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대 위의 조명은 유난히도 차가웠다.그 아래, 차수연은 조용히 마스크를 고쳐 썼다.오랜만의 복귀 수술이었다.심장 절개를 앞두고 손끝이 조금 떨렸지만, 그 떨림조차 반가웠다.그건 두려움이 아니라 ‘살아 있는 증거’였으니까.“심박수 안정적입니다.”“혈압 120/80 유지 중.”보조의 목소리가 차분하게 들려왔다.수연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좋아요. 이제 시작합시다.”피부 절개선이 그려지고, 메스가 정확한 각도로 내려갔다.심장의 박동이 점점 느리게 들렸다.모든 소리가 사라진 듯했다.그 순간 그녀는 예전의 자신을 떠올렸다.환자를 살려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숨조차 쉬지 못했던 시간들.비난과 오해 속에서도 손끝 하나 떼지 못한 수술대의 기억.그 모든 게 지금, 다시 돌아왔다.하지만 이번엔 달랐다.이번엔, 혼자가 아니었다.“차 교수님, 여기 출혈량이”보조가 급히 외쳤다.피가 예상보다 빠르게 솟구치고 있었다.수연은 즉시 지혈 클램프를 잡았다.“흡인기 강도 높여요. 심근 손상 방지선 확인해요.”목소리는 단단했다. 긴장감 속에서도, 그녀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몇 초, 혹은 몇 분.시간의 감각이 무너지는 순간,그녀는 자신의 심장까지 함께 뛰는 것을 느꼈다.손끝이 뜨거웠다.그 뜨거움은 생명과 맞닿은 열이었다.“맥박 돌아왔습니다!”“리듬 정상!”그 말에 수연은 살짝 고개를 숙였다.손에 닿은 환자의 피부 온기가 느껴졌다.살아 있었다. 그리고, 그녀도 다시 살아 있었다.수술이 끝나고, 병원 복도는 밤보다 더 고요했다.수연은 가운을 벗고, 빈 대기실 의자에 앉았다.머리칼이 땀에 젖어 목덜미에 붙어 있었지만, 기분은 묘하게 후련했다.“오늘도 살렸네요.”낯익은 목소리.고개를 들자 강우혁이 서 있었다.그는 수술실 창 너머로 한참 동안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여전히 무모하네요.”“무모하지 않으면, 못 살려요.”그녀의 대답에 그는 잠시 미소를 지었다.“오늘 당신 손, 떨리더군요.”“네, 떨렸어요.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