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Chapter 71 - Chapter 80

100 Chapters

제71화

구희라는 구기빈이 일부러 이러는 게 아닌가 싶었다.‘오빠... 지금 나 놀리는 거 맞지?’구기빈은 그런 구희라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구희라는 그대로 폭발했다.“나 아직 무슨 일인지 말도 안 했거든? 오빠 진짜 너무하다. 나 진짜 운다?”‘정말이지...’구희라는 속에서 열이 확 치밀었다. 금방이라도 펄쩍펄쩍 뛸 판이었다.“울면 우는 거지.”구기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린 채 구희라를 바라봤다. 정말로 구희라가 우는 걸 가만히 지켜볼 생각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구희라는 말문이 턱 막혔다. 이게 정말 평소에 자기를 챙긴다고 그렇게 유난을 떨던 오빠가 맞나 싶었다.구희라는 이를 악물고 참았다.‘참자. 지금 여기서 내가 지면 안 돼.’구희라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억지로 웃는 낯을 만들었다.“그러니까 말이야. 내일 저녁에 내가 강이주 데리고 ‘Fittro’ 갈 거거든? 쓰레기 차버리고 다시 솔로 된 기념으로 축하해 주려고.” “그러니까 오빠가 알아서 다 세팅해. 그리고 전부 오빠 카드로 긁어.”구희라는 구기빈이 지금 신나서 자기를 약 올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빙빙 돌리지 않고 아예 본론부터 내던졌다.어차피 구기빈이 동의하든 말든, 구희라한테 결국 동의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어차피 들어줄 거야. 내가 누군데.’그 말을 들은 구기빈은 흥미롭다는 듯 강이주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면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솔로요?”방금까지 옆에서 몰래 웃고 있던 강이주는 웃음기를 채 거두기도 전에 화살이 자기 쪽으로 날아오는 걸 느꼈다.강이주는 재빨리 웃음을 지우고 표정을 다잡았다.그 상태로 구기빈의 탐색하는 듯한 시선을 마주하자, 강이주는 괜히 목소리를 한 번 가다듬었다.“그... 그렇긴 하죠. 희라 말이 틀린 건 아니잖아요.”강이주는 조금 더듬거리며 스스로를 변호했다.지금 기준으로 보면, 강이주가 구기빈과 혼인신고를 하기로 한 날까지는 아직 하루하고도 조금 더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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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강이주는 병원에서 하룻밤을 보냈다.구희라는 병실에 남아 꼬박 밤을 새우며 강이주 곁을 지켰다.게다가 구희라는 눈치도 없이 구기빈까지 집으로 돌려보냈다.구기빈도 남자인 자신이 강이주를 밤새 돌보는 건 여러모로 불편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결국 구희라를 그대로 남겨 두었다.다음 날 아침, 구희라는 강이주의 완강한 뜻을 꺾지 못하고 결국 퇴원 수속을 밟았다.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구희라가 문득 뭔가를 떠올린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강이주를 바라봤다.“아니, 잠깐만. 네가 입원했는데 왜 우리 오빠가 그렇게 왔다 갔다 하면서 챙긴 거야?” “너랑 우리 오빠 원래 서로 완전 상극 아니었어? 보기만 해도 싫어하는 사이였잖아.”구희라는 어젯밤 내내 어딘가 이상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밤새 곱씹어도 답이 안 나왔다.그러다 이제야 퍼즐이 맞춰졌다.구희라는 눈을 가늘게 뜨고 강이주를 빤히 바라봤다.“너 솔직히 말해. 너랑 우리 오빠 언제부터 그렇게 끈적한 사이가 된 거야?”갑자기 튀어나온 표현에, 강이주는 침을 삼키다가 하마터면 사레가 들릴 뻔했다.기침을 하며 얼굴을 붉힌 강이주가 놀란 눈으로 구희라를 쳐다봤다.“대체 그런 말을 어디서 배웠어? 네 오빠가 들으면 진짜 너 혼낼 거야.”구희라는 혀를 낼름 내밀었다.