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 심장이 위험합니다.: Chapter 201 - Chapter 210

256 Chapters

200화. 서로를 향해 뛰는 심장

아침 공기가 유난히 무거웠다.밤새 내린 비가 그치고 남긴 냄새가 병원 로비를 채우고 있었다.차수연은 늘 그렇듯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하지만 오늘따라 그 향이 조금 쓸었다.마음이 뒤틀릴 만큼 미묘한 불안이 가슴속을 헤집고 있었다.“차 교수님, 어제 말씀하신 케이스 보고서요.”간호사가 다가와 서류를 내밀었다.수연은 미소로 답했지만, 손끝이 서류를 받는 순간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그 떨림이 자신도 느껴질 만큼 컸다.마치 심장이 두 곳에서 뛰는 듯한 불규칙한 리듬.그녀는 속으로 중얼거렸다.‘사랑의 속도는 언제나 다르다.’한쪽이 앞서가면, 다른 한쪽은 숨을 고른다.그게 맞춰지는 날이 오기 전까진 사람은 늘 흔들리고 불안하다.“대표님, 이건… 너무 무리 아닙니까?”회의실 안에서 강우혁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의료진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었다.그는 회의실 앞에 서서 고개를 들었다.“우린 환자를 숫자로 다루지 않습니다.시간이 걸리더라도, 그 사람의 삶을 먼저 생각해야죠.”차수연은 그 말을 들으며 묘하게 가슴이 저려왔다.그의 말은 언제나 옳았다. 하지만 동시에, 위험했다.그는 언제나 자신의 몸을 내던져가며 누군가를 구하려 했다.그 위험이 결국 또 그를 망가뜨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그녀의 가슴 깊은 곳에서 솟구쳤다.“대표님.”그녀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이번 케이스, 제가 맡겠습니다.”“차 교수, 이건 당신이 감당하기엔”“저는 감당할 수 있습니다.”단호한 목소리였다.그녀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그 순간, 그의 표정이 아주 잠시 무너졌다.그건 걱정과, 그보다 깊은 무언가가 섞인 눈빛이었다.그날 밤. 모든 회의가 끝나고 병원 불이 하나둘 꺼져갔다.차수연은 환자의 차트를 다시 꺼내 들었다.피로가 몰려왔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손가락이 펜을 잡은 채로 멈칫할 때마다,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울렸다.“당신이 있는 한, 여기는 멈추지 않습니다.”그녀는 미소를 지었다.그리고 아주 작게 대답했다.“그럼,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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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화. 우리가 멈추지 않는 이유

새벽 다섯 시, 병원의 복도는 고요했다.기계의 작동음만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고,그 사이를 천천히 걸어가는 차수연의 발소리가 길게 울렸다.수술복 대신 얇은 회색 가디건을 걸친 그녀의 어깨엔 밤새 쌓인 피로가 묵직하게 내려앉아 있었다.자동판매기 앞에서 커피를 뽑아 들자, 뜨거운 김이 희미하게 올라왔다.그녀는 컵을 들고 잠시 눈을 감았다.커피 향보다 익숙하게 느껴지는 건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규칙적인 심박기 소리였다.그녀의 심장도, 그 소리에 맞춰 천천히 뛰었다.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이 있다는 걸,그 박동이 알려주고 있었다.“대표님, 새로 들어온 의료 감사팀 말입니다.”이사회 미팅룸에서 실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병원 운영 전반을 검토하겠다고 합니다. 최근 환자 케이스가 언론에 보도된 영향이 커서요.”강우혁은 아무 말 없이 서류를 넘겼다.그의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멈췄다.“이번 감사에서 문제라도 생기면…”“그건 내가 막을 일이지.”그의 목소리는 낮고 단단했다.그러나 그 단호함 속에는 명백한 피로와 불안이 섞여 있었다.그는 창문 너머로 고개를 돌렸다.복도 끝을 지나가는 하얀 가운의 뒷모습이 보였다.차수연이었다.그녀는 언제나처럼 환자의 차트를 품에 안고 있었다.한순간, 그녀의 어깨가 너무 작아 보였다.점심 무렵,수연은 수술실 앞 대기실에서 환자 가족을 만나고 있었다.“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심근 조직은 예후가 나쁘지 않습니다.”“정말 괜찮을까요, 교수님…?”“네. 이 환자는 충분히 회복할 수 있어요.”그녀는 단정하게 웃었지만, 그 웃음이 입가에 닿기도 전에 문득 시선이 흔들렸다.유리창 너머, 회의실에서 누군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강우혁이었다.그는 아무 말도 없이 단지 창을 사이에 두고 그녀를 지켜봤다.눈빛만으로 대화가 오갔다.‘괜찮습니까?’‘괜찮아요.’그녀의 눈동자가 그렇게 대답하고 있었다.오후가 깊어갈 무렵, 병원 구석 회의실에서 비공식 미팅이 열렸다.감사팀이 도착하기 전, 의료진들이 미리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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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화. 서로를 살게 하는 이유

