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대표님, 심장이 위험합니다.: Capítulo 191 - Capítulo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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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화. 그날 이후, 무너지는 균형

그날 이후, 병원 안의 공기는 달라졌다.겉보기엔 여전히 평온했다.차트는 정리됐고, 회의는 예정대로 열렸으며, 응급 호출음도 익숙한 리듬으로 울려 퍼졌다.하지만 그 안에서 단 한 사람만은 숨을 고르듯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차수연이었다.그녀는 새벽마다 출근했고, 밤늦게까지 병동을 돌았다.누구보다 바빴지만, 정작 마음은 한 곳에서 멈춰 있었다.‘그날의 말.’그의 고백. 그 침묵 속에서 묻은 온기.그녀는 그 모든 걸 잊으려 했지만, 하루에도 수십 번씩 떠올랐다.수술실 불빛 아래에서 마주친 눈빛,무심히 닿았던 손끝, 그리고 그가 했던 짧은 말.“이미 해버렸습니다.”그녀는 머리를 저으며 자신을 다그쳤다.“정신 차려, 차수연. 이건 감정이 아니라 착각이야.”그러나 머리가 아니라, 심장이 자꾸 말을 들지 않았다.회의실 문이 열렸다.“대표님, 신규 병동 건은 이사회 승인 받았습니다.”박지현이 환하게 웃으며 보고했다.강우혁은 고개를 끄덕였다.“수고 많았습니다.”“이게 다 차과장님 덕분이에요. 설득이 아주 완벽했어요.”그의 시선이 순간 흔들렸다.그녀는 끝자리에서 묵묵히 자료를 정리하고 있었다.눈을 마주치진 않았지만, 그의 시선은 이미 그녀에게 닿아 있었다.회의가 끝나자 직원들은 하나둘 자리를 떠났다.그녀는 남아 서류를 정리했다.그때, 그가 조용히 다가왔다.“오늘 수고 많았습니다.”“감사합니다, 대표님.”“이제 퇴근하시죠.”“네.”그녀는 짧게 대답하고 서류를 가방에 넣었다.그가 덧붙였다.“요즘 잠은 좀 잡니까?”“괜찮아요.”그녀의 대답은 여느 때처럼 담담했지만, 그 안엔 피로가 짙게 깔려 있었다.그는 한참 동안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했다.“괜찮다는 말, 이젠 듣기 힘드네요.”그녀는 순간 눈을 들어 그를 봤다.짧은 눈맞춤. 그 안에 모든 게 있었다.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알아버린다는 게 이토록 무서운 일인지, 그녀는 그제야 실감했다.퇴근길, 병원 로비의 조명은 따뜻했다.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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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화. 지키기 위한 이별

아침 공기가 유난히 싸늘했다.창문을 열자 바람이 스쳐 지나갔고, 차수연은 커튼을 붙잡은 채 잠시 눈을 감았다.밤새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병원 내의 시선들, 익명의 소문들, 그리고 그날 옥상에서 들었던 그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당신이 버티는 동안, 난 당신을 믿겠습니다.”그 말이 자꾸만 귓가에 맴돌았다.그녀는 그 믿음을 감사히 여기고 싶었지만, 동시에 그것이 가장 두려웠다.믿음은 언젠가 무너지는 순간, 사랑보다 더 깊은 상처를 남기니까.그녀는 유리창 너머로 병원 건물을 바라봤다.붉은 태양빛이 천천히 건물 벽면에 닿으며 하루를 밝히고 있었다.하지만 그 빛은 따뜻하지 않았다.그녀의 하루는 여전히 싸늘하고, 버텨야 하는 싸움의 연속이었다.오전 회진이 끝나고, 그녀는 환자 보호자와 상담을 진행했다.“수술 경과는 안정적입니다. 회복까지는 시간이 조금 필요하겠지만, 예후는 좋아요.”그녀의 목소리는 담담했고, 설명은 완벽했다.그러나 환자 가족의 눈길 속에는 신뢰보다 의심이 더 짙게 깔려 있었다.“의사님, 게시판 글… 그거 사실 아니죠?”그녀는 순간 숨이 막혔다.