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 입구 앞에 선 순간, 발끝이 굳어 버렸다. 플래카드에는 ‘본선 2차 라운드’라는 글자가 크게 붙어 있었고, 로비에는 카메라와 기자들, 그리고 수많은 팬들이 몰려 있었다. 대부분은 서이란의 이름이 적힌 피켓을 흔들고 있었다. 그러나 몇몇 손에는 조심스럽게 내 이름이 적힌 작은 종이판도 보였다.나는 순간 심장이 묘하게 뜨거워졌다. 단 한 장이라도, 누군가가 내 이름을 들고 있다는 사실이 무대를 준비한 모든 시간을 정당화해 주는 것 같았다.대기실에 들어서자 재운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나를 보자마자 음향 체크표를 내밀며 말했다.“오늘은 모니터 소리 크게 잡았어. 네가 흔들리지 않게.”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목이 바짝 말라 있었다.그는 물병을 건네며 낮게 덧붙였다.“사람들 앞에서 오늘 처음 공개하는 거잖아. 무섭겠지. 그래도 이건 네가 만든 노래야. 아무도 빼앗을 수 없어.”그 말이 안으로 깊게 스며들었다.순서가 다가오자 심장이 폭주하듯 뛰었다. 커튼 뒤에서 무대 중앙을 바라보니, 수천 개의 불빛이 파도처럼 출렁이고 있었다. 조명이 꺼지고, 안내 방송이 울렸다.“다음 무대는 남수정, 자작곡 무대입니다.”스포트라이트가 켜졌다. 기타 루프가 시작되고, 나는 마이크를 잡았다. 손끝이 떨렸지만, 호흡을 길게 뱉으며 첫 소절을 이어 갔다. 억제된 톤으로 시작해, 단어마다 작은 힘을 심었다.관객의 웅성거림이 점점 가라앉았다.두 번째 구간에서 재운의 세션이 들어왔다. 전자 패드의 리듬이 곡을 밀어 올렸고, 나는 거기에 맞춰 음을 더 길게 늘렸다. 이번에는 숨을 끊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였다.후렴에 다다르자, 마음속에서 무언가 터졌다.‘비워진 자리조차 내 울림으로 채운다.’가사와 함께 목소리를 올리자, 객석이 크게 흔들렸다. 눈앞이 흐려질 만큼 강한 조명이 쏟아졌고,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그 순간, 익숙한 그림자를 찾았다.하지만 무대 중앙은 텅 비어 있었다. 김한은 나타나지 않았다.그러나 그의 부재가 나를 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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