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대표님, 심장이 위험합니다.: Bab 11 - Bab 20

51 Bab

11화. 균열 속의 온기

창문 밖으로 바람이 몰아쳤다. 파도는 높게 부서지고, 창가에 앉은 수연의 손끝은 떨리고 있었다. 지현이 던진 말이 여전히 머릿속을 가르고 있었다.환자를 죽였다. 병원에서 도망쳤다.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데, 이상하게 그 말이 낯설지 않았다. 수술실의 강렬한 조명, 심장 모니터의 날카로운 알람음, 차갑게 식어가던 손의 감각. 마치 오래된 악몽이 다시 살아난 듯, 숨이 막혔다.“수연 씨.”낮게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우혁이 거실 불빛 아래 서 있었다. 그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저 여자가 한 말 때문에 이렇게 괴로워합니까.”수연은 애써 웃으려 했지만, 입술만 떨렸다.“만약… 만약 사실이라면요? 정말 제가 환자를 죽게 했다면… 대표님 옆에 있어도 되는 걸까요.”그 말에 우혁은 한 발 다가서더니 그녀의 양 어깨를 단단히 붙잡았다.“사람은 누구나 흔들립니다. 하지만 제가 본 당신은, 죽음을 두려워하기보다 살리려 몸을 던지는 사람이었어요. 제 심장이 멎었을 때, 본능처럼 저를 살렸잖아요.”그의 목소리는 단호했고, 눈빛은 절실했다.“그게 진짜 차수연입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수연의 눈에서 눈물이 터져 흘렀다. 손등으로 거칠게 닦았지만, 멈추지 않았다.저녁, 두 사람은 식탁에 마주 앉아 있었다. 숟가락을 든 수연의 손은 여전히 힘이 없었지만, 우혁은 아무 내색 없이 차분히 음식을 떠 주었다.“대표님,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돼요.”“당신이 먹어야 제가 안심합니다.”짧은 대화였지만, 그 안엔 묘한 울림이 있었다. 수연의 가슴은 알 수 없는 따스함으로 채워졌다. 그러나 동시에 머릿속 어둠은 사라지지 않았다.밤이 깊자, 수연은 작은 방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눈을 감으면 지현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환자를 죽였다. 심장이 저릿하게 조여들었다.그 순간, 방문이 살짝 열리고 우혁이 조심스럽게 들어왔다.“잠들지 못했군요.”수연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그의 눈가에도 피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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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불길한 이름

새벽녘, 서재 불빛만 홀로 켜져 있었다. 책상 위, 구겨진 기사와 문서 조각들이 흩어져 있었고, 그 위에 우혁의 손이 무겁게 얹혀 있었다. 밤새 검색하며 뒤지던 화면 속에서 드러난 이름.민도혁.그 이름을 입술 사이로 굴리자, 심장이 묘하게 덜컥거렸다. 단순히 불편한 낯섦이 아니었다. 상대가 단순한 개인이 아니라, 이미 치밀한 세력과 권력을 움켜쥔 자라는 직감이 전율처럼 스쳤다.“차수연을 끝내려는 자. 그가 판을 짜고 있다.”손끝이 서류를 세게 움켜쥐었다. 종이가 찢어질 만큼 힘이 들어갔지만, 눈빛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당신이 누구든 상관없다. 이번에는 내가 지킬 거다.”아침, 부엌에는 커피 향이 퍼져 있었다. 수연은 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쥔 채 멍하니 앉아 있었다. 눈 밑은 희미하게 붉었고, 어제의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은 얼굴이었다.우혁이 다가와 조용히 컵을 내려놓았다.“조금이라도 드세요. 몸을 챙겨야 합니다.”그녀는 겨우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눈동자는 여전히 불안했다.“대표님… 정말 제가 그 사람, 맞는 걸까요?”그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이어갔다.“어제 본 기사랑 기록들, 너무 선명했어요. 기억은 없는데… 제 몸이 반응했어요. 수술실 냄새 같은 게… 떠올랐다고 해야 할까요. 마치 정말… 내가 환자를 죽였던 것처럼.”우혁은 그녀 앞에 앉아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그건 조작된 겁니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당신을 무너뜨리려 하고 있어요.”그의 목소리는 강했지만, 수연은 고개를 떨군 채 속삭였다.“만약 그게 사실이면… 대표님까지 위험하게 만드는 거잖아요.”그 순간, 우혁의 눈빛이 깊어졌다.“당신을 지키는 게 위험하다면, 그 위험조차 감수하겠습니다.”짧고 단호한 말. 수연은 눈을 크게 떴다. 가슴이 벅차오르는 동시에, 미안함과 두려움이 뒤섞였다. 눈물이 고이자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의 손이 조용히 다가와 그녀의 눈물을 닦아냈다.그날 오후, 우혁은 따로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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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무너지지 않는 믿음의 무게