“네, 그런 일 없습니다.”“그래도, 요즘 세상에 병원 안 일은 다 돌잖아요.그냥… 환자만 잘 봐주시면 돼요. 다른 건 신경 안 써요.”그녀는 억지로 웃었다.“그럼요. 걱정 마세요.”하지만 그 미소 뒤에서, 심장은 고통스럽게 수축했다.‘환자만 잘 봐주시면 돼요.’그 말은 곧, 의사로서만 존재하라는 경고 같았다.수연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로 나섰다.그 순간, 마주 오는 사람의 발소리가 들렸다. 강우혁이었다.그의 얼굴엔 피로와 결심이 함께 묻어 있었다.“차과장.”“대표님.”그녀의 대답은 형식적이었지만,두 사람의 눈빛은 그 이상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그는 주위를 살피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조용히 얘기할 수 있을까요?”그녀는 잠시 망설였지만, 고개를 끄덕였다.둘은 병원 구내카페의 구석 자리에 마주 앉았다.그는 먼저 말을 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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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화. 이별의 대가

비가 내렸다. 하필이면 그날이었다.차수연이 병원을 떠나는 날, 하늘은 참 잔인하게도 그녀의 마음을 알아챈 듯 울고 있었다.새벽 다섯 시, 병원 복도는 고요했다.그녀는 자신의 사물함을 정리했다.수술복, 이름표, 오래된 청진기, 그리고 한 번도 쓰지 못한 편지 한 장.모두 한 움큼의 기억처럼 상자 안에 차곡차곡 담겼다.청진기를 들어보았다.가느다란 관을 따라 들려오는 소리가 어쩐지 낯설었다.심장 소리 같기도 하고, 누군가의 숨결 같기도 했다.그녀는 손끝으로 청진기를 쥔 채 천천히 중얼거렸다.“이젠, 괜찮겠지.”하지만 ‘괜찮다’는 말은 늘 그렇듯, 거짓이었다.병원 앞 현관 유리문에는 '새로운 시작을 응원합니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그 문장을 보며 그녀는 잠시 멈췄다.새로운 시작이라니, 얼마나 잔인한 위로인가.떠나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시작이 아니라, 끝이 따라오는데.뒤에서 익숙한 발소리가 다가왔다.굳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그 발걸음은 언제나 일정했고, 망설임이 없었다.“차과장.”그녀는 천천히 돌아봤다.“대표님.”그는 숨을 고르며 그녀를 바라봤다.“정말 이렇게 갑니까?”“그게 맞는 선택이에요.”“누가 그렇게 말합니까?”“제가요.”그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당신이 없으면, 병원이 달라질 겁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야 해요.”“이건 도망이 아닙니까?”“도망일 수도 있겠죠.하지만 도망쳐야만 살아남을 때도 있어요.”그녀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그 담담함 속에는 수없이 부서진 감정들이 숨어 있었다.“그럼… 나한테는 한마디도 남기지 않습니까?”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그의 눈빛은 피로했지만, 여전히 단단했다.“남기고 가면, 미련이 생겨요.”“그 미련, 나한테 맡기면 안 됩니까?”“대표님이 그렇게 하시면, 저는 아무리 도망쳐도 다시 돌아오게 될 거예요.”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흔들렸다.“그건, 우리가 지키려 했던 모든 걸 무너뜨리는 일이에요.”그는 한 걸음 다가섰다.“차수연, 당신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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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화. 기다림은 멈춤이 아니었다.

