고 일부러 그런 거야.”보란 듯이 강이주가 몸값을 들고 가겠다고 나서자마자 구씨 집안의 움직임도 빨라졌다.생각해 보니 구씨 집안의 판을 굴리는 가장 중요한 인물이 어쩌면 자신일지도 몰랐다.그렇다면 이 판의 핵심 조연으로서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 줘야 하니까.구기빈이 지금 강이주의 머릿속을 전부 들여다봤다면 참지 못하고 엉덩이라도 한 대 때리고 싶어졌을 터였다.강이주가 대체 하루 종일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건지 구기빈은 도저히 알 수 없었다.“말 돌리지 마. 당신, 또 뭘 꾸미고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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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2화

강이주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다음 날이었다.옆에 누운 구기빈이 강이주를 품 안에 단단히 끌어안고 있었다.강이주가 고개를 돌려 구기빈을 바라보자, 이미 눈을 뜬 구기빈과 시선이 마주쳤다.“잘 잤어?” 구기빈이 몸을 숙여 강이주의 입꼬리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강이주는 두 팔로 구기빈의 허리를 감싸고 구기빈의 가슴에 볼을 비볐다. “배고파.”정말 허기가 졌다.어젯밤에는 너무 많은 체력을 쓴 탓에 나중에는 눈을 감자마자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데다 서로를 간절히 원하고 갈망했던 두 사람이었으니, 불이 붙은 뒤 멈추지 못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구기빈이 강이주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럼 일어나서 아침 먹자. 밥 먹고 내가 구경시켜 줄게. 하고 싶은 거 있어?”강이주의 의견을 묻는 말이었다.강이주는 고개를 저었다. “당신이 알아서 정해.”구기빈은 그 말을 듣고 아침 식사 뒤 가볍게 둘러볼 만한 곳들을 머릿속으로 골랐다.두 사람은 한동안 침대에서 다정하게 뒹굴뒹굴하며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함께 일어났다.강이주는 말 없이 아침을 먹었다.“정말 하고 싶은 거 없어?” 구기빈이 다시 물었다.이번에는 잠시 고민하던 강이주가 입을 열었다. “당신은 평소에 뭘 좋아해?”생각해 보니 자신은 구기빈의 취향을 그다지 잘 알지 못했다.강이주는 예전에 우연히 봤던 구기빈의 인터뷰 영상을 떠올렸다.그때 좋아하는 운동에 관해 이야기했던 것 같기는 했다.하지만 정확히 무엇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구기빈은 강이주의 눈빛에서 무언가를 읽어 낸 듯 바라봤다.가볍게 목을 가다듬은 구기빈이 입꼬리를 올렸다.“평소에는 익스트림 스포츠를 좋아해. 스카이다이빙이나 암벽 등반, 서핑 같은 거.”사실 구기빈은 웬만한 익스트림 스포츠를 거의 다 해 봤다.그중 여러 종목은 지도자 자격까지 갖고 있었다.다만 그런 사실을 강이주에게 굳이 말하지 않았을 뿐이었다.강이주는 조용히 이야기를 들었다.‘암벽 등반은 체력 소모가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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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3화

이야기를 마친 교관이 구기빈에게 낙하산 배낭을 건넸다.구기빈은 배낭을 멘 뒤 장비를 하나하나 점검했다.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갈색 고글을 착용했다.그러다 다가오는 강이주를 곁눈질로 발견했다.강이주가 앞에 서자 투명 고글을 씌워 주고, 허리를 숙여 안전 장비가 제대로 고정됐는지 살폈다.구기빈이 손을 내밀었다. “가자. 내가 직접 데리고 뛸게.”스카이다이빙 교관 자격이 있는 구기빈은 오는 길에 이미 클럽 책임자와 연락해 자신이 강이주를 직접 맡기로 이야기해 둔 상태였다.예전부터 이 저택에 머무를 때면 구기빈은 이 클럽을 자주 찾았다.한때 폐업 직전까지 갔던 클럽이 살아날 수 있었던 것도 구기빈이 자금을 지원한 덕분이었다.구기빈은 강이주의 손을 잡고 헬리콥터 쪽으로 걸어갔다.먼저 탑승한 구기빈이 출입구에 서서 강이주에게 다시 손을 내밀었다.강이주는 망설임 없이 손을 얹었고, 구기빈의 도움을 받아 기체 안으로 올라갔다.헬리콥터는 곧 하늘을 향해 높이 날아올랐다.귀마개를 끼고 있었지만 굉음을 내며 빠르게 회전하는 프로펠러 소리는 선명하게 들렸다.고공 스카이다이빙은 보통 7천 미터가 넘는 고도에서 진행된다.하지만 강이주가 처음이라는 점을 고려해 구기빈은 4천 미터 높이에서 뛰기로 했다.적정 고도에 도착하자 구기빈은 강이주를 앞에 세우고 등이 자신의 가슴에 닿도록 단단히 연결했다.강이주는 구기빈의 품 안에 빈틈없이 고정됐다.출입구 가까이 다가가자 거센 바람이 온몸을 덮쳤다.강이주는 양손으로 문가를 붙잡은 채 아래를 흘끗 내려다봤다가 마른침을 삼켰다.막상 뛰어내릴 때가 되니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그 와중에도 등 뒤에서 전해지는 구기빈의 뜨거운 체온만은 또렷하게 느껴졌다.강이주는 고개를 젖혀 무심코 뒤에 선 구기빈을 바라봤다.문득 구기빈에게 꼭 안기고 싶어졌다.구기빈의 품에 있으면 불안했던 강이주는 언제나 마음이 놓였기 때문이다.강이주는 길게 숨을 들이마시며 호흡을 가다듬었다.그때 구기빈이 강이주의 두 손을 잡아 문에서 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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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4화

