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8시 50분. 마케팅 1팀 사무실.루다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출근해 자리에 앉았다. '아, 어제 괜히 뒷담화를 해선...'어제 햇살강쥐님에게 '극혐하는 빌런 상사'라며 신명 나게 뒷담화를 날렸던 기억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혹시 햇살강쥐 계정을 강태준도 볼 수 있는 상황이었으면 어쩌지? 엄청난 찜찜함과 불안감이 몰려와, 어제 밤새 뒤척이느라 한숨도 자지 못한 탓이었다.'아니야, 설마...'애써 합리화하며 고개를 세차게 저었지만, 여전히 가시방석에 앉은 것처럼 마음 한구석이 찝찝했다. 본인이든 조카의 심부름이든, 어제 그 어색하고 뻘쭘했던 중고 거래 현장을 떠올리면 당장 오늘 아침 기획안 수정본을 들고 그 서늘한 얼굴을 마주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곤욕이었다."이루다, 너 안색이 왜 그래? 어제 당근 거래하다가 사기라도 당했어?"동기인 지원이 파티션 너머로 얼굴을 불쑥 들이밀며 물었다. 루다는 밤새 한숨도 못 자 퀭해진 눈으로 지원을 바라보았다."차라리 사기를 당하는 게 마음 편했을지도 몰라. 나 오늘 기획안 수정본 들고 팀장석 가면, 숨 막혀서 두 발로 못 걸어 나올 수도 있어.""얘가 아침부터 재수 없는 유언을 남기고 있어!"그때였다. 사무실 입구의 유리문이 열리며, 익숙하고도 서늘한 구두 굽 소리가 바닥을 때렸다. 강태준 팀장이었다. 완벽하게 세팅된 포마드 머리와 먼지 한 톨 없이 각 잡힌 네이비 수트. 어제 역삼역 3번 출구에서 베이커리 쇼핑백을 들고 어색하게 서 있던 그 인간적인 흔적은 온데간데없었다.루다는 헉, 숨을 들이마시고 모니터 뒤로 거북이처럼 목을 바짝 숨겼다. 제발, 제발 나를 찾지 마라."이루다 대리."하지만 얄궂은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의 낮고 건조한 목소리가 정확히 루다의 파티션을 향해 꽂혔다. 타닥거리던 키보드 소리가 일제히 멈추고, 팀원들의 동정 어린 시선이 루다에게 집중되었다.루다는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무릎을 진정시키며, 밤새 뜯어고친 기획안을 두 손에 꼭 쥔 채 팀장석으로 다가갔다."
Terakhir Diperbarui : 2026-03-21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