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악마 상사의 부캐는 매너온도 99도: Chapter 91 - Chapter 94

94 Chapters

제91화 : 시계는 진짜, 남자친구는 미확인

월요일, 오전 8시 50분.마케팅 1팀 사무실로 들어서는 이루다의 발걸음은 평소보다 반 박자 느렸다.어젯밤부터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장면 때문이었다.한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던 압구정의 아파트. 루다가 팔았던 닌텐도 64를 보물처럼 보관하고 있던 남자. 그리고 책장 끝의 오래된 사진 한 장.광활한 정원 한가운데서 꼿꼿하게 카메라를 바라보던 어린 강태준.'아파트야 그렇다 쳐. 직책자 이상한테만 지급했던, 스톡옵션에 영끌까지 하면…… 아니, 그래도 좀 무리인가?'루다는 밤새 몇 번이나 뒤집었던 계산을 다시 해보았다.'그런데 고향집 정원은 뭐였지? 무슨 시골집 마당이 수목원만 해.'그때 정갈한 우디 향이 코끝을 스쳤다.자리에 앉아 있던 태준과 눈이 마주쳤다.목 끝까지 단정하게 채운 흰 셔츠와 각 잡힌 네이비 수트. 무테안경 너머로 루다를 확인한 태준은 다른 팀원들에게는 보이지 않을 만큼만 입꼬리를 움직였다.루다도 작게 웃어 보였다.겉보기에는 지극히 평온한 월요일 아침이었다.하지만 태준의 머릿속 중앙제어장치는 출근 전부터 하나의 과업만을 처리하고 있었다.'1단계, 사적 공간 공개는 완료됐다.'그는 검토 중인 보고서 위로 오른팔을 올려놓았다. 평소보다 셔츠 소매가 조금 짧게 당겨지며 묵직한 은빛 시계가 모습을 드러냈다.'오늘부터 2단계. 사적 소지품의 자연스러운 노출.'정교한 기계장치가 훤히 보이는 스켈레톤 다이얼. 푸른색으로 가공된 투르비용 케이지가 초침 아래에서 끊임없이 회전하고 있었다.국내에 단 한 점만 정식 배정된 하이엔드 워치였다.그리고 왼쪽 손목에는 평소의 스마트워치가 그대로 채워져 있었다.재벌가의 일상을 보여주는 것과 실시간 심박수 데이터를 포기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태준은 양쪽 손목에 하나씩 차는 것으로 두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했다.적어도 본인은 그렇게 판단했다.'고가의 물건에 차례로 익숙해지면, 최종 정보 공개 시 충격값을 최소화할 수 있다.'태준이 오른손으로 만년필을 집었다. 시계가 잘 보이도록 손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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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화 : 허언증 환자 강태준

