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악마 상사의 부캐는 매너온도 99도: Chapter 71 - Chapter 80

90 Chapters

제71화 : 휴... 의심은 이제 끝난건가?

"야, 이루다. 너 방금 전에는 팀장님이 혼자 있다가 나간 자리에 네가 들어간 거라며. 그래서 잔향이 남은 거라며. 근데 왜 우리 민호 사원님은 두 분이 '같이' 들어갔다고 하실까?""어, 어어. 그게, 민호 사원이 뭔가 잘못 본……."루다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손사래를 쳤지만, 해맑은 민호가 쐐기를 박았다."에이, 제가 잘못 볼 리가요! 저 어제 탕비실에서 몰래 믹스커피 두 봉지 타서 자리로 가고 있었거든요? 근데 두 분이 복도 끝에서 엄~청 심각한 분위기로 미팅룸에 들어가시더라고요! 불도 안 켜시고! 와, 무슨 영화 찍으시는 줄 알았어요! 무슨 대외비 프로젝트 같은 거 하시는 거죠? 저도 나중에 꼬옥 끼워주셔야 합니다!"민호의 TMI 가득한 생생한 증언에 루다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지원은 이제 아예 팔짱을 낀 채 등받이에 기대어 루다를 노려보았다."그래. 불도 안 켜고. 영화를 찍으셨다. 이루다, 변명해 봐. 이번엔 또 무슨 기상천외한 핑계를 대려고 한숨까지 푹푹 쉬셨을까?"도망칠 곳이 없었다. 민호의 팩트 폭력 앞에 머릿속이 하얗게 표백된 루다가 아무 말 대잔치라도 시작하려 입술을 달싹이던 바로 그때였다."비밀 프로젝트는 아닙니다, 김민호 사원."루다의 등 뒤에서 들려온 낮고 서늘한 목소리에 카페 안의 온도가 순식간에 영하로 뚝 떨어졌다. 루다와 지원, 그리고 해맑던 민호까지 동시에 목소리의 진원지를 향해 고개를 휙 돌렸다.그곳에는 한 손에 테이크아웃 커피잔을 든 완벽한 수트 핏의 남자, 강태준 팀장이 서 있었다."어, 팀장님! 팀장님도 오셨네요!""팀, 팀장님……."민호가 배꼽인사를 했고, 루다는 구세주를 만난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태준은 안경을 한 번 쓱 치켜올리며 특유의 무미건조한 로봇 톤으로 입을 열었다."이루다 PM과 제가 개별적으로 논의해야 할 무거운 실무가 있었을 뿐입니다. 민호 사원이 낄 자리는 아니니 기대는 접으십시오.""아항! 역시 우리 팀 에이스 이루다 PM님! 근데 무슨 업무를 그렇게 불 꺼진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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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 갑시다, 내 여자친구

카페 문이 닫히고, 최지원 대리와 김민호 사원의 뒷모습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진 직후였다."하아…… 진짜 심장 멎는 줄 알았네."루다가 테이블에 엎어지며 깊은숨을 몰아쉬려던 찰나."으악, 뜨, 뜨거……!""네?!"언제나 한 치의 흐트러짐 없던 완벽한 '강 로봇'의 입에서 튀어나온, 지극히 인간적이고 다급한 비명이었다.태준이 들고 있던 핫 아메리카노 잔을 테이블 위에 거의 내동댕이치듯 내려놓고는 자신의 오른손을 부여잡았다. 