늦은 오후, 병원 유리창에 햇빛이 기울었다.하얀 복도는 노을빛에 물들어 금빛으로 반짝였고,그 빛 사이를 차수연이 천천히 걸었다.긴 하루였다. 감사팀이 떠나고, 병원은 잠시의 평화를 되찾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서류 뭉치를 들고 돌아서는 그녀의 손끝이 잠시 멈췄다.문득 떠오른 건, 전날 밤의 장면이었다.빗속에서 마주 선 두 사람,심장이 다시 뛰던 그 순간.그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게 가슴 한켠에서 살아 있었다.그녀는 속으로 조용히 중얼거렸다.“사람의 심장은 참 단순하면서도, 참 고집스럽지.”마음이 아파도 계속 뛴다.두려워도, 사랑해도, 그저 계속 뛸 뿐이었다.“대표님, 오늘은 좀 쉬셔야 합니다.”비서의 말에 강우혁은 피식 웃었다.“쉬는 방법을 잊은 지 오래라서요.”“그래도 몸이 한계입니다. 수면 시간 두 시간은 무리죠.”그는 잠시 고개를 숙였다가, 창가를 바라봤다.유리 너머로 병원의 정원이 보였다.거기, 의자에 앉아 서류를 정리하는 차수연의 모습이 있었다.그녀는 여전히 집중한 얼굴이었다.햇빛이 흘러내리며 그녀의 머리카락에 닿았다.그 순간, 그는 문득 깨달았다.자신이 왜 이 병원을, 이 삶을 놓지 못하는지를.‘그녀가 여기에 있으니까.’그 단순한 이유 하나가 그의 생존 이유가 되어버린 지 오래였다.“오늘 저녁, 시간 있어요?”그녀의 목소리가 복도 끝에서 들려왔다.우혁은 잠시 놀란 듯 고개를 들었다.“교수님이 먼저 식사 제안을 하시다니 이건 기념할 만한 날이네요.”“기념이라면, 그렇게 부르죠. 우리 둘 다 아직 병원에 남아 있으니까요.”그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그 웃음에는 오래된 피로와 함께 묘한 안도감이 섞여 있었다.식당의 불빛 아래, 두 사람은 마주 앉았다.말보다 침묵이 많았다.하지만 그 침묵은 불편하지 않았다.식기 부딪히는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환자 알림음,그 모든 것이 두 사람 사이의 음악처럼 흘렀다.“대표님.”그녀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사람은 왜 이렇게 아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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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화. 당신이 내 안에 남은 이유

