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대표님, 심장이 위험합니다.: Capítulo 141 - Capítulo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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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화. 기억과 감정, 그 잔인한 연결

“차 선생님, 잠시 서버실로 와주시겠어요?”통화기 너머로 들리는 기술팀장의 목소리는 어딘가 조심스러웠다.“무슨 일인가요?”“이상한 데이터가 복구됐습니다. 박지현 교수 명의로 잠긴 폴더인데…보안 해제가 안 됩니다.”그녀는 잠시 말이 없었다.박지현. 그 이름이 주는 울림은 여전히 묘했다.이제는 이별했어야 할 사람이었지만, 그 이름 하나로 심장 깊숙한 곳이 다시 요동쳤다.“잠시 후에 내려갈게요.”수연은 코트를 걸치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아래층으로 향하는 동안, 불빛이 층마다 천천히 바뀌었다.그 리듬이 이상하게 심장 박동과 맞물렸다.문이 열리자, 서버실의 공기가 차갑게 스며들었다.끝없이 늘어선 데이터 랙 사이로 희미한 전류음이 울리고 있었다.기술팀장이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여깁니다. 이 폴더인데요, 접근 권한이 차 선생님 아이디로만 열립니다.”“제 아이디로요?”“네, 그게… 이상하게도 박지현 교수의 인증키랑 연결돼 있더군요.”그녀는 아무 말 없이 모니터 앞에 섰다.모니터에는 회색 바탕의 단 하나의 폴더가 있었다.이름은 짧았다.[D-Log]그녀는 손가락을 움직였다. 비밀번호 입력창이 떴다.잠시 망설이다가, 그녀는 아주 오래전에 박지현이 즐겨 쓰던 구절을 떠올렸다.“vita in memoria.”기억 속의 생명.그 문장을 입력하는 순간 폴더가 열렸다.파일 안에는 날짜별로 정리된 수십 개의 로그 파일이 있었다.그 중 맨 마지막, 'Final_Day.log'라는 파일 하나가 눈에 띄었다.그녀는 조용히 클릭했다.화면이 어두워지고, 이내 영상 하나가 재생되었다.화면 속에는 피로한 얼굴의 박지현이 앉아 있었다.배경은 연구실, 그녀의 눈 밑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오늘은 2033년 6월 9일. 실험 217번째 시도.”그녀는 차분히 말을 이었다.“이번엔 성공할지도 모르겠어. 아니, 성공해야만 해.”수연은 화면 속의 그녀를 숨죽여 바라봤다.그녀의 표정엔 희망과 두려움, 그리고 미친 듯한 집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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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화. 박지현의 귀환

노트북 화면이 꺼지지 않았다.밤새도록 불빛은 흐릿하게 깜박이며 수연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그녀는 그 자리에서 한참을 움직이지 못했다.기계음처럼 일정하게 울리던 전자음이 점점 사람의 숨결처럼 느껴졌다.“……교수님?”그녀가 조심스레 부르자, 화면의 잔상이 미세하게 흔들렸다.노이즈 속에서 누군가의 실루엣이 떠올랐다.흐릿했지만, 그 형태는 분명 박지현이었다.“보이니, 수연아.”그 목소리는 전보다 부드러웠다.금속성의 왜곡음이 섞였지만, 그 안엔 인간적인 떨림이 있었다.“교수님… 어떻게…?”“죽은 건 몸뿐이야. 의식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기억이 남은 곳에서 다시 살아나는 거야.”수연은 숨을 삼켰다.“그럼 지금… 교수님은…?”“나는 데이터의 형태로 남아 있어. 그게 나의 마지막 실험이었어.”그녀의 눈이 커졌다.“Project D… 그건 단순한 생체 연구가 아니었군요.”“그건 의식 보존 실험이었지. 기억을 넘어서, 감정까지 저장하려 했던.”“……그럼 그 실험의 결과가 저예요?”박지현은 고요히 미소 지었다.“그래. 넌 내 실패와 완성을 동시에 품은 존재야.”그 말에 수연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렸다.“왜 저를 그렇게 만든 거예요.”“넌 인간의 한계를 증명하기 위한 증거였어. 내가 끝내 닿지 못했던 자리, 그곳에 널 보냈지.”“전 실험체가 아니에요.”