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대표님, 심장이 위험합니다.: Capítulo 181 - Capítulo 190

256 Capítulos

180화. 두 심장의 속도

하루가 조용히 기울고 있었다.유리창 너머로 붉은 노을이 병원 건물의 곡선을 따라 번졌다.시간은 마치 고요한 물결처럼 흘렀지만, 그 아래에는 누구도 모르는 긴장감이 고여 있었다.저녁 회의가 끝난 직후, 강우혁은 사무실로 돌아와 묵묵히 책상 위 서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의 손끝에는 사직서 한 장이 걸려 있었다.‘차수연 과장 직무 정지 통보.’붉은 도장이 찍힌 문서의 글씨가, 그 어느 때보다 차갑게 보였다.그는 그 종이를 오래 바라보다가, 천천히 손으로 쥐었다.손끝에 종이가 구겨지는 소리가 들렸다.“이게, 당신이 감당해야 할 벌이라면…”그의 목소리가 낮게 새어나왔다.“…나는 더 이상 이 자리를 지킬 이유가 없다.”잠시 후, 노크 소리.“대표님, 들어가도 될까요?”박지현의 목소리였다.우혁은 손을 떼지 않은 채, 고개만 들었다.“들어오세요.”지현이 조심스레 문을 닫고 들어왔다.그녀의 손에는 문서철 한 권이 들려 있었다.“이사회에서 결정이 내려졌습니다.언론 여론은 안정됐지만, 내부 반발이 심합니다.‘대표의 사적인 감정이 경영에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이 회의록에 남았어요.”우혁은 짧게 웃었다.“사적인 감정이라… 그들이 모르는 게 하나 있죠.진짜 감정이 없으면, 병원은 이미 죽었을 겁니다.”“대표님.”지현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조용히 말을 이었다.“차과장님이, 병동 정리 중입니다. 내일까지 병원 비워야 한다고요.”우혁의 눈빛이 순간 얼어붙었다.그는 의자에서 일어나 코트를 걸쳤다.“지금 어디에 있죠?”“응급실 옆, 연구동 쪽이요.”“알겠습니다.”그는 대답을 끝내기도 전에 걸음을 옮겼다.복도를 가로질러 내려가는 동안, 병원 내부의 불빛들이 하나둘 꺼져갔다.그 속에서 그는 자신이 걸어온 시간들을 되짚고 있었다.차수연이 처음 이 병원에 들어온 날,그리고 그날 밤,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던 눈.그 눈 속엔 두려움보다 책임이 있었다.그리고, 그 책임이 지금 그녀를 짓누르고 있었다.연구동 뒷편. 낡은 서류박스 몇 개
Ler mais

181화. 같은 박자로 뛰는 심장

밤새 내린 비가 병원 유리벽을 타고 천천히 흘러내렸다.차수연은 창가에 앉아 있었고, 손끝에는 식은 커피잔이 잡혀 있었다.어제는 강우혁이 그녀에게 '같이 버티자.'고 말했지만,그 말이 이렇게 무거운 약속이 될 줄은 몰랐다.이사회는 새벽부터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대표 해임안 상정.”그 여섯 글자가 적힌 문건이 복도까지 번졌다.병원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결정났다는 소문이 퍼져 있었다.차수연은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목 한쪽이 조여오는 듯했다.오전 8시, 우혁은 병원장실 문 앞에서 잠시 멈췄다.문 너머에는 이사들이 모여 있었다.그는 문고리를 쥔 손에 힘을 줬다.‘이번엔 피할 생각이 없다.’그의 눈빛은 단단했다.문이 열리자, 조용했던 방 안 공기가 일순간 흔들렸다.의자에 앉은 이사장이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대표님, 직접 오셨군요.”“이 일이 제 이름으로 올라갔으니, 당연히 제가 와야죠.”“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죠.이번 사태로 병원 신뢰가 크게 흔들렸습니다.병원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선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책임이라.”그는 낮게 웃었다.“책임은 원래 ‘도망가는 사람’이 지는 게 아니라, 끝까지 남는 사람이 지는 겁니다.”회의실 안이 잠시 정적에 잠겼다.그의 시선이 이사장을 향했다.“제가 책임을 지겠다면, 차수연 과장에 대한 징계는 철회해주십시오.”“그게 병원 전체의 이익입니까?”“이익이 아니라 양심의 문제입니다.”그 말에 이사들이 서로 눈짓을 주고받았다.이사장이 냉소적으로 말했다.“그럼 강 대표, 정말로 사표를 내겠다는 뜻입니까?”“네.”“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뭡니까?”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그녀가 옳았기 때문입니다.”회의실이 술렁였다.누군가는 한숨을 내쉬었고, 누군가는 펜을 떨어뜨렸다.우혁은 그 혼란 속에서도 단 한 번도 눈을 피하지 않았다.“의사가 환자를 살리는 게 잘못이라면, 이 병원은 더 이상 병원이 아닙니다.”이사장은 이내 표정을 굳혔다.“좋습니다. 그럼 사직서를 공
Ler mais

