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네 시, 병원 옥상에는 아직 어둠이 남아 있었다.도시는 깨어나지 않았지만, 유리창 아래로 켜진 불빛 몇 개가 누군가의 밤샘과 싸움을 말해주고 있었다.차수연은 옥상 난간에 서 있었다.손에 들린 종이컵엔 미지근한 커피가 담겨 있었다.한 모금 삼키려다 멈춘 커피는, 금세 식어버렸다.오늘, 기자 간담회가 열린다.자신이 다시 세상의 중심에 서야 하는 날.그녀는 심호흡을 했다.두렵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하지만 그 감정은 분명 거기 있었다.비슷한 공기, 비슷한 시간 예전에 사고가 일어났던 바로 그 새벽의 공기였다.그때, 옥상문이 열리며 바람이 스쳤다.“여기 있을 줄 알았어요.”강우혁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럽고, 그 안에는 이상할 정도로 ‘평정’이 있었다.“새벽마다 사람 찾는 재주가 있네요.”“찾는 게 아니라, 그냥 감으로 와요.”그녀는 그를 돌아보지 않았다.그저, 도시를 바라보며 물었다.“오늘, 잘 될까요?”“진실이 이기면 잘 되는 거죠.”“진실이 늘 이기나요?”“진실은 이깁니다. 다만, 사람들은 그걸 조금 늦게 알아볼 뿐이죠.”그녀는 천천히 웃었다.“당신은 왜 이렇게 믿음이 강해요?”“믿음이 아니라, 당신이니까요.”그 말에, 잠시 바람이 멎은 것 같았다.그녀는 그제야 고개를 돌려 그를 봤다.“강우혁.”“네.”“내가 흔들리면 붙잡아줘요.”“당연하죠. 이번엔, 당신 혼자가 아니니까.”오전 열 시, 병원 1층 컨퍼런스홀.언론사 로고가 새겨진 카메라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플래시가 번쩍이고, 낮은 웅성거림이 파도처럼 이어졌다.앞줄에는 기자들이 노트북을 펼쳐 두고 대기 중이었다.법무팀, 홍보팀, 운영이사, 그리고 차수연.강우혁은 한쪽 뒤편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그는 더 이상 병원 소속이 아니었지만,그의 눈빛엔 누구보다 진한 소속감이 남아 있었다.“자, 그럼 시작하겠습니다.”홍보팀장이 마이크를 잡았다.짧은 인사 후, 수연이 단상으로 향했다.하얀 블라우스에 단정한 검은 정장.그녀는 종이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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