세월이 흘렀다.병원의 이름은 바뀌었고, 로비의 조명도 한결 밝아졌다.하지만 그 빛이 닿지 않는 구석에는 여전히 지난 시간의 그림자가 남아 있었다.강우혁에게 그곳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었다.한때 모든 걸 잃고, 동시에 모든 걸 얻었던 장소였다.그는 여전히 대표의 자리에 있었다.표정은 한결 단단해졌고, 말투는 절제되어 있었다.하지만 그 안에는 한 번도 지워지지 않은 이름이 있었다.차수연. 그녀가 떠난 날 이후로, 그는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창문을 열었다.그녀가 바라보던 하늘을, 같은 각도로.그날 아침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이사회가 끝난 뒤, 그는 진료 지원팀의 보고서를 훑어보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커피는 늘 식어 있었다.그의 하루는 늘 그렇게 식은 커피와 함께였다.그때 문이 두드려졌다.“대표님, 이번 학술 세미나 건으로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비서가 내민 서류를 받던 그의 시선이 잠시 멈췄다.서류 맨 위, 강연자 명단 한가운데 적힌 이름 하나.‘차수연 (서울의료센터 심장내과)’손끝이 멈췄다.그는 아무 말 없이 서류를 덮었다.비서는 눈치를 보며 말했다.“대표님, 이분… 예전에 병원에 계셨던 분 맞죠?”그는 짧게 대답했다.“그렇습니다.”“초청 일정 확인해드릴까요?”그는 고개를 들었다.“그럴 필요 없습니다. 직접 하죠.”며칠 후, 학술 세미나가 열렸다.전국 각지의 의사들이 모여들었고,강연장 앞엔 방송 카메라와 기자들까지 몰려 있었다.행사의 마지막 세션, 주제는 ‘심장의 회복력과 인간의 감정’.그녀가 연단 위로 올라왔다.하얀 블라우스, 단정히 묶은 머리,그리고 예전보다 훨씬 차분해진 눈빛.그녀는 청중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심장은 상처를 받으면 즉시 멈추지 않습니다.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다른 길을 만들어내죠. 그게 생존의 방식이니까요.”그녀의 목소리는 단단했지만, 그 안에는 묘한 떨림이 숨어 있었다.그는 객석 뒤편에서 조용히 그녀를 바라봤다.그녀의 말 한 줄 한 줄이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되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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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화. 남겨진 시간 속에서, 다시 너에게

차수연이 병원으로 복귀한 날, 이른 아침부터 공기에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병원의 벽과 복도는 그대로였다.그녀의 발걸음이 바닥을 스칠 때마다 마치 그때의 기억들이 하나씩 깨어나는 듯했다.간호사들이 그녀를 보며 수군거렸다.‘그 사람 맞지 않아?’‘다시 돌아온다고 했대…’익숙한 속삭임, 그러나 이번엔 그녀는 그 소리에 흔들리지 않았다.그녀는 무표정하게 인사하고, 조용히 자신의 자리를 찾아갔다.그곳엔 새로 놓인 이름표가 있었다.심장내과 부교수 차수연이전보다 조금 높은 자리였지만, 그녀의 손끝은 여전히 떨렸다.‘이 자리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 줄은 몰랐는데…’그녀는 천천히 청진기를 들어 올렸다.이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다시 살아 있다는 실감처럼 느껴졌다.같은 시각, 대표실.강우혁은 창밖을 바라보다가 보고서를 덮었다.오전 회의에 집중하지 못한 지 이미 오래였다.그녀의 복귀 소식이 공식 문서로 전달된 날부터,그는 무의식적으로 시간을 세고 있었다.“대표님, 차 교수님 출근하셨습니다.”비서의 말에 그는 짧게 대답했다.“알겠습니다.”그 한마디가 끝이었지만, 그의 손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그녀가 돌아왔다.하지만 다시 마주할 자신이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그녀는 그동안 스스로를 지켜낸 사람이고, 그는 아직도 그날의 약속 속에서 멈춰 있던 사람이었다.그는 잠시 책상 위에 놓인 오래된 청진기를 바라봤다.그녀가 두고 간 것이었다.