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우리 동네 히어로: Chapter 141 - Chapter 150

208 Chapters

141화 강부의 실체 1

“왜 이래? 그냥 알려만 주면 서로 편할 텐데.”정식이 최대한 살벌하게 쏘아붙였다.사장이 인상을 쓰며 돌아봤다.“뭐? 지금 어디서 행패야?”“행패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왜 그래?”정식은 ‘그래? 한번 해보자고?’ 하는 표정을 지었다.덕만은 어깨를 풀며 세워놓은 차를 툭툭 치며 화력지원에 나섰다.“왜, 경찰 부르려고? 내가 불러줄까?불러서 여기 대포차 몇 대나 되나? 한번 깡그리 조사하라 그래?아니면, 우리가 직접 조사해?야, 덕만아, 저기 사무실 장부 다 가져와 봐!”그 말에 덕만이가 큰 덩치를 흔들며 어슬렁어슬렁 사무실 쪽으로 향했다.그러자 사장의 안색이 변했다.“잠깐, 잠깐. 이거 왜 이래?”사장이 꼬리를 내리기 시작했다.“사장님, 그러지 말고, 조용히 번호만 알려줘 봐.누가 여기서 알려줬다는 소리를 하겠어?내 맹세할게, 맹세.”사장은 판단이 빨랐다. 순순히 들어가서 연락처를 적어 왔다.‘역삼동 박석기’라는 이름과 연락처가 적혀있었다.“절대, 여기서 알아냈단 얘기하면 안 됩니다.”사장이 간절하게 부탁했다.인명은 장례식장 앞에서 담배를 한 대 피웠다.박 형사와 진구, 정식에게 상황에 대해 간략하게 문자를 보냈다.그러고는 담배를 한 대 더 피웠다.바로 들어갈 용기가 선뜻 생기지 않았다.깊이 심호흡을 하고 양복 단추를 잠그고는 식장으로 향했다.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손님이 거의 없었다.낯익은 동료 한 무리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인명을 보고는 아는 체를 했다.인명은 손 인사를 하고는 분향소로 들어갔다.최 과장의 아내와 중학생으로 보이는 아들,이렇게 두 사람이 앉아 있다가 일어났다.두 가족을 보니 가슴이 먹먹해졌다.아내는 울어서 그런지 눈이 퉁퉁 부어있었고,아들은 멍하니 표정이 없었다.크고 맑은 눈이 아빠를 닮았다.최 과장이 늦게 결혼해서 낳은 아들이었다.아들 자랑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그런 아들을 두고 어떻게 떠났을까.송곳이 또다시 인명의 명치를 찔러댔다.두 사람에게는 아무 말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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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화 강부의 실체 2

“그래서 회사는 업무가 마비됐지. 경찰이 오고, 119가 오고…….”그러더니 끔찍한 기억을 지워버리려는 듯, 김 부장은 고개를 흔들었다.“아니 그렇다고 해도, 왜, 이유가 있을 텐데.”“우리는 모르지, 그 사람 속을 어떻게 알겠나. 무슨 개인사가 있는지······.”그때, 빈 술잔을 채우려고 소주병을 들었던 박 과장이술병을 쾅 하고 내려놨다.“부장님, 아니 부장님은 이유를 모르세요?아시면서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죠. 개인사라니, 참 나.”“이 사람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이유가 뭐겠어요? 그놈의 ‘강부’ 때문이죠.‘강부’에게 그렇게 당하고 배길 수 있겠어요?”“어이, 박 과장. 말 좀 조심해. 유가족도 있는데.”김 부장이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박 과장에게 목소리를 낮추라는 손짓을 했다.강부? 강부 때문이라고? 이게 무슨 소리인가?강부? 인명은 소름이 온몸을 한차례 훑고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아니 강부라니?”“아니, 선배님은 강부 몰라요?아, 선배님 퇴직한 후구나.그 ‘강기범’ 사장이 승진했잖아요.‘강기범’ 그룹 부회장으로. 그 잘나가시는 부회장님.”‘강부’라니, 그렇다면, 그렇다면.인명의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던 영상이 떠올랐다.“그러니까, 형님께서 통과만 시켜주시면저와 강부가 ‘오까네’ 끌어모으는 건 문제가 안 되죠.”그 남자가 부른 호칭 ‘강부’.“당연 빠따죠! 허허허.”‘당연 빠따’라며 웃던 그 남자의 목소리.사라의 옆자리에 있던 남자 3번.“자 이제부터 찐하게 한잔들 하시고.”그 남자가, 그 ‘강부’가······. 그러고 보니 목소리가, 목소리가.“난 당신의 사장이 아니야.적어도 지금부터. 난 말이야 당신같이 무능력하고 눈치 없고조직에 1도 도움이 안 되는 찌질이의 사장이 아니라고. 알아들어?아니길 원한다고. 그러니 내가 이 회사를 나갈까?아닌가? 그럼, 아니면, 네가 나가던가.”회의실에서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치솟아 막말을 퍼부어 대던 그 사장.그래 맞다. 같은 목소리였다. 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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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화 용기를 위하여 1