창문 밖으로 봄비가 내렸다.병원 마당의 벚꽃잎이 비에 젖어 천천히 떨어졌고,그 사이를 걷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가 희미하게 번졌다.그날따라 차수연은 출근길이 낯설게 느껴졌다.늘 걷던 복도, 늘 보던 의국 문 앞, 그 모든 풍경이 마치 다른 계절의 병원처럼 보였다.전날 밤, 그녀의 손끝에 닿았던 그 박동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손을 쥐면 여전히 그 따뜻한 진동이 느껴졌다.‘내가 왜 이토록 그 사람의 온도를 기억하고 있는 걸까.’그녀는 가슴 위에 살짝 손을 올렸다.심장은 멀쩡히 뛰고 있었지만, 그 박동은 어딘가 낯설게, 그리고 조금은 그리움처럼 느껴졌다.“오늘은 학회 발표 자료 검토만 하시면 됩니다.”간호사가 건넨 서류를 훑던 수연은 페이지를 넘기다 잠시 멈췄다.‘심근재생 연구, 공동저자 - 강우혁’그 이름이 문서 위에 또렷하게 새겨져 있었다.지워질 수 없는 이름이었다.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그때 문이 두드려졌다.“교수님, 들어가도 될까요?”낮고 익숙한 목소리. 수연은 놀라 고개를 들었다.문이 열리자, 수트 차림의 강우혁이 조용히 들어왔다.“대표님이 여긴 웬일이세요?”“오늘 하루… 대표 아닌 사람으로 오면 안 됩니까?”그녀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스쳤다.“그 말, 위험해요. 병원 직원이 듣기라도 하면.”“오늘은 병원이 아니라 사람으로서 보고 싶었습니다.”그는 작은 상자 하나를 내밀었다.“이게 뭔데요?”“환자 보호자분이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지난번 심근 수술 환자, 기억하시죠?”“아… 그 꼬마 아이요?”“네. 그 아이가 당신한테 주고 싶다고.”그녀는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작은 은색 팔찌 하나가 들어 있었다.조심스러운 글씨로 ‘수연 선생님, 고마워요’그 문장을 보는 순간, 수연의 눈이 촉촉해졌다.“아이 부모님이 직접 새긴 거래요.”그가 조용히 덧붙였다.“이런 게, 우리가 멈출 수 없는 이유겠죠.”그녀는 고개를 숙여 팔찌를 손목에 걸었다.“살아 있는 증거네요.”“그렇죠. 당신이 만든 생명의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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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화. 멈춘 시간을 돌리는 법

새벽 공기는 차가웠다.병원 옥상 위, 밤새 내린 비가 아직 마르지 않아 콘크리트 바닥이 희미하게 젖어 있었다.그 위를 천천히 걷던 차수연은 문득 발을 멈췄다.도시의 불빛이 아래에서 깜빡이고, 멀리서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희미하게 끊어졌다 이어졌다.“이 시간만 되면 꼭 여기에 오시네요.”낯익은 목소리.그녀가 돌아보자, 강우혁이 조용히 문을 닫으며 다가오고 있었다.그는 평소처럼 단정했지만, 어딘가 피곤해 보였다.눈가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대표님이야말로, 왜 아직 퇴근 안 하셨어요?”“잠이 안 와서요.”“커피 때문인가요?”“아니요. 당신 때문이에요.”그녀는 잠시 말을 잃었다.그의 목소리는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당신이 자꾸 내 생각을 하게 만들잖아요.”그가 조용히 웃었다.“그건 책임져야 할 일입니다, 차수연 교수.”그녀는 그 웃음 속에서 오히려 서늘한 무언가를 느꼈다.그의 말 속엔 묘한 체념이 묻어 있었다.“대표님, 무슨 일 있었죠?”“없습니다.”“거짓말.”“…….”잠시 침묵이 흘렀다.그녀는 천천히 다가서며 그의 눈을 바라봤다.“강우혁이라는 사람은 거짓말을 못 하잖아요.”“그건 예전 얘기죠.”“지금도요.”그녀의 목소리는 단호했다.“대표님, 저한테는 솔직했잖아요.”그가 한숨처럼 웃었다.“이건 솔직해지면 안 되는 일입니다.”“왜요?”“당신이 다치게 되니까.”“제가요? 지금 그게 무슨 말이에요?”그는 잠시 말을 고르다, 낮게 중얼거렸다.“감사팀 조사가 끝난 줄 알았는데, 아직 안 끝났습니다.”“무슨 뜻이에요?”“그 자금 출처… 내 이름으로 되어 있던 일부 계좌가 사실은 다른 목적이 있었어요.”그녀의 눈이 흔들렸다.“다른 목적이라니요?”“병원과 관련 없는… 제 개인의 일이었습니다.”그는 잠시 고개를 숙였다.“내 동생이 있었습니다. 심장병으로 오래 앓다가 세상을 떠났어요.그 아이를 살리기 위해 내가 했던 모든 일, 그게 결국 지금의 연구를 만들었죠.”그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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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화. 당신을 지키는 이유