착지해서 무사히 땅을 밟고 나서도 강이주는 한동안 고공에서 느꼈던 흥분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구기빈이 강이주의 안전 장비를 하나씩 풀어주었다.강이주는 곧장 구기빈의 품으로 뛰어들어 입술에 입을 맞췄다. “정말 짜릿했어. 다음에도 또 하자!”긴장과 흥분이 뒤섞인 그 감각을 진심으로 좋아하게 된 것 같았다.구기빈은 자신을 끌어안고 연신 입을 맞추는 강이주를 그대로 받아 주며 다정하게 바라봤다. “다음에 기회가 생기면 또 오자.”강이주가 정말 마음에 들어 한다는 게 보였다.원하는 대답을 들은 강이주의 눈이 환하게 빛났다.“정말? 당신 최고야!”말이 끝나기도 전에 구기빈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힘주어 몇 번 더 입을 맞췄다.구기빈이 강이주의 허리를 끌어안자 두 사람의 몸이 빈틈없이 맞닿았다.이내 구기빈이 흐름을 뒤집어 입맞춤을 주도했다.강이주의 입술을 깊고 강하게 삼켰다.한참 뒤에야 입술을 놓은 구기빈이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다음에는 다른 익스트림 스포츠도 같이 해 보자. 레이싱이나 암벽 등반도 좋고. 당신이 해 보고 싶은 건 뭐든 내가 데려갈게.”강이주는 기쁜 듯 눈을 가늘게 휘었다. “약속한 거야.”벌써 구기빈이 좋아하는 일을 함께하게 될 앞으로의 날들이 기다려졌다.스카이다이빙 클럽을 나온 뒤에도 강이주는 좀처럼 공중을 가르는 짜릿함과 여운을 좀처럼 떨치지 못했다.가는 내내 구기빈의 손을 잡고 익스트림 스포츠에 관한 질문을 쏟아 냈다.구기빈은 귀찮은 내색 하나 없이 차근차근 대답해 주었다.강이주가 그런 대화를 얼마나 즐거워하는지 구기빈은 알지 못했다.적어도 구기빈에게 한 걸음 더 가까워진 기분이었다.자신이 알고 있던 모습과는 또 다른 구기빈을 알게 됐으니까.구기빈을 찾아온 지 이틀째, 강이주는 구기빈과 함께 바라던 스카이다이빙을 했다.같은 날 구호민은 구희도와 구희라를 회사로 데려와, 두 사람이 오늘부터 정식으로 RG그룹 업무를 돕게 됐다고 발표했다.사흘째에는 구기빈이 준비한 촬영팀이 저택을 찾았다. 강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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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5화