며칠 후, 수연은 장을 보기 위해 작은 시장을 찾았다. 바구니를 들고 물건을 고르던 그녀의 곁으로 지현이 자연스럽게 다가왔다.“또 만나네요. 역시 인연인가 봐요.”수연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지만, 지현은 태연하게 바구니 속을 들여다보며 말했다.“요리를 배우고 계신가 봐요? 서울에 계실 때는 손에 칼만 잡던 분이었는데.”그 말에 수연의 숨이 막혔다.“칼…?”머릿속 어딘가가 울렸다. 수술실, 메스, 환자의 가슴을 가르는 장면. 기억이 아닌데도 손끝이 시렸다.“그만하세요…”그녀가 힘겹게 내뱉자, 지현은 미소를 지었다.“왜요? 진실을 마주하는 게 두렵습니까? 도망친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요.”수연은 바구니를 떨어뜨릴 뻔하며 뒷걸음질 쳤다. 가슴이 저릿하게 죄어오고, 숨이 가빠졌다.그 순간, 뒤에서 우혁의 손이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이제 그만하십시오.”그의 목소리는 낮고 단단했지만, 눈빛은 서늘하게 빛났다.“당신이 무슨 의도로 접근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더 이상 곁을 맴돌면 좌시하지 않겠습니다.”지현은 잠시 웃음을 잃었지만, 곧 다시 미소를 띠며 물러섰다.“대표님, 저야 도움을 주려는 것뿐인데요. 괜히 예민하시네요.”그러나 떠나가는 그녀의 눈빛에는 분명한 확신과 승리감이 어렸다.집으로 돌아온 후, 수연은 거실에 앉아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쥐었다.“대표님… 저, 무서워요. 기억이 없는데, 몸은 자꾸 반응해요. 혹시 정말 제가…”그녀의 목소리는 울먹였고, 눈동자는 흔들렸다.우혁은 그녀 앞에 앉아 눈을 마주쳤다.“듣지 마세요. 그건 거짓입니다. 당신을 무너뜨리려는 의도적인 공격이에요.”“하지만…”“저를 보세요.”그의 손이 그녀의 손을 덮었다. 단단하고 따뜻한 체온이 불안으로 얼어붙은 심장을 조금씩 녹여냈다.“제가 믿는 건 기사나 기록이 아닙니다. 바로 당신입니다.”그 말에 수연의 눈에서 눈물이 터졌다. 이번에는 절망이 아닌, 붙잡히는 안도감이 실린 눈물이었다.그러나 같은 밤, 호텔 창가에 서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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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균열을 노리는 손

