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 심장이 위험합니다.: Chapter 71 - Chapter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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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화. 뒤집히는 무게

새벽, 병원 앞마당에는 이례적으로 많은 기자들이 몰려 있었다. 아직 해가 완전히 떠오르지 않았는데도, 삼각대 위에 카메라가 줄지어 서 있었고, 마이크를 든 리포터들이 연이어 생방송을 준비하고 있었다.“시청자 여러분, 오늘 새벽 병원 내부 서버에서 유출된 것으로 보이는 한 수술 영상이 온라인에 공개되면서, 차수연 교수의 과거 의료사고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리포터의 목소리는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뒤이어 송출된 영상에는 심장 수술 장면이 담겨 있었다. 환자의 출혈이 예상보다 심해지며 수술대 위 상황은 위급해졌지만, 화면 속 수연은 침착하게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손끝은 떨림 없이 환자의 심장을 잡아냈고,심정지 직전까지 몰린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았다.“보시는 것처럼, 당시 의료사고로 알려졌던 장면은 차트와 달리 환자의 상태가 훨씬 심각했음을 보여줍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실패라기보다는 기적에 가까운 시도였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화면 속 수연의 눈빛은 치열했다. 얼굴은 땀과 피로 얼룩졌지만, 그 속에는 살리겠다는 강렬한 의지가 빛나고 있었다. 영상은 순식간에 온라인 커뮤니티와 언론을 통해 퍼져나갔고, 댓글은 양분되기 시작했다.“저게 실패라고? 저 상황에서 저렇게 버티는 게 가능하다고?”“누가 조작해서 차트를 바꾼 거네. 이제 보니 누가 더러운 짓을 한 건 따로 있는 것 같아.”“그래도 결국 환자는 죽었잖아. 영웅처럼 포장해도 결과는 결과지.”여론은 흔들리고 있었다.완전한 지지는 아니었지만, 최소한 ‘무능한 의사’라는 낙인은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었다.오피스텔 안. 우혁은 모니터 앞에서 기사를 연달아 확인하며 미간을 좁혔다. 수연은 그의 옆에서 화면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엔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손끝이 떨렸지만, 이내 눈을 감고 깊은 호흡을 했다.“이제… 적어도 내가 도망친 게 아니라는 건 보여줄 수 있겠네요.”그녀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묘하게 단단했다.우혁은 그녀를 곁눈질하며 조용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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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화. 설계된 의혹, 번지는 불길

아침 뉴스의 헤드라인은 단 한 가지였다.“강우혁 대표, 불법 투자 의혹.”“의료계 스캔들, 기업 자금으로 번졌다?”자극적인 제목들이 화면을 도배했고, 앵커들은 차분한 표정으로 기사 내용을 읊었다. 하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사실보다 의혹을 부풀리는 데 집중돼 있었다.“강우혁 대표가 운영하는 스타트업은 초기 단계에서 투자금 유치 과정에 불투명한 자금 흐름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또한 차수연 교수와의 관계가 드러나면서, 병원과 기업 간 유착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습니다.”잠시 후, 화면에 ‘익명 제보자’의 인터뷰라는 영상이 흘러나왔다. 얼굴은 가려져 있었지만, 목소리는 왜곡된 채로 흘렀다.“내가 아는 바로는, 강 대표의 회사는 병원과 은밀히 연결돼 있었습니다. 연구 명목이었지만 사실은 개인적인 관계 때문이었죠.”순간, 오피스텔 거실에 흐르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수연은 리모컨을 쥔 손을 놓칠 뻔했고, 옆에서 서류를 정리하던 우혁의 눈빛이 차갑게 얼어붙었다.“이제는 당신만이 아니라 나까지… 정면으로 겨누는군요.”