“그렇지. 넌 지금 나보다 훨씬 인간적이니까.”그녀는 한참 동안 침묵했다.방 안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밖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창문을 타고 흐르는 물방울이 마치 누군가의 눈물처럼 느껴졌다.“교수님, 이제 그만 하세요.”“멈출 수 없어.”“왜요?”“너의 몸에 남은 내 기억이 완성되지 않았으니까.”“그게 무슨 말이에요?”“네 심장 속엔 내 연구의 마지막 코드가 남아 있어.그게 완전히 각성되면… 넌 나와 하나가 돼.”그녀는 고개를 저었다.“그럴 순 없어요. 전 제 삶을 살 거예요.”“넌 이미 내 일부야, 수연아. 그건 부정할 수 없어.”그 순간, 노트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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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화. 수술실에 울린 고맙다는 말

새벽 4시, 병원은 숨을 죽인 듯 고요했다.복도의 불빛만이 희미하게 깜빡이며 긴장을 유지하고 있었다.수연은 여전히 수술복 차림으로 병동을 돌고 있었다.새벽마다 환자들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는 건 그녀의 습관이었다.누군가의 호흡이 불안정하면, 그녀는 그 옆에서 묵묵히 심장 박동을 세곤 했다.살아 있다는 리듬, 그게 그녀가 하루를 버티는 이유였다.“차 선생님, 아직 안 가셨어요?”야간 간호사가 조심스레 물었다.“조금만 더 보고 갈게요.”“이 시간엔 시스템 점검도 들어가요. 혹시 컴퓨터 꺼질 수도 있어요.”“괜찮아요. 그냥 확인만 할게요.”그녀는 미소로 대답하고 발걸음을 옮겼다.ICU 끝방의 문을 열자, 기계음이 낮게 울렸다.환자 모니터의 불빛이 어둠을 쪼개며 심장의 리듬을 대신했다.그녀는 천천히 걸어가 한 아이의 곁에 섰다.조그마한 가슴이 오르내리는 걸 확인하며 손끝으로 살짝 맥을 짚었다.그 아이의 심장은 얼마 전 그녀가 직접 수술했던 환자였다.그리고 그 아이는, 박지현이 마지막으로 남겼던 실험의 대상이기도 했다.“잘 버티고 있네요…”그녀는 작게 중얼거렸다.“이제… 정말 괜찮을 거예요.”그녀의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심전도 그래프가 잠시 흔들렸다.수연은 놀라 고개를 들었다.“……?”신호는 다시 안정됐지만, 그 순간 기계에서 아주 희미한 음성이 흘러나왔다.-들리니?그녀의 몸이 순간 굳었다.“누… 누구죠?”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기계의 스피커만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그녀는 스스로를 다독였다.“착각이야. 시스템 노이즈일 뿐이야.”하지만 몇 초 후, 다시 그 목소리가 들려왔다.-수연아.그녀의 손끝이 차갑게 식었다.그건 분명히… 박지현의 목소리였다.“그럴 리가 없어요. 삭제했잖아요. 완전히.”-삭제된 건 코드야. 기억은, 시스템 속에서 살아남아.그녀의 시야가 아득해졌다.모니터 속 심전도가 불규칙하게 흔들리고, 병실의 조명이 일제히 깜빡였다.그 빛이 하나둘 꺼지며 어둠 속에 그 목소리만 남았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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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화. 새벽의 약속

그날 이후, 병원은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오랜 시간 이어진 불안한 전자음도, 어디선가 들리던 목소리도, 모두 사라졌다.하지만 수연은 알고 있었다.그건 사라진 게 아니라, 이제 안 들리는 것뿐이라는 걸.“차 선생님, 오늘은 좀 쉬세요.”김 간호사의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들려왔다.“괜찮아요. 곧 회진 시작이니까요.”“선생님도 사람이에요. 밤샘 수술에 응급 호출까지, 몸이 버텨야죠.”수연은 짧게 웃었다.“버티는 게 일이잖아요, 우리.”그녀의 눈 밑에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지만,그 안에는 이상할 정도로 단단한 빛이 깃들어 있었다.