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공기가 유난히 부드러웠다.밤새 내리던 비는 자취를 감추고, 도시의 거리는 갓 씻겨 나온 듯 반짝였다.차수연은 병원 앞 가로수길을 천천히 걸으며 커피잔을 두 손으로 감쌌다.전날의 일이 꿈처럼 느껴졌다.비 내리던 밤, 그의 손끝이 닿던 순간의 온기,말하지 않아도 통했던 눈빛. 그 모든 게 여전히 생생했지만,동시에 믿기 어려운 일처럼 멀게 느껴지기도 했다.그녀는 조심스레 숨을 내쉬며 입술을 다물었다.이 감정이 설렘인지, 불안인지, 아직은 정확히 알 수 없었다.“오늘은 커피가 좀 식었네요.”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차수연이 놀라 돌아보자,강우혁이 평소보다 캐주얼한 차림으로 서 있었다.하얀 셔츠 위에 얇은 가디건,어딘가 편안한 그의 모습이 낯설 만큼 자연스러웠다.“이 시간에 왜 여기에…?”“당신 출근길엔 언제나 커피 냄새가 나니까요.”“그걸 기억하고 있었어요?”“잊을 리가 없죠. 그날 이후로 그 냄새만 맡아도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져서.”그녀는 잠시 웃었다.“그럼 오늘도 따라오신 거예요?”“오늘은 따라온 게 아니라, 같이 가는 겁니다.”그의 말에, 그녀의 걸음이 살짝 느려졌다.“같이?”“이제, 혼자 걷게 두기 싫어서요.”그 한마디에 아침 공기보다 더 따뜻한 무언가가 스며들었다.병원 엘리베이터 안, 둘 사이엔 짧은 침묵이 흘렀다.환자들이 오가며 내리는 층마다 문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둘은 잠시씩 시선을 피했다.그러다 7층에 도착했을 때, 그가 조용히 말했다.“오늘 저녁, 약속 있어요?”“없어요. 왜요?”“그럼 같이 밥 먹어요.”“또 호빵은 아니죠?”그녀가 장난스럽게 묻자, 그는 피식 웃었다.“호빵은 비 오는 날 메뉴예요. 오늘은 당신이 좋아하는 걸로.”“제가 뭘 좋아하는지 어떻게 알아요?”“몰랐으면 벌써 물어봤겠죠.”그의 말은 담담했지만, 그 안에는 묘한 확신이 있었다.퇴근 후, 그는 약속대로 병원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하늘은 연분홍빛으로 물들었고, 바람에는 봄의 잔향이 섞여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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