우혁의 목소리는 낮고 가라앉아 있었지만, 억눌린 분노가 느껴졌다.수연은 불안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대표님, 아니… 우혁 씨. 이건 명백히 조작이에요. 당신은 그런 짓 하지 않았잖아요.”그녀의 말에 우혁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물론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진실을 바로 믿지 않아요. 의혹이란 건 불씨 같아서, 한 번 붙으면 꺼지기 전에 모든 걸 태워버리죠.”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그녀를 똑바로 바라봤다.“이건 제 싸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당신의 싸움입니다. 그들이 원하는 건 우리가 서로에게 짐이 되는 거예요. 그러니…”우혁은 그녀의 손을 단단히 쥐었다.“…절대 흔들리지 말아요. 우리는 같은 편입니다.”같은 시각, 병원 이사회실. 도혁은 태연한 얼굴로 신문을 넘기며 여유롭게 웃었다.“보셨습니까? 여론은 단순합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동정론이 우세했지만, 이제는 양측을 싸잡아 의심하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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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화. 균열의 시작

늦은 밤, 병원 지하 복도는 텅 비어 있었지만 묘하게 공기가 무거웠다. 형광등 불빛이 간헐적으로 깜박이며 긴장감을 더했다. 은혜는 복도 끝에서 멈춰 서 있었다. 등 뒤에서 들려온 도혁의 발자국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배신자는 언제나 대가를 치른다.”도혁의 목소리는 서늘하게 울려 퍼졌다.은혜는 두 손을 꽉 움켜쥐었다. 손바닥에 찍히는 손톱 자국이 아프게 느껴졌지만, 그 통증이 오히려 그녀의 결심을 붙잡아주었다. 천천히 고개를 돌린 그녀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 눈빛으로 도혁을 마주했다.“민 과장님. 이제 그만두세요.”그녀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호했다.도혁은 코웃음을 치며 다가섰다.“그만두라고? 내가 쌓아온 모든 걸 단순한 동정으로 무너뜨리겠다는 건가? 네가 뭘 안다고 설치는 거지?”은혜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떨림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차 교수는 잘못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조작된 차트와 압박 속에서 혼자 싸운 거예요. 나는 그걸 똑똑히 봤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당신의 그림자 속에서 살지 않겠습니다.”도혁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다가, 이내 차갑게 굳었다.“좋아. 네가 어느 쪽을 선택했는지 알겠다. 하지만 그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내가 직접 보여주지.”그는 등을 돌려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은혜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 두려움은 여전히 있었지만, 오늘만큼은 처음으로 스스로의 목소리를 냈다는 안도감이 그녀를 감쌌다.다음 날 아침, 언론은 다시금 요동쳤다. 밤사이 쏟아진 기사는 우혁의 기업에 대한 의혹을 정면으로 겨누고 있었다.“스타트업 자금 흐름, 불투명 정황.”“병원-기업 유착, 새로운 증거 등장?”회의실에 모인 직원들의 얼굴은 어두웠다. 우혁은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었지만, 그의 눈빛은 단단히 굳어 있었다. 보고를 이어가던 팀장의 목소리는 떨렸다.“대표님, 오늘만 해도 세 곳의 투자사가 자금 철회를 통보했습니다. 언론이 이렇게 몰아붙이면… 협력사들도 버티기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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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화. 칼날이 된 인연