물론 그 자금은 개인용도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로비자금으로도 사용되었다.무슨 위원회다, 무슨 재단이다,무슨 스포츠 지원 펀드다 해서 자금이 빠져나갔다.직원들 입장으로는 자금 유출은 당장 중요한 게 아니었다.강부의 시범 케이스에 걸려 자존심 다 구기는 일을 피하는 것이 급선무였고,해외지사나, 심지어 지방에 있는 지사로 빠져나가는 게 희망 사항이 되었다.그나마 실력 있는 젊은 직원들은 당당히 사표를 던지고 나갔지만,목구멍이 포도청인 직원들은 그냥 전전긍긍했다.사장의 ‘필살기’만 피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지냈다.그러나 무차별적인 폭언과 폭력을 온전히 피하기는 힘들었다.더러는 정신과 치료라도 받으면서 버텼지만, 더러는 끝내 사표를 썼다.회사에서 잘린 사람도 꽤 있었다.잘리고도, 보고 당한 일에 대해 입을 다물라는 협박과 회유는 계속되었다.임원들은 찍소리도 못했고, 어용노조는 넉넉한 노조 활동비를 받고 침묵했다.직원들의 익명게시판에서는 더러 불만과 응징, 고발이라는 말들이 나왔으나,어떻게 알았는지 색출과 동시에 보복이 뒤따랐다.그런 발광이 정점에 달했을 때,재수 없게 걸린 사람이 최 과장이었다.최 과장은 상부의 지시로,경기도 인근의 수자원 보호지역에 ‘강부’의호화로운 개인 별장을 짓는 업무를 맡았는데,단속 나온 하위공무원에 대한 대처를 제대로 못 한 것이다.고위층 공무원과는 정리가 끝났으나 현장 공무원과의 소통이 문제가 된 것이다.그 일로 해서 강부는 화가 끝까지 났고,최 과장의 사무실에 뛰어 들어왔다.인명이 당했던 그날처럼.“야, 최 과장 새끼, 어디 있어?”“네? 부회장님. 저, 여기······.”바짝 긴장한 채, 자리에서 일어난 최 과장에게 다가온 강부는다짜고짜 따귀를 날렸다.“병신 새끼, 일을 그 따위밖에 못 해?”그나마 회의실에 불려 간 인명의 경우는 신사적이었다.그 큰 사무실 직원들이 다 보는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맞았다.그러고는 무릎을 꿇으라고 했다.최 과장은 얼떨결에 무릎을 꿇었다.따라온 비서에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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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화 용기를 위하여 2

