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공연이 끝난 지 사흘 만에, 기획사 사무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책상 위로 쏟아지는 제안서와 계약서, 광고주와 방송국에서 보낸 초청 메일이 하루에도 수십 통씩 도착했다. 화장품 모델,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협업, 대형 예능 프로그램 출연, 심지어 해외 영화 OST 참여까지.팀장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이건 단순히 가수의 자리가 아닙니다. 아티스트이자 브랜드로 올라서는 단계예요. 수정 씨가 고르면 됩니다. 뭐든 가능합니다.”나는 서류를 넘기며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제안들은 눈부셨지만, 그만큼 무게도 컸다. 예술을 지켜야 할까, 아니면 대중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까. 그 경계에서 마음이 갈팡질팡했다.회의가 끝나고, 재운과 단둘이 남았다. 그는 내 얼굴을 똑바로 보며 물었다.“너, 지금 행복해?”나는 잠시 멈췄다가 대답했다.“솔직히 잘 모르겠어. 무대에서 노래할 땐 분명 행복했는데, 요즘은 선택지가 너무 많아져서 겁이 나. 잘못 고르면 내가 쌓아온 게 흔들릴까 봐.”재운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답은 간단해. 네가 행복해지는 걸 고르면 돼. 대중도, 기획사도 결국은 네 목소리를 듣고 싶어하는 거니까.”“근데, 모두가 원하는 걸 다 해낼 수 있을까?”“할 필요 없어. 네 목소리가 흔들리지 않으면, 길은 알아서 열려.”그의 말은 단순했지만 깊게 와닿았다.그러나 언론은 여전히 우리 관계에 집중했다.“뮤지션과 프로듀서, 단순한 협업인가 연인인가.”“남수정, 세계적 아티스트… 사생활도 뜨거운 관심.”댓글은 양극단으로 갈렸다.‘음악만 보면 되는데 왜 사생활을 파냐.’‘연애가 사실이면 실망이다.’나는 기사를 닫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무대 위에서는 떳떳했지만, 무대 밖에서는 여전히 가시밭길이었다.그날 밤, 재운과 옥탑방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우리, 언제까지 이렇게 숨어야 할까?”나는 그의 물음에 솔직히 대답했다.“나도 공개하고 싶어. 근데 지금은 내 음악이 더 커져야 해. 그래야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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