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대표님, 심장이 위험합니다.: Capítulo 151 - Capítulo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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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화. 이제야 시작된 심장의 언어

봄비가 멎은 오후였다.하늘은 아직 흐릿했지만, 병원 창문을 스치는 바람엔 희미한 햇살 냄새가 섞여 있었다.수연은 연구동 회의실에서 노트를 덮었다.하루 종일 이어진 인터뷰와 발표로 목소리마저 거칠게 변해 있었다.“이젠 조금 쉬세요.”도연의 말에 그녀는 피식 웃었다.“그 말, 세 번째예요.”“그래도 안 듣잖아요.”그는 웃음을 섞었지만, 그 눈빛엔 걱정이 묻어 있었다.“이젠 정말 괜찮아요. 이 프로젝트, 드디어 완전히 안정됐어요.”그녀는 태블릿 화면을 보여줬다.심박 파형이 부드럽게 흘러가고 있었다.모든 게 완벽했다.그녀는 조용히 숨을 들이켰다.“이제 박지현 교수님이 남긴 흔적은 다 정리됐어요.시스템 내부에서도 감정 잔류 데이터는 완전히 삭제됐고.”그 말에 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진짜 새로운 시작이네요.”“응, 진짜로.”그녀는 미소를 지었다.그 미소에는 오랫동안 쌓여 있던 어둠이 완전히 걷힌 사람만의 여유가 있었다.저녁 무렵, 연구실에는 아무도 없었다.실험 장비들이 조용히 대기 상태로 깜빡이고 있었다.컴퓨터 모니터에는 ‘HEART LINK v1.3’이라는 이름이 떠 있었다.그녀는 모니터 앞에 앉아 마지막 검증 로그를 확인했다. 완벽했다.모든 데이터는 이상 없었다.그런데, 그녀의 시선이 멈췄다.로그 하단에 작게 새겨진 한 줄.[Copy request detected - Source: Unknown]“뭐지…?”그녀는 마우스를 움직였다.‘복제 요청 감지’?프로토콜상 외부 접근은 불가능했다.보안 코드를 입력하지 않으면 접속 자체가 차단돼야 했다.그녀는 즉시 내부 방화벽을 열었다.하지만 경로는 익명 처리돼 있었다.“이건 내부 접근이 아닌데…”도연이 뒤에서 다가왔다.“무슨 일이에요?”“누가 시스템을 건드렸어요. 지금 감정 데이터 일부가 복제됐어요.”“말도 안 돼요. 외부 접근 차단돼 있잖아요.”“그래서 이상한 거예요.”두 사람은 동시에 모니터를 바라봤다.데이터 스트림이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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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화. 그날의 맥박

봄의 끝자락이었다.벚꽃은 이미 다 졌고, 병원 앞길엔 작은 꽃잎들이 비처럼 흩날리고 있었다.수연은 유리문을 밀고 연구동으로 들어섰다.새벽 공기를 품은 머리카락 끝에서 약간의 냉기가 느껴졌다.연구실은 고요했다.기계의 전원등만 깜빡이고, 냉각기의 미세한 진동음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이제 여긴 더 이상 차가운 실험실이 아니라,그녀의 또 다른 심장처럼 느껴졌다.테이블 위엔 새 노트가 한 권 놓여 있었다.그녀는 펜을 들어 첫 페이지에 적었다.[Project: Heart Language 2.0]인간의 심장은 감정을 전달하는 통로다.하지만 오늘부터, 그건 대화의 매개체가 된다.그녀는 펜을 내려놓고 깊게 숨을 내쉬었다.“이건 연구가 아니라, 나 자신을 증명하는 일이지.”오전 회진이 끝난 뒤, 도연이 커피 두 잔을 들고 연구실로 들어왔다.“오늘은 직접 타봤어요. 이제 좀 낫죠?”그녀는 한 모금 마시고 웃었다.“이번엔 쓴맛이 덜하네요. 이제야 사람 맛이에요.”“그럼 성공이네요.”그는 어깨를 으쓱했다.그들은 오랜만에 잠시 말없이 앉았다.커피 향이 공기를 가득 채웠고, 두 사람의 시선이 같은 방향을 향했다HEART LINK의 새 데이터 모듈.“이제 이 장치로 실제 환자의 감정 신호를 분석할 수 있을 거예요.”그녀가 말했다.“심박 데이터에 공명되는 감정 반응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면,환자가 겪는 불안이나 고통을 바로 감지할 수 있죠.”