박 과장이 다른 사람들을 대신해서 김 부장을 노골적으로 비웃었다.“그래서 선배님은 이해 안 되시죠?쟤는 중2병도 아닌데 순간 욱해서저렇게 죽어 나자빠졌나, 하는 생각을 하시죠?”박 과장이 김 부장과 비슷하게 꼬인 발음으로 대들었다.김 부장의 인상이 제대로 찌그러졌다.“야, 박 과장, 너 아까부터 나한테 못마땅한 게 많나 본데.너 이 새끼, 그렇게 불만 많은 놈이 나하고 어떻게 이때까지 일했냐?더러우면 나가. 나가라고.”“그 나이까지 버티는 게 뭐 자랑이라고.후배들 앞에서 그게 할 말이야? 말투는, 자기가 강부냐?”박 과장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으나,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다 들어버렸다.“뭐? 이 새끼가 보자 보자 하니까. 너 이리 와.”하면서 김 부장이 일어나 맞은편에 앉은 박 과장의 멱살을 잡으려 했다.자리에 앉은 동료들이 급히 두 사람을 뜯어말렸다.식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갑작스러운 소란에 주목했다.하지만 소요는 금방 마무리되었다.씩씩거리던 두 사람은 물론, 다른 동료들도 잠시 어색한 침묵에 빠졌다.그것도 잠시, 식장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소란스러워졌다.“두 분이 싸우실 일이 아닙니다.그럴 힘 있으면 강부와 싸워야죠.”인명의 갑작스러운 말에 모두 쳐다봤다.그들의 눈빛이 부담스러웠지만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내친김에 끝까지 가기로 했다.“그냥 넘어가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아니, 안 됩니다.최 과장을 위해서라고 얘기하려는 건 아닙니다.우리를 위해서 싸워야 합니다.”“선배 심정은 이해하지만, 우린 입장이 선배와 달라요.”후배인 장 부장이 차갑게 받아쳤다.“뭐, 압니다.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저 자식은 평소에는 찌그러져 있다가 잘리고 나니까,나만 죽을 수 없다, 같이 죽자, 하면서깽판 치려고 저러나, 라고 생각들 하시는 거.네, 그랬죠. 그때는 참 바보였고 쪼다 멍청이였죠.속으로 욕해도 좋습니다. 사실이었으니까요.하지만 지금 제가 하는 말만큼은 진지하게 들으셔야 합니다.”“그래, 하고 싶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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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화 배신자 1

김 부장이 고개를 계속 갸우뚱하더니 벌떡 일어났다.“이런 분위기로 갈 거 같으면, 나는 그만 가볼게. 몸도 피곤하고.”그러더니 겉옷을 주워들고 나가려 했다.“부장님, 가시는 건 좋은데,오늘 이야기는 위에 안 샜으면 좋겠습니다.지금 분위기 보니까 한바탕 전쟁이 날 거 같은데,선배님을 적으로 만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끝까지 박 과장이었다.다른 동료들도 모두 김 부장을 쳐다봤다.김 부장은 박 과장을 잡아먹을 듯 째려봤다.그러더니 다른 동료들의 눈길이 느껴졌는지‘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이라며 말꼬리를 흐리더니 나가버렸다.장 부장도 눈치를 보더니 따라 나갔다.“부장님, 그냥 보내도 될까요?”명진이 걱정을 했다. 박 과장은 안심하라는 손짓을 했다.“걱정 마, 좀생원이라 우리가 겁나서 고자질은 못 할 거야.그래도 모르니 우리가 감시를 좀 하자고.그건 그렇고. 선배님,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죠?”박 과장이 인명을 쳐다보며 물었다.“사실, 나에게 결정타가 될 만한 게 하나 있어.그걸 보충해 줄 증거가 조금만 더 확보되면 좋겠어.”바둑이 김성진 사장은 평소처럼 골프 연습을 마치고 사우나를 끝낸 뒤,골프채를 막 차 트렁크에 싣고 있었다.이제 몸도 개운해졌으니 슬슬 출근하면 되었다.“무거운 데, 내가 좀 도와줄까?”고개를 돌려보니 정식이었다.무언가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아니, 형님이 여긴 어떻게?”다짜고짜 정식이 바둑이의 팔을 꺾고는 자동차 키를 뺏었다.이제 보니 덕만도 옆에 있었다.갑작스러운 습격에 힘 한번 못 써보고바둑이는 차 뒷자리, 두 사람 사이에 끼여 앉게 되었다.양팔은 물론, 양다리도 두 사람의 다리로 제압당해 꼼짝을 할 수 없었다.“이게 뭐 하는 짓이에요? 야, 덕만이 너 이 새끼, 이거 안 놔?”그러나 돌아온 건 정식의 주먹이었다.명치를 맞아 숨도 제대로 못 쉬었다.“길게 이야기하지는 않겠다.옛날 같으면 너 같은 배신자는 내 손에 죽어도 몇 번 죽었어.이 버러지 같은 새끼. 자기 목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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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화 배신자 2