“말 돌리지 말고. 얘기해 봐. 너 어떻게 우리 오빠 같은 초대형 빙산이랑 친해진 거야? 내 기억에는 두 사람은 아직도 서로 질색하는 단계였는데?”구희라는 진심으로 헷갈렸다.혹시 자기 기억이 잘못된 건가 싶을 정도였다.‘내가 뭘 놓친 건가? 아니면 둘 사이에 내가 모르는 일이 있었나?’강이주는 괜히 목을 한 번 가다듬었다. 시선도 어딘가 엇나간 채였다.“그러니까... 그게 진짜 묘하게 겹친 거지. 백초아가 잡은 식사 자리가 하필 너희 집 쪽이었거든.” “또 내가 알레르기 쇼크가 왔을 때, 하필이면 네 오빠가 거기 있다가 그걸 보고 병원까지 데려다 준 거야.”강이주는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사람을 구했으면 끝까지 챙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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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강이주는 구희라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봤다. 꼭 해 줘야 할 말이 턱밑까지 치밀었는데도 이상하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한참을 망설이다가 강이주는 결국 마음을 접었다.지금 말하는 건 아닌 것 같았다.혼인신고를 마치고 나서 시간을 따로 잡아 차분히 이야기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았다.‘그때 제대로 말하자. 지금 그 얘기를 꺼내면 희라도 너무 놀랄 거야.’아직까지 강이주의 생각을 전혀 모르고 있던 구희라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지금 너희 엄마 집으로 들어갈 거야? 아니면...”구희라는 강이주가 이미 자기 집을 팔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이주 엄마라면...’장숙연이 자신을 볼 때마다 못마땅해하던 시선을 떠올리기만 해도, 구희라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예전에 강씨 가문에 일이 생겼을 때, 강이주 쪽에서 구씨 가문에 도움을 청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때 구희라 부모님이 거절했고, 말도 그리 곱지 않았다.그 일 이후로 장숙연은 구씨 가문 전체를 마음에 담아 두게 됐다.심지어 장숙연은 몇 번이나 강이주에게 구희라와 어울리지 말라고까지 했다.솔직히 말한다면, 구희라도 굳이 장숙연 앞에 나서서 불편한 감정을 다시 내비치고 싶지는 않았다.‘괜히 갔다가 또 분위기 싸해지면 그것도 피곤하잖아.’강이주는 구희라 표정만 보고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금세 알아챘다. 그게 귀여워서 강이주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안 들어가. 나 ‘별나라’로 데려다줘.”강이주는 거기에 자기 명의로 된 집이 있었고, 이동하는 것도 훨씬 편했다.구희라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강이주를 바라봤다.“와, 이거 진짜 신기하다. 우리 오빠도 요즘 거기 살거든. 게다가 옆 동네에 내 것도 하나 잡아 줬어. 헤헤.”‘별나라’는 고급 단독주택 단지였다.강이주가 그곳의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를 마음에 들어하자, 강서규가 강이주의 18살 생일에 성년 기념 선물로 그 집을 사 준 것이다.오늘 구희라가 말해 주지 않았더라면, 강이주는 구기빈도 거기 살고 있다는 걸 몰랐을 것이다.구희라의 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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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강이주는 자신의 ‘초록이’가 원래부터 이쪽 집 차고에 세워져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별나라’는 병원에서 그렇게 가까운 편이 아니었다.