그가 펄쩍 뛸 듯이 몸을 움츠리며 앓는 소리를 냈다.루다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테이블 위에 놓인 컵에서는 용암 같은 김이 펄펄 나고 있었다. 얼죽아의 자존심은신경도 못쓰고 다급하게 주문하느라 컵홀더조차 끼우지 않은 종이컵. 그걸 무려 5분 가까이 맨손으로 꽉 쥐고 있었던 것이다."팀장님! 미쳤어요?! 이걸 계속 맨손으로 들고 있었던 거예요?!""그, 최 대리 시선을 분산시키려면…… 큭, 여유로운 태도가 필수적이라……."태준이 평소의 각 잡힌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붉게 달아오른 손바닥을 허공에 짤짤 흔들며 헐떡거렸다. 아픔을 참느라 미간이 잔뜩 구겨져 있었고, 이마에는 땀방울까지 맺혀 있었다. 완벽했던 백마 탄 로봇의 처절하고 짠한 최후였다."아니, 그래도 그렇지! 손 좀 줘보세요!"루다가 기가 차다는 듯 그의 손목을 홱 끌어당겼다. 태준의 손바닥은 이미 화상을 입은 것처럼 새빨갰다. 루다는 다급하게 자신의 아이스 아메리카노 잔 겉면에 맺힌 차가운 물기를 닦아내더니, 차가워진 자신의 두 손으로 태준의 뜨거운 손바닥을 꾹 감싸 쥐었다."앗…….""가만히 계세요! 화기 안 빼면 수포 생겨요!"갑작스러운 차가운 감촉에 태준의 어깨가 크게 움찔했다. 하지만 그는 손을 빼지 못했다. 화끈거리는 고통 때문이기도 했지만, 자신을 걱정하며 미간을 찌푸린 루다의 다정한 얼굴이 너무 가까웠기 때문이다."진짜 바보 아니에요? 아프면 컵을 책상에 바로 내려놓으셨어야죠.""……내려놓으면 컵홀더가 없다는 걸 들킬 테고, 그럼 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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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 야근은 사랑을 싣고

마케팅 1팀 사무실은 그야말로 전시 상황이었다."유진 씨! 이거 봐, 벤더사 로우 데이터가 왜 이래? 단가 변동률이 왜 이렇게 널을 뛰냐고!"서은호 수석이 반쯤 넋이 나간 채 모니터 속으로 빨려 들어갈 듯 소리를 질렀다. 옆자리에서 키보드를 미친 듯이 두드리고 있던 차유진 책임이 안경을 고쳐 쓰며 차갑게 대꾸했다."수석님, 진정하세요. 팀장님이 예산 검토한다고 하셨지, 오늘 안에 지구 멸망한다고는 안 하셨잖아요."유진의 말투는 평소처럼 냉정했지만, 사실 그녀의 엑셀 시트 위에서도 마우스 커서가 쉼 없이 방황하고 있었다. 예산 삭감이라니. 한 번도 이런 적 없던 강 팀장이 직접 움직였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그때, 유진의 파티션 너머로 노란색 포스트잇이 붙은 비타민 음료 하나가 불쑥 나타났다.[유진 책임님! 당 충전하세요. 제가 옆에서 보니까 책임님 엑셀 함수가 너무 완벽해서 팀장님도 감탄하실 것 같아요! - 김민호 드림]유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잔뜩 겁을 집어먹은 표정으로 서 수석에게 혼나고 있어야 할 김민호 사원이, 정작 본인은 해맑게 웃으며 유진을 바라보고 있었다."민호 사원, 지금 한가해요? 본인 담당 업체 단가 분석은 다 끝냈습니까?""아뇨! 아직 반도 못 했는데요! 근데 책임님 손가락 움직이는 게 너무 빨라서 손목 아프실까 봐 걱정돼서요."