“좋아, 네 말이 맞다고 치자.”“네.”정식의 말에 바둑이가 조금 안심하는 듯했다. 목숨만은 구했구나.“그럼, 네가 목숨을 구하려면 조건이 있다.”“예?”아직 목숨을 구한 게 아닌가?“한 회장 연락처, 사무실, 집 등 신상정보와 졸개들에 대한 정보 일체와······.”“네?”정식은 바둑이에게 무슨 말을 하려다가갑자기 생각난 듯 주머니에서 메모지를 꺼냈다.“그래, 박석기라는, 역삼동 박석기라는 놈 알고 있지?”“네?”“이 자식은 엄청, 말 많다가 불리하면 ‘네?’ 밖에 몰라.”그러면서 뒤통수를 한 방 더 맞았다.“알 것도 같기도 하고, 한 회장 애들 이름까지 잘 몰라서요.”“한 회장 애라고 얘기도 안 했는데?”“예?”“됐고. 이놈 신상에 대해 아는 대로 털어놔.”“예? 아, 네.”“참, 혹시 순자네 사건 때 우리를 덮친 놈 중에, 이놈도 있었냐?”“그건 잘······.”멀뚱멀뚱 생각을 짜내던 바둑이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다.정식은 바둑이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느낌이 왔다.“맞구나. 그 개자식!”“형님. 그게 제가 직접 본 게 아니라 확실하게 알지는 못하고요.”“맞구나. 개새끼.”그러면서 바둑이를 치려는 듯 주먹을 들어 부르르 떨었다.바둑이는 얼른 고개를 숙였다.“죄송합니다. 형님. 그놈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전 직접 보지 못하여······.”정식은 쥐었던 주먹을 펴서는 털썩 내려놓았다.“하여튼. 그 패거리들 아는 정보 다 털어놔.모르는 건 지금부터 싹 다 조사해 와.그게 네가 사는 길이고, 태봉이 형님의 이름에 먹칠을 안 하는 길이다.”바둑이가 잠시 생각을 하다가 결심이 선 듯 진지하게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제가 최대한 정보를 빼 올 테니, 한 가지만요.제가 정보를 줬다는 얘기만 하지 말아주세요. 부탁입니다, 형님.”박석기는 한 회장의 오른팔, 왼팔까지는 아니었다.하지만 바로 다음 위치인 행동대장 격이었다.박석기는 조폭과 같은 소위 ‘어둠의 세계’ 출신은 아니었다.특이하게도 경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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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화 강부의 등장 1

직원들은 처음에는 부회장을 멀뚱히 쳐다보다가,뒤늦게 상황을 깨닫고는 부랴부랴 자리에서 일어나서 목례하였다.몇몇 직원들은 입구까지 뛰어가다시피 해서 90도로 고개를 숙였다.지금까지의 모든 격론과 성토가,언제 그랬냐는 듯 한순간에 날아가 버렸다.강기범 부회장은 썩은 인상을 펴지 않은 채 주위를 휙 둘러봤다.그래 내가 왔다. 너희 주인. 밥을 주는 주인.그러고는 손을 잠시 들었다 놨다. 그래 됐어. 쉬어.물론 인명은 자리에 앉은 채 이 재미있는 장면을 지켜봤다.예전에는 미처 몰랐지만 지금 보니 정말 가관이구나.그러면서 강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강부는 임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분향소로 들어섰다.몇몇 직원들은 얼떨결에 일어나버린 자신들의 모습을 뒤늦게 깨닫고는‘에이’ 하면서 어색하게 앉았고,대부분의 직원은 여전히 굳은 표정을 한 채 서 있었다.인명이 당한 그날의 사무실에서처럼,최 과장이 당한 그날의 사무실에서처럼,강부 앞에서는 다들 몸이 굳었다.마음으로는 침을 뱉고 욕이라도 하고 싶어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에이, 왜 여기 온 거야? 재수 없게.”박 과장이 조용하게 투덜댔다.“그래도 오긴 왔네요. 찔리는 게 있는 모양이죠?”명진도 한마디 거들었다.그때였다.“여길 어디라고 와? 나가. 나가라고!”고함이 들렸다.모두 강부가 나타났을 때보다 더 놀란 표정으로분향소 쪽을 일제히 쳐다봤다.이게 무슨? 그리고 곧 깨달았다.최 과장 부인의 목소리였다.“당신이 죽였잖아, 우리 남편. 그래 놓고 뻔뻔스럽게 어딜 들어와!”식장은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음식을 나르던 상조회 직원들도 그 자리에 멈춰 섰다.잠시 후, 더 심하게 썩은 표정의 강부가 분향소 밖으로 나왔다.임원들이 부인을 달래는 소리와,이어지는 부인의 울부짖음이 들렸다.그랬다. 부인은 알고 있었다.공개되지 않은 유언장에 무슨 내용이 있었는지,최 과장이 죽기 전에 무슨 말을 한 건지,아니면 식장에서 떠드는 직원들의 이야기를 엿들은 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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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화 강부의 등장 2

