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 안의 공기는분명 아까와 같아야 했다.음악은 여전히 벽 너머에서 울리고 있었고,샴페인의 기포는 잔 속에서 천천히 올라오고 있었다.그런데도 이상했다.어딘가 조금씩 틀어져 있었다.문이 열리며 사람들이 더 들어왔다.낯선 얼굴들. 초대 명단에 없던 사람들.그들의 시선이 룸 안을 천천히 훑었다.그리고 단 한 사람.정연주.이다정의 시선이 잠깐 멈췄다.연주는 소파에 앉아 잔을 가볍게 들고 있었다.놀란 기색도,당황한 표정도 없었다.오히려 너무 자연스러웠다.마치 처음부터 이 자리에 있을 걸 알고 있었다는 듯이.연주의 눈이 이다정을 향해 올라왔다.그리고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인사도 아니고 도발도 아닌 그 어딘가의 미소였다.“아, 인사부터 해야지.”누군가 웃으며 말했다.너무 자연스러워서 더 이질적인 목소리였다.“이쪽은이다정 전무님. 처음 뵙죠?”이다정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처음 보는 얼굴.하지만 아까부터 느껴지던 기류.같은 쪽이다.그녀는 잔을 내려놓았다.유리 바닥이 테이블에 닿으며 짧은 소리가 났다.“처음이네요.”이다정은 입꼬리를 올렸다.완벽한 미소였다.흔들림도, 틈도 없는.“근데요.”그녀는 손가락으로 잔 가장자리를 한 번 천천히 돌렸다.“여긴 초대받은 사람만들어오는 자리 아니에요?”“아, 그게.”남자는 어깨를 으쓱했다.“요즘은 인맥도 유동적이잖아요.”가벼운 농담처럼 던진 말.그 말에 룸 안에서 작은 웃음이 흩어졌다.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였고 누군가는 술잔을 들었다.하지만 이다정은 알았다.이 웃음이 같은 편의 웃음이 아니라는 걸.그 순간 아주 또렷하게 깨달았다.—이 방에서 자기 편은 없다는 걸.손끝이 차갑게 식었다.하지만 얼굴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아까 얘기 이어서요.”처음 말을 걸었던 남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전무님 주변, 요즘 꽤 시끄럽다면서요.”이다정은 천천히 고개를 기울였다.“그런 소문까지 돌아요?”“소문은.”그가 잔을 들며 말했다.“항상 사실보다 빠르죠.
Last Updated : 2026-03-1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