걱정된다는 소리에 사무실의 모든 시선이 잠시 민호에게 쏠렸다. 유진은 얼굴이 화끈거려 음료를 구석으로 밀어 넣었다."조용히 하고 본인 일이나 하세요. 이번에 예산 방어 못 하면 민호 사원 간식비부터 깎일 줄 알아요."유진의 엄포에 민호가 헉 하고 입을 막더니, 이내 유진의 의자 옆으로 슬쩍 다가와 몸을 숙였다."책임님, 근데 저 진짜 궁금한 게 있는데요.""말하세요. 10초 드립니다.""아까 카페에서 보니까, 팀장님이랑 루다 PM님 분위기가 진짜 이상했거든요? 예산 삭감 회의라기엔 팀장님 귀가 너무 빨개서……."유진의 펜 끝이 멈췄다. 5년 차 책임급의 직감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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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책임님. 차유진 책임님. 일어나 보세요. 집에 가셔야죠."민호가 조심스럽게 유진의 어깨를 흔들었지만, 유진은 "으응…… 벤더사 단가…… 깎지 마……."라는 뼛속까지 K-직장인스러운 잠꼬대만 웅얼거릴 뿐이었다.결국 테이블 계산을 마친 민호는 유진을 부축해 호프집 밖으로 나왔다. 시원한 밤공기가 훅 끼쳐왔지만, 품에 안기듯 기대어 오는 유진의 체온과 그녀에게서 나는 은은한 비누 향, 그리고 알코올 냄새가 섞여 민호의 심장 박동을 다시 미친 듯이 끌어올렸다.도저히 부축만으로는 걸을 수 없는 상태. 민호는 결국 유진의 앞에 등을 보이고 쭈그려 앉았다."책임님, 업히세요. 택시 잡는 곳까지는 제가 모실게요.""……우응."유진이 얌전히 민호의 넓은 등 위로 엎혔다. 평소 사무실에서 각 잡힌 블라우스에 안경을 치켜올리며 냉철하게 지시를 내리던 철벽녀 차유진 책임이, 지금은 자신의 등 위에서 무방비하게 색색거리며 숨을 쉬고 있었다."영차. 하아, 진짜. 우리 책임님 은근히 무거…… 아니, 깃털 같으시네."휘청거리는 유진을 단단하게 고쳐 업은 민호의 입가에 픽 웃음이 샜다. 늘 서은호 수석의 호통이나 강태준 팀장의 서늘한 지시에도 흔들림 없던 유진이었다. 그런 완벽한 상사의 틈을 자신이 보게 될 줄은 몰랐다.그렇게 한참을 밤거리를 걷던 중, 민호의 목에 단단히 팔을 두른 유진이 귓가에 대고 불쑥 웅얼거렸다."야. 김민호.""네, 네. 애기 여기 있습니다. 말씀하십시오."민호가 아까 들었던 기상천외한 호칭을 써먹으며 능청스럽게 대답했다."너…… 내일도 나한테 커피 타줄 거야?""그럼요. 책임님 좋아하시는 얼음 적게 넣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대령해야죠.""주말에도…… 예산 삭감 방어 전략…… 같이 짤 거야?""네. 토요일에 만나서 엑셀 함수 기가 막히게 돌려보자고요.""……딴 여자 앞에서는 고기 굽지 마. 알겠어?"귓가에 닿는 유진의 숨결이 뜨거웠다. 장난스럽게 대답하던 민호의 발걸음이 우뚝 멈췄다. 등 뒤에서 들려온 작지만 분명한 투정. 평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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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 토요일 성수동 ... 그곳엔 무슨일이!?