182화. 심장의 기억

심정지 환자가 실려 들어온 건 새벽을 막 넘긴 시간이었고,응급실의 공기는 이미 살벌할 만큼 팽팽했다.인턴과 간호사들이 허둥지둥 움직였고,차수연은 방금 입고 있던 겉가운을 벗어던지며 한 손으로 머리끈을 질끈 묶었다.“심정지 몇 분 전이죠?”“4분 20초입니다!”“에피네프린 준비하고, 제세동기 세팅하세요.”그녀의 목소리는 차갑게 갈라졌지만, 그 안에는 망설임도 두려움도 없었다.그건 의사 차수연이 세상에 맞서는 유일한 방식이었다.환자의 가슴이 크게 들썩였다.“충전 완료!”“200줄, 시행합니다.”“클리어!”찰나의 정적.그리고, 다시 맥박선이 일직선으로 뻗었다.간호사의 목소리가 떨렸다.“반응 없습니다.”그녀는 한 번 더 손을 내밀었다.“300줄로 다시.”“차과장님, 너무 위험합니다.”“지금 위험한 건 환자예요. 클리어.”두 번째 충격이 가해지는 순간, 기계음이 짧게 끊겼다.그리고, 아주 미세하게 삐, 삐, 삐. 모니터 위의 선이 흔들렸다.“리듬 돌아옵니다!”간호사의 외침이 터졌다.그 순간 수연은 깊게 숨을 내쉬었다.손끝이 떨리고 있었다.아직 따뜻한 생명이 그녀의 손 아래에 있었다.그녀는 손가락에 묻은 땀과 피를 닦지도 못한 채,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차과장님, 괜찮으세요?”“응… 괜찮아요.”하지만 괜찮지 않았다.그녀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환자를 살렸는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려는 걸까.이젠 익숙해야 할 장면인데, 오늘따라 가슴이 너무 시렸다.그때, 문이 벌컥 열렸다.“차과장!”익숙한 목소리였다.강우혁이 숨을 고르며 들어왔다.그는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 눈으로 물었다.“괜찮습니까?”“네… 환자 맥박 돌아왔어요.”“잘했습니다.”그 한마디에 그녀의 표정이 순간 무너졌다.그의 눈빛이, 그 어떤 위로보다 따뜻했기 때문이다.그녀는 고개를 숙였다.“오늘, 이 사람 살렸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왜요?”“그 사람 심장이 다시 뛴 순간, 제 심장은 더 빨리 뛰었어요. 그게 무서
Ler mais

