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병원은 고요했지만, 고요함 속에서도 불안한 기운이 떠돌았다. 창구 앞에 놓인 한 장의 서류가 모든 공기를 무겁게 짓눌렀다.“피의자 차수연, 검찰 출석 요구서”수연의 이름이 붉은 도장과 함께 찍혀 있었다.서류를 받아든 순간, 그녀의 손끝이 하얗게 질렸다. 종이는 가볍지만, 그 무게는 가슴을 압도했다. 수많은 수술실에서 환자의 생명을 붙잡던 순간보다 더 무거운 압박이었다.“결국 이렇게 오는군요.”낮게 뱉은 목소리는 자신에게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작았다.뒤에서 다가온 우혁이 서류를 집어들어 천천히 읽었다. 표정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눈빛만큼은 깊게 어두워졌다.“예상보다 빠릅니다. 도혁이 서두르는군요. 여론을 확실히 장악하겠다는 계산이겠죠.”수연은 서류를 뺏듯 잡아쥐며 속삭였다.“피의자… 단어 하나가 이렇게 잔인할 수 있나요. 저는 환자를 살리려 했을 뿐인데.”그녀는 곧장 옥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바람은 차갑게 불어왔고, 도시의 불빛이 멀리서 흔들리고 있었다. 손에 쥔 소환장이 바람에 흔들리며 펄럭였다.“다시 그날처럼 느껴져요. 테이블 위에서 환자가 숨을 거두던 순간. 제 손끝에서 삶이 흩어져 나가던 기억. 그게 또다시 반복되는 건 아닐까….”목소리는 갈라졌고, 눈가가 뜨겁게 젖었다.우혁은 그녀 옆에 서서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바람을 가르듯 조용히 말했다.“차수연, 당신은 이미 수많은 생명을 살려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한 번의 실패에만 매달리죠. 그것도 진실조차 왜곡된 실패에.”그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목소리를 낮췄다.“그래서 제가 옆에 서 있는 겁니다. 당신이 법정에 서게 되더라도, 혼자가 아니라고 말해주려고.”그 순간, 수연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눈물이 맺혀 있었지만, 동시에 눈빛 속에 작은 불꽃이 일렁였다.며칠 후, 검찰청 앞.수많은 기자들이 몰려와 카메라를 들이댔다.“차수연 교수, 이번 혐의 인정하십니까?”“환자 사망 사건, 직접 설명해주시죠!”순식간에 수
Dernière mise à jour : 2026-03-0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