다음날 아침, 유진의 오피스텔'미쳤어, 미쳤어! 차유진, 너 단단히 미쳤어!'알람 소리에 눈을 뜬 유진은 머리를 부여잡고 침대 위를 뒹굴었다.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는 그녀의 머릿속은 지옥 그 자체였다.알코올성 블랙아웃 따위는 없었다.'이 안에 너 있다'부터 시작해, 남의 사원증을 짤짤 흔들며 '이 여자가 내 여자다 왜 말을 못 해!'라고 주정을 부렸던 어젯밤의 흑역사가 4K 화질로 뇌리에 자동 재생되고 있었다.게다가 택시 타기 전 민호의 등에 업혀서 부렸던 앙탈은 또 어떻고!"아아아악! 차유진 미친년! 미쳤어!"퍽! 퍽! 퍽!유진은 허공을 향해 격렬한 이불킥을 날리며 절규했다.회사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처음 마주한 본인의 주사, 이대로 사직서를 쓰고 잠적할까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부하 직원에게 보인 추태를 바로 잡기 위해 출근하기로 마음 먹었다.결국 유진은 창백한 얼굴로 출근해 제 자리에 쓰러지듯 앉았다.'어떡하지? 오늘 얼굴을 무슨 수로 봐!'유진이 책상에 머리를 박고 앓는 소리를 내고 있을 때였다.머리 위로 불쑥, 짙은 커피 향과 함께 누군가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차유진 책임님. 출근하셨네요."흠칫 놀란 유진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그곳엔 밤새 을 정주행하며 오열한 탓에, 두 눈이 명란젓처럼 퉁퉁 부어오른 김민호 사원이 서 있었다.그런데 평소의 해맑은 댕댕이 모드가 아니었다.민호는 어디서 본 건 있는지, 셔츠 단추를 두 개쯤 풀어 헤치고 짝다리를 짚은 채 턱을 치켜들고 있었다.2000년대 드라마 재벌 3세 남주인공 특유의 '오만방자한 포즈'였다."어, 엄!? 민호 사원. 눈이 왜 그래? 모기 물렸어…….?""눈 같은 건 신경 쓰지 마십시오. 어젯밤, 사랑의 숭고함에 대해 깊이 고찰하느라 잠시 시력을 잃었을 뿐이니까.""뭐?"민호가 알 수 없는 소리를 지껄이며 유진의 책상 위에 하얀 머그잔을 내려놓았다.언제나 유진의 아침을 깨우던 '얼음 적게 넣은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아니었다.몽글몽글한 하얀 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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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 드디어 시작된 4자 대면

'토요일 성수동!?'메시지를 확인한 루다는 곧장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녀는 탕비실로 가는 척하며 재빨리 사내 메신저 창을 두드렸다.[이루다 PM : 팀장님, 지금 당장 비상구 계단으로 와주세요. 초비상입니다!!]잠시 후, 비상구 계단. 서늘한 공기 속에서 루다는 팔짱을 낀 채 심각한 표정으로 서 있었고, 태준은 평소처럼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정장 차림으로 문을 열고 들어왔다."초비상이라니, 무슨 일입니까?""팀장님, 이번 주 토요일 데이트 장소 말이에요. 성수동은 절대 안 됩니다. 다른 데로 바꾸세요!"루다의 다급한 외침에 태준이 미간을 살짝 좁혔다."이유가 뭡니까. 제가 짠 동선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까? 동선 최적화 및 만족도 시뮬레이션 결과…….""아니, 시뮬레이션이 문제가 아니라요! 방금 유진 책임님이랑 김민호 사원님이 이번 주 토요일 오후 1시에 성수동에서 만나기로 약속하는 걸 제 두 귀로 똑똑히 들었다고요!"루다의 말에 태준의 눈동자가 아주 미세하게 커졌다. 사내 비밀 연애의 첫 데이트 장소에 같은 팀 부하 직원들이 출몰한다니, 확실히 위험 요소이긴 했다. 하지만 당황함도 잠시, 태준은 안경을 쓱 치켜올리며 특유의 오만한 미소를 지었다."