183화. 새벽 다섯 시의 심박동

새벽 다섯 시, 병원은 여전히 잠들지 않았다.비상등만 켜진 복도는 어딘가 숨을 죽인 듯했고,응급실은 긴 밤을 버틴 사람들의 체온으로 미세하게 따뜻했다.차수연은 환자의 침대 옆에 앉아 있었다.손끝에는 아직 남은 체온이 느껴졌다.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그녀는 이 심장이 다시 뛰지 않을 거라 생각했었다.하지만 지금, 그 가느다란 맥박이 다시금 그녀의 손끝을 두드리고 있었다.“살아 있네요.”그녀는 조용히 중얼거렸다.그 말은 환자에게 하는 것도, 자신에게 하는 것도 아니었다.그냥 ‘확인’이었다.오늘 하루도, 살아 있다는 것을.문이 살짝 열리며 조심스러운 발소리가 들렸다.“차과장님.”박지현이었다.그녀의 손에는 따뜻한 커피 두 잔이 들려 있었다.“하루 종일 깨어 계시네요.”“하루요? 이제 하루가 어디 하루처럼 느껴지지도 않아요.”수연은 짧게 웃었다.그 웃음엔 피로와 체념, 그리고 이상하게 단단한 의지가 섞여 있었다.지현은 커피를 건네며 조심스레 앉았다.“대표님은 아직 회의 중이에요. 언론 대응이 생각보다 심각하대요.”“그럴 줄 알았어요. 어제 이사회에서 그만큼 강하게 나가셨으니까.”“하지만 대표님은 후회 안 하시더라고요.병원이 숨을 쉬게 하려면, 누군가는 버텨야 한다고.”그 말에 수연의 손끝이 멈췄다.“그 사람… 그런 말, 참 쉽게 하죠.”“그래도, 믿을 만하지 않아요?”“믿어요. 그래서 더 무섭죠.”“무섭다니요?”“그 사람은 늘 끝까지 버티는 사람이잖아요.그런 사람은, 결국 혼자 다 짊어지거든요.”그녀의 목소리에는 단단한 슬픔이 묻어 있었다.“의사도, 사람도. 언제나 그 한계점을 넘기 전까지는 멈추질 않아요.대표님이 그 선을 넘을까봐… 그게 제일 두려워요.”지현은 잠시 침묵했다.“그래도, 대표님은 차과장님 믿고 있어요. 오늘 회의에서, 차과장님 이름을 끝까지 지켰어요.”“그랬나요.”“네. 병원장이 아니라, 사람으로서.”수연은 조용히 커피잔을 내려놓았다.그 따뜻한 잔의 온기가 손바닥에 스며들었다.
Ler mais

184화. 무너지는 벽

아침 햇살이 병원 유리창 사이로 부드럽게 스며들었다.밤새 응급실을 지켰던 차수연은 커튼을 반쯤 걷은 채,침대 위에서 여전히 무의식 상태인 환자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눈 밑은 다크서클로 짙게 물들었지만, 그 시선만큼은 단단했다.“차과장님, 새로 도착한 검사 결과예요.”간호사가 서류를 건넸다.수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종이를 넘겼다.수치 하나하나를 확인할 때마다 그녀의 눈빛이 바뀌었다.“간 수치 안정됐고, 산소포화도도 유지 중이네요. 좋아요.”그녀는 작게 숨을 내쉬었다.이제서야 ‘살았다’는 실감이 조금씩 들었다.하지만 그 평온함은 오래가지 않았다.문이 열리며, 병원 홍보팀장 박지현이 급히 들어왔다.“차과장님, 이거 보셔야 해요.”그녀는 휴대폰 화면을 내밀었다.뉴스 헤드라인이 눈에 들어왔다.“환자 사망 은폐 의혹… 내부 제보로 드러난 진실?”수연의 손끝이 순간 굳었다.“이게 뭐죠?”“모르겠어요. 우리 병원 이름이 그대로 올라왔어요.게다가 제보자가 내부 직원이라고…”지현의 목소리가 떨렸다.“이게, 명백한 누군가의 의도예요.”수연은 휴대폰을 천천히 내려놓았다.“이 기사, 강 대표님도 보셨겠죠.”“이미 기자들이 병원 로비에 몰려들었어요. 대표님은 지금 이사회 긴급 호출 중이에요.”그녀는 무언가 가슴 깊은 곳이 서늘하게 식어감을 느꼈다.또다시 폭풍이 몰려오고 있었다.그리고 그 폭풍의 중심에는 어김없이 그 사람과 자신이 있었다.회의실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강우혁은 테이블 위에 놓인 자료를 묵묵히 바라봤다.‘내부 고발’이라는 문구가 붉은 글씨로 강조되어 있었다.이사장과 몇몇 임원들은 이미 언성을 높였다.“강 대표,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이번엔 명백히 병원 내부에서 유출된 겁니다.”“언론에선 이미 차수연 과장을 중심으로 의료기록 조작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어요.”“그녀를 보호하려고 무리한 거 아닙니까?”그의 눈빛이 단단해졌다.“그녀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그걸 어떻게 장담합
Ler mais

