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루체빌의 늦은 아침. 이현은 에이프런을 두르고 주방에서 브런치를 준비하고 있었다.달걀을 풀고, 식빵을 굽고, 그릇을 따뜻하게 데우는 모든 일상이그에겐 유리와 함께 사는 지금을 한 겹 더 단단하게 쌓아주는 루틴이었다.유리는 머리를 묶고 거실에 작은 테이블을 닦고 있었다.책 위에 꽂힌 연필들,여전히 꽃이 피어 있는 작은 화분,그리고 따뜻하게 데워진 방 안의 공기.“이현 씨, 우리 언제부터 이렇게…서로에게 스며들었을까요?”유리는 문득 그렇게 물었다.이현은 냄비에서 소스를 따르다 말고 그녀를 바라보며 대답했다.“아마, 당신이 처음 우리 집 청소하러 온 날부터.”유리는 그 말에 소리 없이 웃었고, 웃음 끝에는 조금 짙어진 사랑이 내려앉아 있었다.서점 근처의 작은 벤치. 온유와 유진은 따로 말하지 않아도 되는 침묵 속에 앉아 있었다.유진은 바지 주머니에서 이어폰을 꺼내 그 중 한 쪽을 온유에게 건넸다.“예전처럼… 같이 듣자.”온유는 조용히 이어폰을 받아 귀에 꽂았다.그들 사이로 흘러나오는 선율은 말보다 진한 이야기였다.오래된 추억이자, 미처 끝내지 못한 마음의 조각들이었다.그 시각, 루체빌에서는 이현과 유리가 나란히 앉아조용한 음악을 배경 삼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식탁 위에는 계란 프라이, 바삭한 토스트,잘 익은 아보카도와 커피 두 잔이 놓여 있었고,창밖으로는 초여름을 알리는 바람이 커튼을 살짝 흔들고 있었다.“이현 씨,”유리는 포크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저…사랑하는 게 더 편안해졌어요.”이현은 놀란 듯 그녀를 바라보며, 작게 웃었다.“저도요.이젠, 두려움보다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어요.”그들의 손끝이 천천히 맞닿았고,테이블 위, 조용히 포개어진 두 손은 그 무엇보다 단단했다.다시 서점 앞.온유는 이어폰을 빼며 유진을 조용히 바라보았다.“잘 지냈으면 좋겠어. 정말로.”유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 말은, 그 순간에 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작별이었다.도시는 점점 저녁으로 물들어가고 있었고,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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