강이주는 어젯밤 병실에서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차가 출발하자마자 강이주는 창가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가늘게 감은 채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구희라는 그런 강이주를 한번 바라본 뒤, 기사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조금 천천히 가주세요.”구희라는 손에 든 핸드폰으로 구기빈과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었다.[장한민 대표 만날 장소는 내가 보내 줬잖아, 오빠. 근데 난 왜 자꾸 오빠가 이주 일에 엄청 신경 쓰는 것 같지?]자기가 괜히 과하게 생각하는 건지도 몰랐다.그래도 구희라는 자꾸만 그런 느낌이 들었다.예전 강이주와 심원후가 사귀고 있을 때만 해도, 구희라가 구기빈 앞에서 두 사람 이야기를 꺼내면 구기빈은 늘 시큰둥한 태도였다. 흥미 없다는 기색이 너무 뚜렷했고, 한참을 떠들어도 대꾸 한마디 안 할 때도 많았다.그나마 구희라가 심원후 욕을 몇 마디 보태면, 그때서야 구기빈이 무심하게 몇 마디 받아주는 정도였다.구희라가 강이주를 두고 답답하다고 한소리라도 할 때면, 구기빈은 입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도 눈빛에 비웃음이 가득했다. 눈빛에 담긴 조롱이 금방이라도 넘쳐 흐를 것만 같았다.구희라는 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신의 오빠가 왜 강이주한테 그렇게까지 큰 이견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심지어 구희라가 강이주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구기빈은 어김없이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모르는 사람이 보면, 마치 강이주가 구기빈을 크게 배신하기라도 한 걸로 여길 정도였다.물론 그런 생각은 어디까지나 구희라 혼자 속으로만 하는 말이었다.그걸 자기 오빠 앞에서 입 밖으로 꺼낼 배짱까지는 없었다. 괜히 그런 소리를 했다가는 구기빈한테 조용히 제거당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응, 난 아직 살고 싶어.’곧 구기빈 쪽에서 답장이 왔다.[쓸데없는 일에는 끼어들지 마.]그 짧은 한 줄을 보는 순간, 구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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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차는 한 시간쯤 지나서야 ‘별나라’에 도착했다.그 사이에 구희라는 강이주가 정리하려는 심명그룹과 관련된 서류를 전부 훑어봤다.페이지를 넘길수록 구희라의 미간은 점점 더 깊게 좁혀졌다.구희라는 강이주의 집안을 둘러볼 겨를도 없이, 강이주를 붙잡아 소파에 앉혔다.“너네 집에 프린터 있어?”“서재에 있어.”강이주는 구희라를 데리고 1층 서재로 향했다.서재 발코니는 빌라 뒤뜰과 이어져 있었고, 강이주는 그 뒤뜰에 꽃을 꽤 많이 심어 두었다.구희라는 서류를 전부 출력했다.그리고 빠르게 몇 군데를 표시하면서 강이주에게 짚어 주었다.“그때 심명그룹이 돈을 댔을 때, 그게 투자금이라는 식으로 명확하게 적힌 계약서가 있었어?”강이주도 그 조항에 적힌 내용을 봤다.거기에는 강중그룹 지분 1%를 보유한다고 적혀 있었다.당시 그 일은 전부 장숙연이 처리했기 때문에, 강이주는 자세히 알지 못했다.강이주가 곧바로 말했다.“엄마한테 전화해서 물어봐야겠어.”말을 마친 강이주는 곧장 장숙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어머니의 답을 듣는 동안, 강이주의 표정은 점점 무거워졌다.전화를 끊은 뒤, 강이주는 구희라를 바라보며 말했다.“우리 엄마가 계약서에 서명했대. 심명그룹이 자금을 대고 투자 형식으로 들어오는 대신, 강중그룹이 그 돈을 다 갚고 나면 자동으로 강중그룹 지분 1%를 갖는 조건이었어.”오늘 구희라가 짚어 주지 않았더라면, 강이주는 이 사실조차 모르고 지나갈 뻔했다.구희라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심씨 가문 진짜 계산 끝내주네. 겉으로는 강중그룹 살리겠다고 돈을 넣어 준 척해 놓고, 뒤로는 지분까지 챙겨 갔네.” “작은 이익이든 큰 이익이든 하나도 안 놓치고 죄다 주워 먹은 거잖아.”