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매니저의 전화가 쏟아졌다. 전날 인터뷰 요청이 폭주했던 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해외 페스티벌 측에서 정식 계약서를 보내온 것이다.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는 투어 제안이었다. 달력 위에 찍힌 일정표는 숨 막힐 만큼 빽빽했고, 도시 이름 하나하나가 머리를 어지럽혔다. 런던, 파리, 베를린, 그리고 도쿄까지.재운은 서류를 책상 위에 펼쳐놓고 빠른 손놀림으로 요약했다.“수정아, 이건 그냥 제안이 아니야. 정식 초청장이야. 만약 수락하면, 너는 이제 국내 신인이 아니라 세계 무대에서 이름을 알리게 되는 거야.”그는 눈빛을 반짝였지만, 동시에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나는 잠시 말이 나오지 않았다. 환호와 두려움이 한꺼번에 밀려와 머리가 복잡해졌다. 해외 무대라는 말은 꿈같았지만, 동시에 김한의 존재와 멀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더 높이 오를수록, 그 울림이 점점 약해지는 듯했다.점심 무렵, 방송국 건물 안에서 우연히 서이란과 마주쳤다. 그녀는 새 안무 영상을 모니터로 확인하며 땀에 젖은 채였는데, 그 얼굴은 오히려 날카롭게 빛나 보였다.“해외 무대 간다며?” 그녀가 먼저 말을 걸었다.“소문이 빠르네.”“이제 진짜 시작이네. 네가 울림을 가져갔듯이, 나는 불꽃을 다시 태울 거야. 이번에는 단순히 퍼포먼스가 아니라… 내 안의 불완전함까지 무대에서 다 보여줄 거야.”그녀의 눈빛은 달라져 있었다. 예전처럼 불안에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것을 움켜쥔 듯했다. 나는 순간적으로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란이 정말 변했다. 그리고 그 변화가 곧 내 앞에 벽처럼 다가오겠구나.저녁 리허설이 끝난 뒤, 옥상에 올라 기타를 잡았다. 도시의 불빛이 아래에서 물결치듯 반짝였고, 차가운 바람이 귓가를 스쳤다. 조용히 현을 튕기자, 낮게 가라앉은 울림 속에서 김한의 목소리가 겹쳐졌다.“…세상은 널 앞으로만 밀어내겠지. 하지만 네가 스스로를 잃으면, 울림도 사라진다.”나는 기타를 더 세게 움켜쥐었다.“김한, 나
최신 업데이트 : 2026-05-15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