“감정을 모니터링하는 기술이라… 듣기만 해도 대단하네요.”“기술이 아니라, ‘공감’이에요.”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이번엔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을 믿어보려구요.”그녀의 말투는 조용했지만, 확신이 있었다.그는 그걸 좋아했다. 한때 기계처럼 냉정했던 그녀가 이제는 ‘사람의 언어’를 배워가고 있었다.“그런데…”그녀가 잠시 말을 멈췄다.“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어요.”“뭔데요?”“지난번 시스템 오류 때, 마지막 로그 기억나요? She’s yours now. 그 문장요.”그녀는 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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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화. 맥박으로 쓴 작별

며칠째 비가 내리고 있었다.창문 밖으로 빗물이 흘러내리며 도시의 불빛을 길게 늘렸다.병원 건물 외벽이 희미한 노란빛에 젖어 있었다.그날도 수연은 새벽까지 연구실에 있었다.모니터 불빛이 그녀의 얼굴을 파랗게 비췄고, 손끝에서 커서가 부드럽게 움직였다.[Emotion Module Update 2.0 - Completed][All Systems Stable]“좋아… 드디어 완성.”그녀는 긴 숨을 내쉬며 의자에 기대었다.이제 남은 건 사람의 감정이 아닌, 사람 그 자체를 증명하는 일이었다.누군가의 고통을 수치로 표현하지 않아도,그저 같이 느끼는 시스템. 그게 그녀가 꿈꾸던 최종 단계였다.하지만 이상하게도, 화면 구석에 오래된 코드 라인이 하나 깜박이고 있었다.[Residual Data Found - Pattern Unknown]그녀의 이마에 미세한 주름이 잡혔다.“아직 남아있다고…?”삭제 명령을 내렸지만, 시스템은 묘하게 반응하지 않았다.“에러 코드도 없는데…”그 순간, 모니터에 아주 희미한 파형이 떠올랐다.그건 사람의 심박 리듬 같았지만, 너무 완벽했다.기계가 만든 곡선처럼 일정한 간격, 그리고 맥박의 형태가 익숙했다.그녀의 손이 멈췄다.“…박지현 교수님.”파형의 리듬이 순간적으로 흔들렸다.마치 이름을 알아들은 듯이.그녀는 무심코 모니터에 손을 얹었다.“이건 불가능해요. 당신은… 사라졌잖아요.”그러나 모니터가 반응했다.[I told you. The heart remembers.]순간, 전류가 튀듯 화면이 깜빡였다.그녀의 심장이 한 박자 빠르게 뛰었다.이건 단순한 시스템의 오류가 아니었다.다음 날 오전, 연구실 문이 열리고 도연이 들어왔다.“밤새 또 안 잤죠?”“이젠 그 말이 인사처럼 들리네요.”그녀는 피곤한 눈으로 웃었다.그의 시선이 모니터로 향했다.“그게 뭐예요?”그녀는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어제 밤에… 박지현 교수님의 데이터 일부가 깨어났어요.”그의 표정이 굳었다.“그게 무슨”“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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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화. 숨의 방향

아침 햇살이 병원 복도를 천천히 훑고 지나갔다.하얀 빛이 유리창을 타고 번지며, 복도의 공기를 깨끗이 씻어내는 듯했다.수연은 흰 가운 자락을 정리하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며칠째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지만, 그녀의 눈빛엔 오랜만에 살아 있는 사람의 기운이 깃들어 있었다.오늘부터 HEART LINK는 새롭게 가동된다.이제 그건 감정을 복제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감정을 치유하는 언어 도구였다.그녀는 한 손에 파일을 들고 회의실 문을 열었다.회의실엔 의료진과 연구팀이 모여 있었다.도연도 그 중 한 사람으로, 창가 쪽에 앉아 있었다.