화요일, 퇴근 무렵루다는 모니터 오른쪽 하단의 숫자가 6시를 넘긴 후에도 쉽게 일어나지 못했다.어제 검색한 7억 2천만 원짜리 시계가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렸다.기사를 열어볼수록 태준의 말이 맞다는 증거만 늘었다. 국내 단 한 점. 브랜드를 통한 직접 인도. 구매자 신원 비공개.그런데 진품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오히려 태준이 더 멀게 느껴졌다.'당장 묻고 싶지만…….'루다는 태준의 자리로 시선을 옮겼다.태준은 오늘도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표정으로 결재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 오른쪽 손목은 다시 깨끗했다. 수억 원짜리 시계는 하루 만에 자취를 감춘 뒤였다.'기다려 달라고 했으니까.'루다는 어제와 다른 결론을 내렸다.'그래. 묻지 말고 좀 더 보자.'그때 휴대폰이 짧게 울렸다.[태준 씨 : 지하 2층에서 기다리겠습니다.]루다의 입꼬리가 자신도 모르게 살짝 올라갔다가, 곧 제자리로 돌아왔다.고개를 들자, 태준이 서류를 덮고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지하 2층 주차장으로 내려간 루다는 두리번거리며 태준의 차를 찾았다.팀장 지정 주차구역에는 차가 한 대뿐이었다. 그런데 평소의 세단 대신, 유난히 눈에 띄는 차가 서 있었다.깊은 밤색의 차체는 주차장의 형광등 아래서도 물결처럼 빛났다. 엠블럼은 루다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모양이었다.차 안에 있던 태준이 내리고, 조수석 문을 열며 루다에게 말했다."타시죠."루다는 시트보다 태준의 얼굴을 먼저 보았다."우리 오늘 뭐 촬영해요?""촬영 일정은 없습니다.""그런데 이 차는 뭐예요? 신차 론칭 이벤트용 콘셉트카?"루다는 묻는 동안 태준의 눈을 지켜봤다.그가 머뭇거리는지, 눈동자가 흔들리지는 않는지.태준은 짧게 숨을 들이마셨다."콘셉트카가 아닙니다.""그럼요?""제가 사적으로 이용하는 차량입니다. 평소에는 따로 보관했습니다.""차를요? 따로 보관했다고요?""시선을 이끄는 차라서 잘 끌고 다니지 않습니다.""그러니까…… 팀장님 차라는 거네요?""정확히는 법인 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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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화 : 루다의 초대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오는 동안에도 루다의 웃음은 멎지 않았다.“진짜 억울하셨겠다. 본인 차라는데 아무도 안 믿어줘서.”“루다 씨까지 웃으실 줄은 몰랐습니다.”“저는 요트 때문에 웃은 거예요.”“그 대답도 별로 위로가 되지는 않는군요.”진지하게 서운해하는 얼굴에 루다는 또 웃고 말았다.차는 퇴근길 차량들 사이로 부드럽게 들어섰다. 버스가 바로 옆을 지나가는데도 안쪽은 고요했다. 천장의 작은 별들이 차창에 비쳐 저녁 풍경 위로 겹쳤다.“이 차는 평소에 언제 타요?”“멀리 이동할 때 가끔 탑니다.”“그럼 오늘은 멀리 가요?”“루다 씨 집으로 갑니다.”“겨우 삼십 분 타려고 이걸 가져오신 거예요?”태준이 앞을 보며 대답했다.“그 삼십 분 동안 루다 씨가 타니까요.”루다는 안전벨트를 만지던 손을 멈췄다.별생각 없이 물었는데, 태준의 대답이 루다의 마음을 자꾸 간지럽혔다. “……나 편하게 태워주려고요?”“그랬는데, 자꾸 몸을 굳히고 계셔서. 차를 잘못 골랐나 싶었습니다.”“좋기는 해요. 엄청.”태준의 입가가 풀리자 루다가 슬쩍 덧붙였다.“내릴 때 요금만 안 뜨면요.”“별도로 청구하지 않습니다.”“정말요? 나중에 딴말하기 없기예요.”루다는 웃으며 시트에 등을 기댔다.그저 좋은 차에 자신을 태워주고 싶었던 걸까.그러기에는 그의 집과 블랙카드, 어제의 시계가 여전히 마음에 걸렸다. 루다는 운전하는 옆얼굴을 바라보다 질문을 조금 더 품어두기로 했다.집 근처 마트가 보였을 때, 루다가 몸을 바로 세웠다.“저기서 내려주세요.”“집 앞까지 모셔다드리겠습니다.”“장을 좀 보려고요. 오늘 저녁은…… 제가 차려드리고 싶어서.”태준이 잠깐 그녀를 봤다.대답이 늦어지자 루다가 괜히 덧붙였다.“저 밥 할 줄 알아요. 맨날 배달만 시키는 거 아니거든요.”“그걸 걱정한 게 아닙니다.”마트 주차장으로 방향을 틀며 태준이 말했다.“좋아서, 메뉴도 못 물어봤습니다.”루다는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먼저 초대해놓고 이제 와 얼굴이 더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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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 태준의 자리

루다가 태준의 가슴을 손끝으로 밀어내며 말했다.“진짜 이제 밥 해야 해요.”“알겠습니다.”태준은 순순히 대답했지만, 허리를 감고 있던 그의 팔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루다가 눈을 가늘게 떴다.“알겠다는 사람 팔이 왜 그대로예요?”태준은 자신의 팔을 내려다봤다. 마치 지시를 따르지 않는 별도의 장치라도 발견한 얼굴이었다.“명령 전달에 약간의 지연이 있는 것 같습니다.”“그럼 제가 강제로 종료할까요?”루다가 부엌칼을 들며 말했다.“그건 곤란합니다.”태준은 그제야 아쉬움을 숨기지 못한 채 한 걸음 물러났다.겨우 풀려난 루다가 숨을 고르며 냉장고 앞으로 돌아섰다. 아무렇지 않은 척 고기를 꺼냈지만, 입술에는 좀처럼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도와드리겠습니다.”“손님은 얌전히 앉아서 기다리시죠?”“방금 전까지 저녁 준비를 방해했습니다. 손실 시간을 만회해야 합니다.”루다는 손에 든 칼을 건네며 말했다. “그러면 양파 좀 썰어주세요. 결대로 적당히, 너무 얇지 않게.”“너무 얇지 않게의 기준은 몇 밀리미터입니까?”“그냥 적당히요.”“적당히의 수치화가 필요합니다.”“태준 씨.”“네.”“돼지고기로 맞아 본 적 있어요?”“있을 리가요?”대답과 함께 태준은 잠시 칼과 양파를 번갈아 보더니, 결국 자신의 판단대로 칼질을 시작했다.도마 위로 일정한 소리가 이어졌다.탁, 탁, 탁, 탁.루다는 고추장을 뜨다 말고 태준을 바라봤다.양파 조각들이 공장에서 찍어낸 것처럼 똑같은 폭으로 늘어서고 있었다. 반듯하다 못해 자를 대고 검사해도 될 것 같은 모양이었다.“……몇 밀리예요?”“평균 6밀리미터입니다. 오차는 1밀리미터 이내로 통제했습니다.”“푸하하하하-”“원하신 기준과 다릅니까?”“아뇨. 너무 완벽해서 양파가 부담스러워할 것 같아요.”태준은 그 말을 농담으로 처리해야 할지 잠시 고민하는 얼굴이었다.루다는 웃으며 양념장에 설탕을 넣었다. 숟가락 위로 수북하게 올라온 설탕을 본 태준이 바로 물었다.“몇 그램입니까?”“한 숟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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