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준비를 마치고 잠시 생긴 틈.복도 끝에 놓인 커피 머신 앞에서 이다정은 잠깐 숨을 골랐다.은은하게 퍼지는 원두 향.기계가 낮게 끓는 소리를 내며 천천히 액체를 떨어뜨린다.이상하게도, 그 소리만 들리면 마음이 가라앉았다.오늘 하루는 유난히 사람을 많이 상대했다.표정, 말투, 눈치, 계속해서 맞춰야 하는 일들.…조금 지친다.손끝으로 종이컵을 만지작거리던 그때—“설탕 빼고죠.”뒤에서 들려온 낮은 목소리.이다정의 어깨가 아주 미세하게 굳었다.천천히 돌아본다.“그걸 어떻게—”말끝이 흐려졌다.김다온은 이미 그녀 옆에 서 있었다.늘 그랬듯, 과하게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어제.”짧은 대답.“집에서 같은 걸 드셨습니다.”그 순간, 어제 밤 장면이 떠올랐다.불 꺼진 거실, 테이블 위에 놓였던 컵,그리고 그가 아무 말 없이 자리를 정리하던 뒷모습.이다정의 시선이 잠깐 흔들렸다.…기억하고 있었어?별것 아닌 사실인데, 가슴 안쪽이 묘하게 간질거렸다.김다온은 자연스럽게 컵을 꺼내 머신 아래에 놓았다.“카페인은 이 시간대가 적당합니다.”딱, 업무적인 말.그런데— 왜 저 말이 이렇게 부드럽게 들리지.이다정은 컵을 받아 들었다.따뜻한 온기가 손바닥에 번졌다.“기사님.”“네.”“사람
Last Updated : 2026-03-1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