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이어지는 회의와 응급 수술로, 병원은 쉼 없는 소음 속에 잠겨 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없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병원은 이상하리만치 낯설게 느껴졌다.강우혁은 학회 참석차 잠시 해외로 떠났고,그의 부재는 마치 익숙한 공기 한 줄기가 사라진 듯, 모든 공간의 온도를 미묘하게 바꿔놓았다.차수연은 진료실에서 환자 차트를 넘기다 문득 손을 멈췄다.한 장 한 장 넘길수록 집중이 흐려졌다.지금 이 순간, 그녀가 가장 의식하고 있는 건 환자 이름도, 진료 결과도 아니었다.그저, 그가 지금쯤은 어떤 하늘 아래 있을까 그 생각 하나뿐이었다.책상 위에는 출국 전날 그가 남긴 메모가 놓여 있었다.짧은 글이었지만, 그 글씨 하나하나가 그의 목소리처럼 생생하게 들려왔다.“당신이 없는 병원은 내가 없는 세상과 다를 게 없어요.그러니까 내가 돌아올 때까지, 그 자리를 꼭 지켜줘요.”그녀는 그 종이를 손끝으로 쓸며 조용히 웃었다.그는 늘 그런 사람이었다.감정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결코 과하지 않은 사람.단 한 문장으로도 마음을 흔드는 법을 아는 사람이었다.“과장님, 괜찮으세요?”간호사가 조심스레 물었다.“아, 네. 조금 피곤해서요.”그녀는 미소로 대답했지만, 표정은 그리 단단하지 않았다.간호사가 나가자, 수연은 깊게 숨을 내쉬었다.피곤하다는 말은 변명이었다.사실은, 텅 비어버린 감정의 틈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몰랐다.그는 항상 병원 어딘가에 있었다.회의실 유리문 너머, 복도 저편, 혹은 늦은 밤 옥상 난간에 기댄 모습으로.그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끝이 덜 외로웠다.그런데 지금은, 그 모든 장면이 공기처럼 사라졌다.그녀는 무심코 핸드폰을 들어 메시지를 열었다.하지만 아무리 봐도 그에게서 온 메시지는 없었다.그는 원래 말보다 행동이 많은 사람이었다.그렇기에 기다림은 더 길고, 더 고요하게 느껴졌다.퇴근 후, 그녀는 병원 근처의 작은 북카페에 들렀다.그가 가끔 ‘사람 냄새가 난다’며 좋아하던 곳이었다.테이블 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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