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그렇게 지나갔고, 시간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흘러갔다.하지만 어떤 사람에게 시간은 단순한 흐름이 아니라,서서히 색을 잃어가는 기억의 변주였다.차수연에게 그랬다.그녀는 여전히 병원에 있었다.진료실의 시계는 늘 같은 속도로 움직였지만,그녀의 마음속 시계는 때로 멈추고, 때로는 아주 천천히 흘렀다.아침마다 커피를 내리고, 퇴근 전엔 병동 복도를 한 바퀴 돌았다.그건 습관이자 의식처럼 굳어 있었다.그녀의 하루는 차분했고, 단단했다.하지만 문득문득, 그의 이름이 공기처럼 스며들었다.‘우혁 씨, 지금은 어떤 온도 속에 있을까.’그녀는 그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손끝으로 커피잔의 따뜻함을 느꼈다.온도는 기억과 닮아 있었다.식을 때까지, 오래 머물다 사라지는 것.그날 오후, 진료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온 그녀는 책상 위에 놓인 낯선 봉투 하나를 발견했다.‘보내는 사람: 강우혁.’순간, 손끝이 멈췄다.봉투의 가장자리는 조금 구겨져 있었고, 잉크가 번진 부분이 있었다.아마도 오래전부터 준비된 편지일 것이다.그녀는 천천히 봉투를 열었다.그리고 그 안에서 손으로 쓴 편지 한 장이 나왔다.〈수연 씨에게〉당신이 이 편지를 읽을 때쯤이면나는 아마, 또 다른 병원 어딘가에 있을 겁니다.당신이 좋아하는 커피 향이 나는 곳이 아니라, 낯선 도시의 하얀 벽 속에서요.요즘은 이상하게 시간이 느리게 흘러요.당신이 없어서 그런 걸까요,아니면 당신이 남긴 온도가 아직 내 안에 있어서 그런 걸까요.나는 여전히, 당신이 웃던 얼굴을 기억합니다.의외로 그 기억이 선명해서 때로는 버텨낼 힘이 되기도 해요.수연 씨, 내가 떠나온 날, 당신이 했던 말 기억하나요?'사랑은 꼭 붙잡지 않아도, 그 마음이 머무는 곳이면 충분해요.'그 말, 지금도 내 안에서 자라나고 있어요.당신의 온도는 여전히 내 하루 속에 남아 있습니다.그리고 그 온도가 식지 않도록 나는 오늘도 살아갑니다.-강우혁편지를 다 읽고 난 그녀는 오랫동안 움직이지 못했다.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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