속초의 하늘은 유난히 흐렸다. 바닷바람은 잔잔했지만, 도심의 공기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긴장이 깔려 있었다.수연은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었다. 손에 들린 바구니는 가벼웠지만, 발걸음은 무겁게 가라앉았다. 도혁과 마주한 순간의 공포가 여전히 몸을 옥죄고 있었다. 기억은 없는데, 낯선 남자의 목소리와 눈빛이 온몸을 경직시켰다.“차수연.”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스쳐 지나간 듯, 바구니를 떨어뜨릴 뻔했다.“괜찮습니까?”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깜짝 놀라 돌아보니, 다행히 우혁이었다. 그는 장바구니를 대신 들어주며 짧게 미소 지었지만, 눈빛은 예리하게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오늘따라 사람들이 많은데, 절대 혼자 움직이지 마십시오.”그의 말은 단호했지만 따뜻했다. 수연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같은 시간, 호텔 스위트룸.민도혁은 소파에 앉아 서류를 넘기고 있었다. 옆에는 지현이 있었다.“대표님과 차수연, 둘 다 이제 경계심이 강해졌습니다. 섣불리 움직이면”“섣불리?” 도혁의 목소리가 차갑게 끊었다.“나는 오래 기다리지 않는다. 균열은 이미 생겼다. 더 세게 밀어붙이면 된다.”그는 서류를 덮으며 지현을 바라봤다.“네 역할은 단순하다. 그녀 곁에 더 가까이 파고들어라. 의사라는 이름으로, 동정과 관심으로. 무너뜨릴 건 그녀 스스로의 죄책감이니까.”지현은 천천히 미소 지었다.“알겠습니다. 더 이상 도망칠 수 없게 옆에 붙어 있겠습니다.”며칠 뒤, 봉사 의료팀이 운영하는 임시 진료소에서 수연은 사람들을 도우며 간단한 봉사 일을 거들고 있었다. 기억은 없지만, 몸이 움직이는 순간마다 묘한 익숙함이 되살아났다.환자의 맥박을 짚을 때, 붕대를 감을 때, 손끝이 자연스레 익숙하게 반응했다.“역시…”옆에서 지현이 다가와 속삭였다.“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면서, 손은 여전히 기억하네요. 의사였던 본능은 사라지지 않았군요.”수연은 움찔하며 붕대를 감던 손을 멈췄다.“저… 그런 말 하지 마세요.”“왜요? 부정한다고 해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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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기억의 파편

새벽 공기는 차갑게 스며들었다. 우혁은 서울 병원 옛 기록 보관실에서 찍어온 복사본을 책상 위에 펼쳐 놓고 있었다. 차트에는 분명히 수연의 이름이 적혀 있었지만, 서류 전체가 교묘하게 훼손돼 있었다. 마치 누군가 흔적만 남겨 두고 의도적으로 지워낸 것처럼.“수술 성공… 환자 회복.”그 문장을 손끝으로 짚으며, 우혁은 낮게 중얼거렸다.“당신이 아니었다면, 난 이미 이 세상에 없었을 거다.”그의 시선은 문서 속 희미한 글자에서 천천히 창밖 바다로 옮겨갔다. 어둠 속 파도가 치는 소리와 함께, 마음속에서는 다시 한 번 단단한 결심이 굳어졌다.“민도혁… 네가 무슨 짓을 해도, 이제는 막아낸다.”한편, 수연은 오피스텔 주방에서 칼을 잡고 있었다. 양파를 자르던 순간, 날카로운 빛이 눈앞에서 번쩍였다. 칼끝이 스칠 때마다, 머릿속에서 전혀 다른 장면이 파도처럼 밀려왔다.심장 메스를 잡던 순간. 차갑게 열리는 환자의 흉부. 심장이 멎어가는 알람음.“아…!”칼이 손끝을 스쳤고, 순간 피가 맺혔다.그때 곧장 우혁이 달려왔다.“괜찮습니까!”그는 급히 그녀의 손을 붙잡아 흐르는 피를 막았다. 그녀는 숨을 몰아쉬며 눈을 질끈 감았다.“죄송해요… 그냥… 순간적으로 다른 장면이 떠올랐어요. 제가 환자를 살리려던 건지, 죽게 한 건지… 더 이상 모르겠어요.”우혁은 그녀의 피 묻은 손을 단단히 감싸쥐었다.“당신이 살린 겁니다. 절 봐요. 제가 그 증거 아닙니까.”그의 눈빛이 깊게 꽂히자, 수연의 눈가에서 눈물이 터졌다. 하지만 이번엔 절망 속 눈물이 아니라, 믿고 싶다는 갈망이 섞인 눈물이었다.그날 밤, 우혁은 몰래 병원 인맥을 통해 더 깊은 자료를 수집했다. 화면 속에는 분명 수연의 서명이 찍힌 수술 기록이 있었다. 그러나 서명이 흐릿하게 덮여 있었고, 기록 마지막 부분에는 낯선 필체로 새겨진 문장이 붙어 있었다.“수술 실패. 환자 사망.”“거짓말…”우혁의 눈빛이 차갑게 굳었다.“누군가가 같은 기록에 두 개의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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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조작된 진실

