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21 - Chapitre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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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폭풍 속으로 걸어 들어가다

오후가 되자, 수연은 바닷가를 걸었다. 파도 소리가 귓가에 울릴수록 기억 속 장면이 점점 선명해졌다. 수술실의 냉기, 심장 모니터의 경고음, 동료 의사들의 당황한 눈빛.그리고 무엇보다, 환자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하던 그 순간의 울림.심장이 손끝에서 쿵 하고 살아나던 감각이 너무도 생생하게 되살아났다.“그때… 난 분명 살렸어. 그런데 왜…”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하지만 이번 눈물은 단순한 두려움이 아니라, 억울함과 분노가 뒤섞인 눈물이었다.뒤에서 다가온 우혁이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또 기억이 난 겁니까?”“네… 조금 더 선명해졌어요. 제가 살렸는데, 기록은 계속 반대로 말해요. 이게 얼마나 잔인한 건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아요.”그녀의 목소리에는 떨림 대신 힘이 섞여 있었다. 우혁은 그런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그게 바로 도혁이 원하는 겁니다. 당신을 혼란에 빠뜨려 결국 스스로를 무너뜨리게 만드는 것. 하지만 이번엔 그럴 수 없을 겁니다. 당신은 이미 기억을 붙잡고 있으니까.”수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두려움은 남아 있었지만, 예전처럼 쉽게 무너지지는 않았다.“…대표님, 제가 버틸 수 있을까요?”“네. 당신은 이미 버티고 있습니다.”짧은 대화였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신뢰와 감정이 스며들었다.그러나 어둠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호텔 스위트룸에서 도혁은 새로운 조치를 지시하고 있었다.“내일 아침, 봉사 의료팀을 속초에 파견하라고 해라. 그녀가 그곳을 마주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 동료들이 오면, 차수연은 스스로 숨어 있지 못할 테니까.”그의 입술이 잔혹하게 휘어졌다.“동료의 눈빛은 무엇보다 날카로운 칼날이지. 질투와 시기, 그리고 의심… 그 어느 것도 피할 수 없을 거다.”늦은 밤, 오피스텔.수연은 창가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속삭였다.“대표님… 내일은 또 어떤 일이 올까요.”우혁은 옆에서 커튼을 걷고 달빛을 끌어들이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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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시선의 무게

항구에 세워진 임시 진료소는 아침부터 북적였다. 환자들을 돌보는 의료진들 사이로 긴장된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수연이 카페에서 지현과 마주쳤다는 소문은 순식간에 퍼졌고, 그 사실은 곧 의료팀 전체의 시선을 자극했다.진료소 안쪽에서 누군가가 낮게 속삭였다.“차수연? 설마 진짜야?”“벌써 죽은 줄 알았는데… 살아 있었다고?”“하지만 기록에 남아 있잖아. 그 환자… 그녀가 실패해서 죽었다는.”흰 가운을 입은 사람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쏠리자, 수연의 숨이 잠시 막혔다. 그 시선은 호기심과 경계, 그리고 은근한 조롱이 섞여 있었다.잠시 후, 지현이 일부러 목소리를 높였다.“다들 놀랐죠? 맞아요. 저 사람, 차수연이에요. 천재 의사라 불렸지만 결국 환자를 죽게 만든 그 이름.”공간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수연의 손끝이 차갑게 굳었다. 목이 바짝 말랐지만, 그녀는 이번에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억눌린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었지만, 동시에 기억 속에서 되살아나는 심장의 울림이 귓가에 겹쳤다.