그 뒤로 강중그룹에서 진행 중이거나 협의를 앞둔 사업 목록이 대거 유출됐다.심명그룹이 먼저 움직이자 RG그룹도 바로 뒤를 따랐다.결국 강중그룹의 자금 흐름은 완전히 막혀 버렸다.임설은 회사 앞에서 사람들에게 둘러싸였다가 다쳐 병원으로 이송되기까지 했다.강중그룹은 엉망이 됐고, 임직원들 사이에는 불안이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배진호가 자세히 확인한 결과, 강이주는 구기빈을 찾아오기 전날 이미 전 직원에게 퇴직 위로금을 지급해 둔 상태였다.떠나겠다는 직원에게는 법정 보상금까지 모두 지급했고, 당장 퇴사할 생각이 없는 직원에게는 강이주가 돌아올 때까지 유급 휴가를 쓰도록 조치했다.J시를 떠나기 전부터 모든 상황을 예상하고 준비해 둔 것이 분명했다.그런데도 강이주는 구기빈을 만난 뒤 이 일에 대해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구기빈이 화를 내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었다.강이주는 잠깐 굳었다가 어깨를 으쓱했다. “며칠은 더 숨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빨리 알아낼 줄은 몰랐네.”구기빈 앞으로 다가간 강이주가 순순히 털어놓았다. “희라가 바라던 대로 RG그룹에 들어가긴 했지만 지켜보는 눈이 너무 많아. 당신 아버지가 희라를 시험하면서 강중그룹을 공격할 방법을 찾으라고 했어.”“나는 그저 조금 맞춰 준 것뿐이야. 직원들은 전부 안전하게 정리했고, 공장도 내가 회사를 맡은 뒤부터 천천히 별도 법인으로 분리해 뒀어.”“지금은 협력 관계로만 묶여 있을 뿐 회사 명의 자산이 아니라서 크게 휘말리지 않아.”이 모든 일은 강이주와 구희라가 미리 상의해 둔 계획이었다.강이주는 오랜 친구인 구희라가 자신을 배신할 거라고 의심하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에는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신뢰가 있었다.옥상에서 구희라가 사고조사 사무소의 지분을 넘겼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강이주는 어느 정도 눈치챘다.구희라는 앞으로 벌일 일이 법률사무소에 피해를 줄까 봐 미리 관계를 정리한 것이었다.두 사람은 머리를 맞댄 끝에 구호민 앞에서 아예 한바탕 연극을 벌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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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6화

구기빈은 강이주의 말을 듣고 한동안 말없이 바라봤다.강이주가 이 모든 일을 자신을 위해 벌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나는 정말 희라랑 손발을 맞춰 상대에게 교란작전을 쓴 것뿐이야. 별일 없어.” 강이주가 작게 중얼거리다가 되물었다. “그럼 당신은?”강이주는 구기빈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당신 계획은 뭐야? 이제는 말해 줄 수 있어?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확신이 없어.”구기빈이 하필 이 시점에 납치된 척하며 일을 키우고, 자연스럽게 구희도가 RG그룹에 들어가도록 둔 건 분명 의도적인 선택이었다.강이주는 오래 생각해 봤지만 구기빈이 굳이 그럴 이유를 찾지 못했다.구기빈은 어릴 때부터 구씨 집안의 후계자로 길러졌고, 자연스럽게 집안과 RG그룹을 이끄는 자리에 올랐다.반면 구희도가 계속 밖에 머물렀던 이유는 하나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구씨 집안이 돌아오는 것을 막았고, RG그룹의 핵심에도 들이지 않으려 했던 것이다.구희도 역시 구씨 집안 사람인데 홀로 배제된 상황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누구라도 마음 한구석에 불만이 쌓였을 터였다.구기빈은 원래 강이주를 이 일에 끌어들일 생각이 없었다.지금까지는 구호민이 원하는 흐름을 그대로 따랐다.구희도가 바라는 대로 회사 안으로 들어왔으니, 이제 두 번째 단계로 넘어갈 차례였다.강이주의 말을 듣던 구기빈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이윽고 강이주의 귀 가까이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계획을 설명했다.강이주는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귀를 기울였고, 표정은 서서히 무거워졌다.구기빈의 설명이 끝난 뒤에야 조심스럽게 물었다. “정말 그래도 괜찮을까?”구기빈을 반대하는 건 아니었다. 다만 구호민과 구희도가 미끼를 물지 않을까 봐 걱정됐다.구기빈이 입꼬리를 올렸다. “해 볼 만해.”계획이 성공할지는 알 수 없었지만 시도할 가치는 충분했다.강이주는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는 모레 먼저 돌아갈게.”계속 이곳에 머물렀다가는 오히려 구호민의 의심을 살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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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7화

