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평범한 회사의 일상이 돌아왔다. 화요일 아침 사무실에서 마주쳤을 때,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깍듯한 '팀장'과 '팀원'으로 돌아가 있었다. 태준은 평소처럼 루다의 기획안 품의를 빨간 펜으로 난도질했고, 루다는 평소처럼 깨지면서도 묵묵히 수정본을 올렸다. 다만 반려 사유 끝에 '단, 3페이지 도입부 방향성은 우수함'이라는 한 줄이 슬쩍 붙어 있었다. 회사에서 그가 표현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애정 표현이었다.수요일 오후.이날도 루다의 기획안을 어김없이 반려당했다."타깃 분석에 근거가 부족합니다. 재검토."평소와 다를 바 없는 반려였지만, 루다는 더 이상 예전처럼 어깨가 움츠러들지 않았다. 회사에서는 철저히 남남처럼, 그러나 그 남남 사이를 흐르는 온도만큼은 두 사람만 아는 비밀이었으니까. 다만, 그 미묘한 온도를 자꾸만 곁눈질하는 한 사람이 있었다. "야, 이루다." 오후 무렵, 최지원 대리가 슬쩍 의자를 굴려 다가와 속삭였다. "너 요즘 강 팀장님한테 안 까이는 날이 없는데, 표정은 왜 이렇게 좋냐?" "음……까여도 월급은 나오니까?" 루다가 능청을 떨자 지원이 눈을 가늘게 떴다. 의심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지만, 결정적 증거 또한 잡히지 않은 루다였다. 바로 그때, 사무실에 청천벽력 같은 공지가 떨어졌다. "내일 저녁, 마케팅 본부 전체 회식 있겠습니다. 6시 30분, 강남 '우대갈비'입니다. 본부장님께서 직접 마련하신 자리이니, 전원 참석입니다." 태준의 건조한 한마디에 사무실이 술렁였다. 마케팅 본부 전체 회식. 1팀, 2팀, 기획팀까지 수십 명이 한자리에 모이는 대규모 자리였다. 게다가 평소 코빼기도 안 비치던 본부장이 직접 마련한 자리라니. "우대갈비?! 본부장님이 웬일이래?" 서은호 수석이 신난 목소리로 최지원 대리에게 물었다. 회식이라면 일단 좋아하고 보는 인간이었다. "이번에 1분기 본부 실적이 굉장히 좋았다고 들었어요. 아마 그거 때문 아닐까요?" "아 진짜? 이야 그럼 내년에 성과급 좀 기대해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