쿵… 쿵…살아나던 박동. 그것이 거짓된 기록을 짓눌렀다.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조용히 입을 열었다.“…그래, 나 차수연이야. 하지만 내가 어떤 의사였는지는, 기록 몇 장으로 규정할 수 없어.”순간, 주변의 웅성거림이 멎었다.지현의 미소가 삐딱하게 휘어졌다.“잘도 말하네. 네 손 때문에 가족을 잃은 사람도 있는데? 네가 천재라고 불릴 땐 좋았겠지. 하지만 결국은 실패한 의사잖아.”말끝이 날카롭게 베어 왔지만, 이번에도 수연은 흔들리지 않았다. 눈빛은 고통을 안고 있었지만, 동시에 결심이 서려 있었다.“그날의 진실은 내가 끝내 밝힐 거야. 누가 뭐라 해도.”그 순간, 문이 열리며 우혁이 들어왔다. 그의 눈빛은 차갑게 빛나며 곧장 지현에게 향했다.“말이 지나칩니다. 환자 가족의 아픔을 핑계로 동료를 몰아세우는 건 의사가 할 일이 아니죠.”지현은 비웃으며 팔짱을 꼈다.“강우혁, 당신이 뭔데 그녀를 두둔해? 사업가 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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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내 심장이 당신의 무죄를 증명할 때

지현의 얼굴이 굳어졌다.“당신 말만으로 충분할 것 같아? 병원 기록, 차트, 동료들의 증언까지 다 있는데?”우혁은 지현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거짓된 기록은 언제든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살아 있는 사람의 심장은 위조할 수 없죠.”순간, 수연의 눈가가 젖었다. 우혁의 말이 그녀의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아 주고 있었다.그날 밤, 의료팀 숙소. 지현은 동료 몇 명과 함께 비밀리에 서류를 받아 들고 있었다. 서류 안에는 ‘부검 기록’이라 적힌 문건과 함께 사진 몇 장이 들어 있었다.“이게…” 지현은 눈빛을 좁혔다.“정말이라면, 차수연은 더 이상 도망칠 수 없겠군.”그녀는 서류를 닫으며 입술을 비틀었다.“내일… 모두가 보는 앞에서 확인시켜 주겠어.”오피스텔. 수연은 창가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날의 긴장이 아직도 가슴을 죄어 오고 있었다.“대표님…”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제가 혹시… 정말 잘못한 게 맞다면, 그때 전부 드러날 거예요. 그게 무서워요.”우혁은 그녀 곁에 앉아 조용히 대답했다.“무서운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오늘 당신은 도망치지 않았습니다. 그 자체로 이미 과거의 당신과 달라졌습니다.”수연의 눈이 젖었지만, 고개는 천천히 끄덕여졌다. 그녀는 아직 혼란스러웠지만, 무너지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우혁은 그녀의 손을 잡고 낮게 속삭였다.“무슨 일이 있어도, 진실은 결국 드러납니다. 그리고 그때,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모두 알게 될 겁니다.”두 사람의 손이 포개지고, 창밖으로는 어둠을 몰아내듯 달빛이 차올랐다. 그러나 바다 저편에서는 또 다른 폭풍의 기운이 꿈틀거리고 있었다.속초 항구에 세워진 임시 진료소는 이른 아침부터 북적였다. 주민들이 치료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었고, 의료진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공기 속에는 설명하기 힘든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어제부터 의료진들 사이에 퍼진 ‘차수연의 과거’ 이야기는 단순한 소문을 넘어, 이제 공개적인 검증으로 번질 태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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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흔들리는 기억의 틈