당시 강중그룹을 살리기 위해 들어간 돈은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었다.그런데 강중그룹은 그 돈을 시중 이자까지 얹어서 갚아야 했고, 마지막에는 지분까지 떼어 줘야 했다.정말 욕심이 너무 지나쳤다.너무 노골적이라 구희라가 보기에도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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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강이주를 쳐다보는 순간, 구희라는 강이주가 이 모든 상황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챘다.강이주의 성격상 회사를 이 지경으로 방치했을 리도 없었다.구희라는 곧장 말을 꺼냈다.“이거 완전히 정리하려면, 이주 너한테서 돈이 꽤 나갈 거야. 마음 단단히 먹어.”구희라는 이미 대략적인 금액을 계산해둔 상태였다.결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규모가 아니었다.이제 선택은 강이주에게 달려 있었다.강이주가 차분하게 물었다.“얼마야?”“거의 400억은 들어.”구희라는 숨김없이 답했다.아직 진행 중인 프로젝트들이 걸려 있었다.정리를 하려면 위약금만 해도 만만치 않았다.강이주는 전혀 흔들리지 않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프로젝트 제외하고, 강중그룹 지분 1%만 가져온다면?”강중그룹이 예전만 못하다 해도, 그렇다고 해서 심씨 가문이 뒤에서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고 있는 걸 알면서도 그대로 두고 볼 수는 없었다.‘이건 정리해야 해. 지금 당장.’강이주는 마음속으로 선을 그었다.설사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심명그룹과의 관계는 여기서 끊어야 했다.심명그룹이 먼저 선을 넘었다.그렇다면 자신도 더 이상 체면을 지킬 이유가 없었다.문득 웃음이 나왔다.지난 몇 년 동안, 심원후와 부딪힐 때마다 장숙연은 늘 같은 말을 했다.심명그룹이 지원해준 걸 생각해서라도, 강이주가 먼저 고개를 숙이고 심원후에게 맞춰주라고.그때마다 강이주는 선택지가 없었다.결국 참고, 또 참았다.그런데 이제 와서 알게 됐다.심명그룹 역시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이익을 챙기고 있었다는 사실을.‘그럼 내가 참은 건 뭐였지?’그 생각이 들자, 그동안의 타협이 한순간에 우스워졌다.구희라는 빠르게 계산을 이어갔다.그리고 결론을 내렸다.“썩어도 준치라고 했어. 강중그룹의 지금 상황이 어렵긴 해도, 브랜드 파워는 아직 살아 있어. 적어도 상당한 가치는 될 거야.”물론, 심씨 가문이 얌전히 조건을 받아들인다는 전제하에서였다.구희라는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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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강이주가 밖으로 걸어 나왔을 때, 구희라가 들고 있던 카메라 앵글이 딱 강이주를 비추고 있었다.구희라가 손을 흔들며 말했다.“이주야, 인사 좀 해봐.”강이주는 카메라를 향해 살짝 웃어 보였을 뿐이다. 손에 든 커피잔을 살짝 들어 보이며, 구희라에게 얼른 와서 마시라는 뜻을 전했다.그 모습을 본 구희라는 바로 촬영 종료 버튼을 눌렀다.그러고는 강이주 쪽으로 냅다 달려갔다.강이주는 옆자리에 앉은 구희라를 보며 물었다.“뭐 찍고 있었어?”구희라는 숨길 생각 없이 바로 답했다.“너네 집 인테리어 스타일. 완전 내 취향이야. 나 결심했어. 우리 집도 다시 손볼 거야. 너네 집 참고해서.”구희라는 정말로 자기 집 인테리어를 한번 새로 하고 싶었다.다만 그와는 별개로, 강이주에게 말하지 않고 따로 한 일이 하나 더 있었다.방금 찍은 영상을 구기빈에게 보낸 것이다.‘오빠한테 돈을 좀 뜯어내 보자.’구희라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물론, 그 잘난 오빠가 인테리어 비용까지 전부 맡아준다면 더 바랄 것도 없었다.공짜로 생기는 건 뭐든 기분이 좋으니까.