병원 로비는 낮부터 들끓는 군중으로 가득했다. 기자들과 환자 가족들이 몰려들어 삼삼오오 모여 수군거렸고, 그 중심에는 커다란 전광판에 실시간으로 송출되는 뉴스가 있었다.[“민도혁 과장, 내부 고발에 이름 오르다.”][“차수연 교수, 의료사고 누명 벗나?”]자막이 반복될 때마다 환자 보호자들이 웅성거리며 서로의 얼굴을 살폈다. 어떤 이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어떤 이들은 더 큰 혼란에 빠진 듯 분노를 터뜨렸다.“우린 도대체 누구를 믿어야 하는 거야?”“차 교수님 말이 맞다면, 지금껏 숨겨진 게 얼마나 많다는 거야?”불안과 분노가 뒤섞인 공기는 로비를 무겁게 짓눌렀다.이사회실의 공기는 그보다 더 살벌했다. 이사진들 중 일부는 도혁을 노골적으로 비난했지만, 또 다른 일부는 여전히 그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민 과장, 사실이라면 심각한 사안입니다. 직접 해명하시죠.”“그건 터무니없는 날조입니다. 병원 운영에 불만을 가진 자들이 꾸며낸 소설일 뿐입니다.”도혁은 태연하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차 교수는 의사로서 자격을 잃었습니다. 그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여론몰이에 휘말리지 말고, 차분히 대응해야 합니다.”그의 침착한 태도는 일부 이사들의 불안감을 눌러주었지만, 동시에 묘한 위화감을 심었다. 모두가 알았다. 도혁이 어떤 수단을 쓰든 자신을 방어할 거라는 사실을.회의가 끝난 뒤, 도혁은 혼자 남아 창밖을 바라보았다. 흐린 하늘 아래 병원 마당은 소란스러웠다. 그는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낮게 중얼거렸다.“칼끝을 겨눈 게 누군지 알았다. 하지만 결국, 그 칼은 손에 쥔 자를 베게 되어 있지.”그의 눈빛은 차갑고 깊었다.오피스텔의 공기는 전혀 다른 색을 띠고 있었다. 그날 저녁, 수연은 창가에 앉아 있었다. 불빛이 드리운 도시는 여전히 분주했지만, 그녀의 마음은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오늘 은혜가…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어.”수연은 천천히 말을 꺼냈다.우혁은 그녀 옆에 앉아 담담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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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화. 또 다른 그림자

저녁 무렵, 병원 응급실 복도는 여느 때처럼 분주했다.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잦아들기도 전에 환자들이 연이어 들이닥쳤고, 의료진은 숨 돌릴 틈조차 없이 뛰어다녔다. 그 소란 속, 박지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모니터에 뜬 환자의 심전도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입술은 굳게 다물려 있었지만, 내면에는 복잡한 계산이 끊임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며칠 전 은혜가 기자들 앞에서 폭로를 터뜨린 이후, 병원 내부 분위기는 하루가 다르게 요동쳤다. 도혁의 입지가 흔들리고, 차수연의 억울함이 서서히 풀려나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지현은 그런 흐름을 가만히 두고 볼 생각이 없었다.“박 과장.”뒤에서 도혁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마치 오래전부터 그녀가 이곳에 있을 걸 알고 있었다는 듯 자연스럽게 다가왔다.“민 과장님.”지현은 간단히 고개를 숙였지만, 눈빛은 결코 순종적이지 않았다.도혁은 옆으로 다가서며 의미심장하게 속삭였다.“이제 당신 차례입니다. 은혜가 배신했다면, 그 빈자리를 채우는 건 당신뿐이죠. 나를 실망시키지 마십시오.”지현은 잠시 침묵했다. 그녀의 시선은 바쁘게 움직이는 간호사들과 환자 쪽으로 향했지만, 마음속 깊은 곳은 이미 다른 장면을 그려내고 있었다. 수연. 언제나 자신보다 먼저 주목받고, 찬사를 독차지했던 이름. 지현의 심장 어딘가에는 오래된 열등감이 여전히 덩어리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제가 뭘 해야 할지 알고 있습니다.”그녀의 대답은 낮지만 확고했다. 도혁의 입가에 미묘한 웃음이 스쳤다.며칠 뒤, 병원 외래 대기실에서 예상치 못한 광경이 펼쳐졌다. 환자들과 보호자들 사이에서 한 여성이 소란을 일으킨 것이다.“저 사람! 뉴스에 나온 의사 맞죠? 