봄비가 멎은 지 며칠이 지났다.병원 마당의 벚꽃은 이미 절반쯤 져 있었고,잔잔히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이 흰색 비처럼 떨어졌다.그 풍경을 유리창 너머로 바라보던 차수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회의 이후, 병원은 겉으론 평온했지만, 내부에서는 보이지 않는 긴장이 이어지고 있었다.그녀의 이름은 언론에 오르내렸다.‘대표 강우혁의 옹호자’,‘윤리보다 감정을 택한 의사’,그리고 누군가는 ‘이 병원의 심장’이라 불렀다.칭찬이든 비난이든, 모두 그녀의 이름에 달라붙었다.하지만 수연은 신문을 펼치지도 않았다.그녀가 신경 쓰는 건 오직 한 사람뿐이었다.“대표님은 오늘도 수술실에 들어가셨대요.”간호사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오늘이요? 예정에 없었는데.”“응급 이식 케이스라네요. 직접 집도하시겠다고.”그녀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환자 상태가요?”“위독하대요. 그런데 교수님, 대표님이 그 환자… 그 환자 보호자하고 오래 알고 지낸 사이라던데요.”그녀는 말없이 숨을 들이켰다.수술실 불빛이 하얗게 켜져 있었다.강우혁은 마스크 너머로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손끝에 전해지는 긴장감이 너무나 익숙했다.그의 눈빛은 집중되어 있었지만, 그 속 어딘가엔 오래된 슬픔이 스며 있었다.그가 다시 칼을 잡는 이유는 하나였다.살아 있는 심장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이제는 그 심장 속에 있는 그녀의 존재를 위해.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유리창 너머로 수연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가운 위로 팔짱을 끼고 서 있었지만 그녀의 손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모니터 위의 심전도가 불안정하게 움직였다.그 순간, 수술실 안에서 긴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혈압 급강하! 심실세동입니다!”수연의 몸이 굳었다.“충격기 준비!”우혁의 목소리가 단호하게 울렸다.“에너지 200, 클리어!”“클리어!”짧은 순간의 정적. 다시 심전도에 리듬이 살아났다.그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지만, 얼굴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수술이 끝나고, 그는 수술복 위로 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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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화. 손끝으로 살려낸 이름

비는 밤새 내렸다.병원 건물 외벽을 따라 물줄기가 흘러내렸고,유리창에 부딪히는 빗방울 소리가 마치 심장의 박동처럼 일정한 리듬을 만들었다.그날 새벽, 응급 호출이 병원 전체에 울려 퍼졌다.“교수님! 교통사고 환자입니다! 응급실로 이송 중이에요!”간호사의 다급한 목소리에 차수연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녀는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복도를 달렸다.비 냄새가 스며든 공기 속에서 머리카락 끝이 축축하게 젖어 들었다.응급실 문이 열리자, 스트레처 위로 피투성이 환자가 들어왔다.“의식 없음, 동공 반응 약합니다!”“출혈 부위는 어디입니까?”“복부와 흉부 압박 흔적! 교통사고로 추정됩니다!”수연은 빠르게 장갑을 끼며 환자를 살폈다.하지만 순간, 그녀의 눈동자가 굳었다.목걸이. 그녀가 바로 어젯밤에 봤던,그와 같은 모양의 은색 십자가가 그 환자의 목에서 빛나고 있었다.“설마…”간호사가 이름표를 외쳤다.“환자 이름, 강우혁!”순간, 모든 소리가 멈춘 듯했다.수연의 머릿속이 하얘졌다.그녀의 손끝이 떨렸다.“뭐라고요…?”“대표님이에요! 교통사고 났답니다! 혈압 급강하!”그녀의 몸이 반사적으로 움직였다.“바로 수술 준비해요! 수혈 라인 확보, 흉부 절개 준비!”누군가 “교수님, 안 됩니다. 교수님은…”하지만 그녀는 이미 멈추지 않았다.“의사로서 멈출 수 없어요. 지금 이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건 나뿐이에요.”수술실이 다시 불빛으로 가득 찼다.피와 소독약 냄새가 섞인 공기 속에서 그녀의 눈빛은 단단했다.마스크 너머로 보이는 눈가엔 눈물이 맺혔다.“출혈이 너무 심합니다!”“심장 박동 약합니다!”“전극 준비!”“클리어!”충격음과 함께 그의 몸이 들썩였다.모니터가 다시 일직선으로 변했다.“심정지!”“아니야, 아직 끝나지 않았어!”수연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이 사람은 절대 여기서 멈추면 안 돼요!”그녀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며 심장을 직접 압박했다.“제발… 제발요…”땀이 눈가를 타고 흘렀다.그녀는 입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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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화. 사랑이 의학을 이길 때