구희라의 말을 들은 강이주는 잠시 생각하더니, 핸드폰을 꺼내서 뭔가 찾기 시작했다.“예전에 아마 그쪽 연락처를 저장해둔 게 있었던 것 같은데, 너한테 보내줄게. 그 집 스타일이면 넌 분명히 다 좋아할 거야. 나중에 네가 직접 골라봐.”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강이주는 연락처를 찾아냈다.곧바로 구희라의 핸드폰으로 명함을 넘겨주었다.구희라는 바로 상대를 친구에 추가했다.상대는 금방 수락했고, 이어서 여러 가지 인테리어 시안을 추천해주었다.구희라는 그 자료들에 그대로 빠져들었다.‘어, 이건 진짜 예쁘다. 이것도 괜찮고. 아니, 이것도 너무 좋은데?’구희라는 어느새 구기빈한테서 뜯어낼 생각도 잠깐 잊은 채, 시안 하나하나를 정신없이 들여다보고 있었다....한편 구기빈은 구희라에게서 메시지를 받았을 때, 마침 배진호에게 오늘 일정을 보고받고 있었다.구기빈은 메시지를 눌러 영상을 재생해둔 뒤, 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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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해가 저물어 갈 즈음, 강이주와 구희라는 약속한 시간에 맞춰 ‘샹시엘리’에 도착했다.장한민과 만나기로 한 장소였다.두 사람이 도착했을 때, 장한민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약속 시간까지는 5분 정도 남아 있었다.구희라는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설마 딱 맞춰서 오겠다는 건 아니겠지?”‘진짜 재수 없네.’구희라는 속으로 이미 짜증이 차오르고 있었다.장한민 같은 한량 스타일의 재벌 2세를, 구희라는 도저히 좋아할 수 없었다.그나마 강이주가 들고 있는 지분을 높은 가격에 사겠다고 나섰기 때문에 이 자리에 나온 것뿐이었다.강이주는 찻잔을 들고 조용히 한 모금 마셨다.그리고 구희라를 향해 눈짓으로 진정하라는 신호를 보냈다.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장한민이 일부러 이러고 있다는 걸.이전에 서로 감정이 상했던 일도 있었다.오늘 기회를 잡았으니, 가만히 넘어갈 사람이 아니었다.‘뭔가 한 번 건드리고 시작하겠지.’역시나 예상대로였다.구희라가 생각한 그대로, 장한민은 약속 시간에 맞춰 모습을 드러냈다.정확히는 5시 30분 약속인데 5시 31분에.“아, 미안합니다. 주차 자리가 없어서 좀 늦었네요.”장한민은 의자를 빼며 자연스럽게 앉았다.그러고는 손목시계를 힐끗 보더니 어깨를 으쓱했다.“1분 정도야 지각이라고 하기도 뭐하죠?”그 태도는 보는 사람 속을 긁어놓기 딱 좋았다.구희라는 결국 참지 못하고 눈을 부라렸다.‘진짜 한 대 치고 싶다.’속에서는 이미 욕이 튀어나오고 있었다.강이주는 아무렇지 않은 듯 담담하게 말했다.“괜찮습니다. 장 대표님 시간 개념이 원래 이러신 거, 알고 있으니까요.”말투는 차분했지만, 결코 받아주는 느낌은 아니었다.비즈니스 자리라고 해서 장한민의 기 싸움까지 맞춰줄 생각은 없었다.이 거래는 강이주에게는 그저 선택 사항에 불과했다.하지 않아도 상관없었다.지분이 필요한 쪽은 오히려 장한민이었다.그런데도 이 자리에서 우위를 잡으려 드는 모습이 우습게 느껴졌다.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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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장한민은 짜증 섞인 기색으로 바로 받아 치려고 했다.하지만 방금 말을 끊은 사람이 구희라라는 걸 깨닫고, 턱밑까지 올라온 말을 억지로 삼켜야 했다.‘하필 또 구희라야.’강이주는 구희라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도록 내버려뒀다.그 뒤 천천히 시선을 들어 장한민을 바라봤다.“장 대표님, 이제 이야기 가능하실까요?”부드럽게 흘러나온 말투에는 가벼운 웃음이 실려 있었다.강이주가 굳이 한 번 더 묻는 이유는 분명했다.장한민이 제대로 생각하고 입을 열었으면 했다.정말 거래할 마음이 없다면 여기서 더 말을 섞을 이유도 없었다.반대로 진심으로 협상할 생각이라면, 그에 맞는 태도부터 보여야 했다.장한민은 제대로 한 방 먹은 상태였지만 그런데도 화를 낼 수는 없었다.‘진짜 답답하네.’속이 뒤집혀도 드러낼 수가 없었다.