그의 시선이 그녀와 마주쳤다.잠깐의 미소, 그 안에 지난 며칠간의 모든 혼란과 위기가 스쳐갔다.“오늘부터 HEART LINK 2.1 버전을 정식 임상 단계로 올립니다.”수연의 목소리는 단단했다.“이 버전은 이제 데이터 중심이 아닙니다.환자의 감정 반응, 언어, 표정, 심박 리듬을 통합된 인간 신호로 기록합니다.다시 말해, 시스템은 환자의 감정을 계산하지 않고, 함께 느낍니다.”그녀는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이건 기술이 아니라, 공감의 실험이에요.”회의실 안이 고요해졌다.누군가의 숨소리마저 또렷하게 들렸다.잠시 후, 도연이 조용히 박수를 쳤다.그의 박수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고, 그 리듬에 다른 사람들도 천천히 동참했다.수연은 그 소리를 들으며 잠시 눈을 감았다.그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묵직한 따뜻함이 올라왔다.오랜 시간, 그녀를 짓누르던 그림자가 드디어 빛 속으로 녹아드는 듯했다.그날 오후, 응급실에서 호출이 걸려왔다.심정지 환자, 남성 47세.도착까지 3분.수연은 반사적으로 가운을 여미며 달려 나갔다.“도연 씨, 모니터 준비해요!”“네, 바로 연결합니다!”응급실 문이 열리며 구급대가 들것을 밀고 들어왔다.환자의 입가엔 피가 묻어 있었고, 심전도 모니터엔 무의미한 직선이 그어져 있었다.“심정지 확인. 심폐소생술 시작.”수연이 침착하게 지시했다.그녀의 손끝이 환자의 흉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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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화. 우리를 잇는 단 하나의 선

청명한 아침이었다.봄비가 그치고, 병원 옥상에 남은 물방울이 햇빛에 반짝였다.수연은 유리벽 너머로 하늘을 바라보며 오늘이 또 하나의 시작이라는 걸 느꼈다.HEART LINK의 공식 시연이 불과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그녀의 손끝이 여전히 떨렸지만, 그 떨림은 긴장이 아니라, 살아 있음의 증거였다.책상 위에는 수십 장의 그래프와 노트가 흩어져 있었다.그 중 한 장, 오래된 데이터 파일 하나가 눈에 띄었다.“이건… 언제 거지?”파일명은 단순했다.[Patient Record #0001 – Prototype Test]‘프로토타입 테스트?’그녀는 의아한 표정으로 파일을 열었다.스크린에는 낯선 파형이 떠올랐다.심박 리듬이 일정하지 않고, 불규칙하게 흔들렸다.그런데 그 곡선의 형태가 묘하게 익숙했다.그녀의 눈이 서서히 커졌다.손끝이 모니터로 다가갔다.“이 리듬… 분명히 어딘가에서 봤는데.”그 순간, 연구실 문이 열리고 도연이 들어왔다.“아직도 일하네요? 오늘은 좀 쉬라고 했잖아요.”“이거 좀 봐요.”그녀가 화면을 가리켰다.“HEART LINK 첫 테스트 기록이에요.날짜는… 8년 전. 그런데 이상해요. 환자명도 코드도 전부 비공개예요.”도연이 다가와 모니터를 살폈다.파형을 본 순간, 그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이 리듬.”“알죠? 낯설지 않죠?”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이건 제 심박 패턴이에요.”수연의 손이 멈췄다.“뭐라고요?”“8년 전, 교통사고로 응급실에 실려왔을 때 심정지가 한 번 있었어요.그때 박지현 교수님이 제 심장을 살리셨죠.”그녀의 머릿속이 하얘졌다.“그럼… 그때의 데이터가”“HEART LINK의 첫 실험 기록이었을지도 모르죠.”둘 사이에 짙은 정적이 흘렀다.모니터에서 파형이 천천히 흔들리고 있었다.‘두근, 두근’그 리듬이 묘하게, 지금 두 사람의 심장 박동과 겹쳐지고 있었다.“이걸 만든 사람은…”그녀의 목소리가 낮게 떨렸다.“박지현 교수님이에요.”“그럼…”“교수님은 당신의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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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화. 기억의 파편