모니터의 불빛이 스쳐 지나갈 때마다, 그녀의 눈동자는 흔들리지 않았다.회의실 문이 열리고, 심장외과 팀원들이 들어왔다.회의의 주제는 새로운 인공심장 시스템의 도입. 수연은 천천히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다.“이건 단순한 기계적 대체물이 아닙니다.환자의 신체 리듬과 감정 반응을 함께 분석할 수 있는 유기적 보조 시스템이에요.”동료 의사들이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그녀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심장은 단순한 장기가 아니라, 기억을 품은 기관이에요.우린 그걸… 너무 오랫동안 간과했죠.”짧은 침묵. 그리고 누군가가 물었다.“그건 박지현 교수의 논문에서 제시됐던 이론 아닌가요?”그녀는 잠시 고개를 숙였다.“맞아요. 그분의 연구가 틀리지 않았어요. 방식이 잘못됐을 뿐이죠.”그 말에 회의실이 다시 조용해졌다.누구도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수연의 손끝이 살짝 떨렸지만,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우린 생명을 다루는 사람들이니까요.누군가의 실패 위에서도 다시 시작할 수 있어야 합니다.”회의가 끝난 뒤, 그녀는 병원 옥상으로 향했다.겨울의 공기는 차가웠고, 새벽의 하늘은 아직 어둠과 빛이 뒤섞인 색이었다.그녀는 코트를 여미며 하늘을 올려다봤다.어딘가에서 바람이 불어와 머리카락이 흩날렸다.“교수님,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아요. 왜 그토록 미친 듯이 연구를 멈추지 않으셨는지.”그녀의 목소리가 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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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화. 기억이 끝난 자리의 시작

속초의 겨울이 끝나갈 무렵, 바람 속에서 미묘하게 봄 냄새가 섞이기 시작했다.창문을 열면 먼 바다의 소금기와 함께 어딘가 익숙한 심장 박동 같은 리듬이 들려왔다.수연은 책상 위에 놓인 초대장을 한참 바라보다가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도쿄 의생명공학 학회 초청.박지현의 논문을 이어받은 발표자로 선정되었다는 내용이었다.그녀는 손끝으로 그 문장을 천천히 따라 읽었다.‘당신의 연구가, 박지현 교수의 의식을 다시 세상에 남겼습니다.’그 문장이 묘하게 낯설고 무거웠다.그녀는 잠시 눈을 감았다.지현의 목소리가 귀에 아른거렸다.“넌 나보다 나아.”그 말이 여전히, 그녀를 앞으로 밀어주는 듯했다.공항에서 도연을 만났을 때, 그는 새로 산 회색 코트를 입고 있었다.예전보다 훨씬 안정된 얼굴이었다.그의 심장은 여전히 그녀의 리듬과 묘하게 맞닿아 있었다.“긴장되네요.”“학회 같은 건 익숙하실 텐데요.”“그건 그래도… 이번엔 다르잖아요. 박지현 교수의 이름이 걸려 있으니까요.”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도 가야죠. 그분의 마지막을 완성시켜야 하니까.”비행기가 활주로를 달려 하늘로 떠올랐다.창밖으로 하얗게 쏟아지는 구름빛이 스며들었다.그 빛은 마치 박지현이 늘 입던 흰 연구복처럼 순결하고 차가웠다.도연이 말했다.“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우리가 그분의 실험 안에 여전히 있는 건 아닐까.”수연은 미소를 지었다.“그럴지도요. 그분은 어쩌면 죽기 전까지도 누군가의 삶을 설계하고 있었을지도 모르죠.”“그럼… 우린 결국 그녀의 계획 속에 살고 있는 걸까요?”“아니요.”수연이 단호히 말했다.“우린 그녀가 남긴 계획 위에서 우리의 선택을 하고 있는 거예요.”그녀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안엔 단단한 확신이 깃들어 있었다.도쿄에 도착하자, 공기는 한국보다 한층 부드럽고 따뜻했다.공항 밖으로 나서자 가벼운 벚꽃잎이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아직 봄이 완전히 시작되진 않았지만, 그 전조는 이미 도시에 가득했다.학회는 시내 중심의 대형 컨벤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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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화. 기억의 종점