바다는 잔잔했지만, 항구의 공기는 긴장으로 무거웠다. 전날 벌어진 부검 기록 파동은 봉사팀 내부를 갈라놓았다. 일부는 수연을 의심했고, 일부는 우혁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모두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건 하나였다. ‘차수연을 둘러싼 무언가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불편한 진실.그날 오후, 진료소 한쪽에 모여 있던 몇몇 의료진에게 낯선 남자가 다가왔다. 그는 환자로 위장해 들어온 듯했지만, 곧바로 자신을 소개했다.“저는 5년 전 그 수술의 간호사였습니다.”그 말에 공기가 순간 정지했다.의료진들의 눈이 일제히 그의 얼굴로 쏠렸다. 남자는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낮게 말했다.속초 시내 작은 신문사.아침 헤드라인에는 굵은 글씨로 적혀 있었다.“천재 의사, 실은 환자 살해자였나?”민도혁이 흘린 자료와 증언은 순식간에 기사로 퍼졌다. 그날의 부검 기록, 그리고 익명으로 공개된 간호사의 증언은 자극적인 제목과 함께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봉사 활동으로 모인 의료진들 사이에서도 그 기사는 곧 화제가 되었고, 수연의 이름은 다시 한 번 세간의 비난을 받기 시작했다.진료소 앞에 모인 몇몇 주민들마저 수군거렸다.“저 사람이 그 의사래.”“천재라더니 결국 사람을 죽였다잖아.”“어떻게 우리 같은 사람들을 치료하게 두나.”차가운 시선이 수연을 향해 꽂혔다. 그녀는 가운을 입고 봉사 활동을 돕고 있었지만, 환자의 손을 잡는 순간조차 그 시선이 가시처럼 몸을 찔렀다.“괜찮습니다, 잠시만요.”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진료를 이어갔지만, 환자가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낼 때마다 가슴이 죄어왔다. 그 모습을 지켜본 우혁은 분노로 주먹을 움켜쥐었다.“도혁… 벌써 여론까지 움직였군.”그는 즉시 회사를 통해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허위 기사입니다. 근거 없는 추측에 불과해요. 반론을 준비하겠습니다. 정정 보도를 요구하세요.”그러나 기자의 대답은 싸늘했다.“자료와 증언이 이미 확보된 상태입니다. 강 대표님 말씀만으로 기사를 바꾸긴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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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과거

속초 버스터미널. 도심을 가르며 들어오는 고속버스에서 흰 가운을 든 이들이 하나둘 내렸다. 그들의 어깨엔 피로보다 묘한 긴장이 묻어 있었다. 서울 본원에서 내려온 의료진들이었다.그 무리의 맨 앞에는 낯익은 얼굴이 있었다. 심장이 순간 덜컥 내려앉았다. 수연은 창가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다 몸을 굳혔다.“저 사람…” 목소리가 갈라졌다.“그날 같은 수술실에 있었던 사람 중 한 명이에요.”기억의 파편이 겹쳐졌다. 피 냄새 가득한 수술실, 긴장에 젖은 동료들의 얼굴, 그리고 차갑게 얼어붙은 시선.우혁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이 어떤 의사였는지 스스로 보여주면 됩니다.”그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그 안에는 단단한 힘이 실려 있었다.임시 진료소. 서울 본원에서 내려온 의료진들이 합류하자, 분위기는 한층 묘해졌다.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수연에게 몰렸다. ‘전설의 천재’, ‘실패한 의사’, 두 얼굴이 동시에 떠올라 모두의 표정은 애매하게 갈라졌다.그 무리 중 한 사람이 수연 앞으로 걸어왔다. 날카로운 눈빛을 가진 중년의 외과의였다. 그는 잠시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다 낮게 말했다.“차수연. 네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게 놀랍구나.”공기가 순간 얼어붙었다. 수연의 손끝이 차갑게 떨렸지만, 이번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네. 살아 있습니다. 그리고 제 두 손으로 환자를 살리기도 했습니다.”주변이 술렁였다. 목소리는 떨렸지만, 확신이 서린 대답이었다.중년의사는 비웃듯 고개를 저었다.“살렸다고? 하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았나. 환자는 죽었고, 부검 기록도 남아 있다. 네가 뭘 말하든, 진실은 기록에 있다.”그 말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파고들었다. 하지만 이번엔 그녀 곁에 우혁이 서 있었다. 그는 서류를 들고 앞으로 나섰다.“기록이라면 저도 조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그날의 차트와 보고서 일부가 비정상적으로 삭제됐다는 겁니다. 누군가 고의로 손을 댄 흔적이 있죠.”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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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손끝에 새겨진 그날의 기억