사람 죽게 만든 그 여자 의사!”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수연에게 쏠렸다. 수연은 잠시 몸이 굳었다. 여전히 불완전한 기억 속에서 세상은 낯설었고, 이렇게 대놓고 적대적인 눈빛을 받는 건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그때, 지현이 조용히 앞으로 나섰다.“진정하세요.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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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화. 당신만이 유일한 숨구멍

새벽녘 응급실은 전쟁터와 다름없었다. 구급차 두 대가 동시에 도착하면서 의료진은 혼비백산했고, 간호사들의 긴급 호출음이 복도에 연이어 울려 퍼졌다. 수연은 흉부외과 의국에서 곧장 뛰어나왔다. 가운 끝자락이 허공에 흩날렸고, 그녀의 눈빛은 이미 냉철한 집중으로 가득 차 있었다.“심장 관통상 환자입니다! 혈압 떨어집니다!”들것 위의 젊은 남성이 의식을 잃은 채 끌려 들어왔다. 가슴 한쪽에 깊게 파인 상처에서 피가 쏟아지고 있었고, 순간순간 심전도가 끊어질 듯 흔들렸다.“수술실 준비하세요. 지금 당장.”수연의 목소리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녀가 손을 들어 직접 흉부압박을 이어가자, 주변 의료진의 동작도 빠르게 정리되었다.잠시 뒤, 수술실 안. 환자는 이미 마취에 들어갔고, 출혈은 계속되고 있었다. 메스가 건네지자 수연은 망설임 없이 절개를 시작했다. 절제된 동작이었지만 긴박함은 숨길 수 없었다. 그녀의 이마에 땀이 맺혔다.“출혈 부위 찾습니다. 흉골 벌려주세요.”간호사가 리트랙터를 준비하려는 순간, 박지현이 먼저 움직였다. 그녀는 능숙하게 도구를 받아 들었지만, 손동작은 어딘가 느렸다. 아주 미세했지만, 그 지연은 환자의 혈압이 더 떨어질 시간을 벌었다.“박 과장, 빠르게요!”수연이 단호하게 지적했으나, 지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태연하게 대꾸했다.“네, 교수님. 조금만 기다리세요. 조심해야 하니까요.”겉으로는 차분했지만, 그 미묘한 늦춤 속에는 알 수 없는 의도가 숨어 있었다. 수연은 순간 이상함을 느꼈지만, 지금은 환자를 살리는 게 우선이었다.“심낭 절개합니다. 준비.”수연이 메스를 들어 심낭을 열자, 곧 심장이 시야에 드러났다. 맥박은 약했고, 출혈은 심각했다. 그녀는 곧장 클램프를 잡으며 출혈 부위를 찾았다.“지혈 클립 주세요!”도구가 넘어와야 할 순간, 지현은 일부러 다른 트레이를 집어들었다. 수연은 매서운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봤다.“박 과장, 지금 장난합니까?!”그 짧은 순간의 지연 속에서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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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화. 흔들리는 진실의 무게

병원 건물 옥상 위, 회색빛 하늘은 낮게 드리워져 있었다. 바람은 차갑게 불었지만, 박지현의 눈빛은 바람보다도 매서웠다. 손에 쥔 휴대폰 화면엔 도혁의 메시지가 떠 있었다.“시간입니다. 당신이 움직일 차례.”지현은 숨을 길게 내쉬며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어쩌면 이 선택이 자신을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몰아갈지도 모른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마음 한쪽엔 오랫동안 꺼지지 않은 불씨가 있었다. 언제나 수연의 빛에 가려 그림자 속에서 살아야 했던 지난 시간들. 그 열등감과 질투가 이제는 ‘정당한 기회’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그녀의 발걸음을 이끌고 있었다.같은 시각, 병원 이사회실은 폭풍의 전조처럼 고요했다.긴 탁자 위에 놓인 신문들이 이 모든 소용돌이를 한눈에 보여주고 있었다.[“차수연 교수, 의료사고 누명 진실 공방.”][“강우혁 대표, 병원과의 유착 의혹.”][“박지현 과장, 새로운 증언?”]마지막 제목이 사람들의 눈을 붙잡았다. 지현의 이름은 이제 기사 속에서 수연과 함께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이사들의 시선은 서로 엇갈렸고, 불안한 속삭임이 오갔다. 그 속에서 도혁은 태연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혼란스럽겠지만, 곧 정리될 겁니다. 