그는 그것을 손에 쥐며, 천천히 중얼거렸다.“이제, 나도 다시 시작해야겠지.”오후 회의가 끝나고, 수연은 복도 끝 회의실 앞에서 발을 멈췄다.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들 중 하나가 유난히 또렷하게 귀에 꽂혔다.“대표님, 심장내과 인사 건은 어떻게 처리할까요?”그녀는 가볍게 웃었다.‘여전히 병원은 그 사람의 리듬으로 돌아가고 있구나.’회의가 끝나고 문이 열렸다.그녀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었다.그리고, 그와 마주쳤다.시간이 멈춘 듯했다.그의 시선은 예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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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화. 심장이 기억하는 주파수

새벽 공기가 유난히 맑았다.창문을 열자, 미세한 빗방울이 안으로 스며들었다.차수연은 그 빗소리에 잠이 깼다.병원 근처에 있는 작은 원룸, 책상 위엔 환자 차트와 의학 논문들이 어지럽게 펼쳐져 있었다.그녀는 천천히 일어나 창가에 기대었다.유리창 너머로 비치는 회색 하늘이, 마치 오래된 기억을 닮아 있었다.“다시, 이곳이구나.”그녀의 입술에서 새어 나온 말은안도의 숨결과 두려움이 섞인 낮은 목소리였다.그날 오전, 병원 회의실.심장내과의 새로운 프로젝트가 발표되는 자리였다.대표석 끝에 앉은 강우혁은 문서를 읽고 있었고, 수연은 발표자로 서 있었다.“이번 케이스는 심부전 말기 환자에 대한 복합 치료 연구입니다.”그녀의 목소리는 단단했다.차트가 화면에 뜨자,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쏠렸다.“이 환자는 수술 불가능 판정을 받았지만,감정적 요인과 스트레스 반응의 연관성을 근거로 심리-심혈관 융합치료를 시도하려 합니다.”그녀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강우혁을 향했다.“심장은 생각보다 감정에 민감합니다.두려움이나 외로움, 혹은… 그리움 같은 감정이 맥박의 패턴을 바꾸기도 하죠.”그 말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회의실 안 공기가 서늘해졌다.그녀의 말이 단순한 의학적 설명이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은 단 한 명이었다.그의 손가락이 문서를 덮었다.그녀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짧은 침묵, 그러나 그 사이엔 수년의 공백이 오갔다.회의가 끝난 뒤, 수연은 혼자 병동 복도를 걸었다.심장병동은 여전히 냉정한 기계음으로 가득했다.삐~, 삐~, 규칙적인 소리들. 그 속에서 한 노인의 낮은 숨소리가 들렸다.“교수님, 그 환자 오늘 아침부터 안 좋습니다.”간호사의 말에 그녀는 재빨리 들어갔다.침대 위엔 마른 얼굴의 남자가 누워 있었다.심박 수치는 불규칙했고, 눈빛은 초점이 없었다.그녀는 환자의 손을 조용히 잡았다.“괜찮으세요, 박 선생님?”남자는 미약하게 미소 지었다.“…그냥… 조금 무섭네요.”“무서울 때는, 눈을 감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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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화. 당신이 남긴 온도

비가 그친 새벽, 병원 복도는 여전히 고요했다.밤새 내린 비로 창문 유리가 뿌옇게 젖어 있었고,그 위로 첫 햇살이 얇게 스며들었다.그 빛 속에 서 있는 차수연은 마치 오래된 그림 속 인물처럼 고요했다.그녀는 손에 커피를 들고 있었다.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 탓에 얼굴은 조금 창백했지만 눈빛만은 단단했다.그녀는 창밖으로 시선을 옮기며 조용히 속삭였다.“오늘은… 아무도 잃지 말자.”오전 회진 시간.병동 복도에는 환자들의 숨소리와 기계음이 섞여 있었다.그녀는 침대 옆에서 환자의 손을 잡고 있었다.그 손은 마치 오래된 종이처럼 얇고, 차가웠다.“박 선생님, 아침이에요. 눈 떠보세요.”그녀의 목소리에 환자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움직였다.“괜찮아요. 천천히, 그렇게.”그때 문이 열리며 강우혁이 들어왔다.하얀 가운 안쪽의 셔츠는 단정했지만, 그의 표정은 어딘가 지쳐 있었다.“심박수는 안정됐습니까?”