“…정말… 내가…” 그녀의 입술이 떨렸다.그 순간, 우혁이 자리에서 일어나 서류를 거칠게 집어 들었다.“이건 조작된 겁니다. 삭제된 차트와 수정된 기록, 그리고 익명 증언. 모두 누군가의 손이 닿았다는 증거입니다. 진실은 이 안에 없어요.”도혁은 비웃듯 미소 지었다.“증거가 없다면, 그건 그냥 억지일 뿐이지. 강 대표, 당신이 아무리 떠들어도 기록과 증언은 남습니다. 그리고 세상은 기록을 믿죠.”우혁은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맞섰다.“세상은 결국 진실을 믿게 될 겁니다. 당신이 아무리 거짓으로 덮으려 해도.”순간, 두 사람의 시선이 강하게 부딪혔다. 공기마저 팽팽하게 얼어붙었다.수연은 두 남자의 대립 사이에서 눈을 감았다. 심장이 요동쳤지만, 이번엔 무너지지 않았다. 다시 떠오른 기억이 그녀를 붙잡고 있었다. 환자의 몸이 들썩이던 순간, 살아나던 심장의 박동.그녀는 눈을 뜨고, 낮지만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진실은 기록에 있지 않아요. 내 손끝에 있었습니다. 내가 그날 느낀 박동은 거짓일 수 없습니다.”사람들의 시선이 흔들렸다. 누군가는 여전히 믿지 않았지만, 누군가는 그녀의 눈빛에서 흔들림 없는 확신을 읽었다.도혁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러나 곧 억지 미소로 가려졌다.“흥미롭군. 그렇다면 끝까지 가보자고. 진실을 가리는 싸움에서 누가 살아남는지.”그날 밤, 오피스텔.수연은 거실에 앉아 여전히 떨리는 손을 감싸쥐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무너지지 않았다. 눈빛은 불안과 결심이 공존하고 있었다.“대표님… 나는 이제 더 이상 숨지 않을 거예요. 그날의 진실을 반드시 찾아내야 해요. 그래야 내가 의사라는 걸, 증명할 수 있으니까.”우혁은 그녀의 곁에 앉아 조용히 손을 감싸며 말했다.“잘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당신은 과거의 어떤 순간보다 강했습니다. 앞으로도 제가 곁에 있을 겁니다.”창밖에서는 바다가 요동치며 파도가 몰아쳤다. 곧 폭풍이 닥칠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이번엔, 두 사람 모두 도망칠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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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지워진 기록, 남은 흔적

밤, 오피스텔.노트북 화면이 어두운 방 안을 밝히고 있었다. 우혁의 손끝은 끊임없이 움직였고, 화면에는 복잡한 코드와 전산 로그가 흘러갔다. 수연은 그의 옆에 앉아 숨소리조차 죽인 채 화면을 따라가고 있었다.“여기 보세요.” 우혁이 모니터를 가리켰다.“이건 당시 수술 환자의 전산 기록입니다. 그런데, 로그를 보면 접근 시간이 비정상적으로 겹쳐 있죠. 수술이 진행되던 시각에 누군가 원격으로 환자 차트에 접속한 흔적이 있어요.”수연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그럼… 누군가 의도적으로 환자 정보를 바꿔치기 했다는 거예요?”“가능성이 높습니다. 혈액형과 상태 보고가 바뀐 게 이 시점일 겁니다.”그 순간, 수연의 머릿속에서 또렷한 기억이 튀어나왔다.“환자 혈액형이 맞지 않습니다. 다시 확인해 주세요.”자신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곧바로 돌아왔던 차가운 대답.“차트에 오류는 없어. 네가 잘못 본 거야.”숨이 막힐 듯한 답답함이 다시 목을 조였다. 하지만 이번엔 무너지지 않았다.“대표님… 그날, 분명히 제가 차트를 의심했어요. 그런데 누군가가 제 입을 막았어요. 틀리지 않았다는 말로.”우혁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 단호히 말했다.