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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방의 멜로디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1 - チャプター 10

24 チャプター

1. 라면 두 개의 밤

서울의 밤은 설탕을 살짝 탄 아이스커피 같았다.달동네 계단을 오를 때마다 숨은 먼저 달리고, 다리는 항상 한 박자 늦었다. 빨래 비누 냄새, 고등어 굽는 냄새, 베란다에서 말리는 장갑들, 그리고 드라마 웃음소리. 들쑥날쑥한 소음들이 묘하게 어울려 리듬이 됐다.문을 열면 손바닥만 한 방. 접이식 테이블 하나, 전기포트 하나, 바닥에 폭신하지 않은 요 하나. 창은 작지만 도시의 불빛이 와르르 쏟아져 들어왔다. 나는 테이블에 수첩을 펴고 지출을 적었다.보증금 200월세 35중개 30수도·전기 가불 8컵라면, 계란, 대파, 참기름 1.1기타줄 교체(보류)“후…”한숨이 나가고, 검지가 톡톡 테이블을 두드렸다. 버릇이었다. 리듬이 생기면 호흡이 가벼워지고, 그 사이로 멜로디가 보였다.낡은 기타를 꺼내 A마이너, C, G… 손가락이 아는 길을 갔지만, 길 끝은 불 꺼진 골목 같았다.“잠깐. 숨 고르고.”창문을 열자 바람이 들어와 커튼을 찔렀다. 커튼 끝이 기타 헤드에 스쳐 팅~작은 소리가 났다. 이상하리만큼 정확한 음이었다.며칠 동안 낮엔 카페, 밤엔 편의점. 손끝에 물기를 달고 살았다. 돌아와서는 옥상 난간에 기대 도시를 한 숟갈씩 떠먹듯 바라보다 방에 들어와 기타를 만졌다. 어떤 날은 멜로디가 네온사인처럼 번쩍였고, 대부분은 스위치가 고장 난 듯 깜깜했다. 그래도 계속 켰다. 언젠가 불이 들어올 거라 믿으면서.그날은 수도에서 미지근한 물이 끝없이 쏟아졌다.보일러실 문을 열자 먼지 냄새와 철 냄새가 쏟아졌다. 구석에 검은 가방 하나. 손잡이가 해져 있었다.“이건… 뭐지?”집주인은 “전세입자 짐인가 본데 버려”라고 했지만, 버리기엔 이상했다. 가방은 괜히 묵직했고, 손가락으로 먼지를 쓸자 얇은 반짝임이 스쳤다.착각이라 치부했다.그날 밤, 끊긴 버스 대신 계단을 끝없이 올라왔다. 문을 열고 그대로 바닥에 앉았다. 낡은 기타가 눈에 들어왔다. 나무결은 벗겨져 피곤해 보였다. 문득, 보일러실의 그 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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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창문 틈 바람 사이, 첫 번째 대답

햇살이 창문 틈새로 스며들었다.나는 이불 속에서 한참을 뒤척이다가, 결국 눈을 떴다. 아직도 낯설고 작은 이 방이, 오늘은 조금 더 낯설었다.구석에 놓인 담요 위, 그는 조용히 앉아 있었다. 밤새 잠을 잔 건지, 아니면 계속 깨어 있었던 건지 알 수 없었다. 햇빛을 손바닥으로 가리며 그는 내 쪽을 돌아보았다.“아침은… 눈이 너무 밝네.”“…햇빛이요. 서울 햇빛은 강해요.”“강하다… 요즘 말로는… ‘쎄다’ 맞지?”나는 피식 웃음이 터졌다.“맞아요. 말 진짜 빨리 배우시네.”“업데이트 중이라네.”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더니, 이내 스스로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아침은 또 라면이었다.김치를 꺼내다 보니, 그가 옆에서 묘하게 진지한 눈빛으로 물었다.“라면은… 하루에 몇 번 먹어도 되나?”“글쎄요… 건강 생각하면 하루 한 번도 많고요. 근데 자취생은… 세 번도 먹죠.”“세 번. 음, 이 세상은… 라면의 세상.”“…그건 아닌데요.”나는 젓가락을 건네며 웃음을 꾹 눌렀다.그는 젓가락을 들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마치 새로운 악기를 처음 배우듯 면발을 집어 올렸다.첫 입을 삼킨 뒤, 아주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늘도 따뜻하군.”“…네.”괜히 대답하는 내 얼굴이 조금 뜨거워졌다.라면을 다 먹고, 내가 그릇을 씻는 동안 그는 방을 둘러보다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수정.”나는 깜짝 놀라 설거지하던 젓가락을 놓칠 뻔했다.“…제 이름, 어떻게 알아요?”그가 가리킨 건 벽에 붙은 배달 전단지. 거기에 큼지막하게 적힌 내 이름. 남수정.“남수정. 예쁘다.”“…감사합니다.”얼굴이 달아올라서 괜히 물을 세게 틀었다.조용한 순간이 이어졌다.내가 다시 돌아와 앉자, 그는 갑자기 손가락으로 허공을 가볍게 튕겼다. 팅~하고 아주 맑은 소리가 났다. 나는 눈을 크게 떴다.“방금… 뭐예요?”“내가 가진… 습관. 노래를 깨우는 소리.”“…노래를 깨운다고요?”그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안에 잠들어 있는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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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첫 합주