“뭔 개소리야? 그래서? 최성훈이 나 때문에 죽었다고?그렇다고 치자. 그러면 네가 어쩔래? 이 병신아!”“인정하냐? 인정은 해?”비서들이 인명의 멱살을 잡고 팔을 꺾었다.인명은 완력에 의해 무릎이 꺾였다. 강부가 다가왔다.그러고는 인명의 멱살을 잡고 주먹을 들었다.인명은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 낮고 강하게 말했다.“민사라도 네가 죽인 거냐?”강부는 처음에 그 소리를 듣고는 무슨 소리인가 하다가,점점 표정이 변했다.최성훈의 죽음보다 더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왜? 충격이야? 이제는 겁이 나기 시작하냐?”“너, 이 새끼······.”그러더니 인명의 멱살을 다시 잡았다.“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강부는 인명을 쏘아보며 멱살을 흔들었다.그러고는 주먹을 다시 들었다.그때 마침, 장례식장 경비들이 닥쳤다.주위를 보니 다른 사람들도 모여들고 있었다.일부는 카메라로 촬영까지 하고 있었다.사태를 파악한 강부는 인명의 멱살을 놓고는 뒤로 물러섰다.임원들이 강부를 호위해서 재빨리 차에 태웠다.인명은 떠나려는 강부를 향해 마지막 한마디를 던졌다.“강기범! 기다려. 내가 널 찾아갈 거야. 그때는 넌 끝이야.”강부는 인명의 눈을 쳐다보다가이내 눈길을 피하며 차 윈도를 올렸다.차는 재빠르게 장례식장을 빠져나갔다.임원들과 비서들도 뿔뿔이 흩어졌다.수진이가 다가와 인명을 부축해 일으켰다.“난 괜찮아. 그래, 다 찍었냐?”“네 선배님. 촬영 다 했습니다. 고생하셨어요.”인명은 장례식장을 빠져나와 택시를 탔다.머릿속이 복잡했다.갑작스러운 최 과장의 죽음과 강부와의 만남.이 혼란스러운 상황 이전에 더 큰 혼란.사라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풀어야 했다.일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었다.인명은 한숨을 한번 쉬고는 일단 진구에게 전화했다.원래 진구의 상태를 보러 가려 했었지만, 타이밍을 놓쳤다.“진구야. 몸은 좀 어때?”“네, 괜찮아요. 병원 가서 치료받고 왔어요.큰 상처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다행이다. 정민이네 집이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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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화 한 회장과 강부 1