진실은 늘 날카로운 한쪽에서 갈라지니까요.”그 말에 몇몇 이사들은 의도적으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마음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언론은 이미 지현의 입에서 흘러나온 작은 단서를 확대 재생산하기 시작했다. 기자들은 앞다투어 ‘차수연과 강우혁의 과거’를 연결시키며, 때로는 사실을, 때로는 억측을 기사로 내보냈다.“5년 전, 긴급 수술실 기록 속의 이름. 우연일까 운명일까?”“의사와 환자, 그때부터 맺어진 관계?”기사의 문장들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진실이 무엇인지보다 흥미로운 이야기가 더 빨리 퍼져나가는 게 세상의 이치였다.오피스텔 거실. 비가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수연은 눈을 감고 있었다. 머릿속을 파고드는 기시감은 점점 더 선명해지고 있었다. 수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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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화. 지워진 이름, 되살아난 심장

병원 앞은 다시 기자들로 북적였다. 카메라 플래시가 번쩍이고, 마이크가 환풍기처럼 밀려드는 소리 속에서 기자들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졌다.“차 교수님, 강 대표와의 관계는 단순한 사적인 인연이 아니라, 5년 전 응급수술부터얽혀 있던 것 아니냐는 보도가 나왔습니다!”“응급수술 당시 환자가 강우혁 대표였다는 의혹이 사실입니까?!”날카로운 질문들이 쏟아졌다. 수연은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머릿속이 하얘지는 순간, 심장이 강하게 두근거렸다. 기자들의 입에서 흘러나온 “5년 전”이라는 단어가, 묻어둔 기억의 파편을 다시 긁어내고 있었다.하얀 수술실, 피투성이로 실려 들어온 한 환자. 메스를 잡은 자신의 손. 본능처럼 손끝이 움직였던 순간. 그러나 그 환자의 얼굴은 여전히 희미하게 가려져 있었다.숨이 막히는 듯 가슴을 누르는 그 감각에, 수연은 손끝이 저릿해졌다.기자들의 카메라는 그 불안한 눈빛을 놓치지 않았다.언론은 이미 방향을 정해 버린 상태였다. 저녁 뉴스의 앵커는 단호한 목소리로 기사들을 엮어 읽어 내려갔다.“차수연 교수와 강우혁 대표의 관계가 단순한 만남을 넘어, 과거부터 얽혀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병원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5년 전 긴급수술 기록 속 환자가 강 대표였다는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의료윤리와 병원 신뢰를 흔드는 중대한 사안으로, 추가 검증이 필요해 보입니다.”화면이 바뀌자, 기자와 인터뷰에 응하는 한 여의사의 모습이 비쳤다. 단정하게 묶은 머리, 차분한 표정. 바로 박지현이었다.“의료인으로서 환자의 비밀을 지키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진실을 은폐하는 건 또 다른 문제죠. 저는 그저 병원과 환자, 그리고 국민이 알아야 할 사실을 밝히고 싶을 뿐입니다.”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설득력 있게 다듬어져 있었다. 그러나 그 말이 던지는 무게는, 수연과 우혁을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기에 충분했다.오피스텔 거실. 뉴스 화면을 지켜본 우혁은 이가 갈리는 듯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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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화. 기억의 그림자

