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소음이 한풀 꺾인 듯했지만, 호텔 창문을 열면 여전히 불빛과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광장은 축제와 시위가 동시에 벌어지는 듯 요동쳤다.손에 불빛을 든 사람들이 노래를 흥얼거렸고, 맞은편에서는 “진실”을 외치는 구호가 하늘로 치솟았다.밤공기조차 뜨겁게 달궈져 있었다.방 안은 정적에 잠겨 있었다.나는 기타를 무릎에 올려두고 줄을 튕겼다.소리는 맑았지만, 금세 사라졌다.손끝에 남은 울림은 애써 누르려 해도 가슴까지 번져 올라왔다.“내일이 마지막이래요.”작게 흘린 말에, 대답이 돌아왔다.-마지막일 수도 있고, 시작일 수도 있지.고개를 들어보니, 창가 쪽에 희미한 실루엣이 서 있었다.김한이었다.그의 형체는 빛과 그림자가 엉겨 붙은 듯 불완전했지만, 눈동자만큼은 누구보다 선명했다.나는 숨을 삼켰다.“…내일, 서이란이 당신 이야기를 다 꺼내겠대요. 그럼 세상은… 제 노래를 믿지 않겠죠.”그는 잠시 미소를 지었다.“네가 지금 두려운 건 사람들의 시선이지, 노래 그 자체가 아니잖아.”“그렇지만”내 목소리가 갈라졌다.“당신 때문에 내가 여기까지 왔는데, 당신 때문에 무너질 수도 있어요.”그는 천천히 다가왔다.손을 뻗었지만, 닿지 못한 채 공기 속에 머물렀다.“나는 너를 무너뜨리려 한 적 없다. 다만, 너의 목소리를 일으키고 싶었다.”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당신은 왜… 왜 꼭 사라져야만 해요?”그는 눈길을 거두지 않은 채 말했다.“내가 떠나도, 네 안에 남는다. 네가 노래할 때마다 나는 함께 살아난다.그러니 울지 마라.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남는 거다.”그 말은 위로였지만, 동시에 이별의 선고처럼 가슴을 파고들었다.같은 시각, 호텔 옆 건물 옥상에서는 재운이 혼자 서 있었다.도시의 불빛이 발밑에서 흔들리고, 멀리 공연장이 거대한 괴물처럼 어둠 속에 드러나 있었다.그는 담배를 꺼내 쥐었지만, 불을 붙이지 못한 채 손가락만 떨렸다.“나는 무엇이었을까.”그의 목소리는 바람에 묻혔다. 그는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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