걱정할 것 없습니다, 이루다 PM.""네? 방금 제 말 못 들으셨어요?""이루다 PM이 우려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알겠습니다만, 제가 기획한 데이트 코스는 일반적인 검색어로는 절대 노출되지 않는 프라이빗 VVIP 시크릿 코스입니다.""시크릿…… 코스요?""그렇습니다. 간판도 없고, 100% 사전 예약제에 테이블 간격이 3미터 이상 떨어져 있는 완벽한 요새죠. 차유진 책임과 김민호 사원이 흔한 인스타 핫플을 전전할 확률은 높아도, 우리가 갈 곳에 우연히 발을 들일 확률은 0%에 수렴합니다."확신에 찬 강 로봇의 데이터 브리핑에 루다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0%에 수렴한다니. 저렇게까지 자신만만하게 나오니 왠지 정말 마주칠 일이 없을 것 같기도 했다."……진짜죠? 만약에 마주치면 저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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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 깐부 결성

성수동의 프라이빗 카페.숨 막히는 정적 속, 공기가 싸늘하게 얼어붙었다.가장 먼저 침묵을 깬 것은, 밤새 2000년대 로맨스 드라마에 과몰입했던 김민호 사원이었다.그는 무거운 백팩을 멘 채, 유진의 앞을 떡하니 가로막으며 비장하게 외쳤다."팀장님! 차 책임은 죄가 없습니다! 주말에 엑셀 매크로도 못 돌리는 못난 후배를 거둬준 죄밖에 없단 말입니다!"00년대 감성이 듬뿍 담긴 민호의 처절한 외침에, 유진은 수치심으로 혀를 깨물고 싶어졌다."김민호 사원, 제발 입 좀…….""아닙니다, 책임님! 제 안에 책임님이 있는데, 제가 어떻게 책임님을 방패막이로 씁니까!"민호의 헛소리가 카페를 울리자, 이번엔 맞은편에 굳어있던 루다가 황급히 수습에 나섰다."아하하! 엑, 엑셀 과외! 참 훈훈하네요! 저, 저희는 하반기 팝업스토어 기획 때문에 성수동 상권 현장 실사를 나온 거라서요. 그럼 이만!"루다가 태준의 소매를 꾹꾹 잡아당기며 도망치려던 찰나였다."아닙니다."강태준 팀장의 서늘하고 단호한 목소리가 루다의 발목을 잡았다.태준이 안경을 쓱 치켜올리며 특유의 오만한 표정으로 유진과 민호를 향해 선포했다."저와 이루다 PM은 현장 실사를 온 것이 아닙니다. '정식 교제'를 전제로 한 1차 오프라인 미팅, 즉 데이트 중이었습니다.""……?!"'팀장님 미쳤어요?'라고 말하려 했지만, 입 밖으로 뱉을 수 없는 루다였다.경악한 루다가 태준의 등짝을 찰싹 때렸지만, 태준은 타격감 제로의 로봇처럼 흔들림이 없었다."차유진 책임. 살구색 쉬폰 원피스와 세팅된 헤어스타일 역시 엑셀 과외 복장으로는 심히 비효율적이군요."서로의 뼈를 때리는 완벽한 팩트 폭격.약 3초간의 짧은 눈맞춤 속에서, 마케팅 1팀의 두 '로봇 남녀'는 빠르게 상황을 판단했다.어설픈 거짓말로 기 싸움을 하는 것은 감정의 낭비일 뿐.지금 필요한 건 완벽한 리스크 매니지먼트였다."……인정하죠.""저도 인정하겠습니다."거의 동시에 떨어진 두 사람의 쿨한 항복 선언에, 민호와 루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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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 태준과 유진의 대결