185화. 당신이라는 유일한 증거

병원 전체가 숨을 죽인 듯 고요했다.아침 햇살이 유리창을 타고 복도 바닥에 긴 그림자를 만들었다.차수연은 한참 동안 그 그림자 위에 멈춰 서 있었다.손에는 새로 찍힌 공문이 들려 있었다.-강우혁 대표 직무 정지 통보그 문서 한 장이, 이 병원을 떠받치던 축 하나를 무너뜨리고 있었다.숨이 막힐 정도로 가슴이 조여왔다.“차과장님, 괜찮으세요?”박지현의 목소리가 들렸다.수연은 고개를 들었다.“그분, 지금 어디 계세요?”“이사회실이에요. 혼자 들어가셨어요.”“혼자요?”“네. 기자들이 몰려 있어서, 아무도 같이 들어가길 원치 않으셨다고…”수연은 서류를 손에 꼭 쥐었다.“또 혼자 감당하려고 하시네요.”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단단했다.“이번엔… 그렇게 두지 않아요.”이사회실 안은 냉랭했다.커다란 원탁 너머, 이사장과 임원들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강우혁은 조용히 그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그의 앞에는 짧은 문장 하나가 적힌 종이 한 장.‘직무 정지, 해임 심의 보류 중.’“대표로서의 책임을 부인하실 생각입니까?”이사장의 목소리는 차가웠다.“부인하지 않습니다.”“그럼 책임을 지셔야죠.”“제가 책임질 일이라면요.”“내부 제보, 언론 대응, 병원 이미지 실추.이 모든 게 당신의 감정적 판단에서 비롯된 결과 아닙니까?”우혁은 눈을 들어 그를 똑바로 보았다.“감정이라… 네, 감정이었습니다.”그는 잠시 숨을 골랐다.“하지만 그 감정이 누군가의 생명을 지켰습니다.그리고 그게 이 병원의 존재 이유 아닙니까?”회의실 안이 조용해졌다.누군가가 마른 침을 삼켰다.이사장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리며 말했다.“대표님, 병원은 감정이 아니라 규율로 운영됩니다.”“그 규율이 사람을 죽게 만든다면요?”“그건 의료의 영역이지, 경영의 영역이 아닙니다.”그 말에 우혁의 눈빛이 순간 싸늘해졌다.“저는 그 둘을 분리할 생각 없습니다.”“그래서 당신이 위험한 겁니다.”그때, 회의실 문이 갑자기 열렸다.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돌아갔다.
Ler mais

186화. 무너진 자리, 다시 뛰는 심장

이사회실을 나선 이후, 병원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기자들도, 직원들도, 환자 보호자들도 잠시 말을 아끼는 듯했다.마치 누군가의 숨소리 하나에 이 모든 균형이 다시 무너질까 두려운 듯이.차수연은 복도의 끝 유리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봤다.피곤이 내려앉은 얼굴,그러나 그 속엔 여전히 꺾이지 않은 의지가 있었다.그녀는 잠시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한 번 길게 내쉬었다.“이제… 다시 시작이네요.”그때, 박지현이 다급하게 달려왔다.“차과장님! 큰일이에요. 대표님, 사직서 제출하셨어요.”수연의 표정이 단번에 굳었다.“뭐라고요?”“이사회에 공식 제출했어요. 방금 서류 담당이 확인했어요.”그녀는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복도를 달리기 시작했다.하얀 가운 자락이 휘날렸다.엘리베이터가 도착하기도 전에 비상계단 문을 열고 뛰어올랐다.심장이 쿵, 쿵, 요란하게 울렸다.대표실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잠시 숨을 고르고, 문을 밀었다.강우혁은 창가에 서 있었다.유리창 너머로는 저녁 햇살이 병원 건물의 그림자를 길게 늘이고 있었다.책상 위에는 흰 봉투 하나가 놓여 있었다.“진짜… 사직서를 냈어요?”그녀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분명했다.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돌렸다.“네.”“왜요?”“병원을 지키기 위해서요.”“병원을 지키겠다는 사람이, 왜 떠나요?”그는 잠시 미소를 지었다.“내가 있는 한, 병원은 계속 공격받을 겁니다. 내가 빠져야, 병원은 잠시라도 숨을 쉴 수 있겠죠.”“그게 병원을 살리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세요?”“지금은 그게 최선입니다.”수연은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그건 도망이에요.”그 말에 그의 표정이 굳었다.“차과장.”“대표님, 그건 도망이에요. 책임을 진다는 말로 포장된 도망.”그녀의 목소리는 흔들림이 없었다.“병원을 살린 사람은 대표님이에요.그런데 지금, 그 병원을 두고 떠난다면 그건 살아 있는 환자를 버리는 거예요.”우혁은 잠시 눈을 감았다.그녀의 말이 가슴을 깊
Ler mais

