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 있어요. 지금, 집으로 와줄 수 있어요?’메시지는 짧았다. 그 어떤 장식도, 이모티콘도 없이 문장 끝조차 마침표 하나 없이 툭, 던져진 말.그럼에도 불구하고그 말은 유리의 마음을 오래도록 붙잡았다.이현의 번호였다. 평소와 다름없는 숫자 배열,익숙한 진동음, 몇 번이고 주고받던 메시지창.하지만 오늘따라 그 한 문장이 다르게 느껴졌다.'지금.'그 단어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유리를 향하고 있었다.밤공기가 차가웠다.초봄의 냄새는 따뜻하지도, 완전히 춥지도 않았지만, 유리는 괜히 겉옷을 한 번 더 여몄다.가로등 아래, 루체빌의 16층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안.숫자는 조용히 오르고 있었고, 그 짧은 시간에도 마음은 수십 번을 오갔다.설렘. 기대. 그리고 아주 미세한 불안.‘혹시 무슨 일 생긴 건 아닐까.’‘아니면… 나한테 무슨 이야기 하고 싶은 걸까.’문 앞에 섰을 땐, 손끝이 먼저 멈칫했다.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기도 전, 문이 살짝 열려 있었다.평소 이현이 철두철미하게 잠그던 그 문이 오늘만은 조용히 열려 있었다.‘혹시 까먹은 걸까?’고개를 갸웃하며 살짝 문을 밀었고, 문은 작은 소리도 없이 열렸다.거실은 어두웠다. 불은 켜져 있지 않았고, 익숙한 라벤더 향이 코끝을 스쳤다.조용했다. 너무 조용해서, 유리는 신발을 벗으며 괜히 숨소리를 죽였다.살금살금, 소리 나지 않게 방 안으로 향했다.그러다 멈췄다.방 안에서 낮은 웃음소리와 숨소리가 들렸다.익숙한 목소리. 낮고, 부드럽고 사랑을 속삭이던 그 어조.“…유리야, 사랑해.”그 말이 들리는 순간, 유리의 걸음이 멈췄다.문틈은 아주 조금 열려 있었다.마치 일부러 누군가 손을 대고 멈춘 듯.그 틈 사이로, 조명이 어슴푸레 비추는 방 안.그리고 그 안에서 보인 모습.남자의 품에 안긴 여자.흘러내린 머리카락, 맨살이 드러난 어깨.밀착된 두 사람의 숨결.그리고 그 얼굴.그건, 유리의 얼굴이었다.하지만 유리는 지금, 문밖에 서 있었다.그 안에 있는 건
Zuletzt aktualisiert : 2026-03-12 Mehr lesen