"자, 팀장님! 이 영롱한 시트를 보십시오! 제가 준비한 비장의 자료입니다."김민호 사원이 해맑은 얼굴로 노트북 화면을 강태준 팀장 쪽으로 들이밀었다.화면에는 원색의 화려한 표와 알 수 없는 매크로 버튼들이 난무하는 '통합 마스터 대장'이 띄워져 있었다.그 끔찍한 혼종을 마주한 강태준의 미간이 무섭게 좁혀졌다."김민호 사원.""네, 팀장님!""데이터 병목 현상이 눈에 훤히 보입니다."이때, 옆에 앉아 있던 차유진 책임이 안경을 치켜올리며 거들었다."팀장님 말씀이 맞아요.""피벗 테이블 범위도 동적 범위로 설정해둬야 나중에 로우 데이터가 추가돼도 에러가 안 납니다.""그리고 이 매크로 버튼의 VBA 코드도 쓸데없는 반복문이 너무 많습니다.""잠깐 비켜보세요, 민호 사원.""제가 단축키로 배열 수식 먼저 손 좀 보겠습니다."어느새 프라이빗 카페의 고급스러운 테이블은 마케팅 1팀의 살벌한 회의실로 변질되어 있었다.태준과 유진, 두 명의 '로봇 남녀'가 모니터 속으로 빨려 들어갈 듯 엑셀 수식을 해체하고 조립하기 시작했다.주말 성수동 한복판에서 벌어진 끔찍한 엑셀 지옥도였다.참다못한 루다가 테이블을 탁 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그만! 스톱! 두 분 다 당장 노트북 덮으세요!""아직 데이터 정규화 작업이……."태준의 말을 들을 것도 없다는 듯, 무시하며 루다는 말을 이어나갔다."날씨가 이렇게 좋은데 카페에서 엑셀이 웬 말입니까! 당장 나가서 몸 쓰는 액티비티를 하시죠!"루다가 씩씩거리며 외쳤다."진 팀이 오늘 밥값부터 커피값, 데이트 비용 전부 쏘기 내기입니다!"십 분 뒤, 네 사람이 도착한 곳은 성수동의 대형 콤보 오락실이었다.첫 번째 종목은 사격이었다."팀장님, 설마 총도 데이터로 쏘시는 건 아니죠?"루다의 도발에 태준이 여유롭게 장난감 소총을 집어 들었다."사격이야말로 완벽한 물리학과 알고리즘의 결합입니다."태준이 한쪽 눈을 감고 목표물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현재 실내 풍향, 에어컨 바람의 세기, 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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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 이거 마시면 우리 사귀는거야

성수동의 탁 트인 야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감성 루프탑 펍.은은한 레트로 전구 조명 아래, 네 사람은 야외 테이블에 둘러앉아 시원한 생맥주와 숯불 꼬치를 즐기고 있었다.방탈출 카페에서 치열한 두뇌 싸움을 마친 뒤라 그런지 생맥주가 달게 넘어갔다."자, 이렇게 모인 것도 인연인데 술 게임 하나 하시죠!"살짝 알딸딸해진 민호가 주도권을 잡으며 해맑게 외쳤다."서로에 대해 더 깊이 알아갈 수 있는 진실의 손병호 게임! 다섯 손가락 다 접히면 벌칙주 원샷입니다!""그리고 가장 많이 꼴지한 사람이 계산하는게 까요?""호오, 좋습니다. 손병호 게임이라, 변수 통제가 불가능한 심리전이군요."태준이 안경을 쓱 치켜올리며 흥미롭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첫 번째 순서는 유진이었다."최근 24시간 이내에, 데이트를 명목으로 성수동까지 와서 백팩에 15인치 노트북을 챙겨온 사람 접으세요."유진의 서늘한 팩트 폭격에 민호가 흠칫 놀라며 손가락 하나를 접었다."책임님! 첫 턴부터 이렇게 노골적으로 저격하기입니까!"이어지는 차례는 태준이었다."최근 일주일 이내에, 쓸데없는 VLOOKUP 함수 중첩으로 엑셀 파일에 병목 현상을 유발한 사람 접습니다.""아, 팀장님!"연이은 마케팅 1팀 에이스들의 협공에 민호의 손가락은 순식간에 두 개나 접히고 말았다.이를 지켜보던 루다가 기가 막힌다는 듯 맥주잔을 탁 내려놓았다."아니, 지금 술 게임을 무슨 인사고과 평가처럼 합니까?"루다가 독기 품은 눈으로 태준과 유진을 번갈아 노려보았다."오늘 주말 데이트 장소로 노트북 사용 금지인 프라이빗 카페 예약한 사람, 당장 접으세요."루다의 날카로운 역공에 이번에는 태준과 유진이 흠칫하며 동시에 손가락을 접었다."그리고 오늘 사격장에서 시간 계산하다가 총알 한 발도 못 쏘고 타임 오버 당한 사람도 접습니다!"태준이 헛기침을 하며 조용히 손가락 하나를 더 접었다.서로의 뼈를 때리는 팩트 폭격과 폭로전이 오가며 루프탑의 열기는 점점 달아올랐다.결국 이 무자비한 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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