“그래서 어젯밤 무작정 나와서 희진이를 찾아왔죠.갈 데도 없고. 아마 당분간 희진이 집에 머물 것 같아요. 참, 그래도 되지?”세나는 뒤늦게 희진에게 양해를 구했다.그 말에 희진은 ‘응, 그래.’라며 얼버무렸다.세나가 인명을 돌아보며 말했다.“얘네 집이 엄청 좋거든요. ‘스타빌’이라고.제가 집에 있어도 어디 있는지 찾지도 못할 정도로 집이 커서,덜 미안하겠더라고요.”세나가 농담으로 어색함을 깨려 했다.인명은 사라가 죽었다는 말이 있다는 이야기는 차마 하지 못했다.대신, 정훈이 죽기 전에 사라와 증거를 수집했으며그 증거 때문에 정훈이 결국 죽게 되었고,그 때문에 사라가 납치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결국 정훈 씨가 그렇게 된 게, 다 사라를 위해서······.”또 세나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희진도 전염이 되었는지 눈가가 촉촉하게 젖었다.꿈 많던 소녀들이 왜 이리 모두 불행해진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김현 그 자식을 그냥 놔둬선 안 될 것 같아요.김현을 족치면 뭐든 정보가 나오겠죠?일단 본인 말로는 전혀 상황을 모른다고 했지만.그래, 한 회장. 희진아 너, 한 회장하고 연락 안 되니? 그래도 너하고 친했잖아.”그 말에 희진이 당황했다.“언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희진이 화를 냈다.그러나 화난 표정이라기보다는 겁을 먹은 표정이었다.인명은 무슨 직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묻지는 않았다.“알았어. 난, 뭐든지 해 보자는 거지.”셋은 잠시 각자 생각에 잠겼다.인명은 고민했다. 말해야 하나,말아야 하나. 사실 사라가 죽었다는 증거가 없다.일단 인명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하지만 그렇다고 살아있다는 증거도 없다.“사라 같은 똘똘한 애라면,우리 중에 누구에게도 연락이 한번은 왔을 텐데.이렇게 감감무소식일까.”세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고 했다.인명은 이야기를 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숨긴다고 사실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지금 사라의 생사 여부를 빨리 확인하는 게 더 중요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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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화 한 회장과 강부 2

“미안하네, 조 부장. 이번 일이 중요하다 보니 내가 좀 민감해.”“아닙니다, 형님. 할 일은 하셔야죠.원래 사업하는 놈들이 어제오늘 말이 달라지는 놈들이라.”“그렇긴 하지.”“그래도 그 두 사람, 제가 보기엔 반드시 채울 겁니다.그동안의 의리도 있고, 자기들 목숨이 달린 건데.”조영진이 이 의원을 위로했다.한 회장은 분위기를 바꿀 겸 건배를 제안했다.“그나저나, 네메시스는 왜 문을 안 열어요? 분위기 좋았는데, 허허.”조영진이 농을 쳤다. 농담만은 아니었다.조영진은 네메시스를 진짜 좋아했다.“그래, 애들이 보고 싶은데 말이야.요즘 어디 딴 데는 불안해서 술 한 잔 마음대로 못 해요.요즘은 비밀이 없어, 비밀이. 믿을 놈도 없고.그놈의 동영상에, 사진에, SNS에……. 어디 피할 때가 없어.모든 놈들이 자기가 언론인인 줄 안다니까.마음 같아서는 스마트 폰 같은 거 싹 압수하고옛날 박정희 때로 돌아가고 싶다니까.”이무기가 투덜거렸다.“제가 빨리 다시 오픈하겠습니다.사정이 좀 있어서요.의원님 말씀처럼 요즘 워낙 험악한 세상이라.보안이 확실히 확보될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주세요.”“왜, 뭔 일이라도 있었나?”이무기가 이유를 물었다.사실, 민사라 건에 대해 아직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다.긁어 부스럼이 될 수도 있고,이 사람들이 알아봐야 도움이 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알아서 잘 정리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게 자신의 전문 분야였다.그때, 노크 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리더니한 회장의 비서실장이 고개를 내밀었다.그러고는 한 회장에게 잠깐 뵙자고 했다.양해를 구하고 밖으로 나온 한 회장에게 비서실장이 조용하게 속삭였다.“회장님, 강기범 부회장이 잠깐 뵙자고 하십니다.”“뭐? 강기범이? 그 친구가 왜? 어디서?”“어떻게 알았는지 지금 여기에 와 계십니다.”“뭐? 그럼, 우리끼리 모인 걸 안 거야?”“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근데? 어떻게?”“모르겠습니다. 막무가내로,여기 한 회장 계시는 거 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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