늦은 밤, 병원 기록실. 형광등이 희미하게 깜빡이고, 서류 더미 위로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 수연은 여전히 오래된 차트를 손끝으로 더듬고 있었다. 페이지마다 스며든 잉크 냄새가 낯설면서도 어쩐지 익숙했다. 눈앞에 아른거리는 장면들은 분명히 현실의 파편인데, 이름을 붙이려 하면 흩어져 버렸다.숨이 가빠지고 가슴이 조여왔다. 그녀는 메스를 들고 필사적으로 움직이던 자신의 손을 떠올렸다. 심장이 멎어가는 환자, 절망 속에서도 끝내 맥박을 되살리던 순간. 그때 들려왔던 비명 같은 심전도 소리와 환자의 가슴이 다시 뛰던 울림이, 마치 지금 귀 옆에서 들려오는 듯 생생했다.“정말… 당신이었어? 그때 내가 살린 사람이…”중얼거림은 공허하게 울려 퍼졌다.다음 날 아침, 병원 복도는 여전히 기자들로 들끓었다. 환자와 보호자들이 쏟아내는 불만도 거세졌다. “병원이 사람 장난하는 곳이야?”라는 목소리에서 시작해 “믿을 수 있는 건 이제 아무도 없다”라는 탄식까지, 그 혼란은 도저히 수습할 수 없어 보였다.그 중심에서 지현은 또다시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의사로서 저는 양심에 따라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5년 전 수술 기록이 보여주는 건 단순한 우연이 아닙니다. 차수연 교수님은 환자를 살리려 했을 겁니다. 하지만 동시에, 의사와 환자 사이의 선을 넘어선 건 윤리적으로 논란이 될 수밖에 없죠.”부드럽고 차분한 어조, 그러나 그 말끝에는 날카로운 독이 감춰져 있었다. 기자들의 카메라는 그녀를 중심으로 몰렸고, 기사 제목들은 순식간에 쏟아졌다.[“박지현 과장, 새로운 증언… ‘윤리적 문제 제기’”][“차수연 교수, 의료윤리 논란 불가피”]의국 안, 수연은 고개를 숙인 채 서류를 쥐고 있었다. 은혜가 곁에서 조심스레 다가왔다.“교수님, 신경 쓰지 마세요. 다들 진실을 알게 될 거예요.”그러나 수연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목 안에서 답답하게 막힌 감정이 올라왔고, 손끝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내가 정말 환자를 살렸던 게 맞는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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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화. 조작된 수치, 흔들리는 메스

아침 햇살이 병원 유리창 사이로 스며들었다. 차갑게 닦인 바닥은 반사된 빛을 받아 마치 얼음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수연은 이른 시간부터 회진을 돌며 환자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웃어야 할 순간마다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지만, 눈빛 깊은 곳에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 피로가 드리워져 있었다.“교수님, 어제 기사 보셨죠?”젊은 레지던트가 조심스레 묻자, 수연은 잠시 멈칫했다.“봤어.”짧게 대답했지만, 내면은 요동쳤다. 기사마다 우혁의 고백과 함께 수연의 이름이 언급되며, 윤리 논란이 확대되는 모양새였다. 그녀는 어쩌면 단순한 의료진으로서가 아닌, 한 사람의 여성으로 세상의 도마 위에 올라 있었다.동시에, 병원 구내식당 한편. 지현은 흰 가운을 걸친 채 커피잔을 들고 있었다. 그녀 앞에는 몇몇 동료 의사들이 둘러앉아 있었고, 그들의 시선은 호기심과 불신이 섞여 있었다.“솔직히 말해서, 수연 교수님 케이스… 좀 이상하지 않아?”“그러니까. 환자랑 그렇게 가까워졌다는 게 이해가 안 돼.”의도적으로 흘린 지현의 한마디에, 작은 불씨가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그녀는 직접적으로 공격하지 않았다. 대신 의심을 키울 만한 질문만 던졌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분위기는 충분히 흔들렸다.지현은 얌전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일어섰다.“나는 그냥… 환자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할 뿐이야.”그 말은 곧, 수연이 환자 안전을 지키지 못했다는 암시가 되어 버렸다.그날 오후, 흉부외과 수술실 앞. 긴급히 실려온 환자가 있었다. 교통사고로 갈비뼈가 부러져 심장에 손상이 간 상황, 분초를 다투는 응급이었다. 수연은 깊은 숨을 내쉬며 가운을 단단히 여몄다.“심폐 바이패스 준비하세요. 출혈 차단은 내가 맡을게.”그녀의 목소리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러나 옆에서 지현이 차트를 받아들며 의도적으로 잘못된 수치를 보고했다.“교수님, 혈액 가스 수치가 불안정합니다. 이 환자는 지금 심폐기 보조 없이 버티기 힘듭니다.”수연은 순간 의심스러운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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