“조금씩요. 하지만 완전히 회복되려면 시간이 필요해요.”“당신은요?”그녀가 잠시 고개를 들었다.“저요?”“당신도… 좀 쉬어야죠.”그녀는 웃었다.“대표님은 아직도 그런 말 하시네요.”“무슨 말이요?”“저한테 쉬라는 말요. 그게 제일 어려운 거 아시잖아요.”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저 그녀의 손끝이 환자의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을 바라봤다.그 손길이 얼마나 따뜻한지, 그녀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그 따뜻함으로 버텨왔는지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수연 씨.”그녀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그의 목소리에는 어딘가 조심스러운 떨림이 묻어 있었다.“오늘 점심, 같이 하시죠.”“대표님이요?”“네. 회의 전에 식사 좀 합시다.당신 요즘 너무 무리해요.”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근데, 제가 사겠습니다.”“그건 안 됩니다. 제가 초대한 거니까요.”“그럼 반반이에요.”“아직도 그런 건 고집하네요.”“그 고집이, 저를 여기까지 오게 했죠.”그는 짧게 웃었다.그 웃음은 예전보다 훨씬 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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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화. 기억이 맥박이 될 때

그날 새벽, 병원 응급실은 평소보다 조용했다.심야에 실려오는 환자도 드물었고,창밖에서는 새벽비가 조용히 유리창을 두드리고 있었다.차수연은 응급차 도착 알람 소리에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응급 환자 도착 예정입니다. 심근경색 의심.”무전이 울리자, 그녀는 재킷도 걸치지 못한 채 뛰어나갔다.비에 젖은 바람이 얼굴을 스쳤지만, 그녀의 걸음은 망설임 없이 빠르고 단정했다.들것 위의 남성은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피부는 창백했고, 손끝이 파랗게 변해 있었다.“산소 포화도 80 이하로 떨어집니다!”간호사의 목소리가 떨렸다.“도파민 투여하고, 바로 준비해요. 심초음파 연결.”그녀의 지시가 끊임없이 이어졌다.손끝은 빠르게 움직였지만,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잠시 뒤, 복도 끝에서 누군가 뛰어 들어왔다.하얀 가운 자락이 젖은 바닥을 스치며 퍼졌다.“무슨 일이죠?”강우혁이었다.“심근경색이에요. 응급 시술 준비해야 해요.”“제가 들어갑니다.”그녀는 잠시 그를 쳐다봤다.“대표님, 직접 하실 필요는…”“이 환자, 우리 병원 의사입니다. 내가 합니다.”그의 단호한 말에, 그녀는 더는 말하지 않았다.마스크를 고쳐 쓰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제가 보조하겠습니다.”두 사람의 시선이 잠시 마주쳤다.그 순간, 서로의 눈빛 속에서 어떤 오래된 기억이 다시 깨어났다.수술실 안은 숨소리조차 무겁게 가라앉았다.모니터의 숫자가 오르내릴 때마다 차수연의 손끝이 흔들렸지만, 그녀는 그걸 드러내지 않았다.강우혁의 목소리가 짧고 명확하게 울렸다.“혈압 떨어진다. 볼륨 올려.”“니트로글리세린 투여.”“관류 확인.”“좋아요, 조금만 더.”수술은 세 시간 가까이 이어졌다.시간의 감각이 흐려지는 동안에도,그녀는 그가 말하지 않아도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그건 예전처럼, 한 호흡으로 이어지는 두 사람의 호흡이었다.“스탑.”그의 짧은 외침과 함께, 기계음이 안정되었다.심전도 선이 일정한 리듬을 그리기 시작했다.그제야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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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화. 심장이 기억하는 사람