이른 아침, 속초의 하늘은 흐려 있었다. 바람은 무겁게 깔려 있었고, 바다는 잔잔했지만 곧 폭풍이 닥칠 듯한 기운이 감돌았다.수연은 오피스텔 거실에서 멍하니 서류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현관 앞에 놓여 있던, 출처 불명의 봉투. 호기심과 두려움이 뒤섞인 손끝이 봉투를 열자, 그 안에는 한 장의 보고서가 들어 있었다.부검 소견서.‘환자 ○○, 수술 중 사망. 집도의: 차수연.’붉은 도장이 선명히 찍혀 있었다.손끝에서 힘이 빠졌다. 종이가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온몸이 차갑게 식어갔다.“아니야… 아니야, 이건… 거짓말이야…”그러나 활자 하나하나는 너무도 선명했다. 기억은 흐릿하지만, 죄책감은 다시 그녀를 삼켜 버렸다.그 순간, 문이 열리며 우혁이 들어왔다. 그녀의 얼굴을 보자마자, 눈빛이 차갑게 바뀌었다.“이건 뭐죠?”그는 바닥에 떨어진 부검 기록을 집어 들었다. 서류를 훑는 순간, 눈빛이 서늘하게 굳어졌다.“…역시, 민도혁.”수연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대표님… 이게 사실이면… 전 정말… 환자를 죽게 만든 사람이에요?”그녀의 눈에는 절망이 번지고 있었다. 우혁은 곧장 그녀 앞에 무릎을 꿇고 손을 붙잡았다.“아닙니다. 이건 조작입니다. 당신이 나를 살린 것처럼, 다른 환자도 살렸을 겁니다. 이건 누군가의 손으로 씌워진 누명일 뿐입니다.”“하지만 왜… 제 이름이 이렇게 남아 있는 거죠. 왜 자꾸 증거들이 제 잘못을 말하는 거죠…”그녀는 울먹이며 고개를 저었지만, 눈동자 속에서는 이미 흔들림이 깊어지고 있었다.우혁은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수연 씨, 제 심장을 들어보세요. 지금 뛰고 있는 이 박동은 당신이 살려낸 겁니다. 그게 진짜 증거입니다.”그녀의 귀에 그의 심장 박동이 울려왔다. 강하고 일정한 리듬이, 부검 기록의 활자보다 훨씬 더 살아 있는 진실처럼 느껴졌다.눈물이 쏟아지며 그녀는 그 품에 얼굴을 묻었다.“저, 믿어도 되나요…?”“네. 제가 끝까지 진실을 찾아내겠습니다. 어떤 거짓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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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멈췄던 심장이 다시 뛸 때

우혁이 없는 공간은 차갑게 느껴졌다. 하지만 동시에, 그가 진실을 찾으러 간다고 말하던 순간의 단단한 눈빛이 떠올라, 가슴이 따뜻해졌다.“돌아올 때까지… 기다리자.”스스로에게 속삭였지만,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다.한편, 호텔 스위트룸.민도혁은 이미 소식을 접하고 있었다.“강우혁이 병원에 들어갔다고요?”그는 낮게 웃으며 잔을 내려놓았다.“예상보다 빠르군. 하지만 기록은 이미 내 손 안에 있다. 남아 있는 건 전부 지워버려라.”지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만약 그가 진짜 단서를 찾는다면요?”도혁의 눈빛이 차갑게 번쩍였다.“찾기 전에, 내가 먼저 움직이면 된다.”늦은 밤, 서울.우혁은 병원 기록실에서 나온 뒤 깊은 숨을 몰아쉬었다. 머릿속에서는 단 하나의 사실이 계속 맴돌았다.차수연은 누명을 썼다.그리고, 그 배후는 민도혁이다.핸드폰을 꺼내 수연에게 전화를 걸었다.“곧 돌아갑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수연의 떨리는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네… 기다릴게요. 꼭… 돌아와 주세요.”그 짧은 대화 속에서, 서로의 마음은 더 강하게 연결되어 있었다.그러나 그 순간, 어둠 속에서 또 다른 그림자가 움직이고 있었다.민도혁은 병원을 떠나는 우혁의 차를 몰래 뒤따르며 낮게 중얼거렸다.“이제 네 차례다, 강우혁. 네가 그녀를 지키려는 순간, 오히려 무너지는 걸 보게 될 거야.”속초로 향하는 밤길, 폭풍의 기운이 짙어지고 있었다.밤길은 고요했지만, 우혁의 가슴은 편치 않았다. 서울에서 속초로 향하는 고속도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머릿속에는 병원 기록실에서 들은 말만 맴돌았다.“당시 집도의는 두 명이었습니다. 하나는 차수연, 다른 하나는 이름이 지워져 있었습니다.”그 이름 없는 그림자가 누구인지, 따로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었다. 민도혁.“거기까지 손을 뻗어 조작했다는 건… 진실을 드러내면 그만큼 치명적이라는 뜻이겠지.”그는 핸들을 단단히 쥐었다. 그러나 그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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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흔들리는 기억