“그게 바로 진실의 열쇠입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오류를 덮어씌운 겁니다. 그리고 그 뒤에 민도혁이 있겠죠.”다음 날 아침.속초 시내 카페. 작은 TV 화면에서 뉴스가 흘러나왔다.“차수연 전 교수, 환자 사망 사건 재점화… 의료계 파문 확산.”“병원 측, 면허 박탈 논의 착수.”카페 안 손님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신문을 읽고 있는 수연에게 쏠렸다. 수군거림이 이어졌고, 그녀의 손끝은 신문을 접으며 미세하게 떨렸다.그때, 맞은편에서 우혁이 잔을 내려놓으며 조용히 말했다.“사람들의 시선에 주눅 들지 마세요. 그들이 보고 있는 건 진실이 아니라 조작된 그림자일 뿐입니다.”수연은 숨을 고르며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요. 하지만 아직 제 마음은 흔들려요. 그날의 진실을 끝까지 기억하지 못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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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도망치지 않는 이유

진료가 끝난 후, 지현이 다가와 속삭였다.“대단한 용기네. 이렇게까지 버티다니. 하지만 곧 끝날 거야. 이미 서울에선 네 이름으로 기소 얘기까지 오가고 있어.”수연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지만, 이번엔 곧장 차갑게 맞섰다.“…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에요. 진실은 남아 있습니다. 그게 제가 살아 있는 이유니까.”지현은 비웃듯 미소를 지었지만, 순간적으로 흔들린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오피스텔로 돌아온 저녁, 우혁은 전산망에서 새로운 흔적을 찾아냈다.“여기 보세요. 수술 당시 환자 차트에 접근한 계정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계정은… 당시 근무자가 아닌 사람이었습니다. 이름은 가려져 있지만, 로그인을 시도한 기기가 병원 외부에서 접속했어요.”수연은 화면을 바라보며 숨을 죽였다.“…누군가, 계획적으로 내 수술을 망치려고 했던 거군요.”그녀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눈빛은 이전과 달리 단단히 빛나고 있었다.우혁은 그녀의 손을 조용히 잡으며 말했다.“이제 우리가 그 흔적을 따라가면 됩니다. 조작을 지시한 사람이 누군지, 반드시 드러날 겁니다.”잠시 침묵이 흘렀다. 수연은 그의 손을 바라보다가, 낮게 속삭였다.“대표님… 이렇게까지 제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요. 무너질 때마다 붙잡아 주셔서.”우혁은 짧게 웃었다.“붙잡아 주는 게 아니라, 함께 버티는 겁니다. 끝까지.”그 말에 수연의 눈가가 젖었지만, 이번 눈물은 두려움이 아니라 안도의 것이었다.창밖 바다는 잔잔했지만, 먼 수평선 위로 검은 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도혁이 준비한 법적 압박, 그리고 드러나기 시작한 조작의 흔적.모든 것은 한 점에서 곧 부딪힐 듯 팽팽히 맞서고 있었다.어두운 사무실, 노트북 화면 위에 로그 기록이 떠올랐다. 우혁의 눈빛은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는 집중한 채 손가락을 멈추지 않았다. 긴 침묵 끝에 화면에 한 줄이 선명히 드러났다.“찾았다.”옆에서 지켜보던 수연이 몸을 기울였다. 화면 속에는 접속 기록의 세부 정보가 표시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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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그림자의 주인