187화. 위험해서 더 선명한 진심

며칠이 흘렀다.병원은 조금씩 평온을 되찾는 듯했지만,그 속에는 아직 가라앉지 않은 미세한 파도가 남아 있었다.복도의 불빛은 여전히 밝았지만, 사람들의 표정엔 어디선가 균열이 비쳤다.차수연은 새벽 근무를 마치고 병원 옥상 위 자동문을 밀고 나왔다.회색빛 하늘 아래,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새벽 공기가 그녀의 얼굴을 스쳤다.밤새 식은 커피 한 잔이 손에 남아 있었지만 그 향마저 쓰게 느껴졌다.그녀는 난간에 팔을 걸치고 조용히 도시의 불빛을 바라봤다.“다시 이렇게 조용해질 줄은 몰랐어요.”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그녀는 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강우혁이었다.“대표님은, 잠은 좀 주무셨나요?”“아니요. 아마 오늘도 못 잘 것 같습니다.”“이제 병원도 진정됐는데요?”“병원은 진정됐죠. 하지만 사람은 아직입니다.”그는 그녀 옆에 서서 같은 방향으로 시선을 맞췄다.잠시 침묵이 흘렀다.그 사이, 두 사람 사이에 불어오는 바람이 묘하게 따뜻하고 낯설었다.“이상하죠.”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이렇게 모든 게 조용해지니까, 괜히 불안합니다.”“익숙해진 거겠죠.”“무엇에요?”“싸우는 일에요.”그녀의 말에 그는 가볍게 웃었다.“그럼 이제 평화를 좀 배워야겠네요.”“그건 더 어렵죠.”그녀가 작게 웃으며 대꾸했다.그 웃음은 피곤함과 단단함이 뒤섞인 그녀만의 미묘한 빛이었다.“차과장.”그는 천천히 그녀를 향해 몸을 돌렸다.“이제 그만 ‘대표님’이라고 부르는 게 어때요?”“네?”“이제 전 직무에 복귀했지만, 적어도 둘 사이에서 직함이 그렇게 벽이 될 필요는 없잖아요.”“그래도 전 직원이고, 대표님은 제 상사니까요.”“그런 관계로만 남고 싶습니까?”그녀는 말없이 그의 시선을 마주했다.그 시선 속엔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무언가 오랫동안 눌러왔던 감정이 섞여 있었다.“대표님, 그 말… 위험해요.”“알아요.”“근데 왜 하세요?”“위험하니까요.”그의 짧은 대답이 그녀의 마음을 흔들었다.어디까지가 일이고, 어
Ler mais