강이주를 데리러 나온 사람은 주선하였다.주선하를 본 강이주는 잠깐 걸음을 멈췄다.‘이런 때 희라가 선하 씨를 곁에 두는 걸 구호민이 허락했다고?’‘두 사람이 혼인신고를 한 사실까지 드러난 건가?’강이주가 의아해하는 사이 주선하가 부드럽게 웃었다. “구 회장님은 아직 저와 희라 누나 사이를 몰라요. 제가 걱정돼서 직접 지원한 거예요.”주선하는 자신의 실력으로 RG그룹 인턴 채용에 합격했다.덕분에 바라던 대로 다시 구희라의 곁에서 일하게 됐다.강이주는 주선하를 유심히 바라봤다. 기억이 맞다면 아직 대학에 다니고 있지 않았던가.RG그룹에 출근할 시간이 그렇게 많은지 의문이었다.주선하는 강이주의 시선을 알아차리고도 웃음을 유지했다. “곧 졸업해요. 마침 지금이 현장 실습 기간이기도 하고요.”그제야 강이주의 의문이 풀렸다.강이주는 옅게 미소만 지었다. 더는 그 문제를 깊이 묻지 않았다.주선하는 강이주를 응접실로 안내했다.응접실 상석에는 구호민이 앉아 있었고, 왼편에는 구희도, 오른편에는 구희라가 자리하고 있었다.안으로 들어오는 강이주를 본 세 사람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구호민은 들은 소문만큼 강이주의 부상이 심한지 확인하려는 듯 자세히 훑어봤다.강이주는 최대한 단정히 차려입었지만 얼굴에 남은 상처와 깁스한 오른팔 때문에 초췌한 모습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싸늘한 표정으로 다가간 강이주는 한 손으로 탁자를 짚고 비웃었다. “목숨까지 걸고 기빈 씨를 구하러 갔더니, 결국 실속은 전부 당신들이 챙겼네요.”“저한테 돈을 마련하라고 해 놓고, 유동 자금을 전부 끌어모아 떠나자마자 제 회사를 건드렸잖아요. 정말 빈틈없이 판을 짰네요.”끝으로 갈수록 강이주의 목소리에는 불쾌감이 짙게 배었다.구희도는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 태연했다. 다만 찔리는 기색이 역력한 구희라에게 시선을 돌렸다.무슨 뜻인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분명했다.구희라는 입술을 다문 채 완강한 표정으로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았다.구호민은 강이주의 항의를 받아 줄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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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8화

“말도 안 돼. 우리 오빠가 죽을 리 없잖아. 함부로 말하지 마.”강이주의 울음이 점점 거세지자 창백해진 구희라가 벌떡 일어났다.구희라는 강이주를 노려보며 고함쳤다. “강이주, 오빠를 못 찾았는데 어떻게 혼자 돌아올 수가 있어? 어떻게... 오빠를 거기 혼자 두고 도망칠 수 있냐고!”“너는 정말 매정해!” 구희라는 두 손으로 탁자를 내리치고 붉어진 눈으로 강이주를 노려봤다.분노가 가득한 눈빛에는 원망이 더 짙게 서려 있었다.구기빈이 절벽 아래로 떨어졌을 때 강이주가 끝까지 구조하지 않았다는 원망이었다.자기 오빠가 강이주를 얼마나 아꼈는데...그런데 강이주는 구기빈을 버려두고 혼자 돌아왔다.생각할수록 화가 치민 구희라는 강이주 앞으로 달려가 두 손으로 어깨를 세게 움켜잡고 흔들었다. “어서 말해. 전부 네가 지어낸 이야기라고 말하란 말이야.”구희라와 구기빈의 남다른 우애는 구호민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그러니 구희라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도 어느 정도는 자연스러웠다.구희라에게 어깨를 붙잡힌 채 거칠게 흔들리자 강이주의 표정에도 짜증이 떠올랐다.“놔! 아프잖아!” 강이주는 구희라의 손을 세게 뿌리쳤다.구희라가 얼마나 힘을 줬는지 어깨가 부서질 듯 아팠다.물론 강이주는 말만으로 구희라가 순순히 물러날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다.그래서 다시 달려들려는 구희라를 팔로 곧장 막아 냈다.강이주는 눈가의 눈물을 닦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거짓말 아니야. 기빈 씨는 정말 절벽 아래로 밀려 떨어졌어. 내가 붙잡으려고 했지만 힘이 모자랐어.”강이주는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그곳에서 꼬박 하루를 찾아다녔어. 시신은커녕 옷자락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다고.”진심이 느껴질 만큼 절절한 말투였고, 울음도 더없이 비통했다.이제 바닥에 주저앉아 떼를 쓰며 통곡하기만 하면 완벽할 정도였다.물론 강이주는 머릿속으로만 떠올렸을 뿐 실제로 그렇게 소란을 피울 생각은 없었다.강이주의 대답을 들은 구희라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휘청거렸다.조금 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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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9화