아침 햇살이 완전히 방 안을 채울 즈음, 내 몸은 이미 작은 긴장으로 굳어 있었다.낯선 사람과 한 방에 있다는 사실 때문인지, 아니면 방금까지의 기묘한 대화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그는 구석에 앉아, 여전히 방 안의 모든 것을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었다.“이건 뭐라 부르지?”“전기포트요.”“전.기 포트. 귀엽네.”“…귀엽다고요?”“모양이 작은 항아리 같아서. 이름도 네 박자고.”나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보통은 그런 식으로 안 보거든요.”“나는 보통이 아닌가 보지.”그가 말끝에 어색하게 웃자, 나도 따라 웃고 말았다.오후가 되자, 멜로디가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다.나는 기타를 무릎에 올리고 몇 번 줄을 튕겨봤다.손가락이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 멈추자, 그는 내 옆으로 다가와 앉았다.“해보지 않겠나?”“뭘요?”“어제처럼. 네 안에 있는 노래를 꺼내는 거.”“…근데 또 사라지잖아요. 당신이.”그는 잠시 고개를 저었다.“사라진다기보단… 흐려진다. 요즘 말로는… 투명 모드?”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게임 캐릭터예요? 투명 모드라니.”“비슷한 건가? 아무튼 무섭지 않다.”“저는 무서워요.”“그럼, 짧게. 아주 잠깐만.”나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그가 낮게 허밍을 흘리자, 공기 속이 은빛 먼지처럼 떨리기 시작했다.내 손끝은 저절로 움직였다.“창문 너머 바람이 이름 없는 날을 흔들고 나는 조용히 대답하네…”노래가 방 안을 채우는 순간, 내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그때 그의 허밍이 더 두텁게 깔리며 나를 감싸 안았다.마치 등을 단단히 지탱해주는 것처럼.나는 눈을 감고, 끝까지 노래를 불러냈다.모든 게 멈췄을 때,방 안은 고요했고, 내 심장은 빨라져 있었다.나는 기타를 내려놓고 숨을 몰아쉬었다.“…방금 건, 진짜 제 노래예요?”그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안에서 나온 거다. 나는 문을 조금 열어줬을 뿐.”나는 괜히 어깨를 움츠렸다.“나 혼자였다면 못 했을 거예요.”“혼자면 힘들지. 하지만 둘이라면… 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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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은빛 허밍과 종이 명함