귀국 비행기 창밖으로 구름이 천천히 밀려났다.그 너머로 저무는 석양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수연은 그 빛을 한참 바라보다가 눈을 감았다.하얀 바다 위에서 했던 약속이 마음속에서 되살아났다.‘살아 있는 모든 걸 사랑하겠다고.’그 말은 단순한 다짐이 아니라, 이제 그녀가 살아가야 할 방식이 되어 있었다.“괜찮아요?”옆자리의 도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네. 그냥… 조금 피곤해서요.”“그럴 줄 알았어요. 비행기 타자마자 생각이 너무 많아지는 얼굴이더라고요.”그녀는 가볍게 웃었다.“제가요?”“네. 예전엔 그런 표정이 아니었어요. 지금은… 무언가 놓아준 사람 같아요.”그녀는 말없이 창밖을 다시 바라봤다.그의 말이 맞았다. 지금의 그녀는 누군가를 붙잡는 대신 기억을 안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비행기가 인천공항 활주로에 닿자 짧은 진동이 좌석 아래로 전해졌다.그녀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모든 여정이 끝났다는 듯,하지만 어딘가 또 다른 시작이 기다리고 있다는 예감이 희미하게 가슴을 눌렀다.며칠 후, 병원으로 돌아온 수연은 새로 도입된 연구 서버의 검수 작업을 맡고 있었다.박지현의 연구 데이터를 완전히 정리해 아카이브화하는 일.이제는 감정 대신, 절차로서 그 일을 마무리해야 했다.그녀는 파일 목록을 스크롤하다가 낯선 폴더 하나를 발견했다.“PJ-Project_Finale”폴더명은 등록된 목록 어디에도 없었다.시스템상 접근 권한은 '관리자 전용'.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폴더의 최종 수정자는 '차수연'으로 기록돼 있었다.“이게 뭐지…”그녀는 손가락을 멈추었다.열어볼까, 말까. 하지만 오래 주저하지 않았다.직감적으로 알았다.이건 ‘그녀’가 남긴 마지막 흔적이라는 걸.파일을 열자, 낡은 음성 파일 하나가 나타났다.“record_final_ji.pak”재생 버튼을 누르는 순간,헤드폰 속에서 익숙한 숨소리가 들려왔다.“이걸 듣는 사람이 누굴까…아마, 수연이겠지.”그녀의 손끝이 떨렸다.너무나 또렷한, 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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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화. 이제 내 심장은 나의 것

봄의 공기는 병원 복도를 천천히 타고 흘러 들어왔다.바깥의 벚꽃잎이 유리창에 부딪혀 흩날릴 때마다하얀 빛이 실험실 내부를 가볍게 물들이고 있었다.새로운 프로젝트의 이름은 HEART LINK. '심장을 잇는 기술'이라는 뜻이었다.수연은 그 단어를 보고 오래도록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수많은 밤을 지새우며, 감정의 신호와 심박 리듬을 결합하는 알고리즘을 설계했다.의학이 아닌, 인간의 감정을 구체적으로 ‘읽어내는’ 실험이었다.“차 박사님, 3차 데이터 정리 끝났습니다.”연구원 하나가 조심스럽게 보고했다.“감정 파형 그래프는 어때요?”“예상보다 정밀도가 높습니다. 특히 공감 반응 구간에서 심박 변동이 일정 패턴으로 나타납니다.”“좋아요. 그게 핵심이에요.”수연은 모니터를 바라보며 말했다.“사람의 감정은 결국 진폭이에요. 작게 떨리거나 크게 요동치는 그 파동 안에 그 사람의 ‘진심’이 숨어 있죠.”그녀의 손끝이 마우스 위를 스쳤다.그래프의 붉은 곡선이 미세하게 떨렸다.그건 마치, 살아 있는 심장처럼 느껴졌다.며칠 뒤, 그녀는 도연과 함께 임상실험에 착수했다.대상자는 극심한 외상 후 불안장애를 겪는 환자들이었다.수연은 직접 센서를 조정하며 그들의 손을 잡았다.“괜찮아요. 숨 천천히 내쉬세요.”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따뜻했다.불안에 떨던 환자의 눈빛이 서서히 안정되었다.그 순간, 모니터의 파형이 부드럽게 변했다.심박 리듬이 일정하게 맞춰지더니, 감정 신호와 동기화되기 시작했다.수연은 숨을 삼켰다.“됐어요. 