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의 프라이빗 카페.숨 막히는 정적 속, 공기가 싸늘하게 얼어붙었다.가장 먼저 침묵을 깬 것은, 밤새 2000년대 로맨스 드라마에 과몰입했던 김민호 사원이었다.그는 무거운 백팩을 멘 채, 유진의 앞을 떡하니 가로막으며 비장하게 외쳤다."팀장님! 차 책임은 죄가 없습니다! 주말에 엑셀 매크로도 못 돌리는 못난 후배를 거둬준 죄밖에 없단 말입니다!"00년대 감성이 듬뿍 담긴 민호의 처절한 외침에, 유진은 수치심으로 혀를 깨물고 싶어졌다."김민호 사원, 제발 입 좀…….""아닙니다, 책임님! 제 안에 책임님이 있는데, 제가 어떻게 책임님을 방패막이로 씁니까!"민호의 헛소리가 카페를 울리자, 이번엔 맞은편에 굳어있던 루다가 황급히 수습에 나섰다."아하하! 엑, 엑셀 과외! 참 훈훈하네요! 저, 저희는 하반기 팝업스토어 기획 때문에 성수동 상권 현장 실사를 나온 거라서요. 그럼 이만!"루다가 태준의 소매를 꾹꾹 잡아당기며 도망치려던 찰나였다."아닙니다."강태준 팀장의 서늘하고 단호한 목소리가 루다의 발목을 잡았다.태준이 안경을 쓱 치켜올리며 특유의 오만한 표정으로 유진과 민호를 향해 선포했다."저와 이루다 PM은 현장 실사를 온 것이 아닙니다. '정식 교제'를 전제로 한 1차 오프라인 미팅, 즉 데이트 중이었습니다.""……?!"'팀장님 미쳤어요?'라고 말하려 했지만, 입 밖으로 뱉을 수 없는 루다였다.경악한 루다가 태준의 등짝을 찰싹 때렸지만, 태준은 타격감 제로의 로봇처럼 흔들림이 없었다."차유진 책임. 살구색 쉬폰 원피스와 세팅된 헤어스타일 역시 엑셀 과외 복장으로는 심히 비효율적이군요."서로의 뼈를 때리는 완벽한 팩트 폭격.약 3초간의 짧은 눈맞춤 속에서, 마케팅 1팀의 두 '로봇 남녀'는 빠르게 상황을 판단했다.어설픈 거짓말로 기 싸움을 하는 것은 감정의 낭비일 뿐.지금 필요한 건 완벽한 리스크 매니지먼트였다."……인정하죠.""저도 인정하겠습니다."거의 동시에 떨어진 두 사람의 쿨한 항복 선언에, 민호와 루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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