아침 햇살이 병원 창문을 천천히 비췄다.차수연은 커튼을 걷고, 잠시 눈을 감았다.밤새 이어진 긴장감이 몸을 묶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단단했다.책상 위엔 어젯밤 환자 회복 차트가 놓여 있었다.환자의 심박은 안정적이었다.그녀는 그 숫자를 보며 미묘하게 숨을 고르다가, 무의식적으로 손목 위를 눌렀다.심장이 천천히 뛰고 있었다.그 맥박이 이상하게 따뜻했다.그건 자신의 것이면서, 누군가의 박동과 겹쳐져 있었다.병동을 돌던 강우혁은 복도 끝에서 그녀의 뒷모습을 발견했다.환자 앞에서 미소 짓는 얼굴, 손끝으로 담요를 고쳐 덮어주는 그 섬세한 동작.그는 그 장면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조용히 다가가 말을 건넸다.“오늘은 표정이 조금 편안하네요.”그녀가 고개를 돌리며 미소 지었다.“대표님은 반대로 피곤해 보이세요.”“어제 수술 후 보고서가 밀려서요.”“그럴 줄 알았어요.”그녀는 잠시 멈칫하다가, 그의 어깨를 바라봤다.“대표님, 혹시… 어젯밤에도 잠 못 주무셨죠?”“예. 근데, 나쁜 밤은 아니었습니다.”그의 대답에 그녀는 고개를 갸웃했다.“왜요?”“어제 당신이 쓴 보고서 읽었어요.”“제 보고서요?”“‘심장은 기억한다.’ 그 문장.”그녀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그건… 제 독백 같은 거예요.”“그래서 더 와 닿았습니다.”그의 시선이 깊어졌다.“차 교수, 당신은 여전히 사람의 마음을 읽어요.”“그게 제 일이니까요.”“아니요. 그건 당신의 본능입니다.”그녀는 잠시 고개를 숙였다.그 말이 이상하게, 가슴 한가운데 꽂혔다.점심 무렵, 그들은 회의실에 마주 앉았다.프로젝트 중간 점검 회의였지만, 공기 속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이번 치료 프로그램의 핵심은 환자 정서 안정입니다.”그녀가 발표를 이어가자, 모니터에는 환자의 심전도 그래프가 떠올랐다.“이 사람의 심장은… 단순한 의학적 문제가 아닙니다.”그녀의 목소리가 낮지만 단단하게 울렸다.“두려움, 상실, 그리고 죄책감이 심박 리듬을 교란시키고 있어요.”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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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화. 당신이 내 안에서 뛰고 있다

밤새 내린 비가 멎고, 새벽의 공기는 유난히 맑았다.창문 너머로 비에 젖은 나뭇잎들이 반짝이며 흔들리고 있었다.차수연은 커튼을 걷고 그 풍경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그녀의 손끝이 커피잔에 닿았고, 뜨거운 온기가 손바닥에 스며들었다.“오늘은… 무사해야 돼.”습관처럼 중얼거린 말이었다.자신을 향한 다짐이면서, 동시에 누군가를 향한 기도였다.책상 위엔 환자 차트와 함께, 강우혁이 남긴 메모가 있었다.짧은 문장 하나.“당신이 있는 한, 여기는 멈추지 않습니다.”그녀는 그 문장을 손끝으로 더듬으며 천천히 웃었다.그 말은 이상하리만큼 안정감을 주었다.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이 이토록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줄 줄은 몰랐다.아침 회의가 끝난 뒤, 그녀는 병동을 돌며 환자들을 살폈다.하얀 복도에 비친 그녀의 모습은 여전히 단정했지만, 눈빛만큼은 어딘가 달라져 있었다.더 이상 피로에 짓눌린 의사의 얼굴이 아니었다.어쩐지, 무언가를 지켜내려는 사람의 눈빛이었다.그녀가 마지막 병실에서 나오려던 찰나, 복도 끝에서 그가 다가왔다. 강우혁이었다.오늘은 하얀 가운 대신 어두운 셔츠 차림이었다.단정한 그 복장이 낯설게 느껴질 만큼, 그의 표정엔 묘한 부드러움이 깃들어 있었다.“교수님.”“대표님.”“이렇게 자주 마주치는 것도, 이젠 운명 아닐까요?”“운명이요?”“아니면, 심장이 장난을 치는 걸지도요.”그녀는 고개를 돌리며 웃었다.“의사가 그런 비유를 하다니요.”“의사도 사람입니다.”“그럼, 그 심장은 지금 어떤 상태입니까?”“불안정하죠. 그쪽 때문에 계속 불규칙하니까.”그녀는 말없이 그를 바라봤다.농담처럼 들렸지만, 그의 눈빛은 진심이었다.오후. 병원 옥상.비에 젖은 의자와 난간 위에 물방울이 반짝였다.그녀는 잠시 병동의 소음을 피해 올라와 있었다.하얀 바람막이 위로 바람이 스쳤고, 그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이상하죠. 오늘은 하늘이 너무 맑아요.”“대표님도 여길 자주 오시네요.”“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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