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기 시작한 건 오후 회진이 끝날 무렵이었다.하루심장재활센터의 유리창을 타고 빗물이 줄줄이 흘러내렸고,복도 끝의 벽시계는 6시 4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차수연은 진료 기록을 마무리하다가 잠시 창밖을 바라봤다.회색 하늘이 건물과 이어져 있었다.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얼굴은 조금 피곤해 보였지만,그 눈빛만큼은 여전히 맑았다.문이 열리고 강우혁이 들어왔다.평소보다 젖은 머리칼, 어깨에 묻은 빗방울.그는 늘 차분했지만 오늘은 조금 다르게 보였다.어딘가 불안한 기색이 섞여 있었다.“비가 생각보다 세게 오네요.”그녀가 먼저 말을 건넸다.“그렇네요.”그는 짧게 대답하며 창가로 다가왔다.“오늘은 커피 대신 우산을 두 개 가져왔습니다.”“둘 다 젖겠네요.”“괜찮아요. 누군가랑 같이 젖는 건 혼자 젖는 것보다 낫잖아요.”그녀는 미소 지으려다 멈췄다.그의 목소리가 어딘가 낮게 떨리고 있었기 때문이다.“무슨 일 있었어요?”그녀가 묻자, 우혁은 잠시 말을 잃었다.그리고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오늘 오전에… 한 환자가 떠났습니다.”그녀의 표정이 굳었다.“어떤 분이죠?”“세 달 전, 인공심장 이식 대기 중이던 남자분. 그 사람에게 약속했어요.다음 비 오는 날, 커피 한잔 같이 하자고. 그런데 오늘 아침,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마자… 심정지가 왔습니다.”그는 조용히 웃었다.하지만 그 웃음은 금이 간 유리처럼 아슬했다.“커피를 내리려고 물을 데우던 순간이었어요.간호사가 뛰어왔죠. 대표님, 코드 블루입니다. 달려가 보니, 이미 손끝이 식어 있었어요.”수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계속했다.“이상하죠. 의사로서 그렇게 많은 사람을 보냈는데, 오늘은 유난히 견디기 어렵네요.”그녀는 그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다가섰다.“그 약속, 어땠어요?”“그분이 말했죠. 내가 살아 있으면, 꼭 그 커피 향을 다시 맡고 싶다.그래서 오늘… 그 향을 준비했는데, 그분 대신 나 혼자 마시게 됐네요.”그녀의 목울대가 조용히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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