말 그대로 쓴맛만 삼켜야 하는 처지였다.강이주가 가만히 지켜보는 가운데, 장한민은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렸다.“되죠. 그럼요, 당연히 됩니다.”그러고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강이주 씨는 지분을 얼마 정도에 넘기실 생각입니까?”강이주가 오히려 차분하게 되물었다.“장 대표님 쪽에서는 얼마까지 생각하고 계신데요?”강이주는 먼저 가격을 부르지 않았다.장한민이 어디까지 생각하고 있는지, 그 한계선을 먼저 확인할 생각이었다.장한민은 잠깐 멈칫했다.오기 전에 강이주에 대해 나름 알아봤다.협상에는 약하다는 말도 들었다.그런데 지금 보니, 바깥에서 떠도는 이야기가 꼭 맞는 것만은 아닌 듯했다.처음부터 강이주에게서 별다른 우위를 잡지 못한 장한민은, 강이주가 먼저 묻자 차라리 단도직입적으로 가기로 했다.장한민은 강이주 앞에서 자신이 생각한 금액을 그대로 전달했다.“이 정도입니다.”장한민은 이미 회사에 대한 조사를 마친 상태였다.장한민 스스로도 지금 제시한 금액이 회사의 현재 가치보다 한참 낮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래도 거래라는 건 원래 밀고 당기는 법이었다.장한민은 어디까지나 자신이 제시할 수 있는 선에서 먼저 가격을 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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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장한민은 속으로 이미 몇 번이나 욕을 삼키고 있었다.처음부터 장한민은 강이주가 심원후와 빠르게 선을 긋고 싶어 한다고 확신했다.그래서 연락을 넣을 때부터, 강이주가 가진 지분을 굳이 시세대로 사들일 생각은 없었다.어차피 급한 쪽은 강이주라고 여겼다.그러니 가격을 낮춰 불러도 결국 넘어올 거라고 봤다.그런데 계산이 어긋났다.강이주도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장한민이 꺼내든 방식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진짜 쉽지 않네.’그 바람에 일이 훨씬 까다로워졌다.지금 강이주가 생각하는 가격은 상당히 높았다.장한민 입장에서는 그 금액까지 맞춰서 굳이 가져오고 싶은 마음은 크지 않았다.그런데 또 이 지분만 손에 넣으면, 심원후를 제대로 거슬리게 할 수 있었다.그 점은 분명 매력적이었다.‘받자니 애매하고, 포기하자니 또 아깝고.’장한민은 딱 계륵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가져가도 속이 시원할 것 같지 않고, 그렇다고 포기하자니 미련이 남았다.애매한 지점에 걸린 채 결론을 못 내리는 상황이 영 불편했다.반면 강이주는 한쪽에 앉아 차를 천천히 마시고 있었다.조급해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그때, 룸 입구 쪽에서 구기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렇게 또 뵙네요.”구기빈은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 채,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강이주는 문 쪽을 돌아봤다.강이주의 눈빛에 의문의 기색이 살짝 스쳤다.‘이 사람... 왜 여기 있지?’구희라는 자기 오빠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던진 말을 듣고, 하마터면 어이없다는 표정을 숨기지 못할 뻔했다.처음부터 약속 장소를 알고 있었으면서, 이제 와서 우연히 들른 척하다니.너무 티가 나는 거 아닌가 싶었다.‘진짜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구희라는 속으로 혀를 찼다.그보다 더 신경이 쓰이는 건 따로 있었다.왜 구기빈이 요즘 들어 강이주의 일에 이렇게까지 관심을 보이느냐는 점이었다.구희라의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갔다.어제 일도 그랬다.강이주는 구기빈이 마침 근처에 있어서 병원까지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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