188화. 그가 걸어온 길

늦은 밤, 병원 비상등만이 어둠을 가르고 있었다.복도 끝, 유리창을 통해 스며드는 푸른 달빛이 병원 바닥 위에 길게 흩어져 있었다.그 길 위로, 강우혁의 발걸음이 천천히 이어졌다.그는 무의식적으로 주머니 속에 손을 찔러 넣은 채 의국 앞을 스쳐 지나갔다.그 문 앞에 멈춰 선 건, 차수연이 아직 퇴근하지 않았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그녀의 불빛은 여전히 켜져 있었다.밤이 깊어도, 그녀는 늘 그 자리에 있었다.누군가의 생명을 붙잡기 위해,혹은 스스로를 잃지 않기 위해.그는 잠시 망설이다 문을 열었다.안에서는 키보드 소리와 심전도 모니터의 미세한 ‘삑’ 소리만이 공기를 채우고 있었다.그녀는 환자 차트를 보며 집중하고 있었다.“아직 안 갔군요.”“대표님도요.”그녀는 고개를 들지도 않은 채 대답했다.그가 다가와 의자 맞은편에 조용히 앉았다.“이 시간까지 차트를 보시는 이유가 뭡니까?”“이 환자, 어제 수술 후 갑자기 상태가 악화됐어요.수술 자체는 성공이었는데, 회복이 늦어요. 원인을 찾고 싶어요.”그의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이런 걸 볼 때마다 생각합니다. 당신은 참 끈질기다고.”“그게 제 장점이에요.”그녀는 짧게 웃었다.“대표님은요? 왜 여기까지 남아 있어요?”“당신이 있어서요.”그녀의 손끝이 잠시 멈췄다.그는 그런 자신을 보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병원 문을 나서면, 나는 늘 생각합니다.이 자리를 왜 버티고 있는지. 그런데 요즘엔 답이 달라졌어요.”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예전엔 병원을 지키기 위해 버텼는데,이젠 당신이 버티는 병원을 함께 지키고 싶어졌어요.”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그의 얼굴엔 피로가 깊게 깔려 있었지만, 그 속엔 묘한 따뜻함이 있었다.“대표님, 그건 너무 위험한 말이에요.”“의사로서요, 아니면… 여자로서요?”“둘 다요.”그녀는 단호히 말했다.“우리 둘 다 알고 있잖아요. 이 감정이 얼마나 많은 걸 흔들 수 있는지.”그는 잠시 웃었다.“그럼… 감정이 아니라면, 이건 뭐라
Ler mais

189화. 인공호흡이 아닌 진심으로

그날 새벽, 수술실 불이 꺼진 건 새벽 네 시를 훌쩍 넘긴 시각이었다.심장은 다시 뛰었고, 환자는 살아남았다.하지만 수술대 위에서 내내 긴장감 속에 버텨온 의사들의 표정은 그 생명보다 더 창백했다.차수연은 마스크를 벗으며 가볍게 머리를 뒤로 젖혔다.숨을 내쉴 때마다 온몸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수연 선생님, 괜찮아요?”간호사의 걱정스런 목소리에 그녀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괜찮아요. 오늘도 살아남았네요.”하지만 그 말과 달리 그녀의 손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수술이 끝나자마자 긴장이 풀려버린 탓이었다.심장이 빠르게 뛰었고, 온몸이 식은땀으로 젖었다.그때, 문이 열리고 강우혁이 들어왔다.그의 얼굴에도 피로가 가득했다.그녀는 억지로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대표님, 환자는 안정됐어요.”“당신은요?”“저요? 괜찮아요.”그는 아무 말 없이 다가와 그녀의 팔을 잡았다.그 손끝에 닿은 순간, 그녀의 온몸이 움찔했다.“손이 너무 차네요.”“괜찮아요, 피곤해서 그래요.”“괜찮다는 말, 오늘은 믿고 싶지 않습니다.”그는 조심스레 그녀를 의자에 앉히고 조용히 옆에 섰다.그녀는 손끝을 감싸 쥐며 숨을 고르듯 말을 이었다.“이 환자, 사실… 살릴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그런데 마지막 순간, 심장이 다시 뛰었어요.”그녀의 눈이 멀리 초점을 잃은 듯 흔들렸다.“그 순간, 제 심장도 같이 뛰었어요. 그게… 이상하죠?”그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조용히 그녀의 손을 덮었다.“이상하지 않습니다.”그녀는 웃으려다 그 미묘한 감정에 잠시 고개를 돌렸다.“대표님은… 이런 감정 느껴본 적 있으세요?”“있습니다.”“언제요?”“지금요.”그 한마디에 공기가 멈췄다.수연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그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대표님, 그건… 하면 안 되는 말이에요.”“그래도 해야 했습니다.”그녀는 조용히 숨을 들이켰다.목 안이 막히는 듯 답답했고,그의 시선이 너무 가까워 숨이 섞이는 느낌마저 낯설었다.“왜요
Ler mais
ANTERIOR
1
...
1718192021
...
26
ESCANEIE O CÓDIGO PARA LER NO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