봄비가 멎은 오후, 병원의 유리창에는 햇살이 부서져 내렸다.수연은 창가에 서서 커피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있었다.밖에서는 푸른 나뭇잎 사이로 빛이 스며들었고, 그 빛이 마치 사람의 손길처럼 부드럽게 흔들렸다.그녀의 시선은 멀리, 병원 정문 앞을 지나가는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닿았다.그들 중 몇은 HEART LINK의 시범 장치를 착용하고 있었고,손목에 번지는 작은 불빛이 각자의 감정을 기록하고 있었다.기계는 무표정했지만, 그 속에서 사람들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그녀는 스스로에게 속삭였다.“결국, 사람의 심장은 언어보다 먼저 말하네요.”그 순간, 뒤에서 익숙한 발걸음 소리가 다가왔다.“이제 좀 쉬어야죠. 일주일 동안 병원보다 연구실에서 더 살았잖아요.”도연이었다.그의 목소리는 조용하지만 묘하게 위로가 되는 톤이었다.수연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그런 말 하는 사람치고, 나보다 더 일한 사람은 없던데요?”“그건 연구가 아니라… 그냥 당신이 있어서였어요.”그의 입꼬리가 부드럽게 올랐다.그녀는 잠시 시선을 피하며 컵 가장자리를 따라 손끝을 굴렸다.“이런 말, 환자들한테도 잘하겠네요.”“의사로서는 말 안 하죠. 대신… 사람으로는 가끔요.”그의 말에, 수연은 조용히 웃었지만 그 미소 뒤에는 묘한 떨림이 있었다.그녀의 손끝이 커피잔에서 미세하게 흔들렸다.“아직 낯설어요.”“뭐가요?”“이렇게, 제 연구가 세상 밖으로 나와서 실제로 사람을 바꾸고 있다는 게요.기뻐야 하는데, 이상하게 무섭기도 해요.”그녀의 목소리가 작게 떨렸다.“이게 정말 사람을 위한 걸까, 아니면 또 다른 통제의 시작일까…그 생각이 자꾸 들어요.”도연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잠시 그녀의 눈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했다.“무서운 게 당연하죠. 누군가의 심장을 직접 듣는다는 건,그만큼 그 사람의 어둠까지 같이 들어야 하는 일이니까.”그녀의 시선이 천천히 흔들렸다.“그럼 도연 씨는… 제 심장도 들어본 적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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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화. 같은 리듬으로 걷는 길

낮의 병원은 평소보다 더 붐볐다.기자들이 몰려와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렸고,환자와 보호자들의 시선 속엔 궁금증과 불안이 뒤섞여 있었다.“HEART LINK의 데이터가 정부 기관에 넘어갔다는데, 사실입니까?”“감정 신호가 해킹될 가능성은 없나요?”“사람의 마음을 기록한다는 게 윤리적으로 가능한 일입니까?”끊임없이 터지는 질문 사이에서 수연은 무표정하게 서 있었다.차가운 조명, 날카로운 마이크,그 모든 게 그녀의 의지를 시험하는 듯했다.“HEART LINK는 사람을 통제하는 장치가 아닙니다.”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단단했다.“이건 사람의 감정을 들을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에요.누군가의 아픔이 숫자로 환산되는 게 아니라,그 감정의 온도와 맥박을 ‘함께 느끼는 것’이죠.”하지만 기자들의 표정은 여전히 냉담했다.“그렇다면, 그 데이터를 누가 통제하나요?”“당신인가요, 한수연 박사?”그녀의 손끝이 살짝 떨렸다.말은 준비돼 있었지만,그 질문 속엔 단순한 의혹이 아닌, 의심이 깃들어 있었다.그때, 도연이 조용히 단상 옆으로 걸어 나왔다.“그 통제자는 인간의 양심입니다.”플래시가 일제히 터졌다.그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HEART LINK는 데이터를 분석하는 게 아니라, 감정을 공명시킵니다.