밤이 깊었지만 오피스텔의 불빛은 꺼지지 않았다.우혁은 노트북 화면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긴장된 공기가 방 안에 감돌았다. 그의 눈가엔 피로가 드리워져 있었지만, 손끝은 단 한순간도 멈추지 않았다.“여기… 드디어 연결이 잡혔습니다.”그는 마우스를 움직이며 접속 로그를 확대했다. 수연이 다가와 숨을 죽였다. 화면에는 외부 계정이 남긴 접속 경로가 표시되어 있었다.“병원 본관 서버실, 특정 시각. 그리고 이 접속은 관리자 권한을 가진 계정으로만 가능했습니다. 더구나, 이 계정이 사용된 기기의 고유 번호가 남아 있어요.”수연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누군지 확인할 수 있나요?”“조금만 더 추적하면 나옵니다. 기기는 특정 직원의 노트북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그 노트북은 당시 수술팀에 있던 간호사에게 배정돼 있었어요.”수연의 눈빛이 흔들렸다. 기억 속에서 수술실에 함께 있던 한 얼굴이 떠올랐다. 그녀의 손을 받아 차트를 건네던 간호사, 시선이 미묘하게 흔들리던 순간.“그녀였군요…” 수연이 낮게 중얼거렸다.“아마도 도혁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을 겁니다.” 우혁이 차갑게 말했다.“직접 지시했는지, 협박이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최소한 누군가 내부와 연결되어 있었다는 건 확실합니다.”방 안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이번엔 두려움보다 확신이 더 크게 자리 잡았다.다음 날 아침.수연 앞으로 한 통의 등기 우편이 도착했다. 봉투 위에는 굵은 글씨로 쓰여 있었다.“서울중앙지검 소환장.”그녀의 손끝에서 힘이 빠져 봉투가 떨어질 뻔했다.숨이 막히듯 가슴이 조여왔다. 하지만 우혁이 곁에서 봉투를 받아들고 단호히 말했다.“이건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법정은 도혁이 원하는 무대일지 몰라도, 거짓은 거기서 드러나기 마련이에요.”수연은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뜨며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도망치지 않겠습니다. 이제는 피하지 않아요.”그녀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그 속엔 굳은 결의가 담겨 있었다.서울,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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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지키려는 자 vs 버리려는 자

가슴이 답답하게 죄어왔지만, 그때 기억 속 장면이 불현듯 떠올랐다.심폐소생기를 가동하던 순간, 삐~ 하고 뻗어 있던 심전도가 다시 꿈틀거리며 파동을 그리던 장면. 그리고 옆에서 들리던 목소리.“살아났어… 다시 뛰고 있어!”수연은 떨리는 숨을 삼키며 고개를 들었다.“기록이 잘못된 겁니다. 누군가 고쳤겠죠. 하지만 제가 본 건 거짓이 아니었습니다. 심장은 분명 다시 뛰었습니다.”검사의 눈빛이 흔들렸으나, 그는 곧 서류철을 덮으며 차갑게 말했다.“그건 법정에서 다투도록 하죠.”그 시각, 속초의 한 오피스텔.창밖은 이미 어둠에 잠겼지만 방 안은 여전히 깨어 있었다. 노트북 화면에서 흘러나오는 푸른빛이 공기를 가르듯 번져 있었고, 우혁은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한 채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그의 손길은 집요했고, 방 안 공기에는 고요 대신 긴장감이 감돌았다.“드디어 잡았다.” 그의 낮은 목소리가 울렸다.옆에서 지켜보던 수연이 몸을 기울였다. 화면에는 수술 당일 기록에 접근한 계정의 흔적이 떠 있었다.“이 접속, 병원 본관 서버실에서 관리자 권한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게다가 사용된 기기의 고유 번호까지 남아 있어요.”수연은 숨을 삼켰다.“…누군지 특정할 수 있나요?”“가능합니다.” 우혁의 손가락이 다시 빠르게 움직였다. “추적 결과, 이 노트북은 당시 수술실 보조 간호사에게 배정돼 있었습니다.”순간, 수연의 눈앞에 오래된 얼굴이 겹쳤다. 차트를 들고 떨리는 손끝을 감추려 애쓰던 간호사. 그날, 묘하게 흔들리던 시선.“그녀였군요…” 수연의 목소리가 낮게 흘렀다.다음 날 아침, 수연 앞으로 한 통의 우편이 도착했다.단단히 봉인된 등기 봉투, 그 위에는 굵은 활자로 쓰여 있었다.서울중앙지검 소환장.손끝에서 힘이 빠져 봉투가 미끄러질 뻔했다. 숨이 막히는 듯 가슴이 조여왔지만, 우혁이 봉투를 받아들며 차갑게 말했다.“이건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도혁이 원하는 무대일지는 몰라도, 거짓은 법정에서 반드시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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