휴게소 주차장. 한기가 감도는 밤공기 속, 두 사내가 점점 좁혀 오며 칼날이 빛을 뿜었다. 우혁은 숨을 고르며 발뒤꿈치를 살짝 낮췄다. 몸을 지키려는 자세였지만, 눈빛만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대표님, 마지막 경고입니다.”사내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다.“이 일에 더 이상 끼어들지 마십시오. 당신이 살아남고 싶다면.”우혁은 미소 비슷한 것을 지었다.“난 이미 한 번 죽었다 살아난 사람입니다. 두 번 죽는다고 겁나진 않죠.”그 순간, 사내가 달려들었다. 칼날이 어둠을 가르며 번쩍였다. 우혁은 몸을 비틀어 피하며 팔로 상대를 밀쳐냈다. 충돌과 함께 금속성 소리가 울렸다.“잡아!”다른 사내까지 뛰어들자, 우혁은 순간적으로 주차된 차량 사이로 몸을 던졌다. 좁은 공간에서 칼을 휘두르긴 어렵다. 그는 이를 악물고 벽을 등지고 섰다.심장이 터질 듯 뛰었지만, 그 박동은 단단히 살아 있었다. 이 박동은, 그녀가 되살린 거다. 그 생각이 곧 힘이 됐다.속초, 오피스텔. 수연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고 있었다. 불안이 극에 달한 순간, 또 한 번 기억의 조각이 터져 나왔다.수술실. 환자의 흉부가 열려 있고, 피가 넘쳐흘렀다. 모두가 손을 놓으려는 순간, 그녀가 소리쳤다.“포기하지 마! 전기 충격기 준비해요, 지금 당장!”순간, 심장이 쿵, 하고 뛰었다. 파편이 아니라, 완전한 한 장면이었다.“그래… 내가 살렸어. 분명히…”눈물이 왈칵 터져 나왔다.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손이 떨려 수화기를 들자, 우혁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수연 씨… 나예요.”“대표님! 어디예요, 괜찮으세요?”“괜찮습니다. 조금 늦어질 겁니다. 하지만 꼭… 돌아갑니다. 기다려주세요.”짧고 거친 대화였지만, 그 안에는 서로를 붙잡는 힘이 담겨 있었다.휴게소, 다시 대치. 사내들이 재차 달려들었고, 우혁은 근처에 떨어진 쇠파이프를 움켜쥐었다. 금속과 금속이 부딪히며 불꽃이 튀었다. 숨은 가쁘게 몰아쉬였지만, 그는 한 치도 물러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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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기록은 거짓을 말해도 심장은 기억한다