주말, 골목은 생각보다 활기가 넘쳤다.분홍빛 천막, 아이들이 들고 뛰노는 풍선, 노릇노릇한 전 부치는 냄새.작은 무대 위 전등이 번쩍거릴 때마다 내 심장은 점점 더 빠르게 뛰었다.무대 뒤에 서자, 손에 땀이 차서 기타줄이 미끄러졌다.숨이 얕아지고, 목이 바짝 말랐다.그때 관객들 사이에 서 있는 그의 눈이 보였다.아무도 못 보는 듯했지만, 내 눈에는 또렷했다.그는 입 모양으로 말했다.숨 고르라.나는 크게 들이마셨다.그리고 마이크 앞에 섰다.첫 음을 잡는 순간, 손끝이 덜컥 떨렸다.코드가 삐끗했고, 가사가 목구멍에 걸렸다.심장이 귀밑에서 북처럼 울렸다.그 순간, 낮은 허밍이 스쳤다.은빛 가루 같은 소리가 귓속에 번졌다.방금의 삐끗함이 지워지고, 다시 시작할 기회가 생긴 듯했다.나는 눈을 감고, 다시 노래를 시작했다.“창문 틈 바람 사이 오늘이 나를 부르면 나는 조용히 대답하네”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골목을 채웠다.박수와 환호가 퍼졌고, 나는 끝까지 흔들리지 않고 노래를 불렀다.곡이 끝나자, 아이 하나가 무대 앞으로 달려왔다.작은 손이 내 손을 꼭 잡았다.“언니 노래 들으니까… 배 아픈 게 사라졌어요.”그 말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나는 고개를 숙여 웃었다.“정말? 고마워.”뒤에서, 그는 조용히 웃고 있었다.하지만 내 눈에는 그의 손끝이 또 조금 희미해져 있었다.공연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자, 나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오늘… 세상에서 제일 무서우면서도 제일 행복했어요.”그는 내 옆에 앉아, 담담하게 말했다.“무섭고 행복한 건 늘 한곳에 있지.”나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근데… 오늘도 또 조금 사라졌죠.”그는 피하지 않고 대답했다.“조금은 괜찮다.”“근데 저는 안 괜찮아요.”내 목소리가 떨렸다.그는 잠시 창밖을 보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너의 노래가 누군가의 마음에 닿았다. 오늘 그 아이처럼. 그게 내겐… 남아 있는 이유다.”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대신 눈을 감았다.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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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데모

카페에서 받은 명함을 몇 번이고 뒤집어 보다가, 결국 나는 주말 약속을 잡았다.녹음실이라고 해도 거창한 곳은 아니었다. 반지하, 흰색 스펀지로 둘러진 벽, 오래된 방음문과 탁한 형광등. 그래도 나에겐 낯설고 숨 막히는 성역처럼 느껴졌다.재운은 이미 와 있었다.단정한 셔츠 차림, 펜을 손가락 사이에서 굴리며 무심한 듯 노트를 들여다보고 있었다.“왔군요.”그의 목소리는 차갑다기보다 건조했다.“편하게 하세요. 그냥 집에서 하듯이. 다만, 한 번은 제대로.”나는 기타를 꺼내면서도 심장이 쿵쿵 울렸다.손끝이 땀으로 젖어 코드를 제대로 잡을 수 있을지 불안했다.그때, 무대 뒤에서 언제나 보였던 그 눈빛이 떠올랐다. 숨 고르라.나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줄을 튕겼다.그리고 노래를 시작했다.“창문 틈 바람 사이 이름 없는 내 하루가 조용히 흔들리네”스스로 놀랄 만큼 목소리가 떨리지 않았다.마치 누군가 등이 가볍게 받쳐주는 것처럼.곡이 끝나자, 방음벽 너머로 다시 고요가 흘렀다.재운은 화면에 뜬 파형을 한참 바라보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좋습니다. 거짓이 없어요. 가끔 불안정한데, 그게 오히려 살아 있게 들립니다.”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바로 이어서 말했다.“곡이 더 필요합니다. 한두 개로는 부족해요. 만들 수 있겠죠?”나는 얼떨결에 대답했다.“…만들 수 있습니다.”스스로도 놀랄 만큼 단호하게.재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명확하게 말했다.“좋습니다. 그럼 여기서부터가 시작이에요.”녹음실을 나와 옥탑방으로 돌아오는 길, 발걸음은 가볍기도 하고, 묘하게 무겁기도 했다.기회가 눈앞에 주어진 것 같았지만, 어깨에 내려앉은 책임감이 함께 따라왔다.문을 열자, 그는 창가에 앉아 있었다.커튼 사이로 바람이 스치며 그의 머리칼을 흔들고 있었다.“돌아왔군.”“오늘… 녹음했어요.”나는 가방에서 악보와 명함을 꺼내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그가 조용히 악보를 바라보다가 물었다.“어땠나?”“…긴장됐지만, 좋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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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33초의 되감기

