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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나의 기사가 되어줘: Chapter 21 - Chapter 30

66 Chapters

21화

아침 공기는 어제와 달리 이상할 만큼 차분했다.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빛이 식탁 위를 조용히 훑고 지나갔다.이다정은 식탁에 앉아 눈앞에 놓인 그릇들을 잠시 바라보고 있었다.미역국.갓 지은 밥에서 하얀 김이 천천히 올라왔다.반찬들은 마치 누군가 정성스럽게 줄을 세운 것처럼깔끔하게 놓여 있었다.너무 단정해서 오히려 어색할 정도였다.이다정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어제의 메시지, 집 안에서 느껴졌던 미묘한 흔적들.그 모든 긴장이 밤새 몸 어딘가에 남아 있었지만 지금 식탁 위에 놓인따뜻한 음식들이 그 긴장을 조금씩 풀어내고 있었다.“이게….”황예은이 숟가락을 들고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기사님이 한 거라고?”이다정은 대답 대신 국을 한 숟갈 떠먹었다.따뜻했다.입 안에서 퍼지는 온기가 천천히 목을 타고 내려갔다.속까지 조용히 데워지는 느낌.“응.”짧은 대답이었다.하지만 그 안에는 묘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황예은은 고개를 돌려 김다온을 봤다.그는 식탁 끝에 서서 차분하게 서류 가방을 정리하고 있었다.앞치마는 이미 벗어둔 상태였다.마치 아침 식사를 준비한 사람이 아니라 지금 막 출근 준비를 마친 사람처럼단정한 모습이었다.황예은이 피식 웃었다.“아니, 진짜 웃기다.”“기사가 아니라 남친 같아.그것도 질투가 많은 남친”이다정이 순간 목이 막힐 뻔했다.“야.”그녀가 낮게 경고했다.김다온은 못 들은 척했다.아니 정확히는듣고도 반응하지 않는 쪽에 가까웠다.“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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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회의 준비를 마치고 잠시 생긴 틈.복도 끝에 놓인 커피 머신 앞에서 이다정은 잠깐 숨을 골랐다.은은하게 퍼지는 원두 향.기계가 낮게 끓는 소리를 내며 천천히 액체를 떨어뜨린다.이상하게도, 그 소리만 들리면 마음이 가라앉았다.오늘 하루는 유난히 사람을 많이 상대했다.표정, 말투, 눈치, 계속해서 맞춰야 하는 일들.…조금 지친다.손끝으로 종이컵을 만지작거리던 그때—“설탕 빼고죠.”뒤에서 들려온 낮은 목소리.이다정의 어깨가 아주 미세하게 굳었다.천천히 돌아본다.“그걸 어떻게—”말끝이 흐려졌다.김다온은 이미 그녀 옆에 서 있었다.늘 그랬듯, 과하게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어제.”짧은 대답.“집에서 같은 걸 드셨습니다.”그 순간, 어제 밤 장면이 떠올랐다.불 꺼진 거실, 테이블 위에 놓였던 컵,그리고 그가 아무 말 없이 자리를 정리하던 뒷모습.이다정의 시선이 잠깐 흔들렸다.…기억하고 있었어?별것 아닌 사실인데, 가슴 안쪽이 묘하게 간질거렸다.김다온은 자연스럽게 컵을 꺼내 머신 아래에 놓았다.“카페인은 이 시간대가 적당합니다.”딱, 업무적인 말.그런데— 왜 저 말이 이렇게 부드럽게 들리지.이다정은 컵을 받아 들었다.따뜻한 온기가 손바닥에 번졌다.“기사님.”“네.”“사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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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카페 문이 닫히는 순간—종이 울리는 소리가 짧게, 선명하게 끊어졌다.김다온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바깥 공기가 얼굴을 스친다.조금 전까지의 따뜻함과는 전혀 다른 온도.차가운 공기.조금 건조한 바람.그가 숨을 들이켰다.…늦었다.이미 시작된 일이다.그 남자가 굳이 얼굴을 드러냈다는 건 단순한 경고가 아니다.‘위에서 움직여.’그 말이 머릿속에서 계속 반복됐다.위.그 단어 하나만으로도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었다.지워버렸다고 생각했던 것들.손끝이 아주 미세하게 굳었다.그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폈다.힘을 빼듯, 다시 쥐었다.…지금은 아니다.지금은 다른 게 우선이다.차가 보인다.운전석 문 앞에서 잠깐 멈춘다.유리창 너머로 이다정이 보였다.고개를 약간 기울인 채 그를 보고 있는 얼굴.눈이 마주쳤다.그 순간 김다온의 시선이 아주 짧게 흔들렸다.…왜 저 표정이지.걱정.그건 분명한데 그 안에, 다른 게 섞여 있었다.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조금 더 깊은 온도.가슴 어딘가가 조용히 내려앉는다.…선 긋어야 한다. 지금 당장.김다온은 문을 열었다.—차 문이 닫힌다.조용해진 공간.이다정이 먼저 입을 열었다.“금방이네요.”평소와 같은 말투.그런데 끝이 아주 미세하게 흐려졌다.