반응이 왔어요.”도연이 놀란 눈으로 모니터를 바라봤다.“이거… 진짜 작동하네요.”“감정이 전이되고 있는 거예요.”그녀는 손끝을 떼지 않은 채 속삭였다.“이건 기술이 아니라, 연결이에요.”그녀는 잠시 환자의 얼굴을 바라봤다.긴장으로 굳어 있던 표정이 풀리고, 입가에 미세한 미소가 번졌다.그 순간, 수연은 깨달았다.박지현이 평생을 걸고 이루려던 게 바로 ‘이거’였다는 걸.그건 단순한 과학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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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화. 숨의 기억

초여름의 햇살은 유리창을 투명하게 통과해 병원 로비 바닥에 길게 그림자를 드리웠다.하얀 복도 끝, 커피 자판기 옆에서 수연은 조용히 서 있었다.며칠 전, 그녀의 연구가 국제 의학 저널 의 표지로 실렸다.“인간 감정과 심박의 연결성 - 새로운 공감 인터페이스 모델.”세상이 '그녀의 이름'을 알기 시작했다.그런데 이상하게, 기쁨보다 허전함이 컸다.박지현이 살아 있었다면 이 자리를 함께 했을까, 아니면…전혀 다른 길로 갔을까.그녀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쓴맛이 입안에 남았다.그 쓴맛이 마치 ‘현실’ 같았다.“차 박사님.”낯선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한 남자가 다가오고 있었다.은빛 안경테 너머로 차분한 눈빛이 보였다.“저는 김도현이라고 합니다. 박지현 교수님 연구팀에서 함께 일했던 사람입니다.”그녀는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그 이름, 논문 초안의 공동 저자란에 늘 있었던 이름이었다.“교수님 동료셨다고요?”“네. 정확히 말하면, 그분이 연구 중단 직전에 연락했던 마지막 사람이기도 합니다.”그녀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그럼… 교수님이 남긴 데이터에 대해 아시나요?”그는 짧게 숨을 고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습니다. 그리고… 지금 하고 계신 HEART LINK 프로젝트도요.”그녀의 눈빛이 달라졌다.“그게 무슨 뜻이죠?”“박지현 교수의 연구는 단순히 감정과 생체 신호를 잇는 게 아니었습니다.그건 ‘감정의 이식’을 실험하려는 시도였어요.”순간, 그녀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감정의… 이식이라니요?”“심장이 기억하는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옮길 수 있다고 믿었던 거죠.”그 말이 공기 중에 떨어지자, 실험실의 전자음조차 멎은 듯 고요했다.그녀는 손에 쥔 커피잔을 내려놓았다.“그런 건… 불가능해요. 그건 생명을 넘는 일이에요.”“하지만 그분은 그 한계를 넘으려 했습니다.”그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속엔 미묘한 후회가 섞여 있었다.“그분은 마지막 실험에서 자신의 데이터를 직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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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화. 내 심장이 당신을 선택했다

비가 내렸다. 하루 종일, 하늘은 검은 바다처럼 짙게 가라앉아 있었다.유리창을 따라 흘러내리는 빗줄기가 실험실 조명을 흐릿하게 비췄다.수연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모니터 위로 흐르는 그래프 대신, 그녀의 눈앞엔 오직 하나의 문장이 떠 있었다.[Project Heart#67 - Recipient: C.S.Y]이 문장을 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요동쳤다.박지현이 자신의 감정을 이식했다는 사실.그건 단순한 연구의 결과가 아니라, 그녀의 삶 전체를 담은 고백이었다.“교수님…”그녀의 입술에서 그 이름이 조용히 흘러나왔다.익숙한 듯, 그러나 너무도 낯설게 그녀는 스스로에게 물었다.'나는 누구의 심장으로 살아 있는 걸까?'그 순간, 문이 열렸다.도연이 들어왔다.젖은 머리칼에서 물방울이 떨어졌다.