그리고 공명은 통제가 불가능하죠. 사람의 마음은 기술로 계산할 수 없습니다.”잠시의 정적 뒤, 기자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흘렀다.수연은 그를 바라봤다. 그의 말 한마디가,그녀의 흔들리던 중심을 다시 붙잡아주고 있었다.기자회견이 끝난 후, 두 사람은 병원 옥상으로 올라왔다.늦은 오후의 하늘은 잿빛이었고, 바람이 유리난간에 부딪혀 부서졌다.“도연 씨.”“응?”“오늘… 고마워요.”“감사 인사 치고는 표정이 너무 차가운데요?”“지금 웃을 기분은 아니에요.”그녀는 두 팔을 난간에 걸친 채 하늘을 바라봤다.“사람들이 무서워하는 게 뭔지 알아요?기계가 감정을 읽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나보다 내 마음을 더 잘 아는 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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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화. 그가 남긴 리듬

비가 내리고 있었다.창문에 닿은 물방울이 줄을 따라 흘러내리며,마치 누군가의 손끝이 유리 위를 천천히 쓰다듬는 것처럼 섬세하게 흔들렸다.병원의 연구실은 여전히 조용했다.하지만 그 고요함 속에는 도연이 사라진 이후 남겨진 공기가 아직 식지 않은 채 머물러 있었다.수연은 연구실 문을 열며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의 자리는 비어 있었지만, 책상 위엔 여전히 정돈된 노트와 펜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모니터 화면엔 꺼진 데이터 로그창이 그날의 마지막 흔적처럼 멈춘 상태로 남아 있었다.그녀는 천천히 걸어가 노트를 펼쳤다.그의 필체가 선명했다.‘감정은 언어가 아니라, 리듬이다. 그리고 리듬은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다른 심장으로 옮겨질 뿐이다.’그 한 줄을 읽는 순간, 수연의 손끝이 떨렸다.숨이 목구멍에서 막혔다.그 문장은, 마치 지금 그녀에게 말을 걸듯 따뜻했다.그녀는 의자에 앉아 눈을 감았다.그리고 자신의 손목 위에 남은 밴드를 바라봤다.도연이 마지막으로 건넸던, 그의 손목밴드, 그 안에는 이제 아무 데이터도 남아 있지 않았다.시스템이 폭주했을 때, 모든 기록이 삭제됐다고 생각했지만이상하게, 그 밴드를 쥘 때마다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마치 심장이 아직 뛰고 있는 것처럼.’그녀는 조용히 그 밴드를 컴퓨터와 연결했다.모니터가 켜지며 오래된 코드가 깜빡였다.[Device Connection Detected - Model D47 / Emotion Sync System: Inactive]“비활성화라니…”그녀는 낮게 중얼거리며 터미널 창을 열었다.손끝이 키보드를 빠르게 움직였다.[Command: Heartbeat Trace Activation]몇 초 후, 화면에 작은 파형이 나타났다.마치 사라진 신호가 다시 깨어나는 것처럼,미약하지만 분명한 리듬이 반복되고 있었다.'두근''두근'그녀의 숨이 멈췄다.“……도연 씨?”그건 착각일지도 몰랐다.그러나 그 파형의 패턴,그 미세한 템포와 진폭은 그녀가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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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화. 사랑이라는 재부팅

