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들리에가 길게 늘어진 연회장은 지나치게 화려했다.크리스털 잔이 부딪히는 소리,낮게 깔린 재즈 선율, 향수와 와인의 냄새가 뒤섞인 공기. 공식 만찬. 이다정은 짙은 네이비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과하지 않으면서도 단단해 보이는 색.대표로서의 품위와, 여자로서의 선을 동시에 지키는 선택. 김다온은 그녀의 오른쪽 뒤, 반 걸음 거리.정확히 계산된 위치였다. 시야 확보, 동선 차단, 즉각 대응 가능한 각도. 하지만 오늘은,그 계산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Miss Lee, you look absolutely stunning tonight.”(이다정 대표님, 오늘 밤 정말 눈부십니다.) 바이어 대표, 마이클 로웰이 와인잔을 들며 미소 지었다. 필요 이상으로 부드러운 눈빛.이다정은 단정하게 웃었다.“Thank you. I’m glad you like the arrangement.”(감사합니다. 준비한 자리가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이에요.) “Arrangement? I’m talking about you.”(자리 말고, 당신을 말하는 겁니다.)주변에서 낮은 웃음이 흘렀다. 이다정의 미소는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김다온은 봤다.그녀의 왼손이 테이블 아래에서아주 미세하게 움켜쥐어지는 것을. 그는 한 발, 아주 자연스럽게 앞으로 이동했다.이전과 같은 거리였지만,체감상 더
Last Updated : 2026-03-2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