봄의 끝자락, 병원 복도에는 햇살이 부드럽게 스며들고 있었다.창문을 통해 들어온 빛이 하얀 바닥 위에 길게 늘어져 있었고,그 위로 천천히 걸어가는 사람 하나. 차수연이었다.그녀의 손에는 환자 차트가 들려 있었고, 그 차트 맨 위에는 낯익은 이름이 적혀 있었다.‘강우혁’.그녀는 차트를 덮은 채, 한참을 그 이름 위에 손을 얹고 있었다.그 손끝이 묘하게 떨렸다.며칠 전까지만 해도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던 사람.이제는 다시 눈을 뜨고, 걸으며, 웃을 수 있게 된 사람.그를 살려낸 건 의학이었지만, 동시에 사랑이었다.그녀는 그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교수님, 대표님 상태가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간호사의 말에 수연은 짧게 웃었다.“그래요? 재활치료는요?”“오늘 아침에 물리치료사랑 걷기 훈련을 시작하셨대요.”“그럼 곧 퇴원이네요.”그녀의 목소리엔 안도와 허전함이 섞여 있었다.그날 오후, 병실 문이 살짝 열리자 우혁이 고개를 들었다.“교수님이 직접 오셨네요.”“환자가 대표님이니까요.”그녀는 익숙한 말투로 받아쳤지만,그의 눈빛을 마주하자 마음이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몸은 좀 어때요?”“당신이 매일 보러 와 주니, 회복이 빠르죠.”“그건 의학적인 이유가 아니네요.”“사랑이 의학보다 빠르다는 걸 보여주려는 중입니다.”그의 말에 그녀는 순간 시선을 피했다.“그런 농담, 환자 복귀 후엔 금지입니다.”“그럼 지금은 허락되는 거군요.”“지금은… 예외로 둘게요.”그녀는 의자에 앉았다.그의 얼굴엔 아직 미약한 창백함이 남아 있었지만,눈빛만큼은 예전보다 따뜻해져 있었다.“대표님.”“네.”“그날 이후로, 생각 많이 했어요. 우리가 의사와 환자일 때는 참 명확했는데…지금은 그 경계가 너무 흐려요.”“그럼 지우면 되죠.”“뭘요?”“그 경계요.”그의 대답은 간단했지만, 그녀의 마음을 복잡하게 뒤흔들었다.“그건 쉽지 않아요.”“왜요?”“사랑은 감정이지만, 의학은 원칙이에요.그리고 당신은… 내가 지켜야 할 원칙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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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화. 희생의 무게, 심장의 증명