“강이주 씨와 형이 서로 깊이 아끼는 사이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형을 걱정하는 마음도 이해하지만, 말씀은 삼가 주셨으면 합니다.”구희도는 상석에서 분노를 억누르는 구호민을 한 번 바라보고 말을 이었다. “강이주 씨가 형을 많이 걱정하는 건 알았으니 아버지도 그만 화를 푸십시오. 지금은 형의 행방을 찾는 일이 가장 중요합니다.”구희도 역시 어리석지 않았다. 강이주가 말한 구기빈의 추락 사고를 그대로 믿지 않았다.구호민에게 강이주의 말만 듣지 말고 사실부터 확인하라는 뜻이었다.구호민도 구희도와 같은 생각이었다.구호민은 강이주를 차갑게 훑었다. “기빈의 소식은 전했으니 이제 돌아가라. 구씨 집안일은 우리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외부인이 쓸데없이 신경 쓸 필요는 없어.”구호민은 강이주가 듣는 앞에서 ‘외부인’이라는 말을 유독 또렷하게 강조했다.강이주에게 선을 확실히 그으며 당장 나가라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강이주는 혼인관계증명서를 챙겨 오지 않은 것이 조금 후회됐다.그 서류가 있었다면 지금 당장 구호민 앞에 펼쳐 보이며 자신이 정말 외부인인지 똑똑히 확인시켜 줄 수 있었을 텐데...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구호민의 몇 마디에 제대로 화가 났다.강이주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세 사람을 차례로 바라봤다. “저도 이곳에 오래 있고 싶지 않아요. 이 집안 사람들이 하는 짓을 보고 있으면 역겨우니까요.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일이 있습니다.”“회장님, 제가 회장님을 너무 얕봤네요. 장남이 납치돼 몇 번이나 몸값을 요구받았는데도 참 태연하게 기다리셨죠. 제가 스스로 덫에 걸려들 때까지요.”강이주는 자신이 없는 틈을 타 RG그룹이 심명그룹과 손잡고 강중그룹을 공격한 일을 일부러 꺼냈다. 표정을 굳힌 채 구호민을 노려보는 눈에는 혐오가 가득했다. “자기 아들까지 완벽하게 이용하셨네요. 체면도 양심도 버리고 수단을 가리지 않는 솜씨만큼은 인정할게요. 저로서는 회장님처럼 훌륭한 아버지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겠어요.”“기빈 씨도 참 좋은 아버지를 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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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0화

“저는 아껴 주는 사람도, 사랑해 주는 사람도 있어요. 게다가 회장님처럼 비정상적이지도 않고요.”“그러니 아들과 딸이 모두 회장님을 멀리하는 거겠죠. 나중에는 곁을 지키며 마지막을 함께해 줄 사람조차 없을 것 같네요. 참 불쌍한 인생이에요.” 강이주는 말을 마치자마자 돌아섰다.구호민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탁자를 내리치며 일어났다. 강이주의 말에 제대로 분노한 모습이었다.하지만 강이주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미련 없이 몸을 돌려 걸어 나갔다.문 앞에 도착한 강이주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기빈 씨가 없어도 저는 제가 가진 힘을 다해 회사를 지킬 겁니다. 끝내 지키지 못하더라도 최선을 다해 싸웠으니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쓸 수 있는 수단이 있다면 전부 써서 덤비세요.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그 말을 끝으로 강이주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구호민은 당장이라도 강이주의 목을 조를 듯 험악한 눈으로 뒷모습을 노려봤다.구희도는 여전히 감정 없는 표정을 유지했다.다만 곁눈질로 강이주가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눈에는 문득 흥미가 떠올랐다.구희라는 구호민이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는 모습을 알아보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일하러 갈게.”구기빈의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와 달리 구희라는 빠르게 평정을 되찾았다.방금 강이주가 구호민에게 쏟아 낸 말을 떠올리면 엄지를 치켜세워 주고 싶은 정도였다.그야말로 통쾌하고 멋졌다.그래도 지금은 구호민과 구희도가 보고 있었기에 감정을 꾹 눌러 감췄다.구호민은 일어나는 구희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회사에 들어왔으니 강중그룹을 방해하는 일은 네가 맡아.”“내가?” 구희라가 자신을 가리키며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아빠도 저랑 이주가 얼마나 친했는지 알잖아요. 저더러 강중그룹을 공격하라고요? 정말 제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구희라는 곧장 아버지에게 되물었다.구호민이 싸늘하게 바라봤다. “너도 구씨 집안 사람이다. 그 정도 일도 못 하겠다는 거냐?”말이 끝날 무렵 구호민의 표정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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