그는 그녀를 보자마자 입술을 굳혔다.“이제… 모든 걸 들었어요.”그의 목소리는 낮고 단단했다.“당신의 심장, 그게 박지현 교수의 감정 이식체였다는 거.”수연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그의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그럼 묻겠어요.”그는 조용히 말했다.“내가 사랑해온 당신은…당신입니까, 아니면 그분입니까?”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그녀는 한참 동안 대답하지 않았다.“모르겠어요.”그 한마디가, 그의 가슴을 무너뜨렸다.“모르겠다고요?”“내가 느끼는 게, 내 감정인지, 그분의 잔재인지… 이제 분간이 안 돼요.”“그럼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은 누구죠?”그녀는 눈을 들어 그를 바라봤다.눈동자 속에는 두 개의 그림자가 있었다.“둘 다예요. 그분의 심장이 나를 살렸고, 당신이 나를 ‘사람’으로 만든 거예요.”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그건 너무 잔인한 말이에요.”“알아요. 나도 알아요. 하지만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아요.”잠시 침묵이 흘렀다.비는 더 거세게 내렸다.창문을 때리는 소리가 심장 박동처럼 울렸다.도연은 숨을 고르며 말했다.“그럼… 증명해요.”“뭘요?”“당신의 심장이 진짜 당신 거라는 걸. 박지현의 것이 아니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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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화. 심장의 언어

그날 이후, 수연의 세상은 놀라울 만큼 조용했다.그녀의 심장은 여전히 같은 리듬으로 뛰었지만, 그 안의 울림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아침이면 병원 복도에 햇살이 들이쳤다.소독약 냄새 사이로 커피 향이 묻어났고, 환자들의 웃음소리가 하루의 시작을 알렸다.그 단순한 일상이, 이토록 따뜻하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차 박사님, 오늘 회진 일정 확인하셨어요?”간호사 지연이 밝은 얼굴로 다가왔다.“응, 오전엔 중환자실 먼저 갈게요. 심근 재활팀은 오후로 미뤄주세요.”“네, 알겠습니다.”지연이 물러가자, 수연은 잠시 창가에 멈춰 섰다.유리창 너머로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그 빗줄기 사이로, 자신의 반영된 얼굴이 보였다.“이제 정말, 내 얼굴이네.”그녀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지난 몇 년 동안 박지현의 그림자 속에서 살았다면,이제는 오롯이 자신의 이름으로 살아가야 했다.그날 오후, 수술실에서 급한 호출이 들어왔다.심장 이식 환자의 예기치 못한 부정맥.“혈압 60 이하로 떨어집니다!”“아드레날린 투여!”“심전도 이상합니다!”모두가 분주하게 움직였다.수연은 마스크를 고쳐 쓰며 침착하게 외쳤다.“제세동기 준비하세요. 200줄.”‘퍽!’전류가 환자의 몸을 스쳤다.모니터가 흔들렸다.“아직 반응 없습니다!”“한 번 더. 300줄.”'퍽'모니터가 떨리며, 짧은 삐 소리가 이어졌다.순간, 그래프가 미세하게 흔들렸다.“잡았다. 심박 돌아옵니다.”“혈압 상승합니다!”그제야 모두의 긴장이 풀렸다.마스크 너머로 서로의 눈빛이 교차했다.수연은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그녀의 시선이 환자의 심장 위에 멈췄다.그 심장은 아직 연약했다.하지만 분명히, 살아 있었다.그녀의 가슴이 미세하게 울렸다.'살아 있다는 건, 누군가를 이어받는 일이지.'그 순간, 자신이 박지현에게서 받은 그 숨결이결코 무겁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수술이 끝난 뒤, 병원 옥상으로 올라오자 저녁노을이 붉게 번지고 있었다.바람은 부드러웠고, 그 바람에 비 냄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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