하얀 복도 끝에서 들려오는 구두 소리가 낮고 단단하게 울렸다.그 발소리는 망설임이 없었지만, 마음은 이미 무너져 있었다.윤리위원회. 그 문 앞에 선 차수연은 손끝으로 가운 주머니를 꼭 쥐었다.손끝이 차갑게 식어 있었다.문이 열리자, 회의실 안에는 묘한 정적이 흘렀다.각자 명찰을 단 위원들이 한쪽 벽면을 따라 앉아 있었다.탁자 위에는 서류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고,그 맨 위에 놓인 문서에는 굵은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비승인 의료 시술 보고서 - 담당 의사: 차수연’누군가가 입을 열었다.“차 교수, 이번 시술은 공식 승인 이전에 시행되었습니다. 윤리위원회의 결정 없이 진행된 시술이죠.”“환자의 생명이 위독했습니다.”“그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병원 시스템을 무시한 것은 명백한 규정 위반입니다.”수연은 고개를 숙였다.그녀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단호했다.“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환자가 지금 살아 있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죠.”그 순간,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그 책임, 제가 집니다.”모두의 시선이 문쪽으로 향했다. 강우혁이었다.환자복 대신 평소의 정장 차림으로, 그는 천천히 회의실 중앙으로 걸어왔다.“대표님, 지금은 내부 조사 중입니다.”“대표이기 때문에, 이 자리에 왔습니다.”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비승인 시술의 결정은 제 명령이었습니다.차수연 교수는 의료진으로서 제 판단에 따랐을 뿐입니다.”위원장의 표정이 굳어졌다.“대표님께서 책임을 지신다면 병원 전체의 구조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흔들리면 다시 세우면 됩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생명은… 두 번 기회가 없습니다.”그는 잠시 수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그녀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대표님, 왜 이러세요. 그때의 결정은 제 판단이었어요.”“이제 와서 진실을 바꾸진 않겠습니다.”“하지만…”“조용히 있어요. 이번엔 내가 당신을 지켜야 하니까.”그의 말에 회의실이 고요해졌다.그 침묵 속에서 수연의 가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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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화. 다시 뛰는 이유

계절이 한 바퀴 돌아, 봄이 또 찾아왔다.벚꽃이 병원 앞마당을 흩날리며 떨어지고,나무 아래 놓인 벤치엔 새로 입원한 환자들과 보호자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그 풍경 속에서 차수연은 여전히 하얀 가운을 입은 채 서 있었다.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예전보다 조금 더 차분해져 있었다.시간이 흘렀지만, 그날의 기억. 그가 떠나던 날의 뒷모습은 아직도 마음 어딘가에 깊이 남아 있었다.병원 안은 변한 것이 많았다.새로운 대표가 부임했고, 새 진료동이 완공되었으며,수연은 이제 심장외과의 부교수로 승진했다.모두가 그녀의 성취를 축하했지만, 그녀의 속은 그리 단단하지 않았다.밤이 되면 아직도 무의식적으로 복도 끝,그가 걸어 나가던 방향을 바라보곤 했다.그날은 회진이 끝나고 퇴근을 앞둔 저녁이었다.유리창 밖으로 붉은 노을이 번지고 있었고,병동은 하루의 피로가 서서히 가라앉는 중이었다.그때, 한 간호사가 급히 달려왔다.“교수님! 응급 이송 케이스가 들어왔습니다! 교통사고 환자, 심폐정지 상태!”순간, 그녀의 심장이 멎을 듯 했다.하지만 그건 오래된 반사였다.수연은 주저하지 않고 손을 씻으며 수술복으로 갈아입었다.“심장외과 준비하세요. 바로 들어갑니다.”수술실 문이 닫히자, 모든 소리가 차단됐다.마스크 너머로 들려오는 호흡, 기계음, 그리고 피 냄새.그녀의 세계는 그 안에서만 존재했다.“혈압 60으로 떨어집니다!”“전극 준비!”“클리어!”환자의 몸이 들썩였다.하지만 모니터는 여전히 일직선이었다.“한 번 더!”“클리어!”“반응 없습니다!”그녀의 눈빛이 흔들렸다.“아직 안 돼요… 이 사람, 아직 갈 때 아니에요.”그녀는 손으로 직접 흉부를 눌렀다.“심장이란 게요… 한 번 멈춰도, 누군가의 이름을 기억하면 다시 뛸 수 있어요.”그 말은 의료진을 위한 게 아니라, 그녀 자신을 향한 속삭임 같았다.세 번째 충격 후, 모니터가 미세하게 깜박였다.한 줄기 파형이 다시 살아났다.“심박 돌아왔습니다!”간호사가 외쳤다.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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