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기빈은 강이주의 말을 듣고 한동안 말없이 바라봤다.강이주가 이 모든 일을 자신을 위해 벌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나는 정말 희라랑 손발을 맞춰 상대에게 교란작전을 쓴 것뿐이야. 별일 없어.” 강이주가 작게 중얼거리다가 되물었다. “그럼 당신은?”강이주는 구기빈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당신 계획은 뭐야? 이제는 말해 줄 수 있어?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확신이 없어.”구기빈이 하필 이 시점에 납치된 척하며 일을 키우고, 자연스럽게 구희도가 RG그룹에 들어가도록 둔 건 분명 의도적인 선택이었다.강이주는 오래 생각해 봤지만 구기빈이 굳이 그럴 이유를 찾지 못했다.구기빈은 어릴 때부터 구씨 집안의 후계자로 길러졌고, 자연스럽게 집안과 RG그룹을 이끄는 자리에 올랐다.반면 구희도가 계속 밖에 머물렀던 이유는 하나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구씨 집안이 돌아오는 것을 막았고, RG그룹의 핵심에도 들이지 않으려 했던 것이다.구희도 역시 구씨 집안 사람인데 홀로 배제된 상황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누구라도 마음 한구석에 불만이 쌓였을 터였다.구기빈은 원래 강이주를 이 일에 끌어들일 생각이 없었다.지금까지는 구호민이 원하는 흐름을 그대로 따랐다.구희도가 바라는 대로 회사 안으로 들어왔으니, 이제 두 번째 단계로 넘어갈 차례였다.강이주의 말을 듣던 구기빈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이윽고 강이주의 귀 가까이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계획을 설명했다.강이주는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귀를 기울였고, 표정은 서서히 무거워졌다.구기빈의 설명이 끝난 뒤에야 조심스럽게 물었다. “정말 그래도 괜찮을까?”구기빈을 반대하는 건 아니었다. 다만 구호민과 구희도가 미끼를 물지 않을까 봐 걱정됐다.구기빈이 입꼬리를 올렸다. “해 볼 만해.”계획이 성공할지는 알 수 없었지만 시도할 가치는 충분했다.강이주는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는 모레 먼저 돌아갈게.”계속 이곳에 머물렀다가는 오히려 구호민의 의심을 살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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