그 말은 단호했지만, 내 마음을 이상하게 안정시켰다.공연이 끝난 뒤, 나는 명함을 손에 쥔 채 옥탑으로 돌아왔다.문을 열자, 그는 창가에 앉아 있었다.내 얼굴을 보자마자 금세 표정을 읽은 듯했다.“그 남자, 네 노래에 손을 대더냐?”“…네. 근데 맞는 말 같았어요. 더 현대적으로, 더 직설적으로.”그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노래는… 원래 마음이 먼저 아닌가?”“마음만으로는 부족할 수도 있잖아요. 사람들이 듣지 않으면…”말을 이어가려다 멈췄다. 내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그는 허밍을 하려다 멈추고, 내 쪽을 바라봤다.“나는 네 노래가 지금도 충분히 아름답다.”“…근데 당신이랑은 생각이 달라요.”그 말이 툭 튀어나오자, 방 안 공기가 묘하게 얼어붙었다.우리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창문 틈으로 들어온 바람만이 커튼을 흔들며 기타줄을 건드렸다.팅~그 소리가 오히려 불편한 화음처럼 느껴졌다.나는 결국 고개를 숙였다.“…미안해요. 오늘은 좀 혼자 있고 싶어요.”그는 잠시 내 얼굴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알겠다. 오늘은 허밍을 멈추지.”그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어쩐지 서늘하게 울렸다.나는 등을 돌려 담요를 끌어안았다.눈을 감자, 재운의 단호한 목소리와 한의 담담한 눈빛이 겹쳐 떠올랐다.무대 위에서 불러야 할 노래는 하나인데,내 마음속에는 이미 두 개의 길이 생겨 있었다.주말 오후, 작은 공연장 안은 벌써 소란스러웠다.조명 점검하는 소리, 마이크 피드백 소리, 무대 뒤에서 나는 웃음과 긴장된 기침.나는 기타를 꼭 끌어안은 채, 대기실 구석에 앉아 있었다.“괜찮아요?”재운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셔츠 소매를 걷어붙인 모습이 단정하면서도 분주했다.“긴장되면 호흡부터 잡으세요. 음악은 호흡에서 시작해요.”그의 말투는 여전히 단호했지만, 나를 안정시키는 묘한 힘이 있었다.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어요.”그가 내 악보를 훑으며 손가락으로 몇 줄을 짚었다.“이 부분, 조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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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제안

