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 병원 유리창에 햇빛이 기울었다.하얀 복도는 노을빛에 물들어 금빛으로 반짝였고,그 빛 사이를 차수연이 천천히 걸었다.긴 하루였다. 감사팀이 떠나고, 병원은 잠시의 평화를 되찾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서류 뭉치를 들고 돌아서는 그녀의 손끝이 잠시 멈췄다.문득 떠오른 건, 전날 밤의 장면이었다.빗속에서 마주 선 두 사람,심장이 다시 뛰던 그 순간.그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게 가슴 한켠에서 살아 있었다.그녀는 속으로 조용히 중얼거렸다.“사람의 심장은 참 단순하면서도, 참 고집스럽지.”마음이 아파도 계속 뛴다.두려워도, 사랑해도, 그저 계속 뛸 뿐이었다.“대표님, 오늘은 좀 쉬셔야 합니다.”비서의 말에 강우혁은 피식 웃었다.“쉬는 방법을 잊은 지 오래라서요.”“그래도 몸이 한계입니다. 수면 시간 두 시간은 무리죠.”그는 잠시 고개를 숙였다가, 창가를 바라봤다.유리 너머로 병원의 정원이 보였다.거기, 의자에 앉아 서류를 정리하는 차수연의 모습이 있었다.그녀는 여전히 집중한 얼굴이었다.햇빛이 흘러내리며 그녀의 머리카락에 닿았다.그 순간, 그는 문득 깨달았다.자신이 왜 이 병원을, 이 삶을 놓지 못하는지를.‘그녀가 여기에 있으니까.’그 단순한 이유 하나가 그의 생존 이유가 되어버린 지 오래였다.“오늘 저녁, 시간 있어요?”그녀의 목소리가 복도 끝에서 들려왔다.우혁은 잠시 놀란 듯 고개를 들었다.“교수님이 먼저 식사 제안을 하시다니 이건 기념할 만한 날이네요.”“기념이라면, 그렇게 부르죠. 우리 둘 다 아직 병원에 남아 있으니까요.”그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그 웃음에는 오래된 피로와 함께 묘한 안도감이 섞여 있었다.식당의 불빛 아래, 두 사람은 마주 앉았다.말보다 침묵이 많았다.하지만 그 침묵은 불편하지 않았다.식기 부딪히는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환자 알림음,그 모든 것이 두 사람 사이의 음악처럼 흘렀다.“대표님.”그녀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사람은 왜 이렇게 아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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