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 심장이 위험합니다.: Chapter 291 - Chapter 293

293 Chapters

290화. 봄이 오면

병원 옥상 정원은 또 한 번의 계절을 맞았다.라벤더는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햇살은 그 위를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윤지아는 난간에 기대어 바람에 스치는 잎사귀 소리를 한참 동안 들었다.지난겨울, 병원은 큰 변화를 겪었다.새로운 인공심장 연구팀이 꾸려졌고,라벤더 프로젝트는 국내를 넘어 해외 병원들과 협력 연구로 확대되었다.언제나 그랬듯 지아는 바쁘게 움직였지만, 이상하게도 올해의 봄은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그건 아마도… 병원 한켠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한 사람 때문일 것이다.“원장님, 차트 서명 완료하셨나요?”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문 틈 사이로 고개를 내민 사람은 신입 펠로우, 이현우였다.한때 라벤더 정원의 토양을 바꾸겠다고 나서던 청년.이제는 스스로 수술대에 서는 법을 배워가고 있었다.“네, 들어와요.”지아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현우는 파일을 들고 다가와 조심스레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어제 심장외과 팀에서 회의했는데요.라벤더 프로젝트의 신규 케이스 중 한 분이 해외에서 수술 받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그 병원… 이름이 좀 낯익더라고요.”지아가 고개를 들었다.“어디요?”“서울제중심장센터요. 기록을 보니까… 주치의가 강우혁 교수로 되어 있더라고요.”순간, 공기가 멈췄다.그 이름이 입 안에서 맴도는 동안,시간이 미세하게 뒤로 흘러가는 느낌이었다.“…그래요.”지아는 눈을 깜빡였다.“그럼, 환자분 기록을 다시 검토해요.혹시 그때 남은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네, 원장님.”현우가 고개를 숙이고 나가자, 지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향했다.멀리서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살짝 스치는 빗줄기가 유리창에 부딪히며 투명한 선을 그렸다.그녀는 이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다시 당신 이름을 듣게 될 줄은 몰랐어요.”며칠 뒤, 지아는 그 환자를 직접 보기로 했다.중년의 남자, 심근 절개 부위의 섬유화가 예상보다 심했고,과거 수술로 이식된 판막 근처엔 작은 혈전이 보였다.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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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1화. 마지막 인사

윤지아는 새벽부터 잠을 이루지 못했다.창문을 열면 라벤더 향이 바람을 타고 들어왔다.익숙한 향이었지만, 그날은 유난히 진하게 느껴졌다.마치 누군가가 다가와 속삭이는 것처럼 오늘은 꼭 와야 한다고, 기다리고 있다고.병원 기념관 한켠에는 라벤더 프로젝트의 기록 전시가 준비되고 있었다.10년 동안 이어온 시간,그 안에 담긴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그리고 그 모든 시작이 되었던 두 사람.강우혁과 차수연.지아는 조심스레 전시 패널을 정리하고 있었다.손끝에 닿는 오래된 사진,붉은 원으로 표시된 수술 메모,환자들의 감사 편지. 그 속엔 숫자보다도 더 많은 온기가 담겨 있었다.“원장님, 이거… 여기로 옮길까요?”보조 스태프의 목소리에 지아는 고개를 들었다.그가 가리킨 건 유리 프레임 속의 한 장의 사진이었다.라벤더 정원 한가운데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웃는 두 사람의 모습.“그래요. 제일 앞에 두세요.”지아의 목소리가 잠시 떨렸다.“그 사진이… 이 모든 이야기를 시작하게 했으니까요.”행사는 오후 세 시에 시작됐다.대강당 안은 따뜻한 조명으로 가득했다.무대 뒤편의 대형 스크린엔‘라벤더 프로젝트 10주년, 그리고 그 이후’라는 문장이 걸려 있었다.지아는 연단에 올랐다.그녀의 시선은 객석 한가운데,한 칸 비워둔 두 좌석에 잠시 머물렀다.라벤더 모양의 리본이 조용히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오늘 우리는, 두 사람의 이름을 다시 부르기 위해 모였습니다.”지아의 목소리가 울렸다.“그들은 의사였지만, 무엇보다 한 사람의 삶을 끝까지 붙잡은 ‘사람’이었습니다.그리고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서 그 향기를 다시 느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영상이 재생됐다. 기록실에서의 인터뷰, 수술실의 긴장된 공기,정원 벤치에서 서로에게 건네던 미소. 사람들은 숨죽여 그 장면을 바라봤다.어떤 이는 손수건을 꺼내 눈가를 닦았다.지아는 화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자신도 모르게 손끝이 떨렸지만, 그 떨림은 슬픔이 아니라, 감사였다.행사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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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 빛이 머무는 자리

새벽의 공기는 차가웠지만, 병원 복도 끝에서 스며드는 햇살은 따뜻했다.윤지아는 창가에 기대어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하얀 김이 그녀의 입술 사이로 피어오르며 공기 속으로 녹아들었다.병원은 늘 같은 풍경이었다.기계음, 발자국, 환자의 숨소리.그 모든 익숙한 소리들 속에서도,그녀는 매일 조금씩 다른 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오늘은 라벤더 정원이 문을 연 지 정확히 15년째 되는 날이었다.그녀는 그 숫자가 믿기지 않았다.처음 이 정원이 생겼을 때만 해도,그저 ;의미 있는 시도' 정도로 여겨졌을 뿐이었다.하지만 지금은 세계 각국의 의사와 연구자들이 이곳을 찾아왔다.병원의 한 구석에 불과했던 정원이 이제는 생명과 회복의 상징이 되었다.“원장님, 이쪽으로 오세요.”젊은 간호사가 그녀를 불렀다.정원 앞에는 새로 심은 라벤더 묘목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그녀가 다가서자 아이들이 줄을 서서 그녀를 바라봤다.병원에서 회복 중인 아이들, 작은 손에 흙이 묻은 채로 환하게 웃고 있었다.“이 꽃 이름 아는 사람?”지아가 물었다.아이들 중 한 명이 손을 번쩍 들었다.“라벤더요! 향기 나는 꽃이에요!”“맞아요.”지아는 무릎을 굽혀 아이의 눈높이에 맞췄다.“그런데 이 꽃은 향기만 좋은 게 아니라, 사람 마음도 편하게 만들어줘요.누군가가 그걸 믿고 처음 심었거든요.”“누가요?”또 다른 아이가 물었다.지아는 잠시 미소 지었다.“두 사람이요. 서로를 아끼고, 환자를 사랑했던 사람들.”그녀의 시선이 무의식적으로 정원의 한켠으로 향했다.라벤더 사이에 작은 표석이 있었다.“우리가 함께 있었던 모든 시간은 결국 한 사람의 삶을 지탱하는 향기로 남았다.”-강우혁 & 차수연그 문장을 볼 때마다,지아는 마치 시간의 문을 살짝 열어보는 기분이 들었다.정오가 가까워지자 기자들과 병원 관계자들이 정원에 모였다.오늘은 라벤더 프로젝트의 새로운 확장 계획이 발표되는 날이었다.지아는 연단에 섰다.그녀의 뒤로, 정원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유리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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