작은 공연이 끝난 뒤, 내 일상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편의점 카운터에 앉아 바코드를 찍을 때도, 손끝에 기타 줄이 겹쳐 보였다.카페에서 얼음을 컵에 붓는 순간에도, 얼음들이 딩딩 울리며 새로운 멜로디가 되곤 했다.그리고 그 사이사이, 내 휴대폰은 자꾸 울렸다.서재운.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목소리.“다음 주에 스튜디오 시간 잡아뒀습니다.”“네?”“곡을 좀 더 다듬어야 해요. 직접 만나 얘기하죠.”그의 말은 늘 선택지가 없었다.하지만 이상하게도, 그게 안심이 되기도 했다.누군가 나 대신 길을 정해주고 있다는 사실이.옥탑방에 돌아오면, 그는 창가에 앉아 있었다.“오늘도 그 남자에게서 연락이 왔나?”나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스튜디오에 오라고 하셨어요.”“네 노래를 다듬겠다는 거군.”“네. 조금 더 대중적으로,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게.”그는 잠시 말이 없었다.대신 손끝으로 허공을 가볍게 튕겼다.팅~투명한 소리가 공기 속에 퍼졌다.나는 그 소리에 잠시 눈을 감았다가, 다시 눈을 떴다.“근데… 당신이랑은 생각이 다르잖아요.당신은 그냥 제 노래가 그대로도 충분히 예쁘다고 하고.”“예쁘다.” 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노래는 마음이 먼저야. 다듬는 건, 마음이 흐려질 위험을 안고 있지.”“…하지만 사람들 마음에 닿으려면, 어느 정도는 변해야 하지 않을까요?”내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그는 창밖의 불빛을 오래 바라보다가, 낮게 말했다.“나는 네가 변하지 않길 바란다.”그 한마디가 방 안에 길게 울렸다.며칠 뒤, 나는 재운이 불러준 스튜디오로 갔다.깨끗한 유리 벽, 정리된 악기, 반짝이는 콘솔 패널. 재운은 내 기타를 받아들며 말했다.“좋습니다. 이 노래, 후렴만 조금 더 강하게 바꿔봅시다.”그는 직접 피아노 앞에 앉아 코드를 눌렀다.낯선 진행이었지만, 묘하게 설득력이 있었다.“어때요? 이렇게 하면 귀에 더 잘 들어올 겁니다.”나는 기타로 따라가며 조심스레 불렀다.확실히 곡이 달라졌다.더 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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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멜로디에 머무는 법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커튼이 바람에 흔들리며 기타줄을 스치자, 팅~ 하고 작은 소리가 났다.평소 같으면 웃으며 받아들였을 소리였는데, 오늘은 불편한 화음처럼만 들렸다.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미안하다.”“…저도요.”내 목소리는 작았다.그는 창밖을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나는 오래 전, 신이 내린 노래를 잃었다.그때도… 사랑하는 이를 지키려 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못 했다.그래서 이번에는… 네 노래만은 지켜주고 싶었는데.”나는 그제야 그의 어깨가 얼마나 무겁게 내려앉아 있는지 보였다.그의 말은 담담했지만, 오래된 슬픔이 배어 있었다.나는 기타를 내려놓고, 그 옆에 앉았다.“저… 아직 잘 모르겠어요.근데 당신 말도, 재운 씨 말도 다 맞는 것 같아요.제가 찾는 답이 어딘지는… 더 노래해봐야 알겠죠.”그는 나를 조용히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었다.“그래. 네가 찾을 때까지… 나는 옆에 있겠다.”그 순간, 그의 손끝이 살짝 투명해졌다.나는 반사적으로 그의 손을 잡았다. 차갑고 가벼운 감촉.“제발, 함부로 흩어지지 마요.”그는 웃으며 말했다.“걱정 마라. 업데이트 중이라.”“…또 그 말.”나는 피식 웃다가, 결국 눈물이 찔끔 나왔다.밤은 깊어갔다. 창밖에서 서울의 불빛이 반짝였다.나는 기타를 다시 들어 올리며 속삭였다.“오늘은 그냥… 조용히 합주해요. 싸우지 말고.”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낮게 허밍을 흘렸다.두 개의 다른 길 위에서, 우리는 같은 멜로디를 조금씩 맞춰갔다.며칠 동안 나는 묘하게 불안정했다.낮에는 알바를 하면서도 머릿속에 악보가 둥둥 떠다녔고,밤에는 옥탑방에 앉아 기타를 품에 안은 채 멜로디와 씨름했다.김한과 다툰 뒤로, 방 안 공기는 예전만큼 가볍지 않았다.그는 여전히 창가에 앉아 있었고, 여전히 엉뚱한 말로 웃음을 주려 했지만,나와 그의 사이에는 말하지 못한 공기가 얇게 겹쳐 있었다.“남수정 씨.”재운에게서 전화가 왔다. 목소리는 여전히 단호했다.“저희 쪽에서 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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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세 곡