“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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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출근 시간대의 로비.유리문이 열릴 때마다 차가운 공기가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구두 굽이 바닥을 치는 소리, 카드키가 찍히는 짧은 전자음, 익숙한 인사들.“안녕하세요.”“좋은 아침입니다.”모든 게 규칙적으로 흘러간다.그 속에서 이다정은 잠깐 걸음을 멈췄다.엘리베이터 앞.사람들이 옆으로 스쳐 지나가는데도 그녀의 주변만 묘하게 느리게 흐르는 것 같았다.“오늘 일정 끝나면 연락할게요.”아무렇지 않게 꺼낸 말.하지만 말을 하고 나서야 스스로도 아주 미세하게 숨을 고른다.왜 굳이 그 말을 했을까.굳이. 김다온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전무님.”짧고 단정한 대답.늘 그렇듯 흔들림이 없다.…이다정의 시선이그의 얼굴에 잠깐 머문다.어제. 엘리베이터 안.그 말. 같이 살아 돌아와요.그때 분명히, 잠깐 흔들렸던 눈.…지금은 없다.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완벽하게 정리된 표정.이다정은 입꼬리를 아주 조금 올렸다.“그럼.”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다.그 사이로 그녀가 들어간다.문이 닫히기 직전 이다정은 한 번 더그를 봤다.김다온은 그대로 서 있었다.항상 그 자리에. …문이 닫힌다.시야가 끊긴다.그 순간 이다정의 심장이 아주 미세하게 아쉬움을 남긴다.…왜?이유는 굳이 생각하지 않는다.엘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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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미국, 로스앤젤레스.비행기가 활주로에 닿는 순간 짧은 충격이 몸을 타고 올라왔다.덜컹.이어지는 긴 마찰음.이다정은 안전벨트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간 걸 느꼈다.창밖으로 시선을 옮긴다.끝없이 이어진 콘크리트, 열에 일렁이는 공기, 멀리서 번지는 강한 햇빛.…한국이 아니다.그 사실이, 눈이 아니라 피부로 먼저 와닿는다.숨이 아주 조금 건조하게 갈라졌다.기내 방송이 끝나기도 전에 김다온은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통로 쪽, 앞쪽, 뒤쪽.짧은 시간 안에 시선을 세 번 나눈다.사람의 움직임, 손 위치, 가방.모든 걸 스치듯 훑는다.엘리스는 그걸 보며 하품을 삼켰다.“환영해.”느긋한 목소리.“총이 합법인 나라에.”이다정의 눈썹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말을 꼭 그렇게 해야 해요?”“현실이니까.”엘리스는 웃었다.가볍게, 아무렇지 않게.“여긴 총이 위험한 게 아니라—”잠깐 고개를 기울인다.“총이 없으면 위험한 곳이거든.”…이다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말이 농담이 아니라는 걸, 이미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그때 김다온의 손이 아주 자연스럽게 통로를 막았다.“전무님.”낮고 단단한 목소리.“잠시만.”그는 먼저 내렸다.이다정은 그 뒷모습을 잠깐 바라봤다.넓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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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호텔 로비의 공기가, 보이지 않는 손에 쥐어진 것처럼 순식간에 식어버렸다.샹들리에의 빛은 그대로인데 이상하게도 공기가 탁해졌다.사람들의 숨이 얇아지고, 소음이 한 박자 늦게 들렸다.“엘리스, 마야.”“둘은 전무님 방으로 모셔.”짧고, 정확한 지시.“나머지는.”“나 따라와.”말이 끝나기 전에 검은 정장들이 움직였다.바닥을 스치는 소리조차 없이.마치 처음부터 거기에 서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위치를 바꿨다.눈빛이 스쳤다.그걸로 충분했다.이다정은 그 장면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이 사람들.말이 필요 없네.숨이 조금 얕아진다.심장이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빨라지고 있었다.엘리스가 몸을 돌렸다.부드러운 미소가 걸렸지만,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대표님.”“지금부터는 제 옆에서 한 발자국도 떼지 마세요.”부드러운 목소리.이다정은 짧게 숨을 삼켰다.“네.”마야가 반대편에 섰다.움직임이 짧고, 단단했다.“엘리베이터는 사용하지 않습니다.”“계단으로 이동합니다.”그 말이 끝나자마자 로비의 소리가 다시 멀어졌다.이다정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멈췄다.“…김다온.”이름이 먼저 나왔다.김다온이 그녀를 바라봤다.그 순간, 주변의 모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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