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좋아하는 건, 말하지 않아도 들키는 일이다.”루체빌 복도에 서 있었다. 유진과 헤어진 지 30분이 넘었지만,이현은 아직 집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망설이고 있었다.‘저, 대표님 마음에 누가 있는지 이제 알 것 같아요.’‘그래도 저는… 물러서기 싫어요.’그 말이, 머릿속에 마치 문장처럼 떠다녔다.유진은 담담했다.마치 오랜 시간 준비한 대사처럼 정확했고, 말끝에 감정도 섞지 않았다.그래서 더 무거웠다.현관 비밀번호를 누르자, 문이 열리며 어둠이 밀려들어왔다.불을 켜는 대신, 이현은 조용히 거실에 앉았다.핸드폰 화면을 켰다.그리고 그녀의 이름을 눌렀다.‘유리’그 이름 하나에 모든 게 묶여 있었다.첫 만남. 라벤더 향. 묻지 않고 정리해주는 손길.그리고, 말없이 바라보는 눈동자.'당신을 좋아했어요.'그 말은, 아직 한 번도 꺼내본 적 없었다.하지만 마음속에선 이미 수십 번, 아니 그보다 더 많이 되뇌었다.며칠 전 저녁, 유리와 함께했던 파스타 가게의 조명 아래.그녀가 웃으며 말하던 그 말.“오늘은… 청소 말고, 저로서 온 거예요.”이현은 그때 처음으로 ‘유리’라는 사람을 바라봤다.청소 전문가, 업체 직원, 예약 이름.그 모든 걸 넘어선 ‘한 사람’으로서.그녀는, 그날 저녁, 아무런 요구도 하지 않고 그저 곁에 있어주었다.그리고 유진은 그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곁에 들어왔다.단정하고 완벽한 말투, 빠른 판단, 서툴지 않은 눈빛.이현은 유진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받아야 할지 몰랐다.그리고, 이미 마음이 향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기에 더 조심스러워졌다.심호흡을 한 번, 두 번. 그리고 그는 조용히 메시지를 꺼냈다.“유리씨, 혹시 이번 주 금요일 저녁 시간 괜찮으세요?”잠시 뒤, 답장이 왔다.“네. 대표님과는… 언제든요.”그 짧은 문장에, 이현은 조용히 미소 지었다.‘언제든요’ 그 말이, 누군가에게는 흔한 말일 수 있겠지만지금의 이현에게는 ‘기다리고 있었다’
Last Updated : 2026-03-1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