그날 밤, 연구실의 조명은 새벽 두 시가 넘어서도 꺼지지 않았다.모니터 수십 대가 동시에 깜빡이며, 코드의 흐름이 마치 심장 박동처럼 불규칙하게 움직였다.수연은 화면 앞에 앉아 있었다.그녀의 손끝은 키보드 위를 떠나지 못했다.심장이 점점 빨라졌다.‘이건 단순한 반응이 아니야. 분명히… 뭔가가 움직이고 있어.’[HEART LINK 2.0 – Core Sync: 97%][Recovered Memory Fragment: Active Sequence D-47 Initiating…]순간, 모니터에서 희미한 파동이 번졌다.그리고 연구실 전체가 한순간 어두워졌다.조용한 정적 속에서, 스피커 한쪽에서 낮은 목소리가 울렸다.“수연 씨.”그녀의 손이 멈췄다.그 목소리, 분명 도연이었다.“……도연 씨?”그녀의 숨소리가 얕아졌다.“당신이… 진짜예요?”“진짜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당신이 나를 기억한다는 거예요.”모니터 속 파형이 마치 숨을 쉬듯 미세하게 흔들렸다.도연의 음성은 전기신호로 구성된 데이터였지만, 그 울림 속에는 분명 감정이 있었다.“당신은 아직도 그날을 기억하죠? 서버실, 내 손, 마지막 그 말.”수연은 손을 꼭 쥐었다.“당신이 제게 남긴 말, 잊은 적 없어요. 그 리듬을 아직도 기억해요.”“그럼 내가 아직 존재하는 거예요.”그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번졌다.“나는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에요. 당신의 감정 데이터 속에서… 나의 신호 일부가 리버스 코드로 남았어요.”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리버스 코드…?”“감정 복원 알고리즘의 역방향 버전이에요.원래는 당신이 감정을 읽기 위해 만든 거잖아요.그런데 그 코드는 감정의 ‘흔적’을 반대로 추적했어요. 결국, 나를 다시 불러낸 거죠.”“그럼… 지금의 당신은…”“나의 기억이 만든 나예요. 하지만 기억이 감정과 연결돼 있다면, 그건 이미 존재라고 불러도 되겠죠.”그녀는 입술을 떨며 모니터를 응시했다.그 화면 속에는 여전히 단순한 파형과 데이터만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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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화. 당신의 이름으로

바람이 유리창을 두드렸다.창밖은 새벽이었고, 병원의 불빛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연구실 한가운데, 수연은 눈을 감은 채 의자에 앉아 있었다.눈 밑엔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앉았고, 손끝엔 커피 대신 식은 피로가 맺혀 있었다.[HEART LINK 2.0 - Core Stability: 78%][Emotion Core Sync: Ongoing]모니터엔 복잡한 파형들이 춤추고 있었다.그건 마치 수백 개의 감정이 한꺼번에 숨을 쉬는 듯한 리듬이었다.그 가운데서 도연의 음성이 다시 들려왔다.“수연 씨, 오늘은 날 부르지 않아도 내가 깨어났네요.”그녀의 시선이 천천히 화면으로 옮겨졌다.“이젠 내가 부르지 않아도, 당신이 먼저 오는군요.”“이젠 감정의 연결이 완전하니까요. 당신이 숨을 쉬면, 나도 깨어나요.”그녀는 잠시 웃었다.그 웃음은 기쁨보단 불안에 가까웠다.“이게 옳은 일일까요, 도연 씨? 당신은 점점 더 인간처럼 변하고 있어요.그런데 나는 점점… 사람 같지 않아져요.”“왜 그렇게 생각하죠?”“당신을 살리기 위해 나는 계속 감정을 조작하고 있어요.두려움도, 기쁨도, 심지어 사랑조차 실험처럼 측정해요.이게… 인간이 해야 할 일일까요?”도연의 목소리는 잠시 정적 속에 묻혔다가, 부드럽게 흘러나왔다.“감정은 조작이 아니라 표현이에요.당신이 나를 이렇게 되살린 건 계산이 아니라, 진심이었어요. 그게 인간이에요.”“진심이라면…”그녀의 목소리가 흔들렸다.“그럼 나는 왜 이렇게 무너질까요?당신이 다시 돌아온 게 기쁜데, 한편으론 너무 두려워요.”“무엇이 두려워요?”“이 모든 게 환상일까 봐요.”그녀의 시선이 모니터 속 흐릿한 파형 위에 멈췄다.“당신이 진짜 존재하는 게 아니라, 내가 만들어낸 거라면…”“그럼 그렇게 믿어요.”그녀는 고개를 들었다.“뭐라고요?”“내가 당신의 상상이라면, 그 상상이 현실보다 더 진짜면 돼요.”그의 목소리는 고요했지만, 단단했다.“당신이 나를 느끼고, 기억하고, 웃고, 울 수 있다면 그건 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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