우혁의 눈이 빛났다.“그게 바로 당신입니다. 환자를 살리는 의사, 차수연.”그녀는 눈가를 적시며 고개를 끄덕였다.“조금씩… 돌아오고 있어요. 하지만 아직 확실하지 않아서… 무서워요.”그는 그녀의 손을 단단히 붙잡았다.“두려워도 괜찮습니다. 당신은 이미 길을 찾고 있으니까. 그리고 그 길 끝엔 제가 있습니다.”수연의 눈빛에 다시 온기가 번졌다.“…대표님, 왜 이렇게 절 믿어주시는 거예요?”우혁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낮게 속삭였다.“당신이 제 심장을 살려낸 사람이니까요. 그 사실 하나로 충분합니다.”수연의 눈에서 다시 눈물이 흘렀지만, 이번엔 두려움이 아니라 뜨겁게 벅차오르는 감정이었다.같은 시각, 호텔.민도혁은 창밖 속초 바다를 내려다보며 잔을 비웠다. 곁에서 지현이 조심스레 물었다.“계속 실패만 하는 것 같아 불안합니다. 강우혁은 생각보다 끈질겨요.”도혁은 잔을 내려놓으며 낮게 웃었다.“실패?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이제는 정면승부다. 그녀 앞에서 진실보다 더 잔인한 거짓을 보여주지. 그러면 스스로 무너지게 될 거야.”그의 눈빛은 차갑게 빛났다.“곧, 수연의 모든 과거가 뒤집힐 거다. 이번엔… 강우혁도 지켜내지 못할 테지.”그날 밤, 오피스텔 침실.수연은 창가에 앉아 달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옆에 앉은 우혁이 조용히 그녀를 지켜보다가 속삭였다.“오늘은 그냥, 아무 생각 말고 쉬세요. 내일은… 우리가 더 강해져야 하니까.”그의 말에 수연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달빛 아래, 두 사람의 그림자가 포개졌다.그 순간만큼은 세상의 거짓과 음모가 닿지 못하는 듯, 고요하고 따스했다.하지만 창밖 바다에서는, 또 다른 폭풍의 기운이 차오르고 있었다.아침 햇살이 커튼 사이로 스며들었지만, 오피스텔의 공기는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 수연은 창가에 앉아 무릎을 끌어안은 채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 눈가에는 붉은 기운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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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흔들림 속의 선택

늦은 오후, 오피스텔 문 앞에 택배 상자가 놓여 있었다. 발신인은 알 수 없었고, 묘한 불길함이 감돌았다. 수연은 망설이다가 결국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두꺼운 서류철과 USB가 들어 있었다. 서류 첫 장에는 큼직하게 이름이 적혀 있었다.“집도의: 차수연. 결과: 환자 사망.”숨이 막히는 듯한 압박이 목을 죄었다. USB를 꽂자 화면에 영상이 재생됐다. 피투성이 수술실, 절망적인 환자의 심전도. 그리고 화면 속 자신.“더는 못 합니다… 이 환자는…”목소리가 떨리고, 메스가 손에서 떨어지는 순간. 모니터는 여전히 일직선을 그렸다.수연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손끝이 떨렸고, 심장이 요동쳤다.“이건… 내가…?”그녀는 무릎을 꿇고 머리를 감쌌다. 기억 속 파편과 눈앞의 거짓 영상이 서로 충돌하며 머릿속을 뒤흔들었다.그때, 문이 열리며 우혁이 들어왔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그녀와 노트북 화면을 본 순간, 눈빛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곧장 USB를 뽑아내며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또 이런 짓을…”수연은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대표님… 저… 정말 저 사람이 맞는 건가요? 내가 그렇게 손을 놓았던 건가요?”우혁은 그녀의 어깨를 잡고 강하게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 거짓입니다. 당신이 포기했다면, 제가 살아 있을 리가 없어요.”그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수연 씨, 기억해 보세요. 당신의 손끝에서 심장이 다시 뛰던 순간을. 그 온기를 이미 느꼈잖아요.”수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가슴 깊은 곳에서 또 다른 장면이 터져 나왔다.“충격 준비! 하나, 둘, 셋!”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하던 순간, 환자의 몸이 들썩이던 모습, 그리고 안도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리던 자신.그녀는 손을 입술에 대며 흐느꼈다.“맞아요… 제가 살렸어요. 그런데 왜 자꾸… 이런 기록들이 제 잘못을 말하는 거죠?”우혁은 그녀를 끌어안으며 단호하게 말했다.“누군가가 당신을 무너뜨리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이번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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