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실 문을 열자마자 공기는 이미 갈라져 있었다.영수는 드럼 스틱을 탁탁 부딪히며 벽에 기댄 채 앉아 있었고, 현아는 베이스 케이스를 닫은 채 바닥만 보고 있었다.누구도 내 쪽을 보지 않았다.나는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넸지만, 공기는 응답하지 않았다.“오늘은… 합주 안 해?”내 물음에 현아가 고개를 들었다.그녀의 눈빛은 더 이상 화도 아닌, 체념에 가까웠다.“수정아, 이제는 솔직히 말해. 넌 결국 혼자 갈 거잖아.”“아니야, 나 혼자만의 길로 가고 싶은 거 아냐.”“근데 현실이 그렇잖아. 심사위원들도, 언론도 다 너만 불러. 우리 이름은 어디에도 없어.”영수가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나도… 계속 이 상태로는 못 하겠다. 연습을 해도 곡이 무너지고, 마음도 안 맞고.”그는 드럼 스틱을 케이스에 집어넣으며 말을 이어갔다.“이쯤에서 정리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해.”순간, 심장이 무겁게 내려앉았다.나는 두 손을 꼭 쥔 채 아무 말도 못 했다.그때 재운이 기타를 치던 손을 멈추고 앞으로 나왔다.“그만해. 아직 정리할 때 아냐.”그의 목소리는 단호했고, 방 안의 공기를 흔들었다.“우리가 버텨야 하는 이유는 분명해. 수정이 혼자만 잘 되는 게 아니라, 우리 음악이 살아남으려면 같이 가야 해.”현아가 비웃듯 고개를 저었다.“같이? 재운아, 넌 진짜 그렇게 믿어? 네 눈에도 우린 그냥 배경이잖아.”“아니. 난 끝까지 같이 가고 싶어. 그리고… 수정이도 마찬가지야.”그는 내 쪽을 보았다.“그치?”나는 대답 대신 입술을 깨물었다.모두의 시선이 내게 꽂혔지만,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심장이 고통스럽게 울렸다.그날 밤, 옥탑방으로 돌아오자 방 안은 텅 비어 있었다.기타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현을 천천히 울리자, 짧은 떨림 속에서 김한의 실루엣이 나타났다.이번엔 지난번보다 훨씬 선명했다.얼굴의 윤곽, 어깨, 손끝까지 뚜렷했다.“김한 씨!”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를 바라봤다.그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오늘은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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