재운의 제안 이후, 내 옥탑방은 작은 작업실이 되었다.벽에는 악보가 빽빽하게 붙었고, 테이블 위에는 반쯤 마른 커피잔과 볼펜이 흩어져 있었다.밤마다 기타를 무릎에 올리면, 손끝이 까맣게 닳아갔다.하지만 머릿속은 더 지쳐갔다.한 곡은 완성했지만, 나머지 두 곡은 여전히 반쯤만 열려 있었다.가사는 자꾸 끊기고, 멜로디는 같은 곳에서 맴돌았다.“오늘은 그만해.”김한이 내 옆에서 말했다.“아니에요. 이번 주 안에 세 곡을 완성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기회가…”나는 기타 줄을 세게 눌렀다. 손끝이 아파왔지만 멈추지 않았다.그는 잠시 내 손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내 손목을 잡았다.“멜로디는 숨 같아. 억지로 길게 내뱉으면 결국 끊기지.”“…숨 같다고요?”“숨은 들이마시고, 내쉬고, 또 들이마셔야 이어지잖아. 노래도 마찬가지야.”그의 말은 묘하게 설득력이 있었고, 동시에 따뜻했다.나는 결국 기타를 내려놓고 숨을 크게 내쉬었다.다음 날, 재운과의 미팅.그는 녹음실에서 내 악보를 넘겨보다가 고개를 저었다.“여기, 너무 시적이에요. 사람들은 직설적인 가사를 원합니다.”“직설적인…”“예를 들어, ‘바람이 이름을 불러준다’ 대신 ‘너를 떠올린다’ 정도로. 말은 단순할수록 강하게 남아요.”나는 펜으로 그의 말을 따라 적었지만, 마음 한쪽이 답답했다.내가 쓰려던 말은 사라지고, 그의 말이 자리를 차지하는 것 같았다.집으로 돌아와 기타를 꺼내자, 김한이 내 노트를 들여다봤다.“‘너를 떠올린다’… 네 마음을 제대로 담은 건가?”“…잘 모르겠어요. 근데 사람들이 이해하기는 더 쉽겠죠.”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허밍을 짧게 흘렸다.은빛처럼 맑은 음이 방 안을 채웠다.나는 저절로 손가락을 움직여, 다른 멜로디를 이어갔다.“바람은 네 이름을 흘리고 나는 그 길 위에 서 있네…”노래가 끝나자, 나는 손을 멈추고 그를 바라봤다.“이게… 더 제 마음에 가까운 것 같아요.”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그럼 그걸로 하면 되지.”하지만 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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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당신이 사라지며 남긴 박자

“사라지는 게 아니라… 네 안으로 스며드는 거다. 네가 노래를 부르면, 나는 다시 살아난다.”“그럼 계속 노래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럼… 결국 제가 노래할수록 당신이 더 흩어지면 어떡해요?”그는 대답하지 않았다.대신 허밍을 짧게 흘렸다.방 안 공기가 은빛으로 번지고, 내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밤이 깊었다.나는 기타를 무릎에 올리고 조심스럽게 코드를 잡았다.오늘은 세 곡 중 마지막 곡을 다시 불러봤다.“바람은 네 이름을 흘리고 나는 그 길 위에 서 있네”노래가 끝났을 때, 그의 모습은 순간적으로 더 희미해졌다.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중얼거렸다.“…이렇게 해서 곡을 완성하면, 결국 당신이 사라지는 거 아니에요?”그는 내 옆에 앉아, 나를 바라봤다.“설령 사라진다 해도… 네 노래에 내가 남는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나는 눈을 감았다.그의 말은 위로 같았지만, 동시에 칼날 같았다.내가 꿈꾸던 무대와, 지켜내고 싶은 존재가서로 다른 길 위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점점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었다.녹음실 문을 닫자, 세상과는 다른 공기가 감돌았다.벽은 하얀 스펀지로 덮여 있고, 불빛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헤드폰을 귀에 쓰는 순간, 나는 내가 더 이상 평범한 알바생이 아니라‘노래하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묘한 떨림을 느꼈다.“준비됐나요?”재운이 유리창 너머에서 물었다.단정한 셔츠, 꼿꼿한 어깨, 눈빛은 여전히 흔들림이 없었다.나는 고개를 끄덕였다.기타를 무릎에 올리고 숨을 고르자, 빨간 불빛이 켜졌다.레코딩 시작.“창문 틈 바람 사이 오늘이 나를 부르면”내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공간을 채웠다.처음에는 떨렸지만, 곡이 흐를수록 조금씩 안정됐다.그러나 후렴으로 넘어가는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단어 하나가 목구멍에 걸렸고, 손끝이 순간 흔들렸다.그 순간 아주 익숙한 낮은 허밍이 귓가를 스쳤다.공기가 살짝 뒤집히며, 방금의 불안정